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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무죄선고'에 대한 인권단체 공동성명(04.05.24)

성명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5-24 11:04
조회
183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무죄선고'에 대한 성명

지난 5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들의 병역거부행위가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양심의 자유문제,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자유권의 충돌문제,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 등 여러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제시된 여러 기준들이 병역거부자의 인권 개선은 물론, 안보상황을 이유로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제한되어왔던 우리 사회의 인권을 진전시키는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우리는 우선 재판부가 양심의 자유에 “양심 형성 및 결정의 자유”, “양심을 지키는 자유”, “양심을 실현할 자유”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어떠한 외부적 간섭 없이 양심에 따라 내린 결정에 대해,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아야 하며, 또한 이 같은 윤리적 결정을 행동으로 옮겨 실현시킬 수 있는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사법부의 이 같은 규정은 국가보안법과 같은 반인권적 법제로 인해 여전히 양심,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질식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그동안 안보상황이나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천부인권인 양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양심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경우 형벌권이 한발 양보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양심의 자유와 실정법이 어긋나는 경우, 양심의 자유를 희생시켜왔던 법적 관행에 비추어봤을 때,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은 분명 진전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군사독재가 종식된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인권의식이 성장했음에도, 안보상황과 실정법을 이유로 여러 기본권들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했을 때, 이 판결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현실화할 필요 또한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단일사안으로는 가장 많은 병역거부 수감자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이들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재판부가 상기한 것처럼 한국정부는 국제인권규약 가입국이자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으로서, 병역거부권인정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엔의 관련 결의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한국정부와 17대 국회는 이번 판결의 의미가 우리 사회의 인권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여, 현행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년이 넘도록 계류 중인 현행 병역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국가안보 논리에 희생되어왔던 여러 인권의 가치 들이 복원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각 정당은 여러 인권법안의 조속한 제정과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4. 5. 24. 인권연대 등 22개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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