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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윤석열정부 100일 7대 분야 전문가 논평 전문

성명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8-16 09:40
조회
802

▪ 사법행정 ∙ 김희수 (변호사, 전 검사) 


검찰제국으로 변신 중인 100일


 검찰공화국이 보통명사로 사용된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검찰공화국 아닌 민주공화국이 헌법 정신과 가치임에도 민주공화국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조짐이 확연하다. 오히려 대한민국호는 검찰왕국이나 검찰제국을 지향하는 국가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징후를 목도한 집권 100일이었다.


 정권을 잡자마자 총무·인사·법률·공직기강·인사기획비서관, 부속실장에 검찰 출신을 앉혀 안방에 배치하고, 법무부장관·보훈처장 심지어 금융감독원장까지 줄줄이 검찰 출신으로 도배했다. 대통령과의 인연과 친분이 인사 기준이고, 심지어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성추행자도 상관없었다. 


 이것으로 부족하다. 검찰 안방은 걱정할 것 없으니 이제 경찰 장악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아닌 ‘치안 사무’와 인사권 장악을 위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 꼼수로 경찰국을 신설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망, 김근태 고문 등 숱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경찰을 민주화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 속에서 만들어진 제도를 눈 한번 끔뻑하지 않고 30년도 훌쩍 넘게 뒤로 되돌렸다. 


 견제와 균형의 정신·원칙은 파괴되고 있다. 윤대통령 상징 구호인 ‘공정과 상식’도 거짓 구호임이 벌써 확인되고 있다.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 정권’ 빰치는 윤석열 ‘신검부 정권’이란 비판이 일고, 국정농단 주범으로 밝혀진 박근혜 정권의 ‘십상시’를 빗대는 대통령실 ‘육상시’ 호칭이 춤추는 집권 100일차 기상 정보다. 


▪ 경제 ∙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四面楚歌,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四面楚歌이다.  


 민생은 보이지 않고, 대기업과 소수 특권층에 대한 선물 보따리만 풀어내기 바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되풀이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행보이다. 공정과 상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100일이었다.  


 지난 6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기업·시장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보유세·상속증여세·금융투자소득세 부담 감소 등 대기업과 최상위 소득·자산 계층의 조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낙수효과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를 인정한 정책이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중소기업으로 흘러 내려가고,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근로자와 가계소득도 증가하여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낙수효과'는 한국 보수정권의 대표적인 성장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낙수효과는 이미 10년 전인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정책 기조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IT 산업 등의 성장으로 더 이상 기존의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세정책의 기조를 수정하였다.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 양극화 심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 양극화 문제이다. 유례없는 물가상승, 금리인상 그리고 경기침체가 예견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고소득층이 재원을 부담해야만 공동체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담세력 있는 납세자에 대한 누진과세 강화와 사회복지 안전망 확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가 아니라 당장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


 정부는 16조원 규모의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매각한다고 한다. 매년 13조원의 부자감세 정책를 철회하고, 대기업과 소수 특권층을 위한 국유재산 매각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은 고물가와 경기회복을 위해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고 있다. 민생이 없으면 정치도 정권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여성 ∙ 신하영옥 (여성운동연구네트워크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 100일을 넘어 – 여성은 보이지 않는 국정운영


 지난 5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4%라는 결과가 나왔다. 취임 후 최저치라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에 투표한 이들마저 ‘탄핵’을 거론할 만큼 국정 운영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여성가족부 폐지”부터가 윤대통령의 정치나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기반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하나가 성평등이고 그 하위 목표로 ‘의사결정에서의 여성의 참여’인데 이는 성별균형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비민주적이고 부정의한 결과가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2 세계 젠더(성)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성격차지수 99위, 경제참여/기회 부문 115위, 교육 성취 부문 97위, 정치권력 부문 72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속해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루어졌”고, 여성가족부를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심으로” 다루는 부서로 재편하겠다는 윤대통령의 의도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에도 여성가족부 해체에 대한 로드맵을 주문함으로써 정치철학의 부재를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인구대책이 결국 저출생문제에 대한 대책이라고 한다면 이는 여성들의 취업률, 경제적 지위 등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력단절, 돌봄에 드는 노동력 – 낮에는 남자와 똑같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독박유아를 해야 하는 – 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의 관점과 경험에서 인구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인구대책이고, 가족 정책이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즉 여성의 의사를 배제한 채, 여성의 영역을 출산과 가족으로 퇴행시키고 출산과 모성, 돌봄의 도구로만 취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여성 정책을 보면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성범죄’ 처벌과 피해자 지원이 여성 정책의 주요한 내용이다. 성범죄는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범죄행위이고, 따라서 성평등과 성범죄는 반비례하기 때문에 성평등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성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그런데 선후가 바뀌어 있다는 것은 대통령의 성평등 철학이 법과 제도 내에서의 ‘처벌과 보호’에 집중되어 있어, 여전히 대통령이 아니라 ‘검사’라는 정체성에 갇혀있음을 알게 한다. 범죄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는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다. 


 우리 사회는 성별 구조에서 여성이 약자로 존재하고 있다. 성평등한 정책, 성평등한 교육, 성평등한 인식의 확산만이 성범죄를 예방하는 최우선책일 뿐이다. 처벌과 보호는 그 다음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생각은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 문화로서의 가부장제는 위계질서를 재생산하는 구조이다.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처벌과 보호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구들이 가부장제적 구조로 지탱되고 있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국가기구와 사회적 구조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닿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100일이 지난 윤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특히 여성 관련한 정책이나 의지, 어디서도 이러한 철학과 가치관을 찾아볼 수 없다. 


 요즘 뜨는 드라마 ‘우영우’가 인기가 있는 것은 법과 제도의 해석 및 집행의 과정에도 주관성, 영혼, 순수함, 도덕성, 가치관이라는 ‘인간성;의 반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인간성‘혹은 ’인간다움‘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철학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윤 대통령은 ’검사‘로서 법의 기계적 적용자라는 정체성을 벗어나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에 ’여성‘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 인권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인권, 오로지 말뿐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인권분야에서의 노력은 전혀 없었다. 취임사 등에서 인권이란 말을 언급한 정도가 전부였다. 구체적인 정책을 밝힌 적도 없고, 인권의 진전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이 인권과 관련해 뭔가를 했다면, 그건 진전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를 자초하는 일들이었다. 여가부 폐지, 검찰 수사권 강화, 행안부 경찰국 설치가 그랬다. 검찰 수사권 강화와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법률로 정한 사항을 시행령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며, 헌법 위반을 자행하였다. 이는 3권 분립이라는 헌법 체제를 흔들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대통령의 제1 책무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는 것인데도, 대통령이 앞장서 헌법과 법률을 훼손하고 있다. 


 한국의 인권운동이 제시하는 다양한 인권의제들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는 물론 언급조차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도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권력의 권한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 산업재해 대책,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교도소 수용자와 소년원 보호원생 등의 인권, 장애인 이동권 등 다양한 인권의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인권옹호’를 그 사무로 하는 법무부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취임,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따뜻한 법무행정’이란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그 내용은 법무부가 “힘없고 소외된 국민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한다는 포부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그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인권 가치의 존중을 위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윤석열 정권의 인권, 그저 말뿐이다. 


▪ 환경 ∙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


2030 재생에너지 되려 낮춰, 기후위기 악화구조 유지 강화


 화석연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에너지 구조는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부의 대대적 신호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통한 물가 안정 대책에 급급하며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현행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시켰다.


 윤석열정부는 말로는 에너지 위기라고 떠들면서도 국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별다른 신호를 내지는 않았다. 화석연료 세금을 일괄 인하해 오히려 소비를 조장했다. 유류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유류세 인하로 대중교통을 타는 서민보다는 크고 비싼 자동차를 타는 이들에게 이익이 돌아갔다. 위기 속 정유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유엔마저 나서 이런 에너지 업계의 행태를 ‘부도덕한 일’이라 비판하며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를 호소했다. 정부는 정유업계에 초과 이윤세를 당장 부과하고 대중교통과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이다. 최근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한 이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오히려 낮추고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안전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확대한다면 지역 사회가 떠안을 사고와 방사능 폐기물 위험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 건설 도 정부의 방치 속에 계속 진행 중이다.


 기후 재난에 대한 예측에도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기후 재난은 반복됐다. 신림 반지하 일가족 참사처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건강 약자와 사회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기후 재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 노동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기업이윤 극대화에 맞춰진 노동정책, 사회 재앙 불러올 것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일찍이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들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주제별로 추리면 다음과 같다.


 노동시간 -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021. 7. 19. 매일경제 인터뷰)


 최저임금제 - “최저임금이 180만 원, 200만 원이라고 하면 ‘나는 150만 원으로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고 하고 싶다’라고 하는데 만일 그걸 못하게 한다고 하면은 그걸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2021. 12. 14.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중대재해처벌법 -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굉장히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다. ...(중략)... 많은 내용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기 때문에 영을 촘촘하게 합리적으로 잘 설계하면 기업하는 데 큰 걱정이 없도록 할 수 있다.”(2021. 12. 1.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


 노동단체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중략)... 정부는 노동자 전체를 봐야 하지 힘 있는 노조와의 정치적 거래에 의해 노동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2021. 12. 14.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위와 같은 주장들은 정치 신인 시절에 나온 발언들로서 이후 정치적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수정되기를 바랐으나 5월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와 6월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대응, 안철수·권성동 등 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발언들을 들여다보면 그 정책 의지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간 규제 완화 ▲임금체계 개편 기업 ▲자율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공정한 노사관계의 구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 저임금, 위험한 노동환경을 강제하게 될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운동은 강력하게 억압할 것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기업의 단기적 이윤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외교 ∙ 한승동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국제정세 변동을 주도할 자신감과 의지 없음, 국민 불안감 키워


 8월 3일 미국 의전서열 3위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맞이하는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듯했던 정부의 모습은 잘못된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한 꼴이 됐다. 예정에 없던 약 40분간 통화라는 긴급 처방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접촉하든 하지 않든 어느 한쪽을 고수했어야 옳다.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을 준 것은, 우선 정부 핵심부에 일관되고 확고한 정책이나 전략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집권당을 비롯한 일부 여론의 동향에 판단이 흔들린 모습을 보인 것은 나라의 장래가 걸린 정세변동의 중대 국면을 주도할 자신감이나 의지마저 없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메시지를 스스로 나라 안팎에 뿌린 것과 같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돌하는 복잡미묘하고 긴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주체적이고 일관된 판단과 대처가 중요한 때에 이런 잘못된 메시지 발산은 국익 차원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애초에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굳이 만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분명 중국을 의식한 조치였고, 찬반이 갈릴 수 있지만 그것 자체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 내에서조차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방문에 시종 비판적이었고, 환영한 것은 공화당쪽이었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윤 정부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러시아)과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배타적·배제적 레토릭으로 동원해 온,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가치들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대미 추종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상의 최대 교두보이자 미일 동맹의 당사자 일본에 대한 윤 정부의 자세에도 그대로 이어져, 이른바 한미일 공조(동맹) 강화를 위한 선결조치로서의 한일관계 회복·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라는 지금의 한일관계는 전범국 일본의 전쟁범죄와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준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1965년 한일협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버림으로써 문제의 씨를 뿌린 미국은 지금도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당장의 자국 이익을 위해 꼭같은 행태를 보이며 무조건적인 한일관계 회복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굴복해 무조건적 관계회복 쪽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


 다분히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한 자유·인권·민주·시장 등의 가치들은 복고적인 반공적·대결적 대북정책에도 동원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동료 살해 어부 북송문제 등 이미 일단락된 문제들을 전임정권 때리기용으로 되살리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식의 퇴행적인 전 정권 때리기 공세는 원전과 태양광 등 탈탄소 재생에너지 및 생태환경(녹색) 정책 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윤 정부는 이를 깊은 논의가 필요한 정책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적대세력을 꺾기 위한 범죄수사 차원에서 정치공학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탈원전 정책 파기나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활용 등 기후변동 대응과 연동돼 있는 이런 사안들은 전 인류의 장래가 걸린 글로벌 차원의 중대사임에도, 정책 선택 차원의 심도있는 초정파적 토론이 아니라 반대파 죽이기 차원의 ‘범죄수사’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범죄행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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