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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호]촉법소년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처벌은 인권침해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2-21 10:49
조회
1044

박선영 /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법무부가 지난 10월 26일 촉법소년 상향선을 기존의 13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언론의 거짓말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범법행위를 한 아동·청소년에게 국가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년사법은 소년법에 근거하여 10세~13세는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만을 하고 있으며 14세~18세는 범죄소년으로 규정하고 보호처분을 기본으로 하되, 그 죄질이 중한 경우 성인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전과기록이 남는 형사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번 촉법소년 연령하향의 의미는 전과기록이 남는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소년의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겠다는 것이다.


"촉법 소년 연령 하향? 소년 보호 정상화가 답이다" 토론회


이로써 우리나라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관할하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14세 유지 권고를 무시하였다. 또한 다수의 국가가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형사처분은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형사처분 연령을 상향조정하며 이들에 대한 회복적, 치료적, 교육적 지원을 지향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무모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하향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소년법의 치명적인 오류로 인한 촉법소년에 대한 과도한 처벌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형법과 소년법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전세계 모든 형법에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형사책임(criminal responsibility) 연령이 제시된다. 소년법은 형법에서 제시한 형사책임연령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자가 그 사회의 미성년자일 때 이들에 대한 처벌(처우)를 규정한 특별법이다. 성인보다는 더 관대한 처벌과 다양한 처벌을 담고 있으며 처벌의 주된 목적은 교정교화와 개선이다.


1953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형법 제 9조에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의 형사책임연령은 14세이다. 그러나 1958년에 제정된 소년법은 그 대상을 10세이상 19세 미만으로 규정하여,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촉법소년을 처벌의 대상으로 포함하여 처벌하고 있다. 형법상의 형사책임연령과 소년법상의 소년의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국가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소년법의 취지대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을 소년법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 형법의 형사책임연령은 12세이며, 소년법의 소년 연령은 12세~ 17세로 형사책임연령과 소년법의 소년연령이 일치한다.


즉, 외국의 경우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촉법소년을 진짜 처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경찰이 촉법소년이면 수사를 종결하지만, 해당 촉법소년이 보호가 필요하고 양육자가 양육의무를 위반하여 아동이 위험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면 촉법소년을 청소년청으로 사건을 이관하여 복지적 개입이 이루어진다(전영실 외, 2020). 영국과 미국 등도 형사사법체계 밖에서의 개입을 통해 부모가 촉법소년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지원해주는 구조이지 우리나라처럼 미성숙한 촉법소년을 엄벌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촉법소년을 처벌함에 있어서 보호처분만 하기 때문에 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보호처분도 명백히 처벌이다. 아동보호치료시설 수용인 6호처분과 소년원 수용인 9/10호 처분은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서 수용된 명백히 자유를 박탈하는 자유형에 해당하며,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전과기록은 남지 않지만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이 남아서 향후 강력처벌의 근거자료가 된다. 또한 6호시설과 소년원이라는 시설 구금을 경험한 아동·청소년들 스스로 가지게 되는 낙인과 외부인들의 낙인은 재범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어서 보호처분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하다.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가지는 것과 더불어 초래되는 심각한 문제는 구금시설에서 학습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치료시설인 6호시설은 시설 내에서 대안위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공립학교나 사립학교와의 교육의 격차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소년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전국의 10개 소년원은 학교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정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소년원은 4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6곳은 검정고시와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인 촉법소년이 소년원에 입소하게 된다면 의무교육 대상자인 해당 학생은 제주 소년원에서는 정규 교과과정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안양소년원(여)으로 가야한다. 혹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은 이 촉법소년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제주소년원에서 검정고시와 직업훈련을 선택하는 자발적으로 보이는 비자발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 누구도 이들에 대한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교육을 보장받아야할 아동·청소년이기 보다는 죄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 우선, 비행 둘째(Child First, Juvenile Second)”을 추구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하여 소년원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공립학교이며 외부의 학생들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며, 소년원을 퇴원하는 순간 거주지 주변의 공립학교로 자동 전학이 이루어진다. 캐나다의 경우 비행청소년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하여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특수 훈련을 받은 교사들이 이들을 가르친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경찰이 법원에 송치한 촉법소년은 매년 7,533명~10,915명이며, 지난 10년간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은 연평균 3,623명이며, 지난 3년간 소년원에 수용된 촉법소년은 연 50명 정도이다. 소년법이 제정된 지난 1958년부터 2022년까지 65년간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최소로 계산한다 하더라고 20만명에 이른다. 형법에서 벌하지 않겠다고 한 20만 명의 촉법소년들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과 처벌로 인해 수사기록, 재판기록, 낙인, 교육소외라는 인권침해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어린 나이에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어떠한 항변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은 과연 국가의 바람대로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 잘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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