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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7-19 09:53
조회
318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대해 실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스토킹이 유명인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특이한 상황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스토킹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스토킹이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심각한 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스토킹은 중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단계에서의 형사사법의 적극적인 개입과 예방이 중요하다. 실제로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발생하였는데, 2021년 12월 스토킹으로 신변 보호 대상이 된 가해자가 스토킹 피해자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였고, 3월에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지속적으로 교제를 요구하던 스토커가 A씨의 집에 택배기사를 가장해 들어가 세 모녀를 연달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출처 - 경기신문


스토킹의 피해자는 주로 여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성 대상 살인·살인미수 사건의 30% 정도가 스토킹과 연관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스토킹뿐 아니라 데이트폭력 역시 강력범죄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연인관계에서의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되며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과 같은 중한 범죄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2015년 사귀던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살해하고 시멘트로 암매장한 살인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는 233명에 이르며, 이 기간 살인미수 피해자도 30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음에도 스토킹을 경범죄 정도로 치부하면서 대응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함에 따라 스토킹 행위자의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위에서 언급한 세 모녀 살인사건 직후인 2021년 4월 드디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10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출처 - 연합뉴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음에도 2022년 9월 소위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토킹에 대한 실효적인 대처방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2023년 6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의는 피해자 범위의 확대,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조치,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등과 같은 피해자보호가 중시되었다는 점과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었다는 점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처벌 체계는 어느 정도 갖추어졌으나,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개정안에서는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뿐 아니라 그의 동거인과 가족까지 포함하였다. 신변안전조치는 스토킹 행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개정안에서는 피해자 등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를 신설하였다. 또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였다. 반의사불벌죄의 형식을 유지하는 경우 가해자는 자신이 처벌받는 것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며 오히려 분노를 키우거나 처벌불원서를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정한 개정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취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실효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장 실질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의 재발이 우려되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대해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으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잠정조치의 청구 또는 신청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스토킹의 재발위험이 인정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을 발생하게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 제도가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에 크게 기여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2023년 2월 정부안으로 제출된 개정안에는 피해자보호명령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피해자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법에는 스토킹의 성립범위가 여전히 엄격하게 규정되고 있어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위를 하여야만 스토킹 행위가 성립한다. 따라서 스토킹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거나 불편·불안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표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의 그러한 의사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한 경우에만 스토킹 행위가 성립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성립요건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로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스토킹행위가 인정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불안감, 공포심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며, 가해자의 행위와 피해자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스토킹 피해자가 스토킹을 신고하려고 하였을 때 가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불안감 혹은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로 인하여 신고를 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에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험범의 형태로 개정해야 한다.


 

출처 - 수원여성의전화


 

지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권에서도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이 포함된 여성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실효적인 피해자 보호 방안의 마련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였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임에도 여전히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여 살해당하는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토킹처벌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보호에는 공백이 있으며, 데이트폭력에 대해서는 법적인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정과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실효적인 대처를 위해 스토킹처벌법을 다시 개정하고 ‘데이트폭력처벌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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