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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3호] 인권현장,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8
조회
176

인권연대 편집부


▶ 인권단체를 갖고 놀겠다는 국가정보원


자신을 국가정보원(국정원) 대테러과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지난해 12월 17일의 일이었다.
그는 방금 전에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며, 인권연대 측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테러방지법의 인권침해 여부에서부터 국정원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인권단체와 국정원 간부 사이의 견해 차이는 당장의 전화통화만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었다.
국정원 간부는 전화통화를 마치며, 테러방지법에 대해 공개토론을 갖자고 제안했다. 비밀정보기관으로서 늘 음습한 분위기와 그 이름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던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신선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공개토론을 갖자는 국정원의 제안은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이미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공개토론의 파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의문이었고, 국정원의 행태를 아는 인권단체로서는 그들의 의도가 과연 순수한 것인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인권연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였고, 의도가 의심되더라도 ‘토론’을 마다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국정원이 왜 그토록 테러방지법에 집착하는지, 테러방지법이 왜 제정되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토론의 결과를 겸허하게 국민과 국회에 알리면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인권연대는 곧바로 국정원에 공개토론을 수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 임시국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여, 이른 시일 안에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민의 알권리나 공정성이란 측면에서 언론사에 주최를 의뢰하자는 의견을 붙였다.
공문을 보낸 지 며칠이 지나도 답은 없었다. 국정원 간부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몇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이들은 공문을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해주지 않았고,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도 없었다.
여러 차례 전화 독촉이 있은 다음에, 대테러과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1월 6일의 일이다.
그는 공문을 잘 받았고, 자신이 국정원을 대표하여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개토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의 제안에 대해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는데, 공개토론이 무산되어 허탈하기는 하였지만, 그건 정작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국정원 간부에게 우리도 공문으로 처리하였고, 수신도 국정원장으로 하였으니, 국정원에서도 토론회를 못하겠다면 공문으로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토론이 안되더라도 사무적인 처리는 해야 하고, 기획과정에서 성사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도 그 기록만은 정확히 남겨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비밀정보기관이라고 하여도 국민의 공적 요청(그것도 그들의 제안에 화답하는)에 대해서는 공적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단순한 요구였던 것이다.
공문을 보내달라고하자, 그때부터 국정원 간부는 횡설수설하며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꼭 공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다 페이퍼 워크(문서작업)를 없애는 방향으로 일을 하는데, 공문을 보내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내가 책임자이니 내 전화면 충분하다”는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국가기관이 공문을 받으면 당연히 공문으로 답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15일)까지 국정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 소개한 이야기는 일종의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들이 먼저 제안한 공개토론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하고, 그마저 전화한통으로 갈음하겠다는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정원과 ‘공개토론’에 대해 해프닝을 겪으면서, 여전히 그들에게서는 공작의 냄새가 풀풀 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괜한 편견일까.


▶ 사회보호법과 강금실 법무장관


‘청송보호감호소’로 상징되는 사회보호법 폐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이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전원위원회를 통해 사회보호법 폐지를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여러 차례 언급하였듯이, 사회보호법은 전두환 일파가 삼청교육대 등을 통한 파쇼폭압을 자행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국회도 아닌 곳(국보위)에서 만든 대표적 파쇼 악법이다. 법의 목적인 사회보호와 재범방지에 기여하지도 못했으며, 피감호자들에게는 가혹한 이중처벌만을 강요했다.
이 악법에 대한 참여정부와 법무부의 대응은 ‘무관심’과 ‘개혁에 대한 저항’이 전부였다. 법무부는 검찰 출신의 보호국장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사회보호법 폐지에 반대하며, 악법을 존속시키는 유일한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다부지게 해냈다. 국회에서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사회보호법의 폐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국가인권위가 사회보호법 폐지를 권고하자, 강금실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정식으로 인권위 건의가 올라오면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저 전달될 뿐인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건의를 올리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검토’만 하겠다는 장관의 태도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청와대마저도 “인권문제 부작용 등의 비판을 받아온 사회보호법에 대해 폐지 쪽으로 적극 검토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는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초지일관 검토중일 뿐이다.
사실 말이 좋아 ‘검토’이지 실제로는 여전히 법과 그 법에 따른 법무부 조직(밥그릇)을 유지하며 ‘개선’하겠다는 속내는 여전해 보인다.
장관은 개혁적인데, 검찰 출신의 관료들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법무부가 사회보호법 폐지의 걸림돌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검찰과의 어정쩡한 동거가 최소한의 개혁작업마저도 좌초시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믿었던 강금실장관의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간극이 그토록 큰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회보호법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법무부이며, 법무부의 수장은 강금실장관이라는 것이다. 이건 더하거나 뺄 것도 없는 어김없는 사실이다.


▶ 법집행 공무원 채용시험에 [헌법(기본권)] 과목이 포함되어야


최근 경찰혁신위원회(위원장 한완상)는 경찰청에 주목할만한 권고를 하였다. 경찰혁신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경찰관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인권수호인만큼, 경찰관 채용시험에 [헌법(기본권)] 과목을 포함시켜,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국민 기본권에 대한 기초는 습득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국민의 인권을 다루는 경찰관들의 인권의식 향상을 위해 채용시험에서 인권에 대한 기본을 확인하고, 채용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권교육이 진행된다면, 경찰관의 자질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만이 아니라, 국정원, 법무부 등도 공무원 채용시험에 헌법(기본권) 과목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 채용시험에 헌법(기본권) 과목이 포함된다면, 법집행 공무원의 인권수준을 향상시키는데 경찰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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