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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3호] 우리 가운데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7
조회
176

허윤진/ 천주교 서울 노동사목위원장, 인권연대 운영위원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며, 콩 반쪽도 함께 나누어 먹는 사랑 깊은 백성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왔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먼 이국땅에서 품파는 시절도 있었고 개인주의의 물결이 밀려왔어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우리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사랑을 우리 가운데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나누어주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흔히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원치 않는 일들을 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대면한 것은 91년 겨울밤, 의정부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였습니다. 잘려진 손가락은 응급처치하였지만 톱밥과 피로 엉겨붙은 고통스런 얼굴,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심각한 상태라고 말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산재혜택도 못받고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출국을 당할지도 모를 처지, 안타깝고 애처로웠지만 도움을 줄 방법을 몰랐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다섯 손가락 다 바꾸어도 좋다던 그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각인될 뿐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다섯 손가락이 다 잘려도


이제 십수년이 지났건만, 이 땅에서 일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어 산재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해 안전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산재 혜택을 받아 수술은 하지만, 돈이 없어서 완치될 때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기가 어렵습니다. 어렵게 번 돈을 병원비로 지출하고 나면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완쾌되지 못해 가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볼 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특히 신체 절단의 장애를 입거나 암 등 불치병에 걸린 이들은 ‘돌아가면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라며 울먹입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보다도 가족의 고생을 먼저 생각하며 걱정하는 모습에 함께 눈물을 글썽이게 됩니다.
열심히 일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꿈이 매춘 강요와 감금, 폭력 앞에 무너져 버리는 딱한 처지의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한 러시아 여성은 본국에서 유치원교사로 일했는데 1달에 50불도 안 되는 봉급마저 7개월 치가 밀리고, 어린 아들과 부모님의 생계를 위해 가족을 떠나 E6(연예활동)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계약과는 달리 첫날부터 유흥업소에서 매춘강요에 시달려야 했고, 이제는 가족에게로 돌아가고픈 마음뿐입니다.


별로 다르지 않은 이웃의 모습


우리도 가난한 나라였다면 우리의 아들딸들도 이런 아픔 앞에 눈물을 흘려야 했을지 모릅니다. 가족과 오순도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아픔과 가족에 대한 걱정은 우리네와 별반 다름없는 우리 이웃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이들에게 외국인 인권문제가 어떠하고, 고용허가제 정착이 어떻고, 평등노조문제가 어떻고, 합법화 절차와 강제출국이 어떻고 하는 소리는 나중 문제입니다.
그저 고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 수 만 있다면 어려운 일터라 하더라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온갖 어려움과 두려움 앞에 서 있는 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인권에 대한 논의와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선행해야 하는 것은 이들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환대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능력 부족과 육체적 부자유와 신분상의 약점으로 인해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에 방어할 힘도, 권리를 찾을 힘도 없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 비록 그 가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의 힘겨움을 몰라준다면 장님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인권의 출발은 바로 이 눈을 뜨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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