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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0호] 인권연대 특별대담-국가인권위 박경서위원 “인권단체와의 관계 개선 위해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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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8-17 17:37
조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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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박경서위원 “인권단체와의 관계 개선 위해 앞장서겠다”


인권연대는 인권현안과 관련하여 직접 당사자를 만나 궁금한 사항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의 대담을 마련한다. 이번에는 전 월간 [말] 기자였던 김경환 운영위원이 박경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64)을 만나 ‘겸직’ 문제와 국가인권위 2년의 활동을 평가해 본다. 박경서위원은 스위스 제네바 WCC(세계교회협의회)에서 18년 동안 일했으며 아시아 31개국의 정책과 무상개발 원조를 담당했다. 이 기간 중 특히 북한의 기아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2001년 2월 1일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로 임명되었고, 2001년 10월 8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되었다. 이 인터뷰는 국가인권위원회 13층 상임위원실에서 2003년 10월 14일 오전 11시 4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인권대사, 그만 둘 생각 있다...”


김경환 위원(이하 김)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 가지 말씀을 나누고 싶은데 거두절미하고, 현안에 대한 질문부터 하겠다. 일부 인권단체가 박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상임위원과 대한민국 인권대사직을 겸임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겸직금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위원의 견해를 듣고 싶다.


박경서 위원(이하 박) :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나도 평소 만나고 싶었다. 방금 그 질문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통상, 안보, 인권대사직이 새로 생겼다. 그런데 이들 대사들은 전부 민간인 신분이며 활동비나 급여도 받지 않는다. 공직이 아닌 명예직이기 때문에 인권위법의 ‘겸직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두 가지 일이 서로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인권대사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박 : 인권대사는 주로 국제 NGO(비정부기구)와의 협력을 도모하는 등의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아웅산 수기여사가 지도하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 거주하는 3명의 버마민족민주동맹(NLD) 구성원들의 정치적 망명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다행히 성사되었다. 지금도 13명이 난민신청을 한 상태다. 나는 인권대사로서 이런 일들이 성사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이 1년에 한차례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앰네스티 방문단이 육군교도소를 방문하길 원했는데, 내가 주선해서 이들의 방문이 성사되었다. 또한 여러 인권 현안이 나오면 이에 대해 정부에 자문해 주고, 답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인권대사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김 : 인권대사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박 : 임기는 1년씩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월급도 안 받는 일인데 1년만 하고 그만둘 수 있느냐고 해서 2년을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는 내가 이제는 후배들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정부에서 아직은 적당한 사람이 없으니까, 후배를 기르실 때까지만 맡아달라고 했다. 월급도 없는 명예직이니까...


김 : 지금 연임하고 있는 상태인가.


박 : 지금도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이다. 휴먼라이츠 워치 같은 국제 인권단체들과 협력할 것도 많고, 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분석하는 작업도 그렇고, 아웅산 수기의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문제도 그렇고, 챙길 것이 많다. 내 의견이 정부 전체에서는 언제나 소수의견이다. 그래서 참 고독하다고 느낀다.


김 : 인권대사의 일과 인권위 상임위원 일을 동시에 하고 계신데, 어떤 일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


박 : 당연히 인권위 상임위원의 일이다. 인권대사 일은 가끔 출장 가는 일밖에 없다.


김 : 명예직이고 일도 그다지 많지 않다면 그만두실 생각은 없는가. 논란도 있고, 부담도 되실 텐데.


박 : (질문을 마치자마자) 그만둘 생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인권대사로서 해야 할 일도 있다. 내가 인권대사를 그만두면 후임은 2명 이상이었으면 한다.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인권활동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대답은 좀 상징적으로 (이해)해 달라.


북한 인권은 북한 인민의 투쟁으로 진전돼야


김 : 박위원은 국제적 인권기준과 국내적 인권기준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 : 언제나 국제적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정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에는 국내법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한국이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 유엔의 권고를 빨리빨리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있다. 분단과 냉전이라는 상황에서 나오는 한국만의 독특한 논리가 있다. 국가보안법의 문제, 사형제도의 문제, 외국인노동자들의 문제, 여태껏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문제 등에 대한 한국만의 입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한국적 논리’로 버텼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OECD 가입국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의 국력이 신장된 만큼 그에 걸맞게 가야 한다.


김 : 여전히 인권보다는 경제 발전이 우선이라는 70년대식 논리가 큰 힘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박 : 인권이 경제발전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경제 있고 인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인권 있고 경제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권, 평화, 환경 등 국제적 가치를 챙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나 인권활동가들인 여러분들이 모두 할 일이 너무 많다.


김 :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박위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 : 북한에는 모두 스물여섯 차례 방문했다. 지난 3년전 까지 WCC(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 책임자로 일하면서 많이 다녔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북한 인권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서독이 1975년 헬싱키협약을 맺을 때까지는 동독의 인권문제를 국제기구나 NGO, 제3국이 담당하였지만, 헬싱키 평화조약 속에 인권이 들어가게 됨으로써, 서독이 동독의 인권문제에 개입하게 되었다. 여태껏 북한인권문제는 각론으로 다뤄져 왔지만, 이제는 총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평화체제의 구축, 즉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하는데, 그 평화협정 속에 인권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그전이라도 탈북자 문제라든지, 지금 북한에 있어서의 생존권의 문제, 목숨이 걸린 문제, 배가 고파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없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경제 우선 논리가 잘못이듯이 생존 우선의 논리 역시 같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박 :물론 북한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열악하지만, 인류 역사를 보면 인권이라는 것은 당사자의 투쟁에 의해서만 진전되어 왔다. 노동권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의해서 진전되어 왔듯이, 북한의 인권은 북한 인민들의 투쟁에 의해 진전되어야 한다. 북한 정부와 북한 인민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인권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남한이 지원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룰 수도 없고, 또 다루어서도 안된다. 독일이 1945년 분단이 되어, 45년만인 1990년 통일을 이루었는데, 우리는 58년이 되어도 아직 통일은 멀기만 하다. 그럴수록 독일의 통일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권위 2년 활동 평가 60, 70점


김 :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묻고 싶다. 인권위가 설립된지 2년(인권위는 2001년 11월 26일 설립되었다)이 되었는데,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박위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나 되겠는가.


박 : 글쎄, (웃으며) 잘 모르겠다. 인권을 생각하는 우리 인권단체들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평가 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11명의 인권위원 중 한사람으로서 평가를 한다면, 그래도 인권위가 참 무리 없이 그런대로 지조를 지켰다고 할까...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점수로 따지면 한 60점, 70점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김 : 나는 박위원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인권단체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를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 인권단체들은 어떤 면에서는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늘 인권단체에서 보내는 소식지나 메일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다. 인권연대가 매월 보내주는 소식지도 빠트리지 않고 읽어보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내 일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인권단체들이 이렇게 일해서는 안된다, 이런 것이 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 최대한 그것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 인권단체가 반드시 올바른 지적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권단체의 주장 중에서 어떤 것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박 : 인권단체들의 주장이 대체로 옳은데, 현실적으로 좀 무리가 있는 주장도 있다.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데, 비전과 현실이 거리가 있을 때가 있다.


김 : ‘비전과 현실의 거리’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그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박 : 인권위가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권위가 권고를 할 수 있는데, 인권위의 권고는 일단 구속력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구속력 없는 권고안이 구속력 있는 권고안보다 더 힘있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진정으로 사심이 없이, 더욱 철저해져야 한다. 그래야 법적인 구속력은 없더라도 더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유엔의 권고도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유엔의 권고를 거역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변명만 늘어놓는 나라도 있지만, 그래도 변명이라도 하려고 한다. 인권위도 이런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아무튼 인권위의 권고가 구속력이 없는 것이 하나의 한계이고, 둘째는 인권위의 직원이 180명인데, 직원 수에 비해서 너무 많은 진정사건이 접수되어, 진정사건의 처리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건을 빨리빨리 처리해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게 잘 안될 때가 많다. 세번째로 인권위의 권고가 전혀 먹혀들지 않을 때, 한계를 느끼게 된다. 교정시설에서의 계구사용 문제만 하더라도, 인권위는 매우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지만, 법무부는 이를 거부하였다. 법무부는 ‘예외적’이라는 뜻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인권위의 권고가 법도 아니고, 그저 구속력 없는 권고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다. 이럴 때 상당한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네이스(NEIS)문제에 대한 권고나, 이라크파병반대등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나는 지금도 우리 인권위의 권고가 매우 옳다고 생각한다. 이들 문제를 짚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다.


인간적인 결정문 나오도록 하겠다


김 : 지금도 많은 진정이 들어오고 있나. 설립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고 들었는데.


박 : 아니다. 지난 7,8월에는 여름이라는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줄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증가하고 있다. 진정사건 중에 교도소에서의 인권침해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런데 교도소들이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4개 광역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는 인권위 지방분소가 설치되어야 하고, 교도소를 포함한 지역의 인권문제는 그쪽에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 인권위의 지방사무소 설치는 진전되고 있는가.


박 : 이 문제는 법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국민과 NGO들이 우리 편에 서줘야 한다. 우리 위원들이야 3년이라는 임기가 주어진 사람들이고, 그나마도 다 끝나가고 있지 않은가.


김 : 내가 듣기로는 인권위와 몇몇 인권단체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인권위를 비판하는 분들은 인권위가 왜 그렇게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폐쇄적으로 대하느냐는 지적들을 하고 있다.


박 : 나는 지금도 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 분들이 내 방에는 찾아오는데, 사무처와의 관계는 그 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을 풀어버려야 하는데... 나는 스위스에서 귀국한지 이제 4년이 채 안되었는데, 많은 일들이 내가 한국에 없을 때 생긴 일들 같다. 그렇더라도 인권위와 일부 단체들의 갈등은 풀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인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끄럽지 않은 관계 때문에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김 : 그런 갈등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이나 인권단체 사람들도 답답해하고 있다. 왜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데 반목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박위원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박 : 지금까지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도 인권위와 인권단체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겠다. 나는 인권위 국가보안법 테스크포스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테스크포스팀에 인권단체들이 참여해주길 기대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에서 3명의 위원을 추천받기도 하였다.


김 :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뭔가 법원 판결문 같은 느낌이 든다. 권위주의, 관료주의의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 있다. 인권위라면 뭔가 인권피해자들을 위로해주는 그런 결정문, 좀 더 따듯하고, 알기 쉬운 결정문을 써야하는 것이 아닌가.


박 : 그런 지적은 처음 듣는다. 좋은 지적이다. 그 결정문을 사무처에서 만드는데, 그게 아마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인간적인 결정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적하도록 하겠다.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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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가 곧 위원회라는 인식이 중요 


김 :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인권위가 한나라당 최연희의원이 진정한 건에 대해 특혜를 주었다는 논란도 있던데...(최연희의원이 의문사위원회로부터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사건. 최근 한 언론은 인권위가 최의원의 진정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경우와 달리 원인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넘었는데도 사건을 접수받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다루면서 특혜를 주었다고 지적하였다.)


박 : 우리는 아무 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 어제 처음 최의원 사건에 대해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를 했다. 그런데 사무처의 보고가 미흡한 것도 많아서 보완을 지시했다. 2주 후에 재론할 것이다.


김 : 나는 인권위를 오늘 처음 방문한다. 나는 이전에 기자 생활을 하면서 국가기관을 많이 방문해 봤는데, 대개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 오면서 보니까 인권위의 문턱도 높은 것 같다. 인권위는 소외된 서민들이나 인권피해를 당하는 어려운 분들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접근하기에 불편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나도 오늘 인권위에 들어오면서 “내가 구두는 제대로 닦았나” 하면서 구두부터 살폈다.


박 : 그게 참 우리들의 한계이다. 국가기구로서의 인권위가 지닌 한계이다. 옳은 지적이다. 문턱을 낮춰야하고,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인권위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많이 주의하고, 어떻게 해서든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없애도록 노력하겠다.


김 :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권위 내부에 사무처 중심주의와 위원회 중심주의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내부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가.


박 : 이제는 해소되었다. 인권위원 중의 몇 분은 사무처가 위원회의 보조기구라고 하던데,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심지어 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사무처 직원들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내가 반대했다. 일은 사무처에 맡기고 위원들은 결정을 하는 구조가 옳다고 생각한다. 사무처는 지속성이 있고, 영원히 존재하지만, 위원들의 임기는 3년일 뿐이다. 이런 점은 국제기구도 마찬가지이다. 유엔이나 국제기구들에서 정작 대표성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은 사무총장과 사무처이지, 위원회 조직이 아니다. 위원들과 사무처의 유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상임위원들은 그래도 하루 종일 일할 수 있지만, 비상임위원들은 전부 교수 아니면 변호사들인데, 이분들은 지금 한달에 2번만 와서 의결하는 것도 바빠 죽겠다고 한다.


김 : 인권위가 사무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사무처는 다른 국가기구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료화될 가능성이 있고, 위원들은 국회, 법원, 행정부의 추천으로 선임되기에 국민대표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위원들이 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사무처를 통제하면서 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박 : 내가 보기에는 지금은 위원들의 힘이 너무 세서 문제이다.
의결권은 매우 중요한 권한이다. 관료주의만 해도 그렇다. 사무처가 만든 문건이 휴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무처는 곧 위원회라는 인식이다. 사무처든 위원들이든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제기구에는 관료주의가 전혀 없다. 운전기사를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전혀 없고,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다 자기가 손수 운전을 하고 다닌다. 한국만의 특수한 관료적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인권위를 공유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들과 사무처의 갈등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김 :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상하로 구분하지 말고 서로를 예수나 부처처럼 섬기고 모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뿌리 깊은 왜곡된 조직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인권위만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 : 내가 사회학을 공부했지만, 잘못하면 주객전도, 목적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창의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보면, 대개 그 조직을 유지하려고만 할 때 그렇게 된다. 조직만 유지하려고 하다보면, 그 조직은 창의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존재이유를 망각하게 되고, 곧 죽은 조직이 되어 버린다. 위원이든 사무처 직원이든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하려고 할 때 창의력이 나올 수 있다. 한사람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관계개선 위해 인권단체 방문


김 : 마지막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권위가 올바르게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박 : 감사한 말씀이다. 인권위는 박경서의 것도 아니고, 직원들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함께 나누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충고를 해주기 바란다.


김 :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위와 인권단체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시간을 내서 인권단체들을 한번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서로가 인권문제에 관해 동반자로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특히 인권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 앞으로 관계개선을 위해 나부터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 인권연대도 찾아가겠고, 다른 인권단체들도 방문하겠다. 앞으로 더욱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하도록 하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이 땅에 너무도 많이 있다.


#인권연대는 최근 창간을 준비중인 웹 매거진‘(가칭) 인권과 연대 이야기’를 통해 박경서위원이 인권위원직과 인권대사직을 겸하고 있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10조에 규정되어 있는 ‘위원의 겸직금지’ 조항에 위반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경서위원은 이 인터뷰 기사와 같은 반론을 제기하였고, 이 인터뷰는‘겸직금지’ 문제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오가는 가운데, 이 문제를 포함한 인권위 전반의 문제를 독자들께 알려드리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의 직은 다른 직과 겸할 수 없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퇴직 이후에도 2년 동안은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에 임명되거나 공직선거 후보로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인권위법의 규정은 인권위원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하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겸직금지’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 인권위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여 왔습니다.


인권위원들이 실제로 인권현장을 누비며, 인권활동가로, 인권파수꾼으로 성실한 활동을 벌여주었면 하는 바램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권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인권활동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박경서위원의 말처럼 인권위원을 비롯한 인권위 직원들이 든든한 인권활동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이 인터뷰가 인권의 진전을 위해 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인권위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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