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인권연대 52호] 집시법 개악은 갈등만 증폭시킬 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4
조회
238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


1. 지난 11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였다. 앞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우리는 새 집시법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경찰청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된 새로운 집시법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누차 지적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게 이런 점은 안중에도 없다. 하기야 불법대선자금과 측근비리로 인해 이미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 정치권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개혁적이라고 했던 노무현 참여정부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다. 파병문제, 테러방지법 문제, 부안, 네이스 등의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자처하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심보이고, 정권의 오만과 자가당착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정권을 잡고 나서 보니, 우리 사회가 집회와 시위로 인해 너무 혼란스러워 보이고, 질서와 법치가 그토록 유린되고 있었던가. 소위 개혁적이라고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반개혁·반민주 악법을 앞장서서 만들겠다는데,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보수세력들은 동조 안할 이유가 없다.


2.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고전적 자유권으로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방어권이라 할 수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론·출판·결사의 자유, 청원권 등 다른 정치적 기본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민주적 공개성의 본질적 요소로서 제도화된 민주주의에서 특히 소수에게는 공공에 가장 강력하게 효과를 미치는 의사표현의 형식이자 이익표출의 형식이다. 우리 헌법 제21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고, 다시 제2항에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개선을 해야할 판에, 개악을
이처럼, 중요한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다. 사실 현행 집시법도 외국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악법이다. 이에 인권·시민·민중단체들은 집시법을 개정해서 좀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새 집시법안은 엉뚱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새 법안은 집회 및 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심각한 헌법위반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3. 각론적으로 몇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국내주재 외교기관 청사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규정(집시법 제11조 제1호중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은 위험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를 예외없이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조치의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최소침해 원칙 위반)으로 보아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2000헌바 67, 2000헌바 83(병합), 2003.10.30 선고).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현행법보다 폭넓게 인정하라는 취지인데, 오히려 개정안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즉, 100미터 거리제한을 없앤 대신 '대규모시위로 확산될 우려' 등 불확정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경찰의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개정안은 집회 신고서 제출기간을 종전 '48시간 이전'에서 '7백 20시간 내지 48시간 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 '싹쓸이 집회선점, 위장신고' 규제가 명분이다. 그러나 집회·시위의 관행상 대규모 집회의 홍보는 수개월 전부터 집회 장소가 확보되어야 하므로 위 규정은 오히려 7백 20시간(30일)전에는 어떠한 집회신고도 가능하지 않아 결국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위장집회가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집회가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나중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는 경찰의 자의적 법집행에 기인한 것을 간과한 규정이다.


셋째,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남은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사소한 충돌이 생겨도 이를 빌미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되고, 자의적 운용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재 허가제처럼 운용되는 각종 단서 조항들을 삭제하고, 집회·시위 금지 통보에 대한 절차, 이의신청과 구제의 신속성을 보장하는 방향 등으로 개선책이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넷째, 질서유지인이 있더라고 관할 경찰서장이 고속도로와 전국 95개 주요 도로의 행진을 제한할 수 있다. 현행 집시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의 별표상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는 서울에만 15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실제로 행진이 가능한 서울시내의 도로 대부분이 포함된다. 결국, '교통소통원활'이라는 막연한 기준에 의해 모든 도로행진은 제한될 수 있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제 시청앞 촛불집회, 광화문·종로에서의 거리행진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다섯째, 소음규제규정도 문제이다. 소음기준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성에 있어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군중이 모인 집회에서 기준초과에 대한 시비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사실상 '침묵시위'를 강요하게 될 우려가 있다. 관련법률(소음진동규제법)에 의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을 통해 당사자간 이해관계가 조절되어 왔음을 고려할 때, 경찰이 개입하여 직접적인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재량권의 부여이다.


여섯째, 초중고교나 군사시설 주변 집회 금지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문제, 군대 특히 미군문제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제약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특정장소에서의 특정한 집회방법이 규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집회 시위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고,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4. 최근 사회적으로 부안사태, 농민시위 등 집회시위의 과격화 양상이 심화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청과 국회 행자위, 국회 법사위는 이와 같은 일시적 여론에 편승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의사소통의 구조가 원활치 못하다는 것인데, 소통구조를 뚫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적인 잘못된 처방이다.


우리는 집시법 개악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국민적 여론 수렴을 통해,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헌법재판소 제소는 물론이고, 집시법 안 지키기 범국민운동을 촉발시켜 오히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임이 자명하다. 국회와 정부는 각성하라!

전체 1,92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9
[인권연대 53호] 인권현장,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hrights | 2017.08.17 | | 조회 157
hrights 2017.08.17 157
18
[인권연대 53호] 우리 가운데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
hrights | 2017.08.17 | | 조회 162
hrights 2017.08.17 162
17
[인권연대 52호] 2003년 후원자 명단
hrights | 2017.08.17 | | 조회 288
hrights 2017.08.17 288
16
[인권연대 52호] 인권연대에 도움 주신 분들(11월)
hrights | 2017.08.17 | | 조회 179
hrights 2017.08.17 179
15
[인권연대 52호] 인권연대 주요 활동(11월)
hrights | 2017.08.17 | | 조회 173
hrights 2017.08.17 173
14
[인권연대 52호] 인권현장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hrights | 2017.08.17 | | 조회 151
hrights 2017.08.17 151
13
[인권연대 52호] 밥 딜런(Bob Dylan)의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아는 대답)
hrights | 2017.08.17 | | 조회 373
hrights 2017.08.17 373
12
[인권연대 52호] 집시법 개악은 갈등만 증폭시킬 뿐
hrights | 2017.08.17 | | 조회 238
hrights 2017.08.17 238
11
[인권연대 52호]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1년, 인권분야의 진전은 하나도 없었다.
hrights | 2017.08.17 | | 조회 218
hrights 2017.08.17 218
10
[인권연대 51호] 인권연대에 도움 주신 분들(10월)
hrights | 2017.08.17 | | 조회 262
hrights 2017.08.17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