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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교도소, 좀 더 밝고 따뜻했으면...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5:00
조회
378

 교도소, 좀 더 밝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 영등포교도소 방문기


 이연옥/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영등포교도소는 사무실에서 전철로 1시간 걸려 도착한 고척동에 있었다.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소장실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영등포교도소는 1949년에 부천형무소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50년 넘게 버텨온 건물은 꽤 어둡고 낡아 있었다. 현재 1,200여 명이 수용되어 있으며, 모두 남자 기결수라고 했다. 서울에 있어 의료시설을 빠른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환자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전국 최대 직업훈련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출력수(일과시간에 일을 하러 나가는 재소자)사동을 들러보았다. 출력수 사동은 대개 6명에서 10명이 한방에서 생활한다고 하는데, 대략 3평이 되지 않는 크기였다. 우리가 들어가 본 방은 봉제작업을 하는 분들 8명이 같이 생활하는 방이었는데, 그 좁은 방에서 8명이 먹고, 씻고, 자고, 쉬는 것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니 ‘많이 불편하겠다’ 싶었다. 같이 생활하는 사람 중에 잠버릇이 심한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겠구나 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어깨를 다닥다닥 붙여야만 겨우 모두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겨울이기에 그나마 체온이 고맙겠지만 여름엔 짜증 날 테고 다툼과 갈등 또한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어 보였다.


 좁기는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덩치가 좀 있는 사람이 쓰기에는 많이 불편할 듯 했다. 더구나 한편에 세숫대야와 수도꼭지가 있는 걸로 봐서는 간단한 세면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쭈그리고 앉으면 꽉 차는 공간에 수세식 변기를 제외하면 발디딜 틈도 없는 곳에서 세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리 재소자들이라고 하지만 이는 너무나 비인격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


 그나마 난방이 복도 난로에서 방바닥 온돌로 바뀌었고, 지난해 창호를 샷시로 교체한 것은 다행으로 보였다. 또 최근에야 커피 등의 기호식품도 사먹을 수 있게 되었고, 재소자들의 책과 생필품에 잡지에서 취향대로 오려붙인 사진 등이 붙어있는 것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옛날보다는 자유로워졌다”는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생활공간이라고 생각하니 여기저기 들여다보고 열어보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런 간섭과 관심이 그래도 교정시설의 문제점과 재소자 처우를 하나씩 나아지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의무감과 호기심으로 열심히 살폈다.


 비인격적인 생활공간


 취사실과 목욕실을 거쳐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들른 작업장은 인쇄공장이었는데, 15명 정도의 재소자가 한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주로 재소자들이 쓰는 민원 서식들과 법무부 출간도서나 수첩 등 관공서에 납품하는 것들이었다. 교정협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교정>도 여기서 인쇄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자랑삼아 “교도소 안에서 만든 물건들이 워낙 싸서 외부의 다른 경쟁업체들이 민원을 넣을 정도”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밖에서 1,000원 하는 공책을 여기서 350원에 만들 수 있는 것은 ‘징역(懲役, 혼내고 일을 시키다)’이라는 형벌에 의해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재소자들의 고된 노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미 자유를 박탈당한 재소자들에게 노동력 착취라는 벌을 더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일을 하는 재소자에게는 제대로 임금을 주어야 한다. 짧게 보면 제품의 질이 더 좋아질 것이고, 길게 보면 그 임금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명한 교도관이라면 ‘경쟁 업체의 민원’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징역형 재소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되어야 할텐데….’라는 말을 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등포교도소의 자랑거리인 직업훈련소를 둘러보았다. 꽤 규모 있게 지어진 2층 건물인 직업훈련소에서는 제과제빵, 디자인, 건축, 용접, 차량정비, 미용, 조리 등의 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 1979년부터 직업훈련을 시작했으며, 훈령생은 전국 교도소에서 뽑고 있다고 했다. 기간은 6개월부터 2년 과정이며 제과제빵과 용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직업훈련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출소 후 재사회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인데 원하는 반을 더 늘여서라도 필요를 채워 주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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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교도소 전경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재사회화에 실질적 도움 주는 직업훈련이 되어야


 직업훈련소를 거친 재소자들의 취업실태를 물어보았다. 직업훈련을 받은 재소자들의 재범율은 전체의 1/3이 수준이긴 하지만, 사실 취업률이 그리 좋진 않다고 했다. 자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출소자들을 고용하려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출소자들도 교도소에서 연결해 주는 직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소개해 취업을 할 경우 출소자인 것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을 의식해서라고 설명했다. 담당 직원은 출소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보증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나름대로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직업훈련은 가석방 점수를 따거나 수형성적을 좋게 하는 것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출소자들의 취업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 자체의 ‘보증제도’와 같은 소극적인 접근이 아니라, 장애인고용지원책처럼 출소자 고용 시 세금감면 등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한다면 출소자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출소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를 둘러보면서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나마도 회색과 하얀색뿐이었다. 위화감 조성을 염려해 다른 색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교정정책의 무미건조함만큼이나 영등포교도소를 둘러본 전체적인 느낌은 어둡고 추웠다. 단지 건물이 50년이 넘었기 때문만은 아닌 듯 싶었다. 거실, 복도, 취사장, 작업장, 직업훈련소 어느 곳 하나 밝은 곳이 없었다. 그나마 따뜻한 날이었지만 드물게 놓인 연탄난로만으로는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소자들은 어떻겠는가. 사회에서 격리되었다는 마음만으로 충분히 추울텐데, 거기다 어둡고 육체적 추위까지 감내해야 한다니…. 비록 죄를 지어 갇힌 몸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밝고 따뜻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설이 낡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밝고 따뜻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적인 대접을 받았다는 ‘따뜻함’을 입고 출소한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마음에서 멀리 서지 않을까? 법무부에서 만든 홍보자료처럼 교정직원과 수감자 모두 만족하는 ‘생활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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