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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호]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대 역할과 한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7-21 16:13
조회
839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현 경상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


 경찰은 2015년 11월 14일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권력에 따라 춤추는 권력기관” 1) 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다는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인의 규명 및 책임자의 사과 여부를 두고서 ‘나 몰라라’하던 박근혜 정부의 경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경찰위원회(현 국가경찰위원회)는 1991년 경찰청 시대의 출범과 함께 경찰운영의 민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를 위해 도입되었지만, 경찰의 이러한 태도에 시종일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2017년 11월 경찰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경찰개혁을 추진한 경찰개혁위원회는 이러한 경찰위원회에 대해 “명목상 심의·의결기관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문기구화하였고, 형식적·상징적 역할을 수행하는데 불과한 상태로 명맥만 겨우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민주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진단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의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위원회 실질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지 이름만 ‘국가’경찰위원회로 변경되었을 뿐이다.


 사실 경찰위원회는 (대통령이 경찰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둔) 이승만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줄곧 제시되어왔다. 이는 한편으론 중앙집권화된 일원적 국가경찰이 그간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정권유지를 위한 경찰로서 경찰권을 거리낌없이 행사해온데 대한 역사적 반성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경찰임무의 특성상 (누구를 위한 치안이냐에 관계없이) 치안 그 자체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경찰의 한계도 작용한다. 이것이 ‘계급의, 계급에 의한, 계급을 위한’ 경찰조직문화와 결합하여 정권을 위한 치안으로 이어져왔던 거다. 경찰의 민주적 법집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다른 한편으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정치로부터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때 가능하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경찰과 정치는 ‘야누스의 얼굴(Janus-faced)’과 같이 그 속성상 복잡하게 서로 얽힐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경찰이 정치적 존재로 인식되지 않기 위하여 1887년까지도 경찰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런던수도경찰청장 David McNee(1977-1982년 재임)는 심지어 “나는 경찰이 된 이후로 한번도 투표권을 행사해본 적이 없으며,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후로는 투표권 그 자체를 아예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할 정도였다. 2) 이는 1960년의 3.15부정선거는 물론,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수사 등에서 보여준 우리나라의 경찰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삼성노조원 시신 탈취사건에 정보경찰이 가담한 사례처럼 경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정치권력에 대한 편향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본권력, 언론권력 등 권력 카르텔에 대한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경찰 역사는 경찰행정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대표적으로 1991년 경찰법 제정을 통해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의 보조기관에 불과한 치안본부를 중앙행정기관인 경찰청으로 변경하고,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경 수사권조정으로서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준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처럼 독립성이 확보된 경찰은 그렇지만 독자적으로 정치권력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경찰은 경찰활동과 관련한 정보와 소통 채널, 그리고 지식을 거의 독점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찰이 그 자체로 정치권력화 된다면 선출직 또는 정치적 임명직 인물들이 오히려 경찰의 선호와 이해를 위해 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키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경찰개혁을 위한 경찰법 개정과 관련하여 “경찰 스스로 국정과제 보고에 밝혔듯이 무려 19차례나 의원실을 돌며 경찰법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입법로비”활동 3) 및 경찰내부적 견제장치로 기대했던 경찰직장협의회의 조직이기주의적 입장은 경찰이 이미 하나의 정치적 존재로 발전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느 관료와 마찬가지로 경찰도 더 이상 주기적으로 변동하는 정권이나 권력자들에게 종속되는 경찰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체로 변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의도한 ‘경찰은 제복입은 시민’이라는 경찰의 구호는 어쩌면(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한 민주적 통제, 자치경찰제를 통한 경찰권 분산 등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허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권력기관 개혁이 오히려 권력기관인 경찰에게 더 많은 힘을 줘버린 이상한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만큼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가’라는 글자만 추가된 국가경찰위원회가 여전히 필요한가?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해 도입된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의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고 그와 관련하여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반면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임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지만, 경찰청에서 준비하고 의도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법률 개정 전에라도 실현가능한 위원회의 통제·감독 기능 강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안쓰러운 노력 4) 이 시도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국가경찰위원회가 과연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시된 ‘실질화’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경찰개혁이 일단락된 현 시점에서 ▲위원회 소속 변경(행정안전부에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합의제 행정기관 ▲위원 수 확대 ▲위원장 상임 및 상임위원 수 확대 등으로 수렴되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는 입법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려는 노력과 지금까지의 수동성을 극복하려는 과감한 도전이 더 필요하다. 다만, 그러한 시도가 단순히 월평균 상정 안건 수의 증가, 수정·재상정 의결 비율의 확대 등에 머물러서는 안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이 경찰청에서 준비하고 의도한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에 만족한다면, 국가경찰위원회는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한다.


1) 2018. 1. 28.자 경향신문,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 사인도 사과도 ‘권력 따라 춤췄다’
2) McNee, D., “The Queen’s Police Keep the Peace”, 1975. 9. 25.자 The Guardian, p. 25.
3) 이재근, ‘경찰개혁’ 은 어떻게 용두사미가 되었나?, 경찰개혁 현황과 과제, 2021. 39면.
4) 박정훈, 30주년 맞는 국가경찰위의 과제·사명, 2021. 7. 1.자 경향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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