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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지역’에 대하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6-24 15:40
조회
63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당진에서 일한 지 어느덧 9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자라면서 줄곧 대도시만 경험했던 내게 당진이라는 작은 소도시는 낯선 곳이었다. 아무 연고 없이 처음 와본 곳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지역’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 대도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읍·면, 리’ 등의 행정구역조차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당진에서 보낸 시간 동안 적지 않게 들었던 말은 “여기서 경력 쌓고 더 큰 곳으로 가야지”라는 말이었다. ‘지역’의 가치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역은 벗어나야 할 공간으로 여겨졌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 때문인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인천으로, 부산으로 떠났다. 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경제성장 정책이 성장거점 개발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구밀집 현상이 기형적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지역은 떠나야 할 곳으로 여기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서울과 대도시는 좋은 곳, 지역은 안 좋은 곳이라는 인식은 지역주민들이 서울·수도권에 대해 갖는 열등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울이나 인천에 올라가 자리 잡은 고향 동창들은 성공한 인물로 그려지고, 고향으로 낙향한 친구들은 타지에서 실패한 뒤에 돌아온 패배자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서 뜻을 펼치고자 다시 돌아온 사람들도 많다.


 이곳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살면서는 중앙언론(상당히 중앙집권적 표현이다. 전국언론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은 대단한 곳, 지역언론은 하찮은 곳이라는 인식들이 불편했다. 전국언론과 지역언론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데, 지역신문은 영향력도 별로 없는 그렇고 그런 매체로 여기는 것에 대해선 지역신문 기자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사진 출처 - istockphoto


 당진에 지역신문이 없었다면 1조 원에 달하는 지자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감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립박물관과 시립극단, 특정인을 위한 문학관 추진과 같이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예산과 사업을 무산시키는 역할을 수도 없이 해왔다.


 또한 시민들에게 지역의 이슈를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며 공론화의 장으로서 역할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지역 이슈는 주민들의 집단화된 목소리로 이어졌고, 중부권 특정폐기물 처리장 설치 문제나 당진항 지정, 가축보험 제도 개선 등 국가의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전국언론에서는 지역신문을 모니터해 지역에 사는 화제의 인물 등에 대해 재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당진시대 기자들은 우리가 보도한 인물들의 연락처를 묻는 방송사 작가의 연락을 수시로 받는다. 지역공동체의 활동을 확대하고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것 또한 지역신문의 역할이다. 실제로 지역신문이 잘 자리 잡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주민들의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지역 또한 대도시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똑같은 사회다. 정부와 국회가 있듯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있고, 예산부터 조직과 인사, 그리고 각종 용역과 계약, 건설 등 곳곳에 부조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반드시 지역언론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지역이 서울·수도권의 변방이 아닌, 똑같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사회로 여겨지길 바란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발전 수준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임아연 위원은 현재 당진시대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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