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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정책토론회 - 국가의 기억과 돌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5-28 14:14
조회
200

월간 <인권연대> 편집부


 5월 22일, 들고 나는 이사짐으로 어수선한 국회를 찾았습니다. [국가의 기억과 돌봄]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민 중심의 보훈을 위한 과제와 개혁 방안’을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였습니다.


 2018년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권고했던 개혁방안들이 국가보훈처장의 교체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주로 논의했습니다.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닌데, 갑자기 보훈정책의 기조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용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보훈혁신위)>가 마련한 개혁 방안이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살피고, 일상적인 보훈 혁신을 돕기 위한 자문기구인 <국가보훈처 정책자문위원회(정책자문위)>를 해체해버린 상태였기에 토론회를 통해서라도 개혁과제를 다시금 꼽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토론은 양영철 제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보훈혁신위와 정책자문위에 모두 참여했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보훈처의 개혁의지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보훈처 직원들은 제안을 수용하고 지원과 협력을 약속하는 대신 추진상의 난점만을 반복해 거론했고, 다소 민감한 주제들은 추진을 지연·회피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역전시키기도 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반개혁적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정책자문위에는 담당 과장조차 반복적으로 출석하지 않는 등의 사보타지를 벌였습니다. 권력관계에 민감한 관료들의 그와 같은 행태는 모두 보훈처장의 반개혁적 태도에 잇달아 있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지난 보수정권 아래 퇴역군인의 문제만을 다루면서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직무유기나 태업을 일관해왔다”며 보훈처의 그동안의 행태를 지적하면서, 보훈혁신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상상한 보훈처는 “역사, 기억, 나라사랑, 명예심, 민주발전, 사회공헌, 선양과 애도를 아우르는 실용주의적 다원주의적 정치교육의 잠재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보훈 혁신을 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허약하게 만든다. 국가보훈처는 독립, 호국, 민주 등의 분야들에 적절한 비중을 두는 데 실패했다”면서, “희생자 또는 유공자 간의 형평성, 유공자와 일반 국민 간의 형평성, 국가공동체의 책임과 국민의 상식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주요 과제를 점검해야 하며 공적 판단을 위해서도 보훈처의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는 기억 활동으로서의 국가 보훈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가보훈활동이 난민이나 이주민, 차별받는 사람들, 약자, 소수자를 지켜내고 국가주의의 팽창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배움터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민주공화국에 대한 헌신을 ‘현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당한 명령에 맞섰거나 억압을 견디다 못해 쓰러져간 군인들의 넋을 기리는 ‘인권’지향적 민주주의의 접근법을 양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토론을 맡은 소현숙 한양대 교수는 식민지 경험이 없는 서구에서의 보훈은 대체로 “전몰군경을 위한 제도”였지만, 한국의 경우엔 “식민지와 민주화투쟁의 경험이 있기에,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립과 민주에다 사회적 공헌까지를 당연히 포괄하는 한국 보훈 개념과 대상의 확장은 “인류사적인 맥락에서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참전 말고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거나 희생되는 일이 적지 않으니, 전몰 유공자 프레임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오항녕 전주대 교수는 조선시대의 보훈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임진왜란 직후의 공훈이 왜적을 얼마나 많이 죽였나에만 국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곧 전쟁과정에서 곡식을 내거나, 군량 운반, 군량 모집,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자신은 희생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고 포상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예에 비춰봐도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오 교수는 “한 나라가 보훈(報勳)하는 범위가 곧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하는 범위이기도 하”다면서, 보훈 개념의 확장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오 교수는 “박삼득 처장의 임명은 촛불정부의 등장 이후 이루어진 보훈혁신을 발전적으로 키워나가기보다 아예 중단하게 만들었다.”면서 ‘역사적 퇴행과 반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은 보훈이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싶다면서, 보훈이 기본법의 규정처럼 “군 중심적 보훈을 공공성에 기반한 시민사회까지 포섭하는 보훈으로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확대가 필요한 까닭은 새로운 상상력이기보다는 ‘보훈관계법령에서 말하는 보훈의 개념이 “좁은 의미의 호국은 물론 민주와 사회적 공익의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 회원들도 여럿 참석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박덕진 사무국장은 최근 국가보훈처의 행태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지금 서대문에 짓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는 임시정부 군무부장인 약산 김원봉 선생이 포함되지 못한다면서, 국가보훈처의 극단적인 업무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애써 축소하고, 민주유공자는 오로지 4.19와 5.18로만 한정하는 국가보훈처의 행태가 과거 군사원호청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김추백 기금’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김추백 선생은 1977년 ‘재일교포 실업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분입니다. 김추백 선생의 가족들께서 기부해주신 성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국가기관 개혁활동에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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