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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1호)우리 신부님은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3 11:46
조회
253
고인이 되신 김승훈마티아 신부님은 그동안 인권운동의 든든한 버팀목이셨습니다. 신부님의 각별한 사랑과 격려를 기억하며 박노해시인의 시 한편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 신부님은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박노해/ 시인
스스로 꽃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김승훈 마티아 신부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제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어두웠던 지난 시대에 젊음을 다 바치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말없이 앞을 뚫어보시지만
우리 신부님은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변함없이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오늘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