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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1호)인권현안 따라잡기-백기투항으로 끝난 화물연대 파업, 이렇게 잊혀져도 되는가
백기투항으로 끝난 화물연대 파업, 이렇게 잊혀져도 되는가 - 인권연대 편집부
8월 21일부터 이른바 '물류멈춤투쟁'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지난 8월 파업을 끝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파업을 끝내면서, "더이상의 투쟁은 조합원의 피해 및 국가 경제적 파장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특히 추석을 앞둔 물류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말이야 어찌됐든 사실상 화물연대가 백기투항을 한 것이다.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는 화물연대의 백기투항이 지난 5월 1차 파업의 승리에 도취된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판단에 따른 전략 실패와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와 신속한 대응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도부가 백기투항한 상황이니,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와 신속한 대응" 운운하는 오마이뉴스의 천박한 인식에는 그저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또 하나의 권력추종형 관변언론의 탄생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마이뉴스가 말하는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과 신속한 대응"이란 무엇인가?
얼마든지 따져봐도 좋지만, 화물연대는 실제로 폭력이나 점거를 수반하지 않는 평화적인 방식의 투쟁을 전개하였다.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이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의 인정'인데, 정부는 줄곧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며,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개인사업자들이 일을 하지 않겠다며 집에서 쉬는 것까지 어떻게 정부가 관여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단순 운송거부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고 어이없는 협박을 해댔고, 이는 민변의 지적대로 "적용대상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죄목을 들고나와 이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사고일 뿐"이다. 민변은 파업이전부터 협박을 서슴지 않는 정권에게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까지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형벌을 협박수단으로 하여 국민의 생존권 주장을 공권력으로 침묵시키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하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응하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업무복귀 명령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협박했다. 정부가 업무복귀를 명령하였는데도 이에 복종하지 않으면 형벌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의무만을 강조하겠다는 것인데, 파시즘의 냄새가 풀풀 나는 발상이다.
이에 대해 역시 민변은 8월 30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을 하라고 요구하는 업무복귀명령제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사고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오로지 '경제'라는 목표에 종속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어디 이런 협박 뿐인가. 화물연대 지도부가 머물고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벼르기도 하였고, 또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강제 연행하고 조사과정에서 경찰의 폭력과 가혹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기도 하였다. 절대로 하지 않겠다던 밤샘조사도 진행되었고, 연행된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업무복귀각서'의 작성을 강요받았으며, 작성하지 않으면 풀려나지 못한다는 협박을 받아야 했다. 이 각서에는 업무복귀 후 확인도장을 받아 제출할 것과 집회에 불참할 것을 서약하도록 되어 있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니고 있기에 당연히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집회의 자유, 노동할 권리 등의 헌법적 기본권을 옹호할 책무를 지닌 대통령과 그가 지도하는 정부에 의해 화물연대는 처절하게 유린당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진상은 철저히 가려졌다. 복귀율은 조작되었으며, 언론은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도 다르지 않았다. 깨질대로 깨지고, 상처입은 화물노동자들은 스스로 싸움을 접고 백기투항을 했다.
자,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 도대체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탄생한 참여정부가 이렇게 전체주의의 면모를 과시해도 되는가. 어떻게 출범한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정권이 이럴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