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탄핵, 행정부 견제 위한 헌법상 책무(경향신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3-31 09:34
조회
334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대통령제 국가에서 입법부와 사법부는 행정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행정부가 독주하면, 입법부와 사법부가 통제할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위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무원은 한통속이기에 대책도 별로 없다.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행정부에 속한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단죄할 기회조차 없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다행히 우리 헌법은 이럴 때 쓰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바로 탄핵이다. 고위공무원의 위헌·위법 행위를 따져 국회의 소추와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파면하는 제도다. 헌법과 법률의 규범력을 확보하려는, 곧 민주헌정 질서를 위한 안전장치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때문에 시민들에게도 익숙한 제도다. 그렇지만 실제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 전 대통령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닐 텐데도 그렇다. 탄핵은 헌법 제정 이후 75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공무원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소추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더불어민주당 의석만으로 고위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제외하곤 탄핵소추를 받은 고위공무원은 없었다. 국회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탓이다.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동시에 책무다. 그러니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무원이 있는데도 탄핵소추가 없었다면, 그건 국회의 직무유기다.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때 적용하는 형법 범죄다. 그만큼 심각한 일이다.


윤석열 정권이 남발하는 이른바 ‘시행령 통치’는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전형적인 위헌·위법 행위다. 검찰 수사권을 늘리려는 꼼수나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은 모두 시행령만 바꿔 진행한 일이었다. 국정을 좌우하는 전·현직 검사들이 그래도 법을 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죄질이 나쁜 위헌·위법 행위다.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인 법무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과 책임 있는 자리에서 일하는 검사들은 모두 탄핵 대상이다.


문제는 탄핵 대상은 많은데, 실제로 탄핵을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다. 지금 이 순간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탄핵소추하면, 그의 국회의원 출마를 도와줄 거라는 식의 정치적 셈법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탄핵은 면밀하게 검토하되 탄핵 대상이 되면, 탄핵소추를 하면 그만이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니 국회는 국회의 일만 하면 된다.


경찰청장도 탄핵대상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번 총경 인사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빠짐없이 좌천시키는 보복 인사를 했다. 아무 잘못이 없기에 징계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복수직급제를 활용해 총경 계급을 경정 계급의 보직으로 쫓아냈지만, 어떤 사람은 법령의 근거조차 없이 경감 계급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경찰청장이 법령의 근거도 없이 위법 부당한 인사를 자행하는데, 국회는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헌법상 권한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야 정부의 잘못을 감싸기 급급하다 쳐도, 연일 ‘검사 독재’를 규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이 보장하는 쓸모있는 제도를 회피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지만, 검사들 중에 기소된 사람은 없었다. 이런 대목이 바로 ‘검찰공화국’의 면모다. 이 중 검찰을 그만두고 대통령실 요직을 차지한 사람은 탄핵대상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지만, 현직 검사로 일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검사도 탄핵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면, 검사의 불법적 준동도 막을 수 있다. 이게 일벌백계의 원리다.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없는 것은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의지와 태도의 문제다. 정권은 빼앗겼지만, 국회 다수당으로서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웰빙 정당’으로서의 자기만족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위헌·위법 고위공무원에 대해 당장 탄핵에 나서야 한다. 말로는 ‘검사 독재’라며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관심은 온통 내년 총선에서의 정치생명 연장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야당 의원들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체 4,00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12
[한겨레21] 불체포 특권은 모든 시민의 기본권이다
hrights | 2023.06.19 | | 조회 557
hrights 2023.06.19 557
3911
탈북청소년 장학금 논란'에…"경찰도 이랬다간 난리나"
hrights | 2023.06.12 | | 조회 455
hrights 2023.06.12 455
3910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부, 애먼 시민단체 표적 삼아 국면전환"
hrights | 2023.06.12 | | 조회 362
hrights 2023.06.12 362
3909
시민단체 보조금 비리, 혈세에 빨대" vs "길들이기 우려"
hrights | 2023.06.12 | | 조회 296
hrights 2023.06.12 296
3908
36주년 6월항쟁 계승 비상시국 대회, 윤석열 정권 정면 비판
hrights | 2023.06.12 | | 조회 228
hrights 2023.06.12 228
3907
“경찰의 폭력 진압, 법 집행 아닌 범죄!”오창익 인권연대 국장 “기동복 차림 윤희근, 싸우겠다는 의지! 싸우라는 독전의 메시지!”
hrights | 2023.06.12 | | 조회 249
hrights 2023.06.12 249
3906
정동칼럼 ‘자유’를 모독하는 대통령
hrights | 2023.05.30 | | 조회 523
hrights 2023.05.30 523
3905
"시민운동을 가장한 비즈니스"‥'시민단체 전담 TF' 발족
hrights | 2023.05.26 | | 조회 402
hrights 2023.05.26 402
3904
제주에 세워진 오월걸상
hrights | 2023.05.19 | | 조회 386
hrights 2023.05.19 386
3903
제주의 4월과 광주의 5월, 함께 기억하고 보듬다
hrights | 2023.05.19 | | 조회 269
hrights 2023.05.19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