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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검의 실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하나 하나 짚어보니 (KBS, 2020.11.2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1-24 10:53
조회
208

최근 제주지방검찰청의 실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억울하게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 암 투병을 하며 3년간의 재판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노인, 무죄 판결 이후에도 사실상 구금됐던 미등록 외국인 등 가슴을 치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이 때문에 빚어진 피해는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경찰이 정확히 수사했는데 검찰에서 흐지부지됐어요. 범인은 BJ에게 돈을 털리니까 알게 모르게 여자에게 굉장히 앙심을 품은 모양이죠. 한 번도 아니고 여섯 번이나 찔렀는데…. 낙지 탕탕이 아십니까... 그렇게 잔혹하게 흉기로 난도질을…."


지난 8월 제주에서 한 남성이 편의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위협해 현금 1만 원을 훔치고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는데요.


지난 11월 16일 1심 결심공판 직후 피해 여성의 유족이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회견을 열어 울분을 토했습니다. 피고인 강 모 씨에 대해 검찰이 부실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에섭니다.


■ "CCTV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검찰 공소장에 유족 '불신'


회견에서 유족은 "CCTV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는 걸 검찰이 공소장에 잘못 적었다."라고 주장하며 "경찰 조사에서 어느 정도 초동 수사는 됐다. 그런데 왜 검찰에 와서 세밀하게 조사할 분들 이렇게 어리숙하게 했는지... 바로잡아줬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유족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의 변경 전 공소장을 들여다봤습니다.


공소장에는 '피해자가 양산을 휘두르며 계속 저항하자 흉기로 찔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KBS가 단독 보도했던 사건 현장 CCTV 영상도 재확인했는데요. 피해자가 밭으로 굴러떨어지기 전 이미 양산을 놓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습니다.


이후 범인은 밭으로 굴러떨어져 쓰러진 피해자 곁에 따라가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밭으로 들어가 양산으로 계속 저항하는 피해자를 찔렀다'는 내용은 CCTV 영상과는 다르다고 유족 측이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가슴에 묻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아버지 김 모 씨는 "억울하게 허무한 삶을 살다간 딸이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가는 것 같아 아버지로서 정정하고 싶다"며 "범인이 위협해 밭으로 떨어진 딸은 아무런 반항을 못 했는데 6번 난도질하듯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갸웃한 점은 또 있습니다.


첫 공판 때 재판부가 검찰 기소 사실에 대해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건데요. 검찰이 처음 제출한 공소장에는 범인이 피해자의 현금 1만 원과 휴대전화, 체크카드를 빼앗은 시간대가 구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 사건 당시 용의자는 현금 1만 원만 가져갔습니다.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지 5시간 가량 지난 다음 날 새벽 사체 은닉을 시도하려 범행 장소에 다시 돌아왔고,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덮개에 껴있던 체크카드까지 가져갔습니다.
사체 은닉에 실패한 당시 용의자가 피해자 휴대전화를 범행 장소와 꽤 떨어진 곳에 버리면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한 경찰 초기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는데요.


이 내용은 첫 공판 당시 재판부 질문에 피고인이 직접 자백했는데, 사실은 이보다 앞서 경찰 수사 브리핑에서도 발표됐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첫 공판 때 재판부의 공소사실 변경 요구를 받고 나서야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CCTV 증거 영상을 확인하고 공소장을 작성했는지 기자의 질문에 제주지검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자세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유족의 입장에서 일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유족에게 관련 설명을 하고 의견을 청취했으며, 이를 반영해 재판 중에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또 가해자가 피해자의 물건을 2차례에 걸쳐 가져간 부분과 관련해 검찰은 '2차례의 행위를 모두 강도살인죄에 포섭해 기소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와 법리적 판단이 다를 경우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여지도 있어 주위적으로 강도살인죄를 유지하면서 보충적으로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사건 날짜를 보도자료에 잘못 기재하는 실수도 했습니다.


검찰은 사건 발생 날짜 8월 30일과 8월 31일을, 8월 3일과 4일로 잘못 적었습니다. 이러한 오기는 취재기자단의 재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바로잡혔습니다.


■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잘못 기재' 대법원까지 간 개물림 사건


65살 택시운전사 홍 모 씨는 자식 같은 개를 키우며 외로움을 달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러한 홍 씨의 일상은 3년전 벌어진 '개물림 사건'으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50대 남성이 홍 씨네 집 개에게 다리를 물렸다며 홍 씨를 고소했기 때문인데요.


홍 씨는 당시 개 목줄도 채워졌고, 피해를 주장하는 남성이 오히려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 과실이 없다고 생각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검찰 상고로 대법원까지 가면서 무려 3년간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항소장을 잘못 작성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2년 전 검찰이 작성한 항소장 일부입니다.


홍 씨 사건에 대한 판결 주문으로 '징역 1년'이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홍 씨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개 물림 사건(과실치상)에 대해선 무죄, 병합된 사건(모욕죄)에 대해서만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한마디로 검찰이 항소장에 판결 주문을 잘못 입력한 겁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재판의 결론에 해당하는 '판결 주문'이라는 용어를 모르고 재판 과정이 생소했던 고령의 홍 씨는 이 항소장을 보고 '검찰이 나에게 징역형을 때렸다.'라고 믿게 됩니다.


이 때문에 홍 씨는 '까딱 잘못하면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홍 씨의 오해를 곧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항소장을 잘못 기재한 검사였는데요.


제주지검은 당시 기자의 취재를 통해 지난해 5월 항소장 오류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홍 씨에게 항소장 내용에 오기가 있었다고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검찰은 홍 씨에게 내려진 일부 무죄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무죄를 받기까지 3년 사이 홍 씨는 후두암 수술을 받았는데, 재판과 치료를 병행하며 몸과 마음도 피폐해져 기자에게 죽고 싶다고까지 토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개물림 사건(과실치상) 무죄가 확정된 받은 홍 씨는 "검찰에게 잘못을 인정하거나 바로잡는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며 "개인택시 운전사니까 사람으로도 안 알았겠지."라고 깊은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지검은 "항소장에 기재된 1심 판결선고 내용은 항소 이유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재판 기록상 오기임이 명백한 것이어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고 심리에 영향을 미친 바도 없다'며 '향후 오타 등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항소장에 잘못 기재한 사실을 인지한 뒤 조직 내 대처나 업무 과실에 대한 문책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 피고인에게 항소장 오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 '최근까지 이의제기가 된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사람이든 기관이든 착오할 수 있다. 착오할 수 있되, 착오를 인지했을 때 빨리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검찰 활동도 서비스인데 권한을 위임한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검찰 활동은 행정 활동이고, 모든 행정활동은 통제가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무죄 판결에도 넉 달간 사실상 '가둔' 중국인 성범죄 사건


최근 제주지검은 외국인의 기본권 침해 논란도 빚었습니다.


지난해 말 중국인 여성 C 씨를 강간한 혐의 등으로 올해 초 재판에 넘겨진 불법체류 중국인 B 씨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피해여성 C씨가 재판 기간 돌연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거 능력이 문제가 돼 피고인 B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이후 2심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증거로 채택됐음에도, 강간 혐의 유죄 입증을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B씨는 최근까지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시설에 갇혔습니다. 1심 무죄 판결 후 발부된 구속 영장도 없는데, 항소심 선고가 있기까지 넉 달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놓여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 겁니다.


B 씨는 검찰의 상고 포기로 지난 16일 출국정지 조치가 해제됐고, 구속 이후 11달 만에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2심 최후 진술 당시 B 씨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다시 출국 정지를 당하고 갇혀 폐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돈을 버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열 달 가까이 중국에 돈을 보내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아버지와 저는 죽게 된다"고 호소했다고 B 씨의 변호를 맡은 성정훈 변호사는 전했습니다.


성정훈 변호사는 "구속된 상황에선 하루하루가 고통이라 재판 절차를 빨리해야 한다"며 "검찰이 피해여성에게 연락해 '한국에 안 오겠다'고 하면 국제사법공조 신청을 바로 해버리면 되는데, 계속 늦어져서 6월에서야 요청한 것"이라고 검찰의 조치를 지적했습니다.


성 변호사는 또 "1심에서는 단순 절차 때문에 무죄가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서는 실제 내용을 전부 들여다보니 이 사람은 기소되지 말았어야 될 억울한 사람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이라며 "이제 굉장히 문제가 심각해진다. 무죄가 났는데 왜 내가 이렇게 구금돼야 하느냐고 피고인이 얘기를 계속 해왔다. 그럼 변호인인 나조차도 이유를 설명해주기가 어려웠다"고 난감해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지검은 '피고인이 보호조치된 것은 출입국관리법위반죄로 유죄 선고돼 강제 출국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검찰은 '중요 강력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피고인에 대해 출국 정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보호조치 기간이 통상의 경우보다 다소 길어졌을 수 있으나 이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검찰의 외국인 출국 정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년 전 검찰총장에게 개선을 주문했습니다.출국 정지된 사람은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확정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출국정지를 해제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가인권위는 '수사 당시 출국정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재판 과정에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특히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에도 상소와 함께 출국정지를 연장하는 관행이 적절한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필요하다면 당사자의 재판 출석을 담보할 방안을 강구하고 출국정지 해제 또는 연장 요청 시 내부 심의제도 또는 의결기구를 거치는 등의 방식을 모색해 당사자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제도적 방법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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