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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동칼럼] 치안 불안은 어디서 온 것일까(2023.08.1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8-22 09:49
조회
228

길거리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신림동·서현동의 범죄 때문이겠지만, 불안과 공포는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때론 평범해야 할 일상이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의 밤이 그랬다.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던 곳이 참혹한 거리가 되었다. 수학여행이라는 일상적인 일이 참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정부는 언제나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신림동·서현동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검찰·법무부 등에서 대책을 쏟아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전에 나왔던 이런저런 방안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서울 강남역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요 역사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한 정도일 것이다. 대책이기보다 경찰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았다.


 



한국의 치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찰의 인력, 예산, 권한은 꾸준히 늘었고, 과학수사 기법 등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경찰개혁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주요 범죄 발생 건수는 주목할 만큼 줄었고, 범인 검거율은 세계 최고다. 이런 객관적 지표들과 관계없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 치안이 불안하다는 거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경쟁 보도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할 때,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공권력을 믿기 어렵다는 사람들, 자기 안전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며 각자도생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경찰은 많이 발전했지만, 경찰을 믿을 수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태원 참사 당시, 다급한 구조 요청이 빗발쳤지만, 시민의 목숨을 챙겨야 할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퇴근한 다음이라 대통령이 없는데도 경찰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태도로 열심이었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건 그저 듣기 좋은 소리일 뿐, 경찰 활동의 핵심은 대통령이었다.


 

 복지처럼 적극적인 역할이 없는 국가의 최소한을 경찰국가라 부르듯, 치안은 국가 작용의 기본이고 기초다. 그러니 치안을 믿기 어려운 상황은 국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로까지 연결되는 비상 상황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불안은 증폭되고, 마침내 공포까지 불러왔다. 경찰 등 공권력이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은 공권력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경찰은 예전의 권위주의 시절로 완전히 돌아간 것 같다. 민생치안은 외면하고 시국치안에만 골몰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기자회견이나 관혼상제, 문화행사, 종교행사 등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적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유’의 영역이었다. 혹자는 기자회견, 문화제 등을 집시법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로 여기기도 했지만, 자유국가에서 그 정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노동자들의 문화제에 대해서는 ‘야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탄압을 반복했다. 문화제를 시작하자마자 강제로 중단시키고, 참석자들을 해산시키고, 심지어 체포하기도 했다. 헌법과 법률로 보장되던 자유로운 행사가 경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의 실체를 보여주는 비극적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야간문화제’에 100명쯤의 노동자가 참여하면, 경찰은 600~700명의 경찰관을 동원한다. 민생치안 현장에서의 공백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이 관심 있는 곳에만 잔뜩 인력을 투입하는 형국이다.


 


경찰의 이런 불법적 행태는 모두 대통령의 한마디에 기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정부가 불법집회, 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하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존의 집회 대응에 관대한 측면이 있었다”며 일선에 강도 높은 대응을 촉구하는 식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경찰은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통령의 말이나 의중만 좇는 일이 반복되면 민생치안엔 공백이 생기고, 시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치안 공백에 대해서도 잇단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새만금 잼버리는 무책임이란 측면에서 예고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정말 심각한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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