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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중대범죄수사청이 필요한 까닭(경향신문, 2021.03.0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3-05 17:25
조회
171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포문을 열었고, 일선 검사들도 통신망에 글을 쓰거나 언론을 부추기며 반발하고 있다. 여차하면 집회라도 열 태세다. 일부는 사표를 내면서 의지를 불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반복적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제회의가 열리는 중이라 당장 그만두지 못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래도 언성은 높았다. 이번에도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단다. 역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입법 움직임에 대해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이라 규정하나, 서너 달만 있으면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 때문에 수사구조의 근간을 다시 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검찰총장이 미워서라면, 잠자코 시간을 보낸 다음, 코드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면 그만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호불호는 쟁점 축에도 못 낀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개혁이 필요한 까닭은 간단하다. 검찰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은 태어날 때부터 힘센 조직이었지만, 총칼을 들고 설쳤던 경찰과 군대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본격적으로 무소불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검찰의 힘은 국가형벌권을 좌우한다는 데 있다.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형집행권을 독점하고 있으니, 형사사법은 검찰사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죄 많은 사람을 봐주는 일도, 죄 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손봐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공할 만한 수사권을 동원할 수도 있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처럼 별장 성폭력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출국금지라는 엉뚱한 사안을 키우기도 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구속하겠다 벼르며 사건 자체를 호도하고 있다. 같은 검사들이라면 희한한 셈법을 동원해 룸살롱 접대 비용을 100만원 이하로 맞춰줄 수도 있다. 힘이 센 탓인지 남들 시선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패했으면서도 검찰만이 유일한 반부패기관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검찰은 명칭부터 이상한 조직이다. 영어(Prosecution)로는 ‘기소’ 기관인데, 한자(檢察)는 잡도리하고 살핀다는 ‘수사’를 뜻한다. 수사와 기소는 각각으로도 엄청난 권한인데, 이걸 모두 쥐고 있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 그러니 개혁의 핵심은 독점 권한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도록 쪼개는 데 있다.


왜 맨날 검찰개혁이냐는 사람도 있다. 개혁과제가 쌓여 있는데 검찰개혁에만 골몰하냐는 거다. 요란했을지 모르지만, 검찰개혁은 별로 진행되지 않았다. 중요한 성과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1년에 서너 건 정도밖에 수사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되었다. 대통령령 개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간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검찰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지금의 논의과정도 그렇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기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는 게 전부다. 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아니다. 이제 막 공청회를 열어 논의를 시작한 수준이다. 개혁안이 여당 내부에서 힘을 받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급할 텐데 굳이 검찰의 반발을 무릅써가며 전면적 개혁에 나설 것 같지 않다. 자체로 막강한 데다 법조기자단이란 특별한 우군을 지닌 검찰과 싸워봐야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할 것이 뻔하다. 검찰총장의 언행도 4월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행위로 보인다. 일단 이번만 막으면 다음엔 개혁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계산을 했을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여태껏 진행한 개혁은 겨우 반 발짝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는 건 명백하다. 검찰의 독점을 깨지 않으면 검사였던 사람들이 전관 특혜를 받고 떼돈을 벌고, 검찰권이 국민이 아니라 오로지 전·현직 검사들만을 위해 쓰이는 부패구조는 바뀌지 않을 거다. 검찰은 거악을 일소한다며 반부패 수사역량을 강조하지만, 부패의 핵심고리에 전·현직 검사들이 자리하는 경우는 너무 많다. 검찰이 한 손에 쥔 권한을 쪼개는 것 말고는 어떤 대책도 검찰의 부패를 막을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각각 서로 다른 독립기관이 나눠 맡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견제와 균형이야말로 부패를 없앨 가장 실효적인 처방이다. 부패는 독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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