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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그 소년들도 우리가 지켜야 할 영혼이다 (경향신문, 20210.02.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2-19 13:11
조회
423

공분으로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일이 있다. 음주운전에 대해 무거운 죄를 묻는 ‘윤창호법’이나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같은 법들이 그 예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아동에게 가해진 무참한 폭력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고, 조만간 아동폭력에 대한 엄벌을 골자로 한 ‘정인이법’이 나올 것이다. 또한 아동보호와 복지 확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왜 이렇게 꼭 귀한 생명들을 놓쳐야만 그제야 사회는 움직이는 것일까.


지난 1월 뜬금없이 정인이의 학대 피의자가 수감되어 있는 서울 남부구치소의 식단표가 논란이 됐다. 정인이는 죽기 전 우유 한 모금 먹지 못했다는데 살인마에게 세금으로 너무 잘 먹인다는 공분이었다. 한 누리꾼의 개인 포스팅을 언론사마다 퍼가고 살을 붙이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구치소의 수감자 1인당 급양비는 한 끼에 1540원이다. 1540원에 주식, 부식, 연료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화려한 식단이랄 수는 없다. 그리고 구치소에는 정인이 가해 피의자만 수감된 것이 아니다. 법의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미결수들이고, 개중에는 ‘장발장’도 있다.


남부구치소의 황제식단(?)으로 공분이 일어나고 있을 즈음, 인권운동단체인 인권연대에서 소년원의 부실한 급식 개선을 촉구하는 인터뷰를 했다. 끼니당 1893원이었던 소년원 급양비를 그나마 2080원까지 올렸지만 한창 자라는 청소년을 먹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하나 싹수가 노란 그런 놈들한테는 사발면을 던져줘도 감지덕지로 알라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어리다는 이유로 그동안 설렁설렁 봐줘서 이 꼴이 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죄도 밉고 사람은 더 미워들 했다.


소년원에 입원하는 소년들은 중·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들이고 내 아들 또래다.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니라 특수교육기관으로 ‘○○정보통신학교’와 같은 명칭을 갖고 있다. 가장 높은 처분단계인 10호 보호처분을 받으면 2년 동안 소년원에서 지낸다. 중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소년교도소로 간다. 소년원은 보호처분이지만 소년교도소는 징역형이다. 그러나 소년원과 교도소 모두 감옥 체계는 아니다. 감옥은 죄에 대한 처벌만을 목적으로 국가가 대신 응보하는 개념으로, 1961년 이후 한국에서도 감옥은 ‘교도소’로 정식화되었다.


‘바로잡아 이끄는 장소’라는 뜻의 교도소는 교정교화가 목적이며 이는 국제규준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수감자에게 적절한 식사를 제공하라 명시하고 있다. 균형식을 먹여 건강해야만 교정의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원 제도는 소년들이 자기 죄를 반성하고 순한 사람이 되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가르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소년범도 흉포한 범죄자일 뿐이니 혼쭐을 내줘야 다시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강한 처벌만이 재범률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는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고 있는 현대의 교정학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때마침 국어 교사이기도 한 서현숙 작가가 소년원에서 진행한 국어수업 이야기를 담은 책 <소년을 읽다>를 냈다. 소년들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외웠다. 소년원에 와서야 처음으로 책을 읽게 된 아이들이다. 소년들은 의외로 예쁜 책과 편지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었다. 서현숙 작가가 아이들과 책 저자 간 만남을 성사시키려 고군분투한 덕분에 나도 초대를 받았다. 딱 한 번 마주쳤으니 인상평조차 남기기 조심스러우나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소년이다. 어른들이 먹이고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 우리가 지키지 못한 정인이처럼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다. 아이들이 모두 정인이처럼 순수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상처받고 웅크린 어린 영혼들을 돌보는 일은 어른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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