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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경찰’ 이라는 이름부터 바꿔라(코리아포커스, 2005.12.2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7:53
조회
258

[경찰폭력 이렇게 뿌리뽑자 2]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경찰폭력 근절 위해 전·의경 제도 폐지해야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이 있으면 모르지만, 모든 집회와 시위에 대규모 경력(경찰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오히려 폭력시위를 유발하는 위험마저 갖고 있다. 경찰이 보이지 않는 집회와 시위가 폭력시위로 변했던 사례가 과연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폭력은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작용이다. 상대가 없는데 허공에 대고 폭력을 휘두를 바보 같은 시위대는 어디에도 없다. 위험을 방지한다면서 대규모로 경력을 투입하는 지금의 작전이 어리석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없는 한 통상적인 집회․시위에 경력이 투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찰의 이같은 구태의연한 대응이 가능한 것은 바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의경 제도 때문이다. 집회·시위 진압 활동을 전·의경들에게 전담시키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경찰인력은 모두 15만 명에 이르지만, 이중 1/3이 넘는 5만 1천여 명은 흔히 ‘전·의경’이라 불리는 전투경찰순경들이다.

대규모 경찰력 투입은 오히려 폭력시위 유발 위험

이 전투경찰순경은 작전전투경찰(전경, 18,984명)과 의무전투경찰(의경, 32,435명)로 나뉜다. 전경은 군부대에 입영했다가 차출되어 경찰로 파견된 인력을 뜻하고, 의경은 자원하여 입대한 경우를 뜻한다.

전경이든 의경이든 모두 ‘전투경찰대설치법’에 근거하여 운영하고 있다. 법률에 의하면 전투경찰순경(전·의경)은 간첩이나 무장공비를 상대로 한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기본업무로 하고 있다. 대간첩작전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그 명칭도 무시무시하게 ‘전투’경찰인 것이다.

천안대 김상균 교수가 작전전경(전경)제도가 도입된 1976년 당시의 국회회의록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정권은 “대간첩 작전 등을 위해 전투요원 확보, 전투능력의 향상, 조직적인 경찰력의 필요 및 전사상자에 대한 급여금 지급 근거 마련 등을 위해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또한 1982년 12월 창설된 의경의 경우에도 “경찰조직의 이원화, 우수한 인적 자원 확보 가능, 부조리 유혹 근절, 경찰에 대한 사회의 친밀감 조성, 국가재정상 치안수요 증가에 따른 직업 경찰의 증원 곤란 및 경찰 내륙지 작전수행에 따른 전력증강 등의 이유” 때문에 의경 모집을 위한 근거법률로써 전투경찰대설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약간 복잡해지긴 했지만, 전·의경 제도의 도입이 첫째는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위해, 두 번째는 경비 절감을 위해 도입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의경이 대간첩작전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독도의 경비를 전·의경이 맡고 있고, 해안초소 경비 등의 업무에도 종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두 농민이 사망한 지난 11월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이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다시 한번 경찰폭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이 경찰폭력으로 인해 12월27일 경찰청장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앞에 사죄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찰의 ‘불법폭력’이 지난 수십년동안 시정되지 않고 항상 재발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사과와 몇몇 지휘관의 문책정도로 지나간다면 경찰폭력은 또 다시 재발될 것이라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제는 경찰폭력이 발생하는 근원적 원인을 검토하여 과감한 경찰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라는 것이다. 이에 <코리아포커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결과 발표에 맞추어 경찰감시 전문단체로 맹활약하고 있는 인권실천시민연대(hrights.or.kr) 오창익 사무국장의 긴급기고문 “경찰폭력 이렇게 뿌리뽑자”를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다음은 오창익 사무국장의 첫번째 기고문에 이어지는 두번째 글이다. <편집자 주>


전·의경 제도 위헌 소지 많아

그렇지만, 이미 간첩이 없어졌다고 해서 간첩에 대한 대응과 경계마저도 불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대간첩작전을 위해 신설된 전·의경 제도가 분단국가의 특수상황을 반영한 대간첩 작전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자연스러운 국민 기본권의 표현인 통상의 집회·시위에 대한 진압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전투경찰설치법상에 ‘치안업무보조’라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특수하고 비상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법률에 근거하여 일반적·통상적인 치안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전·의경 제도에 대해 5:4로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이미 1995년의 일이었다.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고, 만 10년 전의 결정이었지만, 당시에도 4명의 헌법재판관이 전·의경 제도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을 정도이면, 전·의경 제도가 위헌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전·의경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문제... 목욕외출 제도가 있을 정도

그뿐인가 전·의경 제도는 근거 법률의 위헌성 시비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군인이 아니고 판결에 의한 노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강제노역을 하고 있고, 경찰관들이 당연히 해야 할 온갖 잡일을 떠맡고 있다. 전·의경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기 짝이 없어서 일선 경찰서의 경우 전·의경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잠수함처럼 2층 침상이 설치된 비좁은 내무반과 식당이 전부이다.

수백 명이 함께 생활해도 목욕탕 같은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죽하면 ‘목욕 외출’이란 제도가 다 있을까.

‘상황’이 없는 현역 군인과 달리 매일처럼 집회·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상황 때문에 더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더 많은 군기를 요구당하고 있으며, 이는 잦은 구타와 가혹행위로 이어지고 있고, 구타와 가혹행위는 다시 복무이탈, 자살 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의경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 사건은 현역 군인에 비해 6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집회·시위에 동원되지 않는 날에도 야간 방범순찰을 해야 하는 등의 임무가 주어지고 있다. 쉴 틈은 없고, 간혹 주어지는 휴식 시간은 고참의 구타와 얼차려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잦은 구타와 가혹행위, 과도한 업무가 경찰폭력 유발한다

다른 모든 문제를 제쳐 두고라도 ‘전투경찰’이라는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대간첩작전의 수행 업무가 가끔 주어지기는 하였지만,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전투경찰이 대간첩작전의 수행에 나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

또한 가끔 대간첩작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는 집회·시위 관련 업무와 경찰의 온갖 잡일을 맡는 순수 치안업무를 맡는 경력의 이름 앞에 ‘전투’라는 살벌한 명칭을 붙여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서비스여야 할 치안활동을 ‘전투’라고 규정하고, 경력의 운용도 소대 - 중대 - 기동대 - 기동단 등 군사조직의 형태로 갖춰져 있고, 훈련도 집회 참가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군에서 주적개념을 상정하고, 끊임없이 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것처럼 한총련, 전농 등의 조직과 그 구성원을 주적으로 상정하여 끊임없이 시민사회 등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교육이 진행되는 현실은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잘못된 것이고, 시대상황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시민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전투경찰, 전투라는 용어부터 바로잡아야

전경제도는 박정희 정권의 필요에 의해 1976년 만들어졌고, 의경제도는 전두환정권의 필요에 의해 1982년에 만들어졌다.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를 넘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씨가 차례로 집권에 성공한 ‘민주화가 되었다’는 지금의 시대에도 박정희, 전두환에게 필요했던 ‘전투’ 경찰이 그대로 필요하다고 주장할 근거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전·의경 제도는 군에 입대하였다가 전경으로 차출되는 젊은이들의 헌법상 양심의 자유, 병역의무로 인하여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으며, 의경제도는 저렴한 비용에만 몰두한 국가의 강제노역 횡포에 다름 아니다.

일상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전·의경들이 집회 현장 등에서 시민들에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폭력의 악순환의 원인이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있는지, 아니면 전·의경 제도와 경찰의 대응에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된 전·의경들이 시민들에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전·의경 폐지에 대해 경찰은 1명의 전·의경을 뽑지 않으면 그 대신 직업 경찰관 3명을 뽑아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직업 경찰관 3명이 비용도 거의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전혀 없는 전·의경 1명 정도 밖에 안된다는 주장은 직업 경찰관들이 전·의경 1/3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경찰의 자인이거나 또는 그 정도로 전·의경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자인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이든 말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단 말이 안되는 전·의경 제도의 혁신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당장 제도를 바꾸는 것이 경찰관들이 불편해진다는 것 말고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그토록 어렵다면, <코리아포커스>이민우 기자의 ‘전·의경 제복과 투구, 방패에 이름표를 달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이는 법령의 요구이기도 하며, 행정에서의 일반적인 원칙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의 제안은 적절하고도 실효성 있으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원래 행정활동은 공개와 투명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집회와 시위에 대한 관리든 진압이든 이것도 경찰이 법률에 근거하여 원칙을 갖고 전개해야 할 활동이 분명하기에, 관리 또는 진압에 동원된 경력이 소속과 이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부착하고 나온다면, 폭력적 진압은 눈에 띄게 사라질 것이다.

전·의경 제도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전·의경 실명제 도입해야

자기의 이름을 걸고 시민을 때릴 수 있는 경찰관이나 전·의경은 하나도 없다. 자기의 이름을 걸게 되면, 경찰의 활동은 감정적 대응 보다는 법률적 근거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아예 해당 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집회 안내 코너에 현장에 출동하는 경력에 대해 최소한 중대장 이름까지 실명으로 올려놓고, 기동대원들도 소속, 계급, 이름이 정확히 보이는 복장을 입도록 해야 한다. 익명은 폭력을 부르지만, 실명은 책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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