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향한 감시의 눈?..."사람 잡는다" "범죄 잡는다" (부산일보 07.05.25)

어디로 향한 감시의 눈?..."사람 잡는다" "범죄 잡는다"
방범용 CCTV 부산 전역 확대 찬반 논란 재연
부산시내 일부에만 설치됐던 방범용 폐쇄회로 TV(CCTV)가 부산시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CCTV의 효용과 인권 침해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15개 구에 방범용 CCTV 설치 사업 지원 명목으로 2억4천만원을 교부했다. 이에 따라 각 구는 올해 안에 1~2대의 CCTV를 설치할 예정으로 있어 해운대구, 수영구 등 8개 구에 설치됐던 방범용 CCTV가 부산시내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현재 29대였던 CCTV 숫자도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오는 11월 CCTV 설치 과정과 촬영 정보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하는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설치가 용이할 때 빨리 설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 잡는 '감시의 눈'=부산YMCA 오문범 시민중계실장은 "부산시 전역에 CCTV를 설치하면 개인의 사생활이 국가권력 앞에 낱낱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기본권 제한이 명확한 법적 근거조차 없이 이뤄지면 다른 기본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범용 CCTV 설치가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든다는 인과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학술적 근거는 없다"며 "다만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시민들의 기대에 의존해 인권 침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CTV에 노출되는 주민들의 불만도 있다. CCTV가 설치될 동래구 온천1동의 육모(54)씨는 "모든 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위압감을 주고 그 지역이 우범지역이라는 낙인만 찍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잡는 '감시의 눈'=하지만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3월 2차례에 걸쳐 열린 동래구청의 CCTV 주민설명회에서 일부 주민은 "동네가 안전해질 것"이라며 CCTV 설치를 반겼다. 동래구 온천3동 김모(46·여)씨는 "밤 11시 넘도록 공부하고 돌아오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매일 저녁 데리러 간다"며 "워낙 흉악한 세상이다 보니 방범 장치가 늘어난다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CCTV 설치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1년째 지역 내 4대의 방범용 CCTV를 운영하고 있는 금정경찰서는 "CCTV 설치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방범용 CCTV 설치 후 설치 지구의 범죄 발생률이 줄었다"며 "CCTV가 위축감을 줘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선언기자 with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