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1천원·1만원…“힘내라, 버마” (경향신문 07.10.30)

지난달 말 발생한 버마 민주항쟁 이후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버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 및 부상자를 후원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국제민주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가 중심이 된 ‘버마 민중학살 규탄과 민주화지지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이 그것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버마 사태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 긴급행동은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서울 버마 대사관 앞이나 종각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민을 상대로 기금 모금 활동을 할 계획이다. 버마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이제 한국인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모임인 ‘버마 민중학살 규탄과 민주화지지 긴급행동’ 활동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1가 교보빌딩 앞에서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사실 한국이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습니다. 정부가 버마 정부에 압력을 가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요. 외국에서 아직도 버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기금 모금이라고 생각했어요. 힘을 보태주는 거지요. 부상자 치료, 수배자와 투옥자 재판 등 민주화운동에도 돈이 들어갑니다.”

외국인노동자인권을 위한 모임 석원정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석소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시민들이 1만원, 2만원씩 성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1970~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40, 50대의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 당시를 떠올리며 과거 한국인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는지를 많이 물어온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준 금액은 10월 말 현재 500만원 정도다. 한국 내 버마 이주노동자들은 푼푼이 모은 돈에서 1000만원을 갹출했다.

경기 부천 석왕사 임영담 주지 스님은 아는 스님들을 독려해 스님 17명으로부터 3200만원을 모았다.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사무실을 절에서 내주기도 했던 임영담 스님은 “우리가 먼저 민주화됐으니 그렇지 않은 나라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 이우학교 신나라양(17)은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모금함을 보고 차비를 뺀 나머지 1만원을 성금으로 냈다.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인 데다 의료·교육 시설이 부족한 버마인은 이번 사태로 생활고가 더욱 심각해졌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조마아 집행위원은 “군인들이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시위에서 부상해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곧바로 잡아가고 있다”면서 “잡혀간 사람 중엔 노인과 임신부도 있으며 이후에 행방조차 확인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버마 사태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