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판결문이 먼저 사회를 바꾼 적은 없다"-인권학교 3강(시민의신문, 2004.11.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1:39
조회
318

강경선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미국은 헌법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했지만 수백년간 노예제를 운영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노예제도는 합헌’이라고 선언했다. 노예제가 철폐된 뒤 70여년 지나서야 미국은 ‘노예제 금지’를 헌법으로 규정했다. 1890년대에는 흑인학생과 백인학생을 다른 학교로 배치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분리했다 하더라도 차별은 아니므로 합헌(Separate but Equal)”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1953년 판결에선 “흑백학교 차별 자체가 평등권 침해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일 열린 인권학교 세 번째 시간에 지난주에 이어 강사로 나선 강경선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미국 판례를 소개한 뒤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최근 행정수도 위헌 판결로 “법에 대한 회의감”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그는 법해석과 인권의 상관관계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강 교수는 “법이란 불확정한 개념”이라며 “실제 십인십색이 법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섣부른 비관주의를 경계했다. 강 교수는 “열려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을 원용해 “허무주의에 빠질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합의가능한 이성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그는 “규칙이 통용되는 의사소통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얘기하면 운동론으로만 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현실”이라며 다시 미국연방대법원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양심이라고 하는 연방대법원도 그 정도로 보수적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위대한 소수의견’은 있었다. 그런 소수의견이 당시에는 소수의견에 그쳤지만 사회에서 공론화되고 퍼져나가고 싸워나간 끝에 사회가 바뀌고 판결이 그것을 반영했다. 판결문이 먼저 나서서 사회를 바꾼 적은 없었다.”

이날 강연에서 강 교수는 이밖에도 △인권보장의 역사 △기본권의 이중적 성격 △기본권의 분류 △기본권의 경합 등에 대해 강연했다. 특히 “주관적으로는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할 수가 있다. 객관적으로는 포기할 수 없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갖지 않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법 위반”이라는 ‘기본권의 이중적 성격’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본권은 주관적으로는 ‘개인을 위한 공권’이지만 객관적으로는 ‘국가의 기본적 법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 교수는 지난 1일 경찰청이 ‘1인시위를 제약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한국 맥락에서 1인시위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마지막 보루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현행 집시법에서 1인시위마저 규제한다면 본질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전체 4,00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93
[경향신문]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서래 ‘1 대 1’ 조사 위법인데...법 개정 나선 경찰
hrights | 2024.05.01 | | 조회 125
hrights 2024.05.01 125
3992
[한겨레] 홍세화 선생은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늘 되물었다 [추모사]
hrights | 2024.04.21 | | 조회 214
hrights 2024.04.21 214
3991
[오마이뉴스] "겸손한 어른 되겠습니다"… '전사' 홍세화의 마지막, 엉엉 운 시민들
hrights | 2024.04.20 | | 조회 131
hrights 2024.04.20 131
3990
[프레시안] 자칭 '진보'가 잡초 몇 뿌리도 안 뽑는다며 안타까워했던 분이 떠났다
hrights | 2024.04.19 | | 조회 246
hrights 2024.04.19 246
3989
[가톨릭신문] 광주에 제주 4·3 희생자 기억 ‘4월걸상’ 놓여
hrights | 2024.04.05 | | 조회 374
hrights 2024.04.05 374
3988
[KBS]오월광주가 품는 제주 4·3…광주에 세워진 4월걸상
hrights | 2024.04.03 | | 조회 262
hrights 2024.04.03 262
3987
[한국일보] 광주 5월과 만난 제주 4월… 제주 4·3조형물 광주에 설치
hrights | 2024.04.02 | | 조회 111
hrights 2024.04.02 111
3986
[경향신문] 광주에 제주 4·3 희생자 기억하는 의자 ‘사월걸상’
hrights | 2024.04.02 | | 조회 200
hrights 2024.04.02 200
3985
[한겨레]제주 4·3 견뎌온 몽돌…‘사월걸상’ 되어 오월 광주 만난다
hrights | 2024.04.02 | | 조회 105
hrights 2024.04.02 105
3984
[광주MBC]4.3조형물 육지 최초로 광주에 건립 "기억하고 연대하다" (뉴스데스크)
hrights | 2024.04.02 | | 조회 47
hrights 2024.04.02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