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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걸상 제막식] 강우일 주교 축사 전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4-03 14:55
조회
207

우리 인간의 역사는 기억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어제를 기억함으로써 존재합니다.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기억함으로써 내일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써가는 역사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을 통하여 계승되고 의미와 꼴을 갖추어 갑니다.
얼핏 생각하면 우리 겨레가 이어온 지난 한 세기의 기억은 혹독한 고난과 환난으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수많은 시민이 집단으로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일들이 100년 사이에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헤아려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동학농민혁명, 청일전쟁, 항일의병운동, 3.1독립만세운동, 태평양전쟁, 일제의 국가총동원령에 의한 징용, 제주 4.3, 여순 봉기, 6.25전쟁, 보도연맹 학살,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거기다 우리나라 밖에서 우리 군대에 의해 저질러진 베트남 전쟁의 민간인 학살까지 합치면 12차례나 되는 일들이 지난 100여 년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100년 사이에 12차례의 비극이 저질러졌으니, 따져보면 거의 10년 터울로 큰 비극이 한 건씩 빚어진 셈입니다. 개인의 생애를 돌아보면 10년이란 그리 긴 세월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이면 2014년인데 그해 4월 16일 팽목항 앞바다에서 세월호 승객 304명이 수장된 기억이 너무 생생합니다. 또 그해 8월 교종 프란치스코가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광화문에서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해 주셨던 기억이 너무 생생합니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 유가족들에게는 10년 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리고 그때의 고통과 슬픔과 황망함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 사이에 우리 겨레는 거의 10년 터울로, 잊을만하면 끊임없이 또 새로운 국가폭력을 경험하며 고통과 슬픔과 억울함의 기억이 퇴색되지 않고 계속 상속되었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는 포악한 국가폭력의 사슬이 고리처럼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고 가해자들 안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들의 의식과 신체 안에서 학습되었습니다. 4.3의 폭력은 6.25 전쟁터에서, 4.19 혁명에서, 5.18 민중항쟁에서 복습하고 재현되었습니다. 이런 대규모 집단적 폭력의 고리를 끊고 해체하기 위해서는 대중 모두가 그런 폭력의 피해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리고 연대하고 증폭시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에 광주 5월 걸상을 설치하고, 광주에 제주 4월 걸상을 설치하는 것은 우리 역사 안에 자라온 폭력의 확산과 승계를 차단하고 인간 존중과 평화의 연대를 강화하는 참으로 희망찬 상징이 될 것입니다.


2024년 4월 2일
강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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