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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군부 쿠데타와 COVID-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미얀마(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7-28 17:01
조회
809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아디의 평화도서관이 위치한 미얀마 중부도시 메이크틸라는 6월 중순부터 장마철이 시작되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폭우가 이어지고 있고, 대부분 날이 흐리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도 습도가 높고 폭염이 계속 되었는데 미얀마도 찜통 안에 있는 것처럼 덥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디의 평화도서관 활동가들은 ‘우리 마음속의 날씨는 그것보다 더 나쁜 상태’ 라고 표현하며 최근의 미얀마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최근 미얀마의 COVID-19 상황은 심각함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올해 2월 군부의 쿠데타 이후 COVID-19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한동안 거의 발표가 되지 않다가, 6월 중순부터 빠르게 확진자가 늘어 7월 4일 2318명의 확진자가 발견되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확진자였던 작년 10월 10일의 2158명을 넘어섰고, 7월 14일에는 708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최근까지 5~6천 명대의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역시 급증하여 최근 2달간의 사망자(7월 25일 기준 3921명)가 팬데믹 이후 1년 2개월 동안 발생한 사망자수(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 말 기준 3216명)보다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미얀마 군부정권은 COVID-19를 통제하기보다는 이 상황을 정권 유지에 악용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되었고 COVID-19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역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군부가 운영하는 병원이거나 비싼 사설 병원 정도여서 일반인들이 입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COVID-19 확진자들은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군부에 저항하는 의료진들 역시 자원봉사 방식으로 확진자들이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무료로 도움을 주고 있는데 군부는 이러한 의료진들을 구속하고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군부는 COVID-19 응급상황에서 필수인 의료용 산소통과 산소공급을 개인들에게 판매하지 못하게 금지했고 군부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이나 치료센터에서만 산소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12일에는 양곤의 산소 공장 앞에 줄 서 있던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군이 공중에 총을 발포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령층 사망자가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산소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얀마 사람들은 군부가 미얀마 사람들에게 생물 무기로서 COVID-19를 사용하고 있다고까지 추측하는 상황입니다.



산소통 충전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양곤 주민들
사진 출처 - Ye Aung Thu/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군부 쿠데타 이전에도 미얀마에는 1차와 2차 COVID-19 유행 시기가 있었지만, 아디의 평화도서관 활동가에 따르면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과 치료시설이 도시마다 운영이 되었고,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격리조치와 치료를 받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2월의 쿠데타가 시작된 이후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고 합니다. 최근 메이크틸라를 포함한 미얀마 전역은 봉쇄조치가 내려져 학교와 관공서를 포함한 대부분의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고, 오후 1시 이후로는 이동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은행 창구는 문을 열지 않아 미얀마인들은 은행에 돈이 있어도 찾지 못하고 상인들에게 6~7%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자신들의 예금을 현금과 맞바꾸어 이용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군부의 봉쇄조치로 아디의 평화도서관도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현지활동가들은 오늘도 도서관에 나가 조만간 다시 찾아올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의 책을 정비하고 9월부터 아이들과 함께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독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와 COVID-19라는 최악의 이중고 속에서도 현지활동가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여전히 또 묵묵하게 꽉 채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