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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스라엘에 주어진 살인면허(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2-13 10:51
조회
91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10월 7일 이후 너무도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수치로 확인하면 팔레스타인 전체 사망자는 18,483명이고 부상자는 53,010명이다.(12월 12일 14시 기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사망자 부상자 합산 수치, 알자지라 뉴스 자료 인용) 여기에 건물 잔해에 묻히거나 실종된 인원이 최소 7,780명이라고 하니 사망 및 실종만 2만 6천 명을 상회한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한 2007년 이후, 4번의 가자 전쟁(2008~2009년, 2012년, 2014년 그리고 2021년)을 포함한 총 17년 동안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숫자(5,365명)의 거의 5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약 2년에 걸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9,614명)의 2.5배를 넘는 수치이다.


출처: 알자지라 뉴스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기록된 이 처참한 피해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과 아동의 심각한 피해이다. 지난 11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2/3가 여성과 아동(18세 이하)이고, 매일 1시간마다 2명의 어머니가 살해되며, 매일 2시간마다 7명의 여성이 사망한다. 또한 가자지구는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됐고 전체 사망자의 40%가 아동이다”라고 밝혔다. 왜 이렇게 여성과 아동의 피해가 심각한지에 대해 팔레스타인 여성 언론인이자 전직 팔레스타인 정부 대변인인 누르 오데(Nour Odeh)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폭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의료시설이 붕괴되고 의약품, 생필품, 식수가 고갈된 상황에서 취약계층인 여성과 아동의 치료와 보호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스라엘의 주요 공격 지점이 주거지역과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공용공간, 병원과 유엔 시설, 대피처에 집중이 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동이 어렵고 집단으로 모여 있는 여성과 아동의 피해가 크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팔레스타인 상황에서 성인 남성에 비해 이동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여성과 아동 다수가 밀집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이 밀집된 공간이 공습과 폭격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빌딩의 피해를 조사하고 부상자를 찾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10월 7일.>사진출처: 알자지라 뉴스, Abed Khalid_AP Photos


더불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장 빨리 내린 조치 중 하나는 가자지구로 향하는 전력, 식수, 생필품과 의료품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미 2007년 이후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고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던 이스라엘 입장에서,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나마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전기와 물, 생필품을 막아버린 것은 그 지역 내 사람들을 절멸 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렇기에 11월 7일 유엔의 사무총장은 “가자는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였다. 또한 12월 4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하에 건설된 터널에 바닷물을 쏟아부어 침수시킬 계획을 드러냈다. 17년간의 이스라엘의 봉쇄를 피해 식자재와 생필품이 오고 갔던 그 터널 안에 누가 있는지, 어떤 환경인지도 파악하지 않은 채 바닷물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은 민간인 피해와 나아가 생태계 파괴를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안토니오 쿠테흐스 UN 사무총장> 출처: MBC뉴스


이 모든 야만적 행위는 ‘하마스 제거’라는 미명하에 이스라엘 군에 의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제인권규약 및 국제인도주의법, 전시국제법에서 규정하는 집단학살과 반인도주의범죄, 전쟁범죄의 혐의가 너무도 분명하지만 국제사회가 합의한 법과 제도는 이 야만의 시간을 막지 못하고 무력하다. 거기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 장비와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한국 역시 이스라엘에 무기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면 지난 10월 27일 유엔총회의 휴전 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기권하면서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한국 외교부장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라는 이번 전쟁은 현대 전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상자와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폭격과 공습으로 인한 사상 외에도 이미 심각한 물자부족으로 ‘절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수의 친이스라엘 국가를 제외한 다수의 국가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집단학살 규탄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거주하는 한 여성활동가는 “이번이 첫번째 전쟁도 아니고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아 이 참상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의 저항에 함께 해달라”라는 메세지를 아디에 전달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세진다면 가자지구의 비극은 더 빨리 멈출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끝은 휴전이 아닌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이 종식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