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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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지난 12월 16일,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이 1975년에 발동한 ‘긴급조치 1호’의 ‘허위 사실 유포’ 부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한편 헌법재판소도 12월 28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구속시킨 ‘인터넷 시대 긴급조치법’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두 판례를 통해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박정희 정권의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2010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던 ‘미네르바’ 박대성씨(오른쪽) 사진 출처 - 한겨레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의견의 발표를 억누르게 할 때 나타나는 특유한 해악은 그것이 전 인류의 행복을 빼앗는 점에 있다.”고 했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보장은 밀이 제시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그런데도, 국가 권력자들이 집요하게 이를 탄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그럼으로써 기득권 세력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서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아, 엄청난 경제적 이익과 함께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까지도 누리게 된다. 지난 11월 28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SK 재벌가 2세 최철원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매 값으로 2천만 원을 던져 준, 충격적인 만행이 폭로되었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때리면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간 크게도 그런 범죄행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 노동자나 서민들이 사소하게 법을 어기면 엄히 처벌하는 검찰과 사법부가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범죄 행위에는 ‘국가 경제 공헌’ 운운하며 불기소, 솜방망이 처벌, 특별사면을 남발한데 큰 원인이 있다.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조사·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아래서 정당한 노조 활동, 파업·집회 같은 집단행동으로 구속된 노동자는 385명에 이른다(외국인 보호소에 장기 수감된 이주노동자들은 정확히 수치를 파악할 수 없어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들을 포함하면 수치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촛불항쟁’이 전국으로 퍼지던 2008년도에 140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고, 용산참사, 쌍용차 점거 파업이 일어난 2009년도엔 214명, 노동자 투쟁이 다소 잠잠했던 2010년에는 31명이 구속되었다. 얼핏 수치만 견주어 보면 김대중, 노무현 때보다 노동 탄압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촛불항쟁’, ‘용산참사’, ‘쌍용차 점거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권은 대중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어떤 정권보다도 잔인하고 집요하게 노동자·민중 투쟁을 탄압했다. 불법 민간 사찰과 도·감청이 기승을 부리면서 2003년 이후 줄어들던 ‘공안’(국가보안법.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 및 ‘공안 관련’ 사건(집시법, 노동관계법 들) 기소율이 이 정부 들어 50퍼센트를 넘어섰고, 전체 양심수도 계속 늘고 있다(<경향신문> 2010년 10월 13일자) 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집요한 탄압 속에서도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동희오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전주 버스 노동자 파업 등 2010년 한 해 동안 곳곳에서 불완전 고용과 정리 해고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이 터져 나오면서 대중적 지지를 받았고 값진 승리를 일구어 냈다. 이명박 정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투쟁을 억누르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싹쓸이 연행하고 구속하려 했지만,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갈수록 번져가고 있는 대중들의 ‘반MB 정서’ 때문에 법원이 나서서 이를 말리는 형국까지 됐다. 혁명가 트로츠키도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추상적인 법조문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세력들의 투쟁’에 의해 좌우된다.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100년이 넘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여전히 짓밟히고 있고, 민주주의는 노동과 자본의 세력 관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극심한 탄압을 받는 건 따지고 보면 지배자들과 사상과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추운 날 노동자들은 무엇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면서 파업이나 시위, 심지어 아찔한 철탑위에서 동상에 걸려가며 처절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걸까?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진 자’들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접받기 위해서다.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지만 안정적인 일자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에서는 법 앞의 평등, 권리의 평등은 고사하고 평생 노예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 현대차 같은 기업체 사장들과 그들의 수족 노릇을 하는 정부 기관들은 그 때마다 얼굴을 부라리며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불법’으로 몰아간다. 대중에게 ‘경제 살리기’,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해묵은 이데올로기를 우려먹이며 ‘귀족 노동자’와 ‘서민 노동자’로 편 가르고, 마지막에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범법자’, ‘폭력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어 감옥에 보낸다. 구속노동자는 첨단 과학기술 문명을 자랑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야만의 그늘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신묘년 새해, 노동자와 억압받는 사람들이 지배자들의 인권 탄압에 맞서 함께 분노하고 투쟁하면서, 야만의 그늘을 걷어내고 진정한 민주주의 세상을 꽃 피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3 | 추천: 0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좀 지난일이기는 하지만 시사주간지인 <시사인> 제162호(10월 23일)에 우울한 기사가 하나 실렸었다. ‘집이 가난하면 꿈도 가난하다’는 기사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의 보고서를 기초로 한 이 기사에서는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와 관악, 구로, 금천구 초·중·고 아이들의 꿈을 비교했더니 가난하면 꿈도 가난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강남 3구의 아이들은 의료인, 법조인, 학자 등 사회지배계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데, 관악, 구로, 금천구 아이들은 직업안정성이 높은 교사, 회사원, 공무원 등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확연했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부의 편중이 극심해진 사회구조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꿈마저 양극화라는 사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물론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직업이 더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업의 세습, 엘리트 집안의 대물림 등 ‘왕후장상의 씨앗’이 굳어져가는 현실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울한 일이다. 얼마 전 북한의 권력세습이 한참 도마에 올랐었다. 남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비난성명을 내놓았고, 정당들도 너나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정치권은 간만에 좋은 안주를 만나 말잔치를 벌였다. 현실적으로 어떻든 간에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에서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민중에 대한 배신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세살 때부터 총으로 과녁을 명중할 정도로 위대한 능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권좌에 오를 정당성을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북한만 비판한 일은 아니다. 사실 북한의 3대 세습은 이제야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된 것일 뿐 우리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다. 당연히 비판해야 할 일이지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보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습부터 차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벌의 2세 경영 등 부의 대물림,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오는 우리 안에서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 물론 간단치 않다. 세상을 확 뒤집지 않고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운동 또한 조금씩 가능한 변화를 꿈꾸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우리 안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접근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사회권 또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회권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이르는 말로 흔히 사회적 생존권으로 표현되는 권리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노동, 교육, 주거, 건강 등 사회복지로 표현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이 사회권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고 있다.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원이 구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법이나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참사와 관련해 철거민들이 주거권 침해를 놓고 국가와 개발업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반대로 법원은 경제적 자유권(재산권 등)을 보호하는 일에는 적극적이다. 파업으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기업규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도 부자들의 권리에는 민감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에는 무관심한 셈이다. 인권운동의 화살은 바로 이런 지점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권에 대해 소극적인 법원의 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시작되어야 한다. 마침 2008년에 UN의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도 채택되지 않았던가. 그만큼 사회권 또한 중요한 권리구제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 인류의 보편적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효제 교수가 번역한 <인권의 대전환>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사회권에 대한 침해를 놓고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는 싸움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권 또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임이 우리사회에서 확인되고, 사회권의 확장을 통해 양극화의 격차를 조금씩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가난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아이들의 꿈까지 가난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작지만 중요한 시작일 수 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6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년간 내세울만한 ‘업적’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 가지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바로 국민들에게 ‘국가재정’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국민들에게 뼈저리게 가르쳐준 은혜다. 개인적으로는 남북한 소득수준을 (하향) 평준화해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필적한다. 추위를 이기려 두 주먹 꽉 쥔 우리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 그들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는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엄청난 학습효과를 안겨다주었다. 먼저 간략한 경과를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2월 9일까지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계수조정을 마치기도 전에 회의를 중단시켰다.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과 이종구 기획재정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 등이 함께 밤을 새가며 벼락치기를 했다. 그리고 12월 8일 야당 저항을 뚫고 통과시켰다. 날치기 이후 여러 가지 후폭풍이 불고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두고 진실공방이 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2011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쟁 가운데 본질을 가리는 것들이 적지 않다. 또한 본질적인 내용을 외면하기 위해 덜 본질적인 내용만 부각시키는 것들도 있다. 먼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거론해야겠다.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게 있다. 당초에 왜 9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했는지부터 의문이다. 헌법상 어차피 12월 2일 이후엔 위헌사태였다. 지난 8일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나서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특징 등을 설명하는 보도 자료를 12일에야 냈다. 덕분에 예산안통과 다음날이면 신문마다 등장하던 ‘새해 이렇게 달라진다’ 기사를 스크랩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나흘 동안 얼마나 철야작업을 했을지 상상하는건 어렵지 않다. 9일까지도 국회 홈페이지에선 내년도 예산안 관련 자료를 게시하지 않았고 같은 날 예산전문가 소리를 듣는 민주당 모 보좌관은 아무런 자료도 확보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 상황은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았다. 곳곳에서 터지는 지뢰 막기에 급급했다. 졸속행정보단 차라리 뒷북행정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와 여당은 속도만 추구하다 사고를 친 셈이다. 조선일보가 11일자 기사 제목으로 뽑은 “몸싸움만 잘했던 ‘무능한 巨與’”는 정확한 지적이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측의 본회의 진행을 저지하려고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기어오르다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지역구예산 논란은 핵심을 ‘살짝’ 비켜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0일 템플스테이, 재일민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세 가지 예산이 누락된 것에 대해 문책 의사까지 밝혔다. 이런 게 바로 전형적인 핵심을 가리는 연막전술이다. 그건 한나라당 대표의 정세분석능력 부족을 반증할 뿐이다. 절차상 문제를 제외하고 예산 자체만 놓고 보면 세 가지 사업 예산을 깎은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일단 템플스테이 지원사업은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다. 민단 지원도 감사원 지적을 받았던 사안이다. 전세계 재외동포가 700만명인데 왜 재외동포지원예산의 절반 이상을 민단에 쏟아 부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은 국토해양부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격 사업 판정을 받았다는데 이런 사업이 예산반영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다. 지역구 챙기기 문제도 본질에 ‘살짝’ 비켜 서 있다. 한나라당에서 야당 실세도 예산 많이 챙겼다는 식으로 물타기하려 하는건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물론 이상득 의원의 형님예산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한다는 건 국가를 운영할만한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3년 동안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에 가져간 예산이 1조 1000억 원인데 이건 전형적인 ‘도덕적해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모든 지역구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많이 배정받도록 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많은 유권자들도 그걸 바라고 투표를 한다. 특히 도로건설 등 각종 토건예산이나 특별교부세, 특별교부금 등이 대상이 된다. 이번 예산안처리가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게임의 규칙’ 자체가 깨져버렸다는 측면도 있다. ‘형님예산’을 규탄하는 한편에선 ‘우리 지역은 홀대받았다.’는 전제가 숨어있다. 지금 같은 소선거구 선거제도에선 국회의원이 사실상 서울에 파견된 지방의원이나 다름없다. 결국 비례대표 대폭확대만이 해법이다. 그럼 예산안 날치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본질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정부와 한나라당의 복지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삭감’이 맞냐 틀리냐 논쟁이 있었지만 ‘삭감’이 아니라 깎였다는 표현을 써도 본질은 어차피 마찬가지다. 친서민은 목도리 풀어주는걸로 되는 게 아니다. ‘70% 복지’라는 구호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영유아예방접종사업이나 양육수당 청소년 공부방 예산삭감에서 ‘예산없는 정책은 말대포에 불과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드러난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사업을 보자. 애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이 320억 5600만원이었다. 2010년도 예산 379억 3800만원보다 6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 국비지원도 2009년 542억, 올해 203억에서 내년도 예산에선 0원이 됐다. 정부가 복지예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보다 더 잘 드러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시키기로 해놓고도 정작 최종적으로는 정부안을 따라가 버렸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쓸 돈’이 없는 거다. 보건소 시설 확대에 힘쓰지도 않으면서 보건소 핑계 대는 건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의지도 부족할 뿐 아니라 철학도 부재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단기처방에만 급급할 뿐 본질적 대책인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외면한다. 이런 ‘복지철학 부재’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내년에 확충하려는 국공립보육시설이 10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한다. 그런데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50개, 2009년 38개, 2010년 10개소, 2011년 10개소로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국공립보육시설 비중이 전체 보육시설 가운데 5.5%에 불과하고 공립대기자수는 16만 명이나 되는데도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청사 어린이집이나 국회 어린이집에 한번이라도 가봤다면 왜 학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원하는지 알 것이다. 그곳은 영유아보육법이 규정한 대로 시설이나 인력과 예산을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들은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보육시설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대다수 어린이들은 법이 규정한 것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크고 있다. 정부는 ‘공공형 보육시설’을 강조하지만 이건 인증제도다. 서울형 어린이집과 다를 게 없다. 세 번째로 꼬집을 부분은 ‘지역에 떠넘기기’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란 이름으로 귀찮고 번거로운 건 지방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정부 당시 지방분권이라며 복지사업을 대폭 지방사무로 바꾼 것이다. 덕분에 제일 먼저 나타난 현상은 지자체에서 노인 장애인 지원예산을 깎는 것이었다. 논란이 되는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이 딱 이 경우다. 기획재정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동 사업은 '05년 분권교부세 도입시 지방이양된 사업이나'09년 및 ‘10년의 경우에는 경제위기에 따라 각각 542억 원, 203억 원을 한시적으로 국비 지원한 바 있음”이라며 정부예산안 원안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작년 예산심의시 예결위 부대의견으로 ’10년 국비 한시 지원키로 명시된 사업임. ‘11년에는 경제위기 이전대로 각 지자체에서 전체 결식아동 급식 소요를 편성하여 차질 없이 지원할 계획(내년 지자체 예산에 3,105억원 기편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실제 지방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어떨까. 국민일보 14일자 기사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경우 중앙정부의 국비지원이 전액 삭감하면서 전남도가 현재 확보한 올 겨울 방학기간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예산은 30억3천만 원으로 소요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는 도내 결식아동 2만2천700명의 49.3%인 1만1천200명만이 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이나 경기도 등 다른 곳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복지예산 삭감 논쟁은 국회와 정부 가운데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보여준 점에서도 흥미롭다. 양육수당 문제를 보자. 정부는 올해보다 241억 증액한 898억 원을 정부예산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회 복지위원회는 지원대상을 차상위 이하에서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기 위해 2,744억원을 추가 증액했다. 여기까지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천명한 ‘70% 복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결국은 정부원안대로 돼 버렸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내년도 보육 예산은 무상보육 확대(전체가정의 50%→70%) 등 정부안에서 이미 금년보다 대폭 확대”됐다면서 “보육료지원 확대로 지방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육수당까지 추가 확대할 경우 지방재정의 어려움 가중 우려… 향후 양육수당 지급대상 확대는 정책효과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 추진 필요”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지방재정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했지만 예산을 최종적으로 심사하고 편성하는 곳이 국회라는 헌법조항조차 무시하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서두르다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으니 기재부한테 무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은 반대의견 듣기를 싫어하고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시키는대로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 슬픈 초상화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2 | 추천: 0
임아연/ 한밭대 학생   대한민국 20대는 참 별 게 다 힘들다. 이 무슨 어린애 같은 투정이냐고? 하지만 사실이다. 적어도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의 하나로 트위터를 시작하진 않을 테니까. 그야말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시대다. 국내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미투데이, 마이스페이스 등등 이름도 낯선 온갖 SNS가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 임 모 양도 오바마와 '친구'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대중들은 SNS를 통해서 유명 연예인, 정치인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이 탐탁치만은 않다. 어느 순간부터 SNS엔 소통을 가장한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한 과시욕이 만연해 있는 걸 느낀다. 마치 싸이월드 '투데이(하루 동안 나의 미니홈피에 다녀간 사람 수)'에 집착하듯 사람들은 페이스북 친구 수와 트위터 '팔로워(트위터에 올린 나의 글을 구독하는 사람)' 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숫자는 이제 한 사람의 인기를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심지어 가뜩이나 힘든 취업 현장에 까지 영향이 미쳤다. 어느 기업은 지원자에게 트위터 팔로워 수를 물었다고 했다. 팔로워가 300명은 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숫자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20대는 또 분주해졌다. 스펙의 기본인 학벌, 그리고 학점과 토익점수 관리는 기본이고, 취업 5종 세트(공모전 입상ㆍ인턴경험ㆍ봉사활동ㆍ각종 자격증 취득ㆍ아르바이트)에 더해 이제는 트위터 팔로워 수도 관리해야 한다. 트위터의 정보전달 속도와 그 영향력을 평가절하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취업 때문에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것까지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싫은 거다. 20대의 대부분의 일상은 '취업 때문'에 이뤄진다. 봉사활동 조차 사회적 의미를 담기보다 취업 때문에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세상,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며,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그러한 동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보다 숫자에 집착한다. 세상이 SNS의 영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SNS 상에 등장한 어느 정치인의 발언이 이슈가 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실종된 사람을 찾거나, 절망한 누군가의 자살을 막기도 한다. 또 뉴스보다 더 빠르게 정보가 전달되면서 현장성도 높아졌다. 필자 역시 어디서나 누구와도 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SNS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영향력 아래 숨겨진 현실을 발견할 때마다 밀려오는 회의감은 어쩔 수 없다. 한 인간의 존재가치가 초ㆍ중ㆍ고등학교부터 등수로 매겨져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관계조차 숫자로 치환됐다. 내가 어떤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누느냐 보다 몇 명이 팔로워 했느냐를 궁금해 한다. 서글프다. 관계조차 스펙으로 남아버린 사회. 관계조차 경쟁하듯 맺어야 하는 현실. 이와 더불어 모든 20대가 취업만을 위해서 살지는 않을 것인데, 정말로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도 그런 굴레가 덧씌워 지는 게 안타깝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1 | 추천: 0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연말이 다가오면서 훈훈한 감동을 주는 종교지도자들이 많다. 스님이나 목사, 신부님이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김장담기’를 기업의 협찬을 받아 함께 벌이는 현장. 종교계 최고 지도자들이고, 종교 행정을 맡고 있는 책임자들의 활동은 매년 보는 드라마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이다. 불교계 최대 종단 조계종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산비탈에 사시는 이웃들을 위해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이벤트를 벌였다. 어떤 이는 스님들이 연탄까지 나르는 ‘쇼’를 한다고 비판도 하지만, 4년 임기 내 한 번도 이웃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지도자보다야 낫다. 그런데, 언론에 소개되는 좋은 기사 말고도 사회법의 심판을 받는 소위 ‘종교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스님, 목사님들의 경우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에 ‘사랑의 콩깍지’가 끼면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인다. 인터넷 검색창에 몇 가지 열쇠 글만 통합검색해서 올 한해 보도된 것을 보면, 전형적인 공금횡령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먹거리나누기운동협의회 주최로 조계사에서 '행복나눔 김장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종성 목사, SK텔레콤 정만원 대표이사와 시민, SK텔레콤 직원, 군인,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 6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주지인 승려 1억여 원 횡령 충남의 한 경찰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4년 7월까지 약 8년 간 B군청으로부터 사찰관람료 명목으로 입금되는 금액을 인출해 임의 소비한 전 사찰 주지 모 승려를 지난 10월 구속했다. K사찰 주지(46세)는 1996~2004년 7월경까지 주지로 근무할 당시 B군청으로부터 매월 입금되는 사찰관람료 중 약 9500만 원을 종단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개인 용도로 써 공금을 횡령했다. 불교계에서 이런 공금횡령사건은 매년 1~2건 정도 언론에 보도되는 편이고 드러나지 않는 사건은 더 많다. 정교분리 위반, 특혜받기 위해 뇌물 살포한 승려 올해 부정부패 사건의 백미로 특별 선물세트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결된 납골당 사업 승려’이다. 지난 10월 경남 함안에 있는 한 사찰의 주지가 납골당을 지어 분양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과 유착돼서 각종 비리를 저질러 왔고, 유명 정치인들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대부분 농민들인 이 지역 특성상 한 푼 두 푼 모은 세금을 타 내 사리사욕을 취한 사례이다. 이 승려는 지난 2008년에 납골당을 함안군에 팔면서 군비와 도비 12억 원을 받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함안군수와 군의원에게 금품을 ‘베푼’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이 승려가 사찰에 들어온 기부금을 도내 유력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단다. 검찰은 이 승려가 J시 한 소방시설 업자와 지역 국회의원을 연결해 주는 대가로 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실제로 이 돈이 해당 국회의원 측에 흘러갔는지 보좌관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승려가 본드 흡입하려 도둑질 지난 10월 경찰서 '경승(警僧)'으로 활동하는 승려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업용 본드를 훔치다 발각돼 경찰에 입건됐다. 제주의 한 경찰서는 제주시 모 사찰 주지 박 모(45)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박 씨는 밤 9시경 모 철물점에서 공업용 본드 3개(5,100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물건을 훔쳐 나오다 철물점 주인 김 모(38) 씨에게 발각돼 곧바로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은 "박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본드를 흡입하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제주 모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의 불교 신앙을 돕는 경승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을 경승으로 위촉한 경찰서도 문제지만, 이런 승려를 경승으로 추천한 종단은 더 심각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공공기관은 종교계의 자원을 활용할 때 더 엄격한 검증 절차를 가져야 한다. 조계종 중앙종회 감사보고 장면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최근 조계종의 ‘국회’격인 중앙종회는 3년 만에 ‘국정감사’격인 종정감사를 실시하고 ‘본회의’ 보고를 하였다. 국회의원 격인 한 중앙종회의원 스님은 “본사 5곳을 감사했는데, 관람료 수입 5억이 5천만 원으로 기재되는 등 오점이 있었음에도 그간 누구하나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며 조계종의 발전을 위해서 매년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감사를 하지 않는 종교계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불교계 최대 종단임을 감안하면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내부 활동이 심각하게 미진하다. 불교계의 청렴성을 확대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승려 내부의 자발적 개선은 기본이다. 또한 평신도들로 조직화된 ‘모니터’ 및 사찰평가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제는 종교계는 더 이상 ‘권위의 성역’도 아니다. 더구나 한국불교계가 인도불교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협력하고 회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찰재정 공개를 꾸준히 요구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부정부패의 통계를 내고, 공공기관에서 불교계에 지원한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 감독하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평신도의 ‘사찰재정 투명성 모니터’활동 등 시민 사회적 경험 교류와 교육기회가 많아질 때 변화의 큰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불교계 시민사회세력이나 제도권 안의 신도회 조직은 매우 취약하다. 바로잡아야 할 종단 제도권과 스님에게 ‘쓴 소리’를 내는 측은 소수이고, 오히려 승려들의 이해관계에 이용당하거나 ‘침묵’과 ‘방관’이 대세인 상황이다. 최근 목소리를 내는 평신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나도 사찰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다양한 종교인권감수성 교육과 연계되어 ‘민주시민의식’으로 발전되는 데 시민인권단체들의 관심과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사회에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며 특혜를 가장 많이 받는 종교계가 이웃을 돕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불교계는 문화재, 템플스테이 등을 이유로 다양한 국가예산을 지원 받는다. 이런 불교계가 부정부패의 흐름을 개선하지 않고, 내부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연탄 나르기’나 ‘김치담기’는 진짜 ‘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종교계 내부의 부정부패의 흐름 막고, 재정투명성을 높이는 데 평신도들의 더 많은 노력이 절실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33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이명박 정권은 국가인권위를 어떻게든 자기 뜻대로 해보려 무던히도 애를 쓴 듯싶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화한다고 해서 인권활동가들이 풍찬노숙(風餐露宿) 농성을 하였고, 유엔인권최고대표로부터 우려가 담긴 공개서한을 받고 나서야 직속화 계획을 철회하였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후에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조직을 21%나 줄여서 인권위 역할을 최소화시키고 독립성을 훼손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에 끝나지 않고 인권위원장을 전혀 예상외의 인물을 발탁(?)하여 인권시민단체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경우는 도대체 뭐람? 하는 혼란을 주었다. 이에 단체 측에서는 이 위원장의 인권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의 부재를 이유로 삼으며 이 위원장이 무자격자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인권위원장은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해 보이기 시작했다. 인권위가 반드시 의견을 표명해야 할 중요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때로는 직권으로 인권위 의견표명을 틀어막았고, 인권위원회 운영에 관련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며 독재자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조국 비상임위원, 61명의 인권위 전문위원들의 줄 사퇴, 국내 인권시민단체들, 전직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의 위원장 사퇴요구가 빗발치며, 해외 인권단체들로부터도 현(現)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쯤 되면 솔직히 X 팔려서라도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인권위원장은 11월 16일 입장표명을 통해서 “인권위 독립성(?)을 흔드는 여러 시도들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를 지속하겠다.” 라고 하며 꿋꿋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현위원장이 임명이 되었을 때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과거에 어떠한 행적이 있었는지, 심지어 경력과 전공, 그동안의 학문적 자료(그나마 교수니깐)를 살펴보아도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인권위원장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청와대에서 도무지 무슨 의도로 이 사람을 위원장으로 지명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으나 이쯤 되니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찾는데 얼마나 고심을 많이 했는지, 인물선정에 신중을 기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다. 젠장....... 사진 출처 - 필자 인권위의 독립성을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고 인식, 주변의 질타와 진심어린 충고를 자신에 대한 지지와 성원으로 받아들이며 이해력(사실 비꼬는 건데 이 분은 왠지 진심으로 그러지 않을까 싶다 T,.T), 자신으로부터 야기된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국내외를 망론하고 인권위원장으로써 부적격하다는 평가에 꿋꿋이 개의치 않고 버티는 끈질김, 이 얼마나 이명박 정권이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인권위원회를 한방에 잠재워 버리는 놀라운 자격이 아니겠는가 싶다. 어떤 활동가는 현위원장이 사퇴하고 더 반인권적인 인물이 위원장으로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를 하던데 음.. 글쎄.. 이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 위원장보다 더 청와대의 입맛을 맞출 인물이 또 누가 있을까 싶어 그건 기우가 아닐까 싶다. 자고로 맹자가 이르기를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이라고 하였는데.. 음.. 젠장 이것도 방법이 없나 싶어 우울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57 | 추천: 0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엊그제(11월8일) 베트남 이주노동자 꾸안 씨의 시신은 한 줌의 재가 되어 한국 땅을 떠났다.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한 영세공장에서 일을 하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출입국 단속반을 피하려다 4미터 높이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 작년 8월 결혼한 그에게는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4개월 된 딸이 있다고 한다.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겨를도 없이 유족들은 회사에서 지급한 2천만의 위로금을 받아들고 서둘러 이 땅을 떠났다. 먹먹한 가슴을 추스를 새도 없이 유골을 끌어안고 출국길에 올랐을 유족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외국인보호소는 강제단속에 등 떠밀려 이 땅을 떠나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곳이다. 좌절된 수많은 ‘코리안 드림’들이 이곳에 들어와 분노와 서러움을 삭히며 떠나갔을 것이다. 대부분 보름 이내에 추방되지만, 1년 넘게 재판도 없이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장기구금자들도 있다. 이들은 ‘난민신청’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고통을 참고 견딘다. 지난 9월 7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장기구금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적으려 한다.(나는 좀 더 빨리 이 이야기를 썼어야 했다.) 콩고에서 온 불라 마르셀 씨는 2007년 1월부터 이곳에서 4년 째 수감 중이다. 그는 내전 중인 콩고민주공화국 지역 부족장의 아들이라고 했다. 부족 간 갈등 때문에 부모를 잃었고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왔다. 다시 돌아가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대법원에서도 난민신청이 기각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곳에서조차 머무를 자격이 없다. 출입국 당국은 어떻게든 빨리 강제추방하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공항까지 끌고 같지만 본국으로 갈 수 없다며 완강하게 저항한 끝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난민 인정’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모진 구금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눈이 안 보여 책도 읽을 수 없어요! 심장도 답답하고 안 좋아요. 무릎이 너무 아파요’ 고통을 호소하는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아비드 칸 씨는 작년 9월에 이곳으로 끌려왔다. 그의 고향은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다. 미국 침공으로 빚어진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참상은 이곳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살기위해 한국행을 선택했지만, 비자 문제 때문에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끌려왔다. 아비드 칸 씨도 건강이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운동부족과 입에 맞지 않는 식사 때문에 몸이 비대해져 배에 종양이 생겼고 관절염까지 심하게 앓고 있다. 배에 있는 종양은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소에서는 본인이 비용을 대지 않으면 절대 치료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인도에서 온 하린더 싱 씨(56)는 화성보호소에 수감 돼 있는 이주노동자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 그의 고향은 펀잡이고 인도 내 소수종교인 시크교 신자다. 인도경찰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그의 가족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탄압했기 때문에 그의 아들은 지금 인도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인도로 돌아가면 그 역시 구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끌려오자마자 난민신청을 했다. 면회실에 들어선 그를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왼쪽 팔을 들지도 못했다. 지난 5일 '베트남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기자회견'에서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노동과세계(이명익) 이곳엔 중국 정부의 탄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난민신청을 한 파룬궁 수련생도 5명이나 된다. 평소에 기체조로 꾸준히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는 분들이라 건강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우리를 경계하면서 말을 조심하는 빛이 역력했다. 전국에 있는 외국인 구금시설에서 ‘난민신청’ 때문에 발이 묶인 채 죄 없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수감자들의 처우는 출입국관리법의 하위 법령인 ‘외국인보호규칙’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인권과 직결되는 조항들은 대부분 애매모호하게 돼 있는데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과 마찬가지로 소장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 규칙에는 소장이 ‘보호 외국인’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지도록 규정해 놓았다. 외부병원 진료와 관련해서는 “보호시설 안의 의료설비ㆍ의약품 및 인력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진 보호외국인이 자비로 외부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고자 요청하는 경우에는 병이나 상처의 정도와 도주 우려 등을 판단한 후 이를 허가할 수 있다”(동 규칙 제21조2항)고 돼 있다. 시설 안에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지만 자비가 없어서 진료를 요청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건강조차 챙겨주지 못하면서 누구를 어떻게 ‘보호’해 준다는 건가? 형집행법에는 재소자들에게 매일 1시간 이내의 운동시간을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외국인보호규칙’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화성에서는 일주일에 이틀, 15분 정도밖에 운동을 시켜주지 않는다. 아예 운동시간이 없는 곳도 있다. 형집행법에는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정해놓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규정도 없다. 전염병자가 아니면 독거실은 사용할 수 없고 집중단속기간에는 서 너평 남짓한 방안에 20여명을 수용하기도 한다. 세탁시설도 없는 곳이 많아 침구나 의류의 위생 상태도 극히 불량하다. 규칙에는 음식물을 제공할 때 국적국의 관습을 고려하도록 돼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기 수감돼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금세 건강이 나빠지고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에 소장실을 찾아갔으나 ‘만날 이유가 없다’며 나가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보호 외국인이 죽어가고 있는데 뭐하는 거냐’고 큰 소리 한 번 쳤더니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끌어낸다. 수감자들을 이리 방치해놓고도 ‘국민여론’을 핑계대면서 당연하지 않느냐고 대답하는 그들에게서 인간다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8 | 추천: 0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광주시 민선5기를 집권한 강운태 시장은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핵심 추진전략 중 하나로 ‘인권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앞선 집행부에서도 ‘민주인권평화도시’를 표방했었다. 하지만 이는 ‘1등 시민, 1등 광주’를 위한 치장품이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와 달리 현 강 시장은 공약사항이었던 ‘인권담당관실’을 신설했고 ‘UN 지정 인권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 사실 도시를 운영하는 중요한 가치로 인권을 제시하고 선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고 ‘평등과 차별의 배제’를 통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권의 후퇴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이라는 사람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막말을 내뱉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언은 더욱 환영받을 일이다. 또 광주는 ‘5·18민중항쟁’의 도시이니 인권도시 논의는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인권도시의 내용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UN이 지정하는 인권도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권도시는 그저 1989년에 설립된 국제인권단체인 PDHRE(인권교육민중운동, People's Decade for Human Rights Education)가 1998년 인권도시 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오스트리아 그라츠, 아르헨티나 로자리오 등 20여개의 도시들이 참여하면서 알려지게 된 개념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UN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미 이러한 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되었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UN 지정 인권도시’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득력 없는 근거를 들면서 UN이 인권도시를 지정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동안 ‘UN 지정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유행처럼 얘기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UN이 지정하는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한 말이 와전되면서 공식적인 용어처럼 굳어져버린 것이다. ‘UN 지정 인권도시’도 마찬가지다. 강 시장이 선거에서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해서 고집해서는 안 된다. 사실 자체를 기만하는 용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후보시절이었던 지난 5월 10일 5.18기념재단과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를 방문하여 "광주가 세계 첫 UN인권도시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또 인권도시는 도시의 내실을 인권 친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상생활의 규범에서부터 법과 제도, 관행, 나아가 공동체 문화까지 인권적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력과 재정은 기본이다. 인권도시를 추진하려면 이러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가 내놓고 있는 인권도시 추진계획은 내용에 대한 고민보다는 전시행정만 엿보인다. 안 해도 그만인 이벤트성 대형 행사를 내세우거나, 자문기구 구성에 있어서 극히 관료적인 접근 등 속내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많다. 화려한 외양이 내용까지 담보할리는 없다. 마지막으로 ‘인권담당관실’도 문제다. 부시장 산하에 1담당관, 3팀 11명, 총12명으로 구성되는 인권담당관실에 민간인 참여는 배제되었다. 그나마 개방형 공모로 선정하겠다던 담당관은 공모를 진행하고도 뽑지 못해 기존 관료가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 초기에 대거 개방형 공모를 통해 인권관련 경험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인권업무는 무엇보다 ‘인권감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전담하게 하는 부서에 단 한 명의 인권관련 경험자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문제다. 담당관 1명만 개방형으로 뽑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관실의 구성에 대해 지금이라도 인권활동가와 전문가 등 시민사회가 참여해 전면 재논의 되어야 한다. 광주는 그동안 ‘5·18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먹고 살아왔다. 그 유산을 긍정하고 가치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이용해 포장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그만 좀 팔라’는 비아냥을 가슴 아프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더더욱 광주의 인권도시 논의는 겉치레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인권도시 광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것은 ‘인권의 기준’으로 접근했을 때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50 | 추천: 0
이현정/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지난 8월 중순경에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를 다녀왔다. 당시 압록강이 흐르는 중국 단동시를 답사하는데 계속해서 폭우가 내렸고, 결국 압록강 범람으로 예정돼 있던 단동의 일정이 취소되었다. 거기에 압록강 바로 위쪽에 있는 집안시의 고구려 유적지는 길이 끊겨 아예 가보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압록강 건너편에 있는 북한 신의주 지역이 7, 8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엄청난 수해를 겪었다. 1950년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데, 세계식량계획, 유엔아동기금 현지 요원들과 북한 관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농경지 92%가 수해로 인해 훼손되었고, 30만 신의주 시민들에게 채소를 제공했던 위화도의 채소밭이 물에 잠겨 전혀 수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주택, 도로, 상단수원지와 변전소 파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신의주뿐만 아니라, 북한의 타 지역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번 수해로 인해 북한 주민의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100만 톤 이상의 식량이 긴급히 필요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북한 수해 지원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몇몇의 시민사회단체에서 북한에 쌀과 물품들을 보내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도 한 달 여 간의 모금운동을 통해 지난 달 27일, 육로를 통해 개성과 황해남도 배천군 수해주민들에게 밀가루 100톤과 쌀 10톤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최근 인도적 지원이 정치, 안보적 우려로 제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일행이 평양을 찾았다. 또 미국 정부는 대북 수해 구호품을 지원하였고, 민간단체들도 대북 수해 지원에 직접 나섰다. 중국 정부도 내년 1월 말까지 북한에 쌀 50만 톤을 지원 약속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불어 호주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북지원에 나섰고, 내년에도 83억원의 대북지원금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입장은 위 상황과 다르다. 지난 5.24 조치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대규모 식량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유엔 등 국제 사회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책임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결국 현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이 지난 10월 21일 오전 경남 창녕군 도천면에서 '통일쌀 추수행사'를 열기 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또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도적 지원마저도 막고 있다. 경상남도와 민간단체에서 모은 615톤의 쌀을 계속해서 반출 승인 보류를 내고 있다. 경남에서는 지자체의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여부를 중앙정부에서 미승인을 낼 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 지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사의 방북을 불허하기도 하였다. 우리 정부가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수해 지원은 북한 수해 돕기만의 차원이 아니다. 쌀 재고량이 너무 많아 쌀 가격의 엄청난 폭락에 따른 우리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매년 북한에 40만 톤의 쌀을 지원해 쌀 가격이 적절하게 유지됐었는데, 현재 3년째 지원을 끊어 현재 150만 톤의 쌀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 쌀창고 관리비만 4,500여억 원이 드는 현실이다. 결국 올해 15년 만에 최고의 재고량을 기록하고 있고, 이로 인해 15년 전의 가격으로 폭락한 상황이다. 이렇듯이 대북 쌀 지원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농민들을 살릴 수 있는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 동안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를 조금이마나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교류·대화 단절, 개성공단 운영의 파행, 금강산·개성관광 중단의 피해 당사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아니라 고스란히 남북이 껴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로 인해 미국은 한반도와 일본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국은 남북 경색의 틈을 타 북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남북관계가 멀어진다면, 한반도에서의 우리의 운명 결정권을 주변 나라에게 쥐어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열린 적십자회담이 식량지원 문제로 결렬되었는데, 이번 11월 말경에 개최될 적십자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지원 규모 및 방식, 그리고 배분 모니터링과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북한과 협의해가면 된다. 이럼으로써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로 잃어버린 것들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한반도의 역학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해서 6자회담 재개와 주도권을 가져가려 할 때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한미동맹 만의 일방적 외교가 아니라,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돌파구를 열어가는 것이 현명한 외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과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못할 때에도 여러 차례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지금처럼 북한-중국 동맹이 더 강화되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고위 인사가 계속해서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스스로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틀을 버려야 한다. 정치적 식량지원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실용적 대북정책임을 명심하고,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3 | 추천: 0
김현진/ 에세이스트   오도엽 시인이 쓴 <밥과 장미>를 읽다가 성신여대 청소 용역 노동자 인터뷰 부분에서 잠깐 책장을 덮었다. “나도 자식들 가방끈 늘려주려고 이리 고생하고 있습니다. 내 딸, 아들 학교 다니면서 식당에서 서빙하며 학교 다니지 않게, 부모가 되어가지고 내 딸 서빙 안 시키려고 이렇게 학교에 나와서 일하는 게 잘못입니까. ”라는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미화원 아주머니의 모습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여름까지 서빙 노동자였던 나는 갑자기 몹시 우울했다. 우울하다기보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생활한다는 것은, 그렇게 시시각각 기운이 쭉 빠지는 일투성이인 모양이다. 자식 가방끈 늘려 줘서 서빙 같은 일 안 시키려는 부모 마음이야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내가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많이 다녀 봐서 커피 맛을 잘 아는데 커피 맛이 엉망이라며 4500원을 던지듯 놓으면서 내가 이 돈을 왜 내는지 모르겠다, 도둑년, 이렇게 내뱉고 나가는 손님 봤을 때 시키는 대로 시간당 사천 얼마 받으면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도둑년 소리를 듣나 싶어 의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어느 부모도 자식 서빙 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방끈 길게 늘어뜨리고 책상 앞에서 근사하게 일할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서빙을 해야 할 텐데 같은 비정규직끼리도 절대로 내 자식은 그거 시키기 싫다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내 자식 비정규직 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뼈가 부서지도록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자식이 가방 끈 길어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외교부 특채 사건처럼 ‘내 딸 최적화’ 시험 같은 걸 만들어줄 수 없으니 역시 기운 빠지는 일이다. 여름까지 일했던 커피숍은 여섯 시가 되면 생맥주를 파는 호프집으로 변신했다. 다섯 시 반까지 출근하는 주방 담당 아주머니는 하늘이 무너져도 자신을 꼭 사장님이라 부르라 했다. 몇 년 전까지 자기 가게를 운영하다가 일이 생겨 남의 가게에서 월급 받고 일하게 된 그는 그 사실에 늘 진저리를 냈다. 손님이 혹시라도 사장님이라고 안 부르고 주방장님, 이모, 아줌마, 뭐 이렇게 부르거나 하면 그야말로 진저리를 쳤다. 분해 죽겠다는 투로 내가 남의 가게 종년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버젓이 남의 가게 종년 노릇하고 있는 나는 또 기운이 쭉쭉 빠졌다. 별로 스스로 종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건만 자꾸 종년 종년 하니까 기운이 빠지는 거였다. 지금 반 년 넘게 새벽에 사무실에 녹즙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시간에 일하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을 마주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꾸벅꾸벅 인사하고 힘들게 일하시는구나 하고 존경도 하다가 이젠 마주칠 것 같으면 전속력으로 내뺀다. 가끔 청소 아줌마들에게 녹즙 판촉용 샘플을 주지 않는다고 꼬집어 뜯기고 쥐어 박힌 다음부터는 일단 도망치고 본다. 그리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혹시나 경비 실장 눈 밖에 안 나려고 조심하고, 청소 용역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하청 업체는 계속 하청 일을 받기 위해 본사에 종종 좋은 자리 만들어 대접하고, 경비 노동자들 역시 계약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경비 아저씨들은 나에게 샘플 몇 개씩 경비실에 놓고 가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모두 파리 목숨인 비정규직끼리도 이러고 사는구나 싶을 때마다 기운이 또 좍좍 빠진다. 녹즙 먹는 손님이 프로야구 우승팀 내기를 하자고 한다. 자기가 이기면 한 달 녹즙 값을 공짜로 해 달라고 한다. 녹즙 값 내지 않고 퇴사하기라도 하면 그 돈 받아낼 수도 없고 꼼짝없이 자기 돈으로 채워 넣을 수밖에 없는 녹즙 노동자는 살 떨린다. 그럼 내가 이기면 한 달 대신 배달해 줄 거냐고 했더니 자신은 시간당 단가가 비싼 사람이니까 불공정 거래라며 하루 대신 배달해야 공평하다고 한다. 그나마 있던 기운도 다 빠졌다. 비정규직이란, 단가 낮은 사람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시간당 단가 싼 사람들, 그러니까 막 부려먹어도 되는 사람들. 단가에 따라 인권 값도 결정되는 2010년 대한민국.
2017-07-12 | hrights | 조회: 327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