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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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전국완/ 중학교 교사   이번 달 초 나는 우리 반의 한 학생을 강제전출 보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 제 17조 제1항 제8호에 의해……. 지속적인 금품갈취와 폭행이 그 이유이다. 자신보다 약한 하급생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지 않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먹질을 해댄 것에 대한 징계이다. 3월부터 흡연으로 인한 교내봉사, 폭행 등으로 인한 사회봉사 1회, 특별교육 3회, 출석정지 등의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전력을 지닌 녀석이다. 덕분에 우리 반 출석부도 깨끗할 수가 없었고 ……. 그럼에도 ‘그놈의 문제아 잘 보냈다’는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남는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가끔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는 뭔가 미워할 수 없는 모습들이 있었다. 늘 선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짓고 다니고, 뭔가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빈틈이 많아 담임인 나를 포함한 다수의 여학생들에게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옆 반의 어여쁘고 착한 여학생과 친구로 지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 속에서 담임인 나는 그 녀석의 어떤 폭력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녀석의 일상은 방과 후부터 특별해지기 시작한다. 한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근처 놀이터나 으슥한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고,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돈이 남으면 노래방에 가서 놀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급생의 돈을 갈취(본인은 빌렸다고 함)하고, 분위기 험악해지면 주먹도 쓰는 것 같다. 3월 첫날부터 ‘흡연’으로 걸렸던 그 녀석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수십 번이다. 이야기할 때마다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문을 쓰고, 사회봉사니, 특별교육이니 하는 프로그램도 착실하게 다녀온다. 그러곤 또 사고를 친다. 그야말로 사람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일명 ‘폭자’로 일컬어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변호하는 야무짐도 전혀 지니지 못했다. 문제정도가 심한 친구들이 먼저 차례차례 강제전출을 당하고, 이제 2학년 두 달여를 남기고 또 이 녀석마저 강전을 가게 된 것이다. 이 녀석을 보내는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저녁을 먹는 일밖에 없었다. 이미 전출당한 녀석 중 하나는 전출간 지 2달 만에 또 다른 학교로 전출당한 상태였다. ‘그 녀석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도 서로를 위해 얼마동안은 거리를 둬라’ ‘네’ ‘폭자 열리던 날 우시던 엄마를 생각해라’ ‘……’ ‘상급학교도 들어가고 취직도 해야 하지 않니?’ ‘……’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로 겉늙어버린 어린 제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폭력대책자치위원회 담임진술시간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던 건 그 녀석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녀석이 그 화려한 전적을 세우며 만신창이가 될 동안 담임인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조감 탓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왜 그 아이를 좀 더 가까이 붙잡아 놓고 지도하지 못했을까? 주말에 데리고 자장면이라도 자주 먹을 걸. 예전처럼 PC방 노래방에 쫓아다니며 지도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런 고민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 교사들 앞에 교육부가 내놓은 제안은 참으로 생뚱맞다.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책으로 ‘학교폭력 및 예방교원에 대한 승진가산점’ 제를 시행한단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전 교원의 40%를 승진가산점으로 매년 0.1점을 부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입취지는 그야말로 거창하게시리 ‘학교폭력 근절 분위기 조성과 교원의 사기진작’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에 폭주하는 학년말 업무에 시달리는 담당교사는 추천기준을 만드느라 우왕좌왕하고, 결국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들이 관련공적을 적어내느라 바쁘다. 이런 것으로 우리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된다고 보는가? 그래서 사기가 진작된 교사들의 활약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건가? 점점 힘들어지는 생활지도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도 없이 이런 유치한 탁상공론만 만들어 놓고 실적으로 내세울 건가? 교사와 학교를 A, B, C등급으로 나눠 몇 푼씩 성과급을 차등지급해서 교단을 헤집어 놓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또 알량한 가산점을 들이대며 공적조서를 만들어내라고 하고 있다. 우리 교사들에게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귀하고, 또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그렇게 얄팍하고 천박한 논리로 재단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학생들이 질풍노도기를 잘 겪어내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학교생활에 동기를 부여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시급하다. 상업적 마케팅으로 가득한 매체들에 포위된 채 물질과 외모만이 관심사가 되어버린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학교와 교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임계점에 다다른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범사회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교사로서의 무력감과 쓰디쓴 회한을 안겨 주고 떠난 그 녀석은 나와 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12월 겨울방학 때까지 사고 치지 않기로 했는데, 일단 믿어 볼 밖에 도리가 없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70 | 추천: 0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검찰총장과 같은 종교인은 죄를 짓고도 덕을 볼 수 있을까.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 해 발생한 형법과 특별법 죄인 가운데 종교가 직업인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종교인 범죄가 약 4500건이었으나 2009년 5400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직업 종교인이 저지른 범죄 유형의 순서를 살펴보면, 폭력 20%, 사기, 강간, 성매매,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음주운전 순이다. 드물긴 해도 마약이나 도박도 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종사자는 총 118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6대 전문직 종사자는 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을 말한다. 직업별로 보면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 354명, 예술인 198명, 교수 114명, 언론인 53명, 변호사 15명 등 순이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직업 종교인이나, 종교계 지도자는 누구에게 상담을 하고 도움을 구할까. 검찰총장 내정자의 위치에 있는 분이 자신이 믿는 종교인에 대한 ‘부도덕한 청탁의혹’이 일고 있다면 철저한 인사검증이 절실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잣대는 ‘불교계 관련 의혹 수사’이다.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22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입구에서 고위층 스님들의 상습도박의혹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고 불국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불교닷컴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고위층 종교지도자들이 도박장과 상습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하나이다. 여러 단체 가운데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불교 조계종 고위층의 도박장 개설의혹과 상습도박 사건’에 대하여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다. 20여명이 넘는 불교계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지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은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현 검찰총장 김진태 내정자가 불교계 고위직 스님들에 대한 사건에 ‘부도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불교계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 검찰총장 내정자는 전 현직 총무원장들, 관람료 수입으로 돈이 많은 유명사찰 주지스님들과 골프 등 ‘고급친교’를 즐겼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의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밝혀지길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 한 후에라도 도박장 개설이나 상습도박 같은 종교인 범죄 행위는 철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실행해야 한다. 종교는 같아도 죄를 저지르면 덕 볼 수 없다는 상식이 통하길 기대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1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5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건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관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복지’보다는 ‘보건’ 쪽이 선호부서다. 그렇다고 공공보건정책이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의료’와 관련한 업무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해외연수 기회를 이용해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복지정책을 공부하며 견문을 넓히는 분들도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복지국가는 복지지출확대를 전제로 한다. 그것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당연히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복지국가 실현에서 핵심 논제가 된다. 그런 와중에 복지국가에 반대하는 담론도 기승을 부린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이 내세웠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은 그 중에 저급한 쪽에 속한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건 ‘재정건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청망청 빚내다가 집안 거덜 난다며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일시하는 비유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도 그렇고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기초연금도 그렇고 각종 복지정책을 얘기할 때 재정건전성을 기준에 놓고 얘기하는 경우를 자주 듣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일갈했듯이 “그렇게 재정건전성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뭐하러 하느냐”는 말이 적절한 대답이 될 듯하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박사가 재정건전성의 논리적 허점을 까칠하게 표현한 얘기도 있다. “재정건전성만 놓고 보면 젊어서 열심히 세금 내고 환갑 되기 전에 죽는게 제일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대공황이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보면 재정적자를 ‘만악의 근원’처럼 여기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영국 정부는 실업수당 10% 삭감 등 재정적자 6억 달러(GDP 대비 2.5%)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했지만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민간 소비위축과 양극화였기 때문이다. 대공황 극복은 뉴딜정책이 상징하듯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했던 재정긴축과 고금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완화 덕분이었다. 박근혜가 새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문형표는 오랫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한 학자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데다 복지지출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가 2006년 한 경제지 기고문에 쓴 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과다한 복지부담은 근로의욕의 축소, 기업의 고용 회피 등으로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고려한다면 무조건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한국보다 2.5배나 높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비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 굳이 복지확대를 요구하지 않아도 “2050년께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독일이나 스웨덴 등) 현재의 고복지국가들과 유사해질 것”이라면서 자신이 비난했던 '단순비교의 함정'에 스스로 자신을 빠트리는 결론을 내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문형표는 박근혜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부터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을 주장해온 핵심 ‘멘토’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근혜는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안종범(성균관대 교수, 현 새누리당 의원), 김용하(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문형표도 그 중 핵심 멤버였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그 해 12월 의원 윤건영(현 연세대 교수)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취지는 지금도 살아 숨쉰다. 법안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분리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춰 소득대체율을 당시 60%에서 40%로 삭감하자는 것이다. 대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곧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고 ‘덜 내고 덜 받는’ 공적연금 체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을 재정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경제학자가 복지부 장관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재정건전성에 좋지 않다며 복지지출 확대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긴축을 위한 복지지출통제’를 소신으로 견지하는 학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복지정책을 ‘경제개발’ 정책에 종속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정부 복지정책의 큰 그림은 복지확대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내놓았던 각종 복지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거기다 국민연금의 공적기능을 대폭 약화시켜 삼성생명 같은 민간보험처럼 만들수 있는데 그게 10년 가까이 대통령과 공유해온 소신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12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혹시 일본의 헌법 9조를 아시나요? 한국 헌법도 잘 모르는데 일본의 헌법 9조를 모르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 헌법 9조는 한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고, 매우 중요한 역사적 배경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조항은 다음과 같다. 9조 1항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간략히 설명하면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 교전(交戰)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자위대라는 사실상의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조항 때문에 군대라 하지 않고 자위대(치안유지 목적의)라 불리는 처지이다. 배경을 잘 모르는 일본인들이라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헌법 9조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참사라 여겨지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인류의 재앙인 전쟁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반성이자 인류에 대한 약속이다. 이러한 평화헌법 9조가 제정 60년을 넘긴 지금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보수 우익성향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공연히 헌법 9조를 개정하여 국방군을 보유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의 당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의 발언은 위협적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을 깨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일본의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인사들이 참가한 ‘9조 간사이 세계대회’가 개최되었고, 운이 좋게 민변 회원들과 함께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간사이 세계대회 포스터 사진 출처 - 필자 일본에 가기전만 해도 일본의 이미지는 정치인들의 우경화된 발언과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망언들, 보수 우익정당의 선거 신승,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반한류 시위 등 온통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막상 일본에서 대회에 참석한 분들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 우려했던 것 보다 정치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조금은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의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 때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연평도 때인가 술 먹고 밤 늦게서야 집에 돌아갔는데 이를 외국인 친구가 알고 엄청 용감하다고 해서 참 어이없던 기억이 난다. 국제대회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여하튼 일본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준비한 ‘9조 간사이 세계대회’는 10월 13일, 14일 양일간 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일정은 해외 참가단들과 일본 지식인들이 함께 평화헌법 9조가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배경, 왜 지켜져야 하는지, 그리고 9조가 동북아지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가지는 지에 대한 학술세미나들로 이뤄졌고, 그 다음날은 오사카종합체육관에서 일본 각지에서 모인 1만 명 이상의 일본 시민사회 사람들과 함께 각종 행사와 퍼포먼스를 하며 9조를 지키기 위한 국제 대회가 있었다. 두 번째 날 행사장 밖에는 무수히 많은 부스가 설치되어 환경, 생태, 핵문제 등 일본의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현안을 볼 수 있었고, 행사장 안에는 대규모 합창과 춤, 퍼포먼스, 젊은이들의 발언 등 웅장한 국제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학술세미나가 열렸던 첫째 날 미국 퇴역대령이자 현재 평화활동가인 Ann Wright씨는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이라크 전쟁은 현재 아무런 해결도 남기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라크인들과 주변국 민중들에게 고통과 피해만을 남기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고 여전히 미국은 각 지역의 분쟁지역에서 무력을 활용한 평화구축을 설파하며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지구촌의 분쟁해결을 위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되물어봐야 할 때라고 하며,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 및 무력의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 9조가 얼마나 지켜야할 가치인지 이야기할 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과 참여도는 외부에서 일본을 볼 때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이들의 노력에 한국의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힘을 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행사에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 할아버님들을 꽤나 많이 보았는데, 이 분들은 상당히 평화적이고 反戰 성향이며 길거리에서 홍보전단지도 나눠주고 서명도 받는 등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수 어르신들을 시위장에서 자주 뵙기는 하나 (물론 전체는 아니겠지만) 왜 이렇게 다른지, 지난 주 촛불집회에는 유난히 보수측 어르신들 마이크가 크게 틀어져, 종북세력 죽이네 살리네 하여 집회 내내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두 곳 다 전쟁을 겪었고 전쟁을 이야기 하며 전쟁 반대를 목 놓아 외치지만 그 내용과 행위는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사장 인근에서 활동하시는 일본 어르신들 사진 출처 - 필자 일본에서 돌아와 다시 한국에서 일상을 지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연일 국정원뿐만 아니라 군당국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정치는 혼탁하고 과거 어두운 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 그래도 시청 앞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나 9조 세계대회에서 9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다행이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 인원수는 이쪽이 훨씬 많을 것이다. 시대는 다시 앞으로 전진 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21 | 추천: 0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처럼, 필자가 일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감정의 기복이 크다. 지난 9월 13일에는 피해금액 3,400억 원대의 800여 피해자를 양산한 CP(기업어음) 사기발행 사건으로 주범인 LIG그룹의 “재벌총수” 인 아비와 그 둘째 자식과 고위 임원들이 1심 법원에서 중형을 받아 구속처벌을 받았다. 2년 6개월 피해자들과 함께 투쟁해서 얻은 승리라서 기쁘다. 하지만, 형사법원에서 피해배상 명령이 없었고, 피해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자본가들과 지난한 민사소송 재판이 기다릴 것이다. 다시 9월27일에는 “키코(KIKO)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키코 피해 수출기업들의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은 몽땅 패소했다. 그들 피해기업들과는 지난 2년여 연대를 해온 처지인지라, 투기자본감시센터 또한 크게 분노했다. 대법원의 “법조귀족”들은 키코가 사기성 금융상품이라는 국내외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을 외면하고, 은행이라는 막강한 금융자본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금융수탈을 정당화 시켜주었다. 최근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등으로 수많은 금융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사태는 일파만파 연일 커지고 있다. 원래부터 재무상태가 취약해서 기업어음(CP)와 회사채를 발행하여 근근이 자금조달을 해오던 동양그룹이 매일 수십억 원의 만기도래 어음으로 위기에 빠져 들었고,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그룹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그런데, 동양그룹은 기업어음을 1조원, 회사채를 1조원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 반면 금융권을 통해 조달한 액수는 9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기업어음 4천563억 원을 개인투자자 1만5천900명에게 판매하였고, 회사채는 거의 전량을 개인투자자 3만1천명에게 판매하였다고 한다. 즉, 이들 5만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일 회자되고 있는 “불완전 판매”라는 논리의 부당성이다. 금융당국, 언론, 일부 시민단체에서 해당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다. 또한, 그런 잘못된 진단에 기반을 하면 피해구제 방안도 엉뚱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키코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대량 피해를 양산하는 다른 금융상품 피해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금융피해 양산의 주된 책임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불량한 감독”에 있다. 더불어 엉성한 법제도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고, 보다 엄격한 규제와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규정하는 법제도 마련을 위한 입법운동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불완전 판매라는 것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공될 금융상품 정보의 내용과 양이라는 것 자체가 합리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금융상품 자체가 과학적 입증이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는 정보들에 기반을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피해 사건의 원인을 불완전 판매로 규정하는 순간, 해당 금융사와 개별 금융소비자 각각의 사이에서 일어난 민사 사건으로만 한정하게 만든다. 그 후, 피해구제도 민사 법정에서 이뤄지는데,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가 민사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불완전 판매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그 결과, 온전한 피해구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막강한 금융사를 상대로 법정에서 이긴다는 것도 오랜 시간을 낭비하고, 전체 피해금액의 아주 약간만 “보상”받는 실정이다. 또한, 불완전 판매가 함의하는 논리에는 금융피해 책임을 금융사를 소유지배하는 금융자본이 아닌 근무하는 금융노동자에게 전가시킬 위험이 크다. 매일매일 금융상품 판매압박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지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가 불완전 판매 운운하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투기자본들에게 장악되어 금융공공성이 실종되었고, 오로지 투기자본의 고수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 실상이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도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9월 들어서도 직원들에게 계열사 CP판매를 독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그들의 불완전 판매를 탓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상품, 그것도 피해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금융상품 설계와 판매를 개별 금융사,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게 맡기는 것은 개별 금융소비자의 처지로 볼 때, 연약한 초식 동물들을 사나운 맹수의 아가리로 몰아주는 것처럼 위험하고 불공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이다. 동양증권 직원·투자자들이 현재현 회장 자택앞에서 항의시위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피해사태에서도 “불량감독”을 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양그룹이 부채율이 1200%에 달하는 등 부실에 빠진 상황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금융상품을 파는 것에 대하여, 수수방관한 채 아무런 경고 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감독원은 지난 3년간 동양증권을 4차례 검사하면서도 매번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투기 등급의 CP를 아예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내규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신호조차 전혀 보내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이제 와서 금융소비자 보호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태도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제소가 당장 필요하다. 또한, 그 동안 한국 사회는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등 유사한 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해 심각한 금융피해 발생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그 어디에도 정부는, 금융당국은 없었다. 오히려, 드러난 것은 금융관료들의 무능과 부패, 불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자본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개인투자자, 금융소비자, 즉 평범한 시민들은 기껏해야 판매사의 창구에서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정도만을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하고, 재무제표 등을 본다 하더라도 이를 분석하여 기업의 재무 구조 등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기업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 수가 없는 이러한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기업어음 등을 무한정 팔고 있는 금융시장이 문제다. 관련법인 자본시장통합법에는 기업어음 개인판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위험한 금융상품은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일체 판매할 수 없도록 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한 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대개의 금융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수 천만 원 노후자금을 금융자본에게 몽땅 빼앗긴 경우에 해당 한다. 조지 소로스나 워랜 버핏, MBK파트너스 같은 “큰 손”이 아니다. 몽땅 금융수탈을 당한 이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재판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하는 현행 법제도는 끔찍한 악법이다. 따라서 먼저 정부가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한 연 후에 수탈을 저지른 금융자본에게 공권력을 동원해서 피해금액을 회수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현재 금융당국의 금융관료가 아닌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금융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공감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며, 나아가 유사 금융피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7 | 추천: 0
허창영/ 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진다.” 만약 학생들이 이렇게 얘기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삶의 가치를 배우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학교라는 뻔하고 진부한 표현은 하지 않겠다. 그렇더라도 학교를 감옥으로 느끼는 현실은 정말 참담하지 않은가.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물어본 결과다. 설문에 응한 48.0%는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지고, 34.2%는 ‘학교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40.6%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 운동의 연대체인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솔직히 한국 사회에서의 학교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왜곡된 교육구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교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지만 이 설문의 의도는 과도하게 경쟁을 부추기거나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학교라는 공동체 공간이 평소 학생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긴 하겠지만, 교육구조와 학교운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더라도 학교운영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숨통이 트이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 학교가 있고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왜곡된 교육구조와 학교운영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설문의 결과는 전체적인 학생인권의 상황도 여전히 열악함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체벌과 언어폭력은 아직 완전하게 뿌리 뽑히지 못했고, 이 중에 약 30%는 자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두발과 복장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는 학생도 절반이 넘었다. 자율학습과 방과후학교에 대한 강제도 상당수의 학교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교육당국 스스로 학생인권이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른 셈이다. 학생들의 권리의식이 너무 높아져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그저 볼멘소리로 들린다. 민주화 이후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통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던 권력자들의 수준 낮은 인식과 상통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 몽둥이로 맞서고 있는 권력의 모습과 학교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학교 현장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학생 2명이 수업태도 불량으로 교사의 지적을 받고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그렇지만 이 설문결과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지역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경기·광주라고 해서 학생인권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체벌, 언어폭력, 두발, 복장, 학생자치, 차별 등 문제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체벌만 놓고 봤을 때 ‘전혀 없다’가 학생인권조례 시행지역은 58.7%에 이르는 반면, 미시행지역은 39.8%에 머무른다. 언어폭력도 시행지역은 51.7%가, 미시행지역은 36.5%만 ‘전혀 없다’고 한다. 다른 쟁점들 역시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는 대답이 23.3%와 41.0%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학교규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역시 27.9%와 53.2%로 간격이 크다. 다시 말하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 학생들은 그나마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고 있는 셈이다. 찬/반 논란이 여전하고 교육부의 발목잡기도 있지만 학생인권조례의 규율이 학교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문제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확인에 불과하다. 조례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학생인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조례의 취지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의지와 정책, 환경의 조성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가장 먼저 시행한 경기도의 경우에도 채 3년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런 조건이 완전하게 갖추어졌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도화가 갖는 일정한 힘이 현장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얘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미 학생인권조례 얘기는 식상한 얘기일 수 있다. 떠들썩하긴 했지만 조례를 제정한 곳은 최근에 제정한 전북을 포함해 고작 4곳에 불과하다. 시행하고 있는 곳 중에서도 수장이 바뀌면서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왜곡된 교육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힌 아이들을 당장 구출해낼 수 없다면, 적어도 학교생활만큼은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부족하긴 하지만 그 가능성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금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주 식상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얘기일지도 모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43 | 추천: 0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   지역사회 곳곳이 아프다. 당진은 인구 16만의 소도시이지만 10~20년 사이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제2의 수도권’이라 불리며 서울과 1시간 거리의 접근성, 편리한 교통 그리고 현대제철·동부제철·당진화력 등 대기업을 비롯해 크고 작은 업체들이 모여 있어 월평균 400명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외적으로는 여느 시·군보다도 두드러지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 뒤엔 아픔도 크다. 지난해부터 우리 신문에서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찾아가 대대로 터를 닦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마을의 옛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지역의 모습이 변하고, 농촌이 계속해서 고령화 되면서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자꾸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마을의 옛 모습과 전설, 집성촌 이야기, 주로 재배하는 작물 혹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에 대한 추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삽교호방조제를 건설하며 서울로 가는 길목이 바뀌자 당진읍(지금은 당진동으로 바뀜)보다 더 융성했던 합덕읍 지역은 완전히 침체돼 수십 년 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로 물길을 막아 간척지를 만든 곳에선 이제 “버글버글”하던 망둥이, 숭어, 준치 등 수많은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 당진에 김양식장, 염전이 있었다는 것도 이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어렴풋이 남아 있다. “마을 뒷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면 하얀 소금밭 뒤로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렸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아 두지 못한 게 내내 한이 되더라고….” 당연하게 여겼던 마을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도 그립다는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쩐지 가슴이 아팠다. 전쟁으로 북쪽에 고향을 둔 이들만이 실향민이랴. 산업단지 개발로 마을을 떠나야 했던, 그리고 마을에 남아 있더라도 옛 모습을 잃은 마을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 모두 실향민이었다. 최근 당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송전철탑이다. 철탑으로 전국적 이슈가 된 밀양과 같은 일이 당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당진에는 이미 총 525기의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다. 서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철탑이 많이 세워진 지역이다. 한국전력 측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통해 올 여름과 같은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송전철탑을 추가적으로 더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새롭게 건설하는 송전선로 전 구간을 지중화하라고 주장하며 단 한 기의 철탑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선로 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육상노선과 해월노선을 두고 내륙과 바다인근 지역 주민 간 반목이 야기되기도 했다. 한국전력 측은 14.4km에 달하는 전 구간을 지중화 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면서 ‘일부구간 지중화’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완강하다. 이미 선로가 지나가는 마을에서는 가축불임이나 기형출산 등을 겪고 있으며, 구체적 통계자료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민 암 발생이 많아졌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더불어 토지매매가 이뤄지지 않거나 지가가 현저하게 떨어져 주민들의 재산 상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진 송전철탑을 반대하는 주민들 (당진송전탑반대대책위 시위현장) 사진 출처 - 민중의소리 화력발전소 건설도 마찬가지다. 이미 당진화력에서는 9·10호기를 건설 중이고, 바로 옆 마을에서 동부그룹은 추가적으로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 역시 법정소송을 이어가며 대기업과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대도시 사람들은 “그럼 매년 벌어지는 최악의 전력난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양이 적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가 생산단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고, 그로 인해 에너지 다(多)소비형 산업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부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집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대기업의 편의 주의적 발상은 대기오염을 비롯해 주민 건강피해, 재산피해, 주민 간 갈등 등 지역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도록 하는 잔인한 일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에너지자립을 실현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하며, 지금부터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일터로, 삶터로 삼고 지내면서 곳곳에서 아픔을 본다. 주민들은 이미 늙었고 힘이 없고, “늘 지기만 했다”는 자괴감도 때때로 드러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1 | 추천: 0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   “간첩은 오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역사학자 한홍구의 글이다(2004년). 그가 만나본 전직 간첩들을 보니 만들어진 간첩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그는 힘 줘서 말했다. 오히려 간첩이 두려운 게 아니라, 간첩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두렵다고. 자. 이제 지금의 한국사회를 무섭게 몰아치는 ‘내란음모사건’을 보자. 33년 만에 다시 세상에 공포의 얼굴을 내밀었다. 근데 발표 내용이나 과정을 보면 의심스러운게 한 둘이 아니다. 130여명이 모여 내란 모의를 일으켰다는 합정동 M 종교시설. 마리스타교육관이다. 본인도 거기에 1박 2일, 당일씩 해서 십여 차례 다녀왔던 공개 대관장소이다. 주말이면 두 세 팀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이런 대중공간에서 일요일에 모여 국가 전복과 국가시설 파괴를 기도했다고? 거기에 부모와 아이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리고 일부 분임 토의 녹취록으로다가 내란 모의라고? 어쩜 이리도 타이밍이 절묘할까.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청와대와 국정원, 33년 만에 내란음모라는 대형사건을 터트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란음모 죄목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해묵은 국가보안법으로는 약하니 국면전환용으로 우선 찔러놓고 보자는 심보다. 영장실질검사에서 검찰이 공개한 증거자료가 녹취록 발언과 참고인 진술서가 전부라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구체성 없는 녹취록과 금전지원을 받은 참고인 진술로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가 성공한 셈이 되어버렸다. 또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의 내란음모 조작 타이밍과도 비슷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1971년 대선 당시 박정희가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겨우 승리한 후 서울대생 내란예비음모사건이 터졌고, 공안정국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무죄로 판결되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도 마찬가지. 전두환 12.12 군사쿠데타 이후 공안정국 전환용으로 희생양이 필요했었다. 역시 훗날 모두 무죄였다. 이쯤에서 정부 수립 후 최초의 내란죄 처형자였던 최능진 선생을 얘기해보자. 일제 시대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숭실전문대 체육과 교수를 하게 된다. 이후 안창호 선생과 함께 활동하면서 1937년 동우회 사건으로 2년 여간 복역한다. 해방 후 일제부역자들이 경찰 간부가 되는 것을 보고, 이들을 처리하고자 그도 경찰 간부가 되었으나, 오히려 그가 쫓겨났다. 이후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 반대 활동을 펼치면서 5.10 단독선거 때 동대문에 출마해 이승만과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이승만의 방해공작으로 선거등록이 무효화되고, 단일후보로 이승만이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 해 10월 선생은 내란음모죄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한국전쟁 발발 이후 자유의 몸이 되어 ‘즉시 정전, 평화통일운동’을 펼친다. 그러나 그 해 가을 선생은 이승만의 지시로 일제부역자 출신 김창룡에 의해 체포되고 이듬해 총살형에 처해진다. “정치사상은 혈족인 민족을 초월해 있을 수 없다.” 주장하던 독립운동가 최능진 선생이 일제부역자 김창룡에 의해 죽게 되는 대한민국의 반쪽짜리 역사에는 늘 이렇게 ‘내란죄, 이적죄’들이 등장했었다. 최능진 선생 사진 출처 - 한겨레 이번 내란음모죄 사건에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안관계자가 인정했듯이 내부 협력자에게 돈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가족과 함께 갑자기 외국으로 사라져버렸다. 또한 RO라는 혁명조직의 구체적인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3년 동안 수사했다고 하지만, 답변으로 나온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조중동을 포함한 보수언론에서만 계속해서 OOO가 연락 총책이다 등의 설만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것 또한 공안기관과 언론의 긴밀한 협조 속에 펼쳐지는 공작일 뿐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죄로 잡힌 것이 아니다. 다만 만들어졌을 뿐이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통합진보당을 향한 시선은 곱지 못했다. 작년 경선과 분당 사태, 그리고 조직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미운 시선만을 보낼 때는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면전환용으로 내란음모죄가 33년 만에 거대하게 등장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국가권력은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촛불을 내란음모 동조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리고 보수 언론과 집단들은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낙인 찍고 있다.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을 종북세력이라 한다. 어제 참여연대 창립기념식 행사장 앞에서는 이석기 동조세력 참여연대를 해체하라는 집회를 열기도 하였다. 심지어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게 편지를 쓴 청소년들을 이석기 키즈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야권연대를 비방하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이 책임을 져야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작금의 심각한 현실을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로만은 볼 수 없다. 민주 대 반민주, 상식 대 비상식, 자유 대 구속의 현실로 봐야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저항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최근 박래군 선생이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대책위> 결성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 “민주주의자 없이 민주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프리드리히 에버트의 말이 절실히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62 | 추천: 0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존경 받고 있는 A목사님의 고백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월요일 쉬는 날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상습적인 놀이문화를 만끽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농담인줄 알았지만 지역 인근에 이웃 종교인들까지 모여 하기도 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원정을 가 친목놀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해 조계종은 백양사 도박사건, 행정 최고 지도자급의 성매매 의혹 논란으로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었다. 그 일환으로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라는 특별한 조직이 만들어졌고 1000일 동안 생명평화 기도가 500일을 맞아 소박한 기념행사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을 지낸 장주스님이란 분이 도박장개설, 상습도박으로 포항지청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16명을 자신과 함께 처벌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16명 가운데 일부 스님은 장주스님을 무고죄로 고소해 진실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도박장 개설 장소가 B교구 본사 사찰, O장학재단 인데 이곳은 조계종에서 매우 상징적인 곳이다. 사찰이야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아는 곳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O장학재단은 설립자스님과 어머니의 이름을 따 만들었고, 거론 되는 스님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자수하고 폭로한 분은 지하2층 지상6층의 이 건물 맨 위층에서 상습도박을 했고 금고에서 돈을 빌려주는 등 도박장을 개설했다는 주장이다. 자세하게 내부 배치도와 동선까지 검찰에 제출했다는 주장도 있다. 조계종 대변인은 수차례의 공식적인 부인 입장만 있다. 아직까지 O재단이나 당사자 스님 개인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O재단은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 독거 어르신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도 지원해 왔다. 은사스님의 뜻이 이웃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재단이 일반언론에 언급되면서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데 참으로 차분하다. 만약 일방적인 주장이고 근거없는 폭로라면 O재단의 이사장인 이 스님은 대단한 인내의 소유자이고 행정 전문가이고 수행자답다. 은사스님에 얼굴에 먹칠을 하고, 2009년 각서까지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어떤 마음이실까 궁금하다. 이제라도 직접 말을 떼야 한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말이다. 자승스님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지난 8월24일 성명을 발표했다. 2천여 명의 하안거결재(여름집중수행)를 마친 수행자들을 대표하여 아주 강력한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과거 수좌회 임원진 십여 명이 결정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래로부터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나온 성명서라고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단호하고 확실하다 어느 학생회나 단체 성명 같다 주요 주장을 살펴보면 ▲자승원장은 불교광장 및 여타의 수단을 통한 연임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퇴임하라 ▲자성과 쇄신 결사의 미명 아래 진행되는 특정인의 연임 획책을 즉시 중지하고 참회하라 ▲지난 도박사건 이후 수좌회와 약속한 8개 사항을 이행하기는커녕 연임을 기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자승원장에게 있음을 밝혀둔다 ▲ 전국선원 수좌회는 덕망과 수행력을 갖춘 스님다운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 이번 성명서는 과거 성철스님을 기억하게 하는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의 지도가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졌다. 대부분의 선원 수행자 스님들이 존경하는 스님의 입장과 대부분의 선원장 스님들과 유나스님들이 동의하였다고 한다. 모 교구본사 선원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스님들이 서울 종로 조계종 총무원 1층 로비에서 재임포기 선언 때까지 침묵정진을 한다고 한다. 사회로 보면 연좌농성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어느 선임 기자는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 이라고 한다. 한편 봉암사 적명스님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기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30년가량 지속된다면 조계종단이라는 종명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며 “더 이상 머뭇거리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망할 조짐으로 꽉 차있다, 그릇을 확실하게 비우고 새로운 판을 짜야 종단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원수좌회 임원진 스님들은 ‘자성과 쇄신’의 명분으로 현 원장 스님을 비호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 D스님을 실명으로 비판 하자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 적명스님은 조계종 교육원장 스님 등 소위 개혁적인 집행부 그룹의 스님들에게 성명서의 주장보다 더 강력한 지적을 했다고도 한다. 적명스님 인터뷰 장면.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적명스님은 “총무원은 겉으로 자정과 쇄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결혼증명서(은처)까지 나온 스님을 퇴출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징계 책임자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그(은처승)가 총무원 기득권자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상황이 이런데 구태를 벗어던질 수 있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적명스님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교계의 타락상도 정화할 방법으로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제안했다. 한편 불교계 시민단체의 한 곳인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자정센터, 원장 김종규)는 22일 오후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고위급 승려 도박 의혹 사건과 관련, 장주스님과 종상스님에 대한 구속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과 검찰에 접수한 촉구서에서 “장주스님의 자수서 제출 이후 45일의 시간이 경과했다”면서 “출가자와 불자들의 위의가 참혹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점을 살펴 검찰은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정센터 김종규 원장이 수사 촉구서를 포항지청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자정센터는 “불국사 경내에 도박장을 개설했다는 진술이 있고, 두 사람의 출입국 기록이 일치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종상스님이 도박장 개설 및 상습도박죄이든 장주스님이 무고죄이든 두 스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센터는 이어 “무엇보다도 투명해야 할 최대의 관람료사찰 불국사의 스님들이 도박을 했고 경내가 도박장소로 제공되었다는 폭로의 내용상 두 스님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면서 “두 스님 중 현재까지 수사과정상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한 스님을 구속 수사하여 구속 기간 내에 사건을 신속하고 엄중히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불교계 평신도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현 총무원장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라고 알려진 모스님을 구속수사 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사례이다. 종교지도자 가운데 상습도박이 놀이문화, 친목게임이라고 하며, 중독에 빠진 이는 없는 지 눈 밝은 평신도들이 잘 살펴보아야 한다. 조계종의 일부 고위급 스님들의 도박 중독, 의혹 이번에는 치유될까 궁금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6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보건복지부 사무관에 특채된 한 변호사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민간기관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데 갑자기 사표를 냈다. 곧바로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로도 그 변호사는 자신이 담당하던 소송에 계속 관여했다. 다만 이제는 복지부를 방어하던 자리에서 공격하는 자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알고 보니 그를 스카웃한 로펌이 바로 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 대리인이었다.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변호사 얘길 듣고 대뜸 ‘개새끼’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가 했던 행동 가운데 법을 어긴 부분은 십중팔구 없다. 이런 부류는 법의 경계선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거기다 사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미국에선 '회전문 인사'라는 이름으로 심지어 국방부 장군들 사이에서도 흔해빠진 사례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직 판검사 전관예우야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언제부턴가 모피아를 시작으로 이제는 공무원이나 준공무원 가리지 않는다. 로펌이든 컨설팅회사든 가리지 않고 고문이니 뭐니 하는 감투를 쓰고 말을 갈아탄다. 우리는 이것을 '이해충돌'이라 부른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실제적이거나 외견상 혹은 잠재적으로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갈등상황을 일컫는다. 현대사회 공직자윤리 문제에서 가장 첨예한 현안이라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해충돌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만 거론한다면, 신속한 일처리를 '졸속행정'이라 하고 신중한 일처리를 '뒷북행정'이라고 부르며 공공부문 불신하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사회에선 필연적으로 공무원에게 평생직장을 대가로 국민의 충복이 될 것을 요구하는 '제도 틀'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처럼 고위공직자가 곧 정치인이고 행정가이자 동시에 학자여서, 존경을 대가로 책임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이해충돌이란, 어떤 면에서는 불신의 댓가로, 다른 측면에서는 '공공성 약화'의 부작용으로, 또 어떤 관점에선 '사유화와 규제완화'의 후폭풍이 만나서 만들어낸 괴물이 아닐까. 1981년부터 2011년까지 공직에 있었고 복지부 차관까지 했던 분이 있다. 대체로 “원만하고 합리적이다”거나 “일을 무리 없이 추진한다”는 평가를 듣는 분이다. 이 분은 2011년 10월 갑작스레 퇴직을 결정했다. 새로 취임한 장관이 행정고시 동기라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다는 우호적인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그 해 12월 법무법인 태평양이라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에 고문으로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2011년 5월15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장비 수가(건강보험 진료비) 인하를 결정했다. 건정심 위원장은 복지부 차관이 맡는다. 병원협회는 건정심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서울행정법원에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2011년 10월과 2012년 4월 잇달아 패소했다. 그 소송을 대리하던 로펌이 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이었다. 결국 복지부는 절차상 하자로 지적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두 차례 열고 영상장비 수가 재평가를 거쳐 2012년 7월 영상장비 수가를 다시 인하했다. 건정심은 당시 “향후 건정심 의결사항을 소송 등을 통하여 번복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이러한 경우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부대결의를 했다. 병원협회 대표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면서도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를 겨냥한 것이었다. 자신이 책임자로서 정책결정을 주도한 뒤, 그 정책을 반대하는 소송을 담당하는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고, 자신이 주도했던 정책결정을 1년 가량 늦추면서, 자신이 몸담은 로펌 수익만 올려준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가 차관에서 물러난 시점도 두고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가 퇴직한 2011년 10월19일은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은 퇴직 후 2년 동안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으로 전직을 제한한다’는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 열흘 전이었다. 말도많고 탈도 많은 전관예우, 고위공직자 로펌행 논란의 한복판에 들어가면서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스스로 빈말로 만들어버렸다. 이 분은 전화 통화에서 이런 취지로 해명했다. “차관에서 물러날 당시엔 복지부에 중요한 현안이 많았다. 1심 패소 사실은 알았지만 소송 대리인이 법무법인 태평양이란 건 몰랐다. 고문이 된 뒤 태평양에선 나에게 그 소송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내가 관여한 적도 없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검색을 하다가 2심 판결 기사를 봤고 소송 대리인이 태평양이란 것도 알았다. 더 찾아보니 복지부가 절차상 하자를 치유했더라.” 솔직히 가장 놀랐던 건 (아무리 전현직 대통령의 선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책결정자였던 분이 남 얘기 하듯 하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했다는 점이었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당시 건정심 위원장으로서 자신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다. 그 하자 때문에 자신이 몸담았던 곳이 연달아 소송에서 패소하며 영상장비 수가인하라는 좋은 정책이 1년 이상 늦어졌다. 거기다 이른바 ‘기획소송’으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겼을 법무법인 역시 자신이 고문으로 몸담았던 곳인데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이 분은 그럼 태평양에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8월 초까지 20개월 가량 도대체 무슨 일을 했을까. “헬스케어 쪽 자문을 하기로 했는데 그 쪽이 아직 국내기반이 취약해 자문해줄 게 별로 없었다. 헬스케어를 주제로 젊은 변호사들이 공부하는 모임에 ‘가끔’ 참여해 자문해준게 전부다.” 언론보도나 각종 인사청문회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대형 로펌에 간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최소 억대 고문료를 받는다. 태평양이 사회적 기업이거나, 이 분이 아주 무능력해 밥값을 못하는 고문이었던 모양이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사진 출처 - 서울신문 그냥 로펌에서 고문으로 계속 있었다면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분은 전직 고위공직자에 머물 생각이 없다. 8월5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 분을 새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임명했다. 공직자윤리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인 이해충돌 논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분이 고용복지수석이 되었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딱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또 어느 곳 고문으로 갔다는 소식으로 국민들 고문하지는 말아달라고.
2017-07-12 | hrights | 조회: 300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