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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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전국완/ 중학교 교사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조카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엘 다녀왔다. 이번이 두 번째인 안산자락길 트래킹을 이번엔 이곳, 형무소에서 시작했다. 안산 정상인 무악봉수대에서 내려다보곤 했던 서대문형무소를 제대로 들여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깐 들렀다 갈 생각이었는데, 그러기엔 예상보다 형무소의 규모가 상당했고, 거기에 담긴 아픈 역사에 발길을 쉽게 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중국발초미세먼지로 하늘빛은 누렇다 못해 흙빛이었던 그 날, 관람하는 내내 마음까지 무거워져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대한제국 말기 1908년 10월, 저물어가던 국권을 회복하고자 맞서 싸웠던 조선인을 저지하고 탄압하기 위해 일제가 전국 최대 규모로 만들었다는 이곳의 붉은 벽돌은 100년이 넘은 세월을 뛰어넘어 그 시절로 나를 데려다 놓은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여전히 단단하고 을씨년스러웠다. 17살의 나이에 잔혹한 고문을 견디다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5천여 명 수감자들의 모습이 담긴 수형기록표를 보며, ‘순박한 젊은 청춘들이 고문에 얼굴이 뒤틀린 채로 이렇게 삶을 던졌구나’ 생각하니 감동을 넘어선 슬픔에 가슴이 아팠다.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상상을 초월한 고문도구들들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수감자들을 격리시킨 채 감시하며 운동시켰다는 격벽장에서 일본인관람객의 무리를 만났다. 해설사의 설명을 특유의 진지한 태도로 듣고 있는 그들은 무슨 맘으로 이곳엘 왔을까? 서대문형무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제일 뒤편 구석에 통곡의 미루나무가 서 있는 그곳, 비스듬히 돌린 얼굴에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담은 채 사형장을 향해 걸어가는 사형수상은 일제에게 희생당한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드디어 해방이 되었다는 환희 속에서 목에서 피가 나도록 만세를 외쳐대며 되찾은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무참히 사법살인 당했던 8명의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아니, 이곳과 남영동 대공분실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치열하게 버티며 고문의 증거를 모아 폭로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후유증을 이기지 못해 스러진 김근태이기도 하고, 이한열, 박종철 열사이기도 하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만들었던 이곳은 그들이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폭압의 공간이었다. 해방이 된지 40여 년이 넘도록 말이다.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에 의해 ‘세계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명명된 1975년 4월 9일의 사건, 2012년 재심에 의해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에 대해 국민 5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은 ‘두 개의 판결, 아버지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역사가 판단할 일’ 운운하고 있다. 1992년 유서대필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가 22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은 지금 검찰은 대법원에 다시 상고를 했다. 무고한 옥살이에,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 인간의 삶을 또 다시 이렇게까지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 대선투표일 하루 전날,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수사발표를 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해 위조논란이 일고 있는 증거를 들이대며 항소심을 끌어가고 검찰과 국정원 …….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가슴이 답답하다. 수용소 관람 내내 가슴이 무겁고 울적했던 이유를 이제 찾았다. 이 땅에서 일제가 물러간 지 언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서대문형무소가 독립 운동가뿐만 아니라 군부독재시절 민주항쟁의 유적지로 기념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를 아전인수로 이용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권력기관들의 그 오만함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순결한 영혼들이 피로써 지켜낸 조국독립과 민주주의가 또 다시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늘 깨어있을 밖에 도리가 없음을 또 무겁게 깨닫는다. 하루 앞둔 3·1절 기념행사 때문인지 거대한 수용소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다. 언제쯤이 되면 태극기를 보며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야말로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서 벅찬 가슴으로 말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61 | 추천: 0
허창영/ 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다른 상업영화처럼 막대한 제작비는커녕 이렇다 할 마케팅도 하지 못했다. ‘제작두레’와 배우들의 자발적 참여로 어렵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상영관을 얻지 못해 개봉 전날까지 실제로 개봉이 되는지가 불투명할 정도로 가슴 졸여야 했다. 삼성의 부당한 외압이 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지키기에 나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홍보로 상영관이 확대되고 있고, 지난 14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약 29만 명에 이르고 있다. 각계의 ‘단체관람’도 늘고 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천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폭발적인 것은 아니다. 여러 상업영화와는 게임도 안 되는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경쟁에는 관심도 없다. 흑자를 못 내도 우리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약속’에게 이어지고 있는 자발적 응원과 관심은 이미 이 영화가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감독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또 하나의 약속’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의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윤리의식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국내 1위를 넘어 ‘초인류기업’을 지향하던 ‘삼성’이지만 그 실상은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더구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은폐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모습은 개인의 분노를 넘어 공분을 사기에도 충분했다.(이미 사회적으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대중에게는 낯설었을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의 문제제기가 직접적으로는 삼성을 향한 것이지만, 꼭 삼성만이 아니라 기업 전체에게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 생각된다. 온갖 광고를 통해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 그 이면에 담긴 진실을 보고자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일 것이다.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사진 출처 - 씨네21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교육당국에게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준다. 영화 주인공으로 그려진 고 황유미씨는 속초상고를 다니던 2003년 10월에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졸업을 하기도 전에 소위 ‘현장실습생’으로 나갔다가 졸업 후에 정식으로 입사한 경우이다. 그런데 이 현장실습제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교육과정의 일부로 진행되는데 실상은 교육은 없고 노동만 있으며, 그것도 성인노동자들도 하기 어려운 강도 높은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공 따위는 전혀 고려조차 되지 않고, 근로계약 대신 법적 강제력이 없는 현장실습계약만을 체결해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특성화고에서는 기업이나 업체의 문제점을 알고도 취업률 관리를 위해 파견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힘들다고 하소연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의 경우에도 사정을 알아보기는커녕 “돈 벌기가 쉬운 줄 아냐?”며 정신력이나 태도에 대해 꾸짖는 것이 먼저다. 그러니 현장실습생들은 대부분 그냥 묵묵히 감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영화에서의 문제가 현장실습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 현장실습제도와 관련해서도 교육당국은 고민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하나의 약속’이 교육당국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가 더 있다. 영화에서 산업재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자 주인공은 “아빠는 도대체 아는 게 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런데 필자는 그 질문이 아빠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에게 던지는 신경질로 느껴졌다. 자신을 이런 비참한 노동현장으로 내몰고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노동인권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땅한 신경질이다. 우리 교육의 실상이 그렇다. 상당수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노동현장에 투입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몇 교사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들조차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에 실시한 ‘청소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고용 사업장의 87%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노동현장의 척박함은 다르지 않다. 이런 척박한 현실인데도 그에 대한 교육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엄연한 교육적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유럽처럼 유치원에서부터 노동인권교육을 하자는 먼 이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현장에서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대응방법은 알고 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교육과정까지는 어렵더라도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진로체험, 특별교육 등 다양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아르바이트생과 현장실습생이 있으면서도 오로지 입시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고등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노동자들에게 직업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혹 노동인권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교육이 노동인권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또 하나의 약속’의 문제의식을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회적으로 아파하는 것으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교육당국은 그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기계가 아닌 사람을 길러야 한다는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는 교육이라면 말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45 | 추천: 0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   요즘 들어 스팸 문자가 자주 온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아마 그럴 거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대란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없었다. 국민카드, 롯데카드, 그리고 농협카드가 주범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하나 의문점이 생겼다. 국민과 롯데야 대기업의 무분별한 수익구조 때문이라지만, 농업협동조합까지 왜 그런 것일까? 새롭게 안 사실이다. 농협이 전 세계 농업계 협동조합에서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그 정도로 많은 조합원이 있고, 영향력을 크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농민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임원과 관료들에게만 좋은 행정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 상호부조라는 협동조합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 카드 사태도 농협중앙회라는 거대 공룡의 관치행정에서 기인된 것이다. 하루 빨리 농민조합원과 사회구성원의 협동 가치 실현이라는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왜 갑자기 농협에 대해 썼냐하면, 요즘 내가 협동조합과 마을에 관심이 많이 가서 그렇다. 물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가 등장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 물론 조만간 이 폭발적 붐이 가라앉을 전망이라고는 한다. 그런데 어쩌나. 난 이렇게 후발주자로 관심이 가버렸으니. 사진 출처 - 협동조합 홈페이지 어제 저녁에는 아는 지인들을 상도동에 있는 사이시옷카페로 불렀다. 그곳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과 이러한 활동을 펼치는 지인들과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모두들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갔다. 지금까지도 많은 활동들을 해왔는데, 공통점은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꾼다는 것이다. 정태인의 협동의경제학 책에서도 보면 “결국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하는 것, 대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남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 것,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 이런 것이 친 사회적 태도인데, 당연한 것이 어려운 사회 그래서 우리는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를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시절, 또 지금도 ‘신뢰’를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말뿐이다. 복지, 경제민주화정책 등 대선 공약 파기부터 일방적인 정책 집행까지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데 주범으로 등장했다. 결국 하향식 시스템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신뢰도는 매우 낮아졌다.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치는 결국 협동과 신뢰뿐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절실한 요구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아래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얘기하는 협동조합 7대원칙이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 7대원칙> 1.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2.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3.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4.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5.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6. 협동조합은 서로 협동한다. 7.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지르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벌써 출자자 5명도 모았다. 이젠 그 다음이 고민이다. 어떤 내용으로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것이며, 우리 공동체에는 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과 계속 아름다운 수다를 떨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놀라운걸 발견해가고 있다. 협동조합과 같이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집행 속도를 늦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결정된 이후에는 자발적인 동기부여 때문에 더 빠른 속도와 높은 진정성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숙의민주주의의 단점이라고 지적되는 것이 결국 이렇게 더 좋은 의사결정구조였다는 것을 본 것이다.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 공식 구호다. 경쟁체제와 시장만능주의, 그리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정치 냉소주의의 한국 사회. 결국 상호부조와 신뢰의 가치를 높이는 협동조합이 또 하나의 길임에 분명하다. 지금부터 조금씩 조금씩 꼼지락거려볼테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74 | 추천: 0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시민단체가 종교보다 훨씬 신뢰받고 있다니. 평소 생각해 왔던 것과 다른 의외의 리서치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사회기관 신뢰도는 시민단체(27.8%), 언론(10.6%), 종교(9.2%), 대학(8.7%), 정부(6.9%), 사법부(6.1%), 기업(4.0%), 국회(1.5%)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별 신뢰도는 가톨릭(29.2%), 불교(28.0%), 개신교(21.3%), 유교(2.5%), 원불교(1.3%) 순이었다. 응답자 중 종교가 없다고 밝힌 사람들의 종교 신뢰도는 가톨릭 32.7%, 불교 26.6%, 개신교 8.6%를 보였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85.9%의 응답자들이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12.2%에 머물렀다. 한편, 기윤실은 2010년에 이후 3년 만에 이 같은 조사를 실시했으며, 5일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연다. 모든 것이 변화하듯 에너지 사용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정부는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백열등 생산을 단계적으로 금지하였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올해부터 백열등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백열등은 전기에너지의 5%만 빛을 내고 95%는 열을 내는 저효율등이다. 아직도 백열등을 쓰는 종교계는 단계적으로 교체하여야 한다. 종교계만이라도 ‘연탄 나르기’ 이벤트를 중단했으면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선물하자는 제안이다. 노원구청은 가로수 전지목을 활용하여 목재펠릿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펠릿을 이용하는 난로와 보일러를 설치한 55개 소에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를 이용할 수 없는 일부 사찰의 경우 노원구 사례를 검토해 보길 바란다. 또한 서울시는 배터리를 충전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에너지복지사업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탄 대신 목재펠릿(20kg)이나 난방용 배터리를 지원하는 이웃돕기도 검토해 볼만하다. 착한 에너지를 쓰는 권리. 인권감수성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 되어야 2013년 서울시에서 개최한 ‘에너지절약지원사업’을 통해 40여개 공모사업이 진행되었고, 올해도 이 사업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해 성과보고회에서 구로구의 한 교회는 모범사례로 선정되어 대표 발표를 하였다. 담임목사가 직접 발표한 세부 내용이 매우 좋았다. 전등을 끄고 하는 예배, 약 20%이상 교회 에너지 절약.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 모든 종교시설이 배울만한 내용이었다. 성북구의 한 교회 목사는 자비를 들여 단열공사를 하여, 50% 이상의 에너지사용량을 절감하고도 언론에 나서길 꺼려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분이 많아지면 과거처럼 종교단체가 시민단체보다 더 신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 밤 철탑 ‘십자가등’에 타이머 달기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본당 십자가 앞에 늘 켜 놓는 등을 고효율등(LED)으로 교체하고 있다. 연등축제를 착한 에너지 축제로 이미 일부 사찰에서는 인등이나 법당등을 단계적으로 고효율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아직도 백열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교체 비용의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등이나 연등부터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큰 사찰에서 모범을 보여줄 때이다. 아래 도표는 2013년 1기 서울에너지설계사 종교조에서 사찰의 인등을 고효율전등으로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절약 효과를 수치로 정리한 표이다. 교체 설치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2년 정도 지나면 설치비가 회수되는 방식으로 진단한 것이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인등’이 갖는 불교의 의미를 다시 에너지 입장에서 돌이켜 봐야 한다. 가난한 여인이 부처에게 바치는 등불이 기름등이었다. 인등을 켜는 사람의 마음이 백열등보다 LED등이 낫다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테리어 측면에서 백열등이 더 따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1년 동안 계속 켜는 인등은 초에서 전등으로 바뀌었다. 연등축제를 총괄하는 봉축위원회 차원에서 올해 서울도심에 거는 모든 가로변 연등을 고효율등(LED)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사찰이 참여토록 각 불교 종단에서 권고하고 장려하면 에너지를 절약하는 착한 연등축제의 출발이 될 것이다. 연등축제 시 가로변 연등을 밝히는 전구를 10W짜리 백열등에서 LED전구로 교체하면 시간당 8W를 절약할 수 있다. 가로변에 설치된 연등이 100만 개라면 전기 사용량 절감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연등 100만 개를 LED전구로 교체해 매일 9시간씩 30일 동안 사용한다면, 216만kW(100만개×8W×9h×30d)의 절감이 예측된다. 월평균 320kW를 사용하는 6,750가구가 쓰는 전기사용량에 해당한다. 불교계가 성북구 한 교회의 사례처럼 과감한 실천을 해야 하는 예시이다. 올해, 100만 개 연등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효율등으로 교체된 도심의 거리를 걷고 싶다. 그리고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 종교계 모범사례를 보고 조용한 웃음을 짓고 싶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41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대통령에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모두가 한목소리로 공공기관 개혁을 외친다. 공공기관을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몰아친다. 정보기관 대선개입 문제다 뭐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의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개혁하고 ‘철밥통’을 타파하자고 하는 건 어쨌든 여론의 호응을 기대하기 꽤 괜찮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개혁이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일까. 눈에 보이는게 전부일까. 겨울이 되면 여기저기서 연탄을 나누는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탄은 한편으론 저소득층을 상징하고 다른 한편으론 사진 찍기 좋은 봉사활동을 상징한다. 하지만 연탄을 주로 소비하는 집단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화훼농가와 음식점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탄 자체가 거대한 부실 위에서, 정부 표현을 빗대면 ‘혈세를 낭비하는 방만 경영 덕분에’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정부 잣대만 들이대면 1950년 설립된 대한석탄공사는 메스를 들이대야 할 첫 번째 환자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석탄공사는 이미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도 완전 자본잠식상태였다. 2008년 말 기준으로 1조 3760억 원이었던 부채는 2013년 상반기에 1조 5144억원을 넘어섰다. 1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해 펴낸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규모가 커서 자본잠식 상태가 점점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정부지원 없이는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할 정도인데도 석탄공사 경영실태는 말 그대로 막장 수준이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보면, 법인카드를 사사로이 쓰거나 카드깡을 하는 건 기본이다. 한국노총 전국광산노조연맹 위원장과 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은 친형제로서 20년 넘게 재임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경영진보다 더한 권세를 휘둘렀다. 두 형제는 지금도 노조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귀족노조”도 이런 귀족노조가 없다. 석탄을 캐는 광부보다 관리직이 더 많은 것에서 보듯 석탄공사가 문제가 많은 조직이라는 걸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부실 원인은 1989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 진폐증 보상을 위한 산업재해보험료 급증, 가격통제로 인해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연탄판매가격 등에서 찾아야 한다. 거기다 공사 창립 이래 예외 없이 이어진 낙하산을 내려보낸 곳은 바로 ‘정부’였다. 태백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원기준 목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는 석탄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를 지적한다. 그는 "연탄가격은 373원인데 원가는 800원 수준이다. 정부보조금은 원가보전에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연탄값 안정을 명분으로 석탄과 연탄의 최고판매가격을 고시한다. 탄광업체가 연탄회사에 석탄을 팔 때 최고판매가격은 1톤당 14만 원 선이다. 석탄공사의 생산단가는 20만원 가량이다. 원 목사는 "석탄공사는 활로를 찾을 기회를 놓친 측면과 정부지원에 안주한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현직 기관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사 출신 인사”라면서 “이제는 더 빨아먹을 단물도 없으니 낙하산으로 오겠다는 사람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한 연탄을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정부정책이 석탄공사 경영부실에 차지하는 영향이 74% 가량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실한 ‘정부정책’이나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낭비 논란’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비리 직원’과 ‘수억 원짜리 집행 과실’ 뿐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오늘도 지하 막장에서 석탄가루를 마시며 석탄을 캐는 광부들을 잊어버린다. 취재를 위해 통화한 광부 정찬식씨는 “시킨대로 석탄 캐다가, 시키는대로 사람 줄였다. 정부정책에 따라 지하에서 석탄 캔 죄밖에 없는데 어제는 산업역군이라 하더니 이제는 애물단지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센터를 만들 때부터 센터장으로 일했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가 업자한테 접대를 받은 것을 적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감사 초점이 ‘과다한 식자재 구입’에 맞춰져 있다는 증언이다. 예산 낭비를 막는 건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추 하나만 해도 품질에 따라 가격이 수십 배 차이가 난다. 단순히 ‘값이 비싸다’는 것만 문제삼으며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논리대로라면 싸구려 식자재를 학생들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밖에 남는 게 없다. 공공기관 개혁은 중요하다.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정책으로 인한 문제는 쏙 빼놓은채, 비용절감을 독촉하는 공공기관 개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철밥통을 깨자는 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좋은 일자리’ 혹은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자는 것과 동의어다. 정부가 방만 경영의 증거로 제일 먼저 드는 것이 공공기관 부채 급증인데, 이는 원가보다 낮은 요금 역시 ‘경영’ 관점으로만 보면 불합리한 행동이다. 한마디로 최근 한국 사회를 장악하는 ‘공공기관 개혁’ 담론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철밥통에 가장 분노하는 ‘서민’들이 공공기관 개혁 결과로 손에 받아드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의료영리화와 철도 사유화 같은 공공성 약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52 | 추천: 0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1. 맹강녀(孟姜女) 전설을 아시는가. 나는 맹강녀가 전근대 사회에서 아주 아주 많았던 “열녀”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배운 어느 시조에서 맹강녀는 남편을 무척 공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맹강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린 혁명가였다. 2,200년 전,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사상 최초로 강력한 황제 독재 권력을 형성하여 중국을 지배했고, 그에게 도전할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멸망시켰다. 더 이상 중국 내에서 도전자를 찾지 못하자, 마지막 도전자로 북방의 흉노(匈奴)를 지목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다. 만리장성은 중국민중을 강제로 동원, 그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들었다. 한편, 흉노가 진(秦) 나라의 적이 된 것에는 흉노의 약탈도 문제였지만, 오르도스 평원의 광대한 초원을 강제로 빼앗고 몽염(蒙恬)장군의 부대를 주둔하는 등, 진 나라의 도발도 한 몫을 했다. 생각해보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보불안을 조성하여 민중을 억압, 착취하는 통치방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흉노 등 북방민족의 침략에 만리장성은 실상 무용지물이었음은 지금은 물론 당시의 중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을 비롯해서 중국의 많은 황제들은 중국의 많은 민중들을 끊임없이 장성공사에 동원했다. 아무튼 민중들을 만리장성 공사에 강제로 동원 - 징용을 하였고, 이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많은 민중들은 도망쳤다. 그 중에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유명하다. 그 진시황 시절, 강제노역을 피해 도망친 사람 중에, 범기량(范杞梁)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쫒기는 그는 맹강녀의 집에 숨어들었다. 여기서 도망 중인 청년과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의 시작이다. 얼마간 숨어서 사랑을 나누던 범기량은 결국 관리의 체포로 다시 만리장성 노역장으로 끌려간다. 연인이 끌려 간 후 그녀는 매일같이 울었고, 결국에는 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끌려간 연인을 위해 정성스럽게 지은 겨울 옷가지를 들고, 몇 개의 산을 넘고 여러 개의 강을 건넌 끝에 그가 노역을 하고 있다는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山海關) 근처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범기량이 강제노역을 하다 지쳐 죽었고, 진 나라 정부는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만리장성 아래에 억울하게 죽은 연인의 시신이 깔려서 묻혔다는 것이다. 너무도 원통했던 맹강녀는 여러 날을 통곡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만리장성이 무너져 내렸고, 바라고 바라던 연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또한 범기량과 함께 강제노역 중 죽은 민중들의 수많은 백골들도 드러났다. 마침 장성을 시찰하러 왔던 진시황은 이 소식을 듣고 진노하여 맹강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군인들에게 끌려온 그녀를 본 순간, 진시황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진시황은 맹강녀를 죽이지는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황제 자신(朕)의 “수청”을 들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맹강녀는 분노를 참고 자신의 연인인 범기량의 시신을 수습할 것, 그를 위해 국장을 치러 줄 것, 그리고 그 국장에 진시황이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할 것의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진시황은 이 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국장을 마친 진시황이 드디어 맹강녀를 행궁(行宮)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장성 옆의 바다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하북성(河北省) 산해관 동쪽 7 km 지점에 맹강녀의 묘가 있고, 그 옆에는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멀리 만리장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역사가 아니다. 하지만 전설의 맹강녀는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고, 잔혹한 황제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것도 당대의 피억압 민중들의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만리장성이 무너지고 드러난 것은 연인의 그리운 몸뚱이와 함께, 통치계급이 숨기고 감춘 잔인무도와 위선, 부패와 무능일 것이다. 맹강녀의 눈물은 진실로 위대하다. 2. 요즘 늘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내가 일하는 센터의 사무실도 그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이 일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의 법정관리에서 대부분의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사들인 것에 비하여, 동양의 경우는 채권자들의 95% 이상이 개인 피해자들이다. 그 중 대부분은 5천 만 원 미만의 피해자들이다. 이것이 동양그룹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이며 본질이다. 이들은 기업회생과 청산을 결정하는 법원의 “관계인집회”를 위해 대표를 뽑아 같은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증권은 자신들 때문에 발생한 전국의 피해자들(원래는 다 동양증권 고객)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으며, 알릴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였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전국 수 만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먼저 나서서 스스로의 피해구제를 위한 투쟁을 하는 피해자들이 우리센터 사무실을 점령한 것이다. 그러니, 좋은 일이다. 최근, 집회장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 이순자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산 출신인 그녀는 지금도 전국의 동양증권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그러면서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호소한다. “혼자 집에 있지 말라, 그러다가 미친다, 나와서 함께 싸우자...”고. 그녀는 영세한 작은 공장의 노동자라고 한다. 20년을 종일토록 서서 노동해 번 돈, 천여 만 원이 그녀의 전 재산이라고 한다. 그 전재산을 동양그룹에게 빼앗긴 것이다. 삶을 통째로 빼앗긴 것이다. 분노한 그녀는 혼자서 낙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최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스스로 손가락 잘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것을 보내 자신과 동양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 보내지던 그녀의 잘린 손가락은 경찰의 제지로 막혀 피투성이가 된 그녀가 누어있는 병상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동양피해자들의 투쟁은 첫 성과를 쟁취했다. 검찰이 변제할 의사도, 능력도 없이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어음 등을 ‘사기발행’ 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전 직원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기업어음 등을 5만여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사기판매’를 주도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즉, 동양그룹 사태의 본질은 “사기”인 것이다. 이로써, 5만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완전한 배상이란 범죄로 인한 피해액 전체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피해를 입은 원금이 아니라, 실제 변제일 까지 약속된 이자, 그리고 금융피해자가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 들인 모든 비용까지를 의미한다. 즉, 사기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의 범죄수익 전체를 박탈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의 징벌이 있어야 날로 증가하는 재벌과 금융자본의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내리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 명령을 감안하면, 이 정도 처벌은 오히려 약소하다 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는 “불완전 판매” 운운하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금액의 일부를 “보상” 받자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나 “투자실패”와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동양그룹의 사기사건을 처음부터 수사하고, 그 주범들을 구속기소한 여환섭 검사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서 쫒아낸 것이다. 그것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말이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과거 BBK사건에서 당시 권력자이고 사기피의자인 이명박 여당 대선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어 당선을 도왔던 김후곤 검사에게 동양그룹 사기사건을 맡긴 것이다. 누가 보아도,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김후곤 검사에게 과거의 역할을 다시 주문하여, 동양그룹의 현재현 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동양피해자들에게는 너머 산이다. 동양그룹 사기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그 동안 현재현 등이 전체 그룹의 기업들을 동원하여 미증유의 사기사건을 저지르는 동안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방조하였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현을 해외 순방에 동행하게 하여, 동양그룹의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을 현혹시키는데 가담을 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3. 대한민국은 금융피해자들에게 잔인하다. 검찰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농성을 하였던 김옥주 저축은행비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첫 공판이 신년 벽두, 1월 15일 부산법원에서 열린다. 소위, “저축은행 사태”란 무엇인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금융관료, 정치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저축은행의 예금자, 후순위채 구입자들의 재산을 강탈한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노후자금, 생활자금을 강탈당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구제를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저항을 김옥주 위원장은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에서의 점거농성도 그렇다. 피해자들의 재산이 강탈당하는 범죄 현장을 스스로 지킨 것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법무법인에 대한 항의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자신들의 재산을 강탈한 저축은행 대주주, 즉 범죄자들을 변호해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해당 법무법인과 변호사들이야말로 저축은행사태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저항과 항의를 문제 삼기 이전에 이들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저축은행사태 발생 3년이 지나 언론과 세상의 주목에서 멀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저항에 나섰던 피해자들에게 벌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회공익도, 피해자 인권보호도 검찰에게는 없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과 권력자들의 개가 되어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물어뜯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옥주 위원장에 대한 기소를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들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언론은 경쟁적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온갖 호들갑을 떨며 피해자들을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김옥주 위원장과 피해자들의 어떤 반론도 없이 검찰 발표만을 일방적으로 게재하였다. 그 결과,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을 흡사 ‘은행 강도’처럼 둔갑 시켜 “명예훼손”을 저질렀다. 그들 피해자들이 왜 저축은행에서 점거농성을 했는지, 최소한 이유는 밝혀야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국가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잔인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 4. 국가가 금융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되려 죽이려든다고 해서 금융피해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 뒤에는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기사건 피해자 등 피눈물을 흘리는 더 많은 금융피해자들이 분노의 물결을 이루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언제나 사기, 투기 등 불법을 동원하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이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부패 무능한 금융관료와 정치인들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도 않고, 고용은 파괴하면서 무한히 성장하는 지금의 금융자본주의를 칭송하는 언론과 교육의 거짓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독식은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할 것이고, 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이 더 이상 수탈당할 것조차 없는 상태가 곧 오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주의 피해자들의 피눈물로 온 세상이 채워질 그 날, 세상은 반드시 크게 뒤집어질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금융시스템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94 | 추천: 1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신년하례회 때 들은 이야기이다. 민변도 다른 단체들처럼 2014년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하례회를 1월 2일 오후에 진행하였다. 70세가 넘으신 원로변호사부터 2년차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까지 적지 않은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녕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이전 민변 회장을 지내셨던 한 변호사께서 최근 본인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 우연찮게 연말에 청와대의 고위공직자를 만나게 되어 그 자리에서 넌지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데 청와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그건 국민들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아마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위공직자에게 내년(2014년)에 올해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실 건지 물었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올해 1년차는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해이니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집권 2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섬뜩하면서도 허탈했다. 작년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1년을 보내고서 이런저런 놀랄만한 일도 많았고 단체차원에서는 매우 바빴기에 솔직히 더 이상 무슨 새로운 사건이 생기겠느냐 싶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저 쪽(청와대)은 나름 1년 동안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고, 특히 국민다수가 동의하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그건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기에 국민들이 정권의 본심(?)을 알게끔 더욱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보여 줄 테니 각오 단단히 해라 뭐 이런 게 아니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돌이켜보니 이명박 정부 때에도 1년차 촛불정국을 거치며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인권후퇴법안 입법시도, 방송법 날치기 등을 하며 무척이나 강경하게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나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대선이후 그 결과가 너무 짜증났고 한국 투표권자의 수준이 이정도인가 싶어 이 정부를 찍은 특정 세대와 지역 분들에게 큰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대선이후 얼마 되지 않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과정에서 국가기관의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 의혹에 대해 이야기 한번 해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져갔는데, 저 쪽은 득본 것도 없고 부정도 없었다는 사오정 대답만 하며, 심지어 요구하는 국민들을 종북으로, 부정한 세력으로 몰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정부일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쨌든, 최근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 두 분과 국내 시민단체 간담회를 가졌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설명하며 용산, 강정, 밀양, 쌍차 사건을 되짚어 보았다. 여전히 국가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은 큰 고통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더 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합법의 탈을 뒤집어 쓴 국가와 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협박하고 휘몰아 칠 것이다. 청와대 고위공직자는 그렇게 속내를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하며 더욱 그러할 거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이하는 단체 활동가로서의 자세는 어떠해야할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이명박 정권 때도 일이 많아 당시 정권과 업무협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정권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 않다. 체포영장 달랑 들고 해머로 민주노총 건물 때려 부수며 들어가는 정권인데 헤벌레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342 | 추천: 0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또 죽었다. 당진 경제의 견인차라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이제 노동자의 무덤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덤이다. 지난 5월 전로에서 일하던 다섯 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가스에 질식해 죽은 뒤 반년 만에 네 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0월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8층 높이에서 추락했고, 11월에는 현대제철 연관기업인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안전진단을 하던 노동자가 지붕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리고 추락사가 발생한지 사흘 만에 고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탈진으로 사망했다. 그는 300℃가 넘는 설비 바로 옆에서 13시간 동안 작업을 마치고 그 다음날 정상 출근해 10시간 동안 또 일을 하고 쓰러졌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고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을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 관계자가 지난 11월 26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발생한 가스가 누출사고 현장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역사회는 경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한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현대제철에서는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는 다른 별도의 법인”이라며 억울해 했지만, 결국은 현대제철이 대주주로 참여한 ‘한 몸’이었다. 쓸쓸히 빈소를 지키고 있던 동료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작업장 내부의 안전실태가 엉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냥 일을 하는 노동자들보다 그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형편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하지만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강조하기보다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늘 관리자의 눈치 속에 살아야 했다. 회사에 안전을 요구하기란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목소리 한 번 잘못 냈다가는 내일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 노동자는 “자칫 블랙리스트에라도 오르면 (현대제철이 아닌) 어떤 곳에서도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란 없었다. 불과 몇 개월 동안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이 사고들은 한국의 노동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현대제철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사실 일부 지역 언론 이외에 크게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는 결코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모습에서 삼성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만나고, 인천공항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다. 한국타이어, 쌍용차,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대형마트, 대학, 병원···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며 벼랑 끝에 매달린 노동자들이 여기에 있다. 가장 최근에 사망한 이 모 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3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버스운전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살았다. 그는 2년 전 어머니에게 현대제철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잘 됐다면서 아들을 당진으로 보낸 게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요즘,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은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현대제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유니폼(작업복)을 입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혹은 부러워운)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자부심을 원청과 하청으로 나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눴다. 그리고 노동자를 하나의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지역의 한 NGO 관계자는 “동물이 같은 사안으로 몇 마리만 죽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데 사람이 1년 동안 9명이나 같은 곳에서 죽었는데 지자체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한탄했다. 시민사회계에서 기업, 노동자, 지자체 등이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란다. 산재와 관련해서는 노동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이유다. 모두가 노동자이지만 또는 곧 노동자가 될 테지만 이들의 아픔을 사회구성원 전체가 고민하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노동자들이 전면으로 부각됐던 장면은 그래서 내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제 우리도 인간이 인간답게, 노동이 노동답게 인정받아야 하는 때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09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우리 삶에 하루가 있고 일주일이 있고 또 한 달과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기에 따른 계절의 바뀜이 있어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와 결심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또 전날, 전주, 전달과 비교하며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대략 365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지구는 또다시 태양을 한 바퀴 다 돌게 된다. 36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전과 비교해서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진보했을까 생각한다. 1년 전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었다. 투표한 사람들 중 절반이 조금 넘는 국민은 환호했고 절반이 조금 안 되는 투표자들은 실망했다. 박근혜씨에게 투표한 사람이나 문재인씨에게 투표한 사람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정권담당자들에게 뭔가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대가 낙담과 분노로 바뀌는데는 1년은 긴 시간이었다. 선거기간동안 온 동네를 붉게 물들였던 박근혜씨의 각종 복지공약은 어느 하나 실천되는 것 없이 파쇄기 안으로 여지없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국정원과 군대가 저지른 인터넷과 관변단체를 이용한 여당후보 선거운동혐의는 공안기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국은 이 문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대통령 선거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는 고사하고 우리사회의 정치시계는 12월 19일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다. "1%에 쏠린 정치권력을 99%에게 나눠주겠다, 이 땅의 민중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에게 ‘김일성주의’라고 공격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따져 묻는 국회의원에게는 종북을 넘어 ‘월북’딱지가 붙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이정도이니 지방의 한 천주교 신부가 받고 있는 앞뒤 맥락을 무시한 종북공세는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우리 사회의 시계는 정지를 넘어 뒤로 가고 있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에서 온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이 땅이 아닌 달나라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네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다. 1950년대가 아닌 2013년, 달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전주변의 삶의 일단은 이렇다. 2009년 유성기업지회<노조>에 용역깡패를 투입해서 노조 말살을 시도한 사업주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충북 옥천의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 광고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하며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지난 10월13일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22m 대형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경부고속도로 북대전 톨게이트 바로 앞쪽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는 최초로 불법파견시정명령을 받은 원자력연구원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는 ‘원자력연구원의 도급계약 관계는 적법했다’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대전시청 앞에서는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으며 대전교육청 앞에서 는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주장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는 11월 20일부터 대전역 서광장에서 '원자력 비정규문제 해결 촉구, 전교조 탄압 중단, 철도가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3년 4개월간의 법정공방 끝에 복직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노동자 정승기씨는 복직한 지 두 달 만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시 해고되어 기약 없는 해고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대전이라는 지역으로 한정시켜도 이 정도인데 전국으로 눈을 옮긴다면 또 얼마나 많은 고단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겠는가? 이렇듯 어려운 민중의 삶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퇴행만 거듭한 채 또다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대해야 하는 시기가 요즘이다. 하지만 지나온 올 한해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다가올 내년에는 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리할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1년이 지난 어느 날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15 | 추천: 0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결혼한 지 20일째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어느 영화가 그랬다. 그거 맞는 말이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결혼하고 난 뒤에도 자주 드는 생각이 ‘내가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였다. 결혼이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낯선 남자가 매일 옆에서 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더 크다. 사실 아직 며칠 안 살았지만 살다보니 다른 것도 참 가지가지다. 발을 닦고 난 뒤 발매트에 대충 발바닥만 비비고 나머지는 자연바람에 발리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와 달리 남편은 발수건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소소한 차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전셋집을 구할 때는 나는 대출을 받아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가자고 주장한 반면, 남편은 형편에 맞춰 작은 집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등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사귀고 나서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또 결혼한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놀라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논쟁을 벌일지언정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 룰은 우리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나온다. 이 룰을 핵심으로 우리 부부는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다. 거기에 더해 ‘시월드’의 부담이 내게는 거의 없다. 결혼한 부부의 큰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남편이 아내와 시댁 사이에서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할 경우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다행히 내 경우 양가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거의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편이 오롯이 내 편이라는 신뢰가 형성돼 있어 결혼준비 등 모든 일을 남편과 상의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우리 부부와 극한적인 대비를 보이는 파탄 직전의 신혼부부가 보인다. 아직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부부가 싸우기도 참 박터지게 싸운다. 아내는 그 사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는데 남편은 돌아온 아내를 감싸기는커녕 구박만 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이 집을 나갔던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외쳐보지만 들리는 건 메아리뿐이다.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이혼 직전의 부부 같다. 거기에 더해 남편은 ‘마마보이’, 시어머니는 ‘헬리콥터 맘’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그리고 깐깐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청와대 얘기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정권초의 여와 야는 신혼부부와 비슷한 처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가 만난 신혼부부처럼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정당이 새로 출범한 정부 안에서 국가 운영에 동참하다 보면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세금을 어느 정도 내게 할 것인가, 복지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책임과 자유의 선을 어디까지로 지정할 것인가 등 논쟁할 일이 널려있다. 국가운영의 중요한 틀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논쟁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논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헐뜯고 상처내면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한의 폭력을 방지하고자 만든 국회선진화법까지 내팽개쳐질 위기에 있다. 이성을 잃은 부부의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이 ‘헬리콥터 맘’으로 나서고 있으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18일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했던 시정연설은 여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사달이 나는 격이다. 게다가 남편은 시어머니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마마보이’다. 박 대통령이 돌아가자마자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 가운데 특위 구성을 수용하겠노라고 발표했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 집을 방문해 “부부끼리 논의해서 잘해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남편이 다가와 떡 하나를 내민 것이다. 그 떡을 보는 아내의 심정을 남편은 생각해보기나 했을까?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여야의 경색국면을 해결하고 싶다면 뒤에서 조종하는 시어머니 역할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여당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야당과 협상하고 국회를 운영하도록 내버려 두길 바란다. 새누리당도 그만 ’마마보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당 중진의원조차 “여당이 청와대 감싸기에만 급급하다”고 쓴소리를 하는 이유, 야당 대표가 왜 여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나서는지 그 까닭을 여당 스스로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오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결국 부부의 몫이듯이 여야 갈등이라는 오래된 정치권의 악습을 없애는 건 오롯이 여당과 야당의 몫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703 | 추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