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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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시민단체가 종교보다 훨씬 신뢰받고 있다니. 평소 생각해 왔던 것과 다른 의외의 리서치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사회기관 신뢰도는 시민단체(27.8%), 언론(10.6%), 종교(9.2%), 대학(8.7%), 정부(6.9%), 사법부(6.1%), 기업(4.0%), 국회(1.5%)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별 신뢰도는 가톨릭(29.2%), 불교(28.0%), 개신교(21.3%), 유교(2.5%), 원불교(1.3%) 순이었다. 응답자 중 종교가 없다고 밝힌 사람들의 종교 신뢰도는 가톨릭 32.7%, 불교 26.6%, 개신교 8.6%를 보였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85.9%의 응답자들이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12.2%에 머물렀다. 한편, 기윤실은 2010년에 이후 3년 만에 이 같은 조사를 실시했으며, 5일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연다. 모든 것이 변화하듯 에너지 사용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정부는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백열등 생산을 단계적으로 금지하였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올해부터 백열등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백열등은 전기에너지의 5%만 빛을 내고 95%는 열을 내는 저효율등이다. 아직도 백열등을 쓰는 종교계는 단계적으로 교체하여야 한다. 종교계만이라도 ‘연탄 나르기’ 이벤트를 중단했으면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선물하자는 제안이다. 노원구청은 가로수 전지목을 활용하여 목재펠릿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펠릿을 이용하는 난로와 보일러를 설치한 55개 소에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를 이용할 수 없는 일부 사찰의 경우 노원구 사례를 검토해 보길 바란다. 또한 서울시는 배터리를 충전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에너지복지사업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탄 대신 목재펠릿(20kg)이나 난방용 배터리를 지원하는 이웃돕기도 검토해 볼만하다. 착한 에너지를 쓰는 권리. 인권감수성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 되어야 2013년 서울시에서 개최한 ‘에너지절약지원사업’을 통해 40여개 공모사업이 진행되었고, 올해도 이 사업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해 성과보고회에서 구로구의 한 교회는 모범사례로 선정되어 대표 발표를 하였다. 담임목사가 직접 발표한 세부 내용이 매우 좋았다. 전등을 끄고 하는 예배, 약 20%이상 교회 에너지 절약.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 모든 종교시설이 배울만한 내용이었다. 성북구의 한 교회 목사는 자비를 들여 단열공사를 하여, 50% 이상의 에너지사용량을 절감하고도 언론에 나서길 꺼려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분이 많아지면 과거처럼 종교단체가 시민단체보다 더 신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 밤 철탑 ‘십자가등’에 타이머 달기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본당 십자가 앞에 늘 켜 놓는 등을 고효율등(LED)으로 교체하고 있다. 연등축제를 착한 에너지 축제로 이미 일부 사찰에서는 인등이나 법당등을 단계적으로 고효율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아직도 백열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교체 비용의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등이나 연등부터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큰 사찰에서 모범을 보여줄 때이다. 아래 도표는 2013년 1기 서울에너지설계사 종교조에서 사찰의 인등을 고효율전등으로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절약 효과를 수치로 정리한 표이다. 교체 설치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2년 정도 지나면 설치비가 회수되는 방식으로 진단한 것이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인등’이 갖는 불교의 의미를 다시 에너지 입장에서 돌이켜 봐야 한다. 가난한 여인이 부처에게 바치는 등불이 기름등이었다. 인등을 켜는 사람의 마음이 백열등보다 LED등이 낫다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테리어 측면에서 백열등이 더 따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1년 동안 계속 켜는 인등은 초에서 전등으로 바뀌었다. 연등축제를 총괄하는 봉축위원회 차원에서 올해 서울도심에 거는 모든 가로변 연등을 고효율등(LED)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사찰이 참여토록 각 불교 종단에서 권고하고 장려하면 에너지를 절약하는 착한 연등축제의 출발이 될 것이다. 연등축제 시 가로변 연등을 밝히는 전구를 10W짜리 백열등에서 LED전구로 교체하면 시간당 8W를 절약할 수 있다. 가로변에 설치된 연등이 100만 개라면 전기 사용량 절감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연등 100만 개를 LED전구로 교체해 매일 9시간씩 30일 동안 사용한다면, 216만kW(100만개×8W×9h×30d)의 절감이 예측된다. 월평균 320kW를 사용하는 6,750가구가 쓰는 전기사용량에 해당한다. 불교계가 성북구 한 교회의 사례처럼 과감한 실천을 해야 하는 예시이다. 올해, 100만 개 연등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효율등으로 교체된 도심의 거리를 걷고 싶다. 그리고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 종교계 모범사례를 보고 조용한 웃음을 짓고 싶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28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대통령에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모두가 한목소리로 공공기관 개혁을 외친다. 공공기관을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몰아친다. 정보기관 대선개입 문제다 뭐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의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개혁하고 ‘철밥통’을 타파하자고 하는 건 어쨌든 여론의 호응을 기대하기 꽤 괜찮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개혁이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일까. 눈에 보이는게 전부일까. 겨울이 되면 여기저기서 연탄을 나누는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탄은 한편으론 저소득층을 상징하고 다른 한편으론 사진 찍기 좋은 봉사활동을 상징한다. 하지만 연탄을 주로 소비하는 집단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화훼농가와 음식점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탄 자체가 거대한 부실 위에서, 정부 표현을 빗대면 ‘혈세를 낭비하는 방만 경영 덕분에’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정부 잣대만 들이대면 1950년 설립된 대한석탄공사는 메스를 들이대야 할 첫 번째 환자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석탄공사는 이미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도 완전 자본잠식상태였다. 2008년 말 기준으로 1조 3760억 원이었던 부채는 2013년 상반기에 1조 5144억원을 넘어섰다. 1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해 펴낸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규모가 커서 자본잠식 상태가 점점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정부지원 없이는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할 정도인데도 석탄공사 경영실태는 말 그대로 막장 수준이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보면, 법인카드를 사사로이 쓰거나 카드깡을 하는 건 기본이다. 한국노총 전국광산노조연맹 위원장과 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은 친형제로서 20년 넘게 재임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경영진보다 더한 권세를 휘둘렀다. 두 형제는 지금도 노조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귀족노조”도 이런 귀족노조가 없다. 석탄을 캐는 광부보다 관리직이 더 많은 것에서 보듯 석탄공사가 문제가 많은 조직이라는 걸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부실 원인은 1989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 진폐증 보상을 위한 산업재해보험료 급증, 가격통제로 인해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연탄판매가격 등에서 찾아야 한다. 거기다 공사 창립 이래 예외 없이 이어진 낙하산을 내려보낸 곳은 바로 ‘정부’였다. 태백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원기준 목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는 석탄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를 지적한다. 그는 "연탄가격은 373원인데 원가는 800원 수준이다. 정부보조금은 원가보전에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연탄값 안정을 명분으로 석탄과 연탄의 최고판매가격을 고시한다. 탄광업체가 연탄회사에 석탄을 팔 때 최고판매가격은 1톤당 14만 원 선이다. 석탄공사의 생산단가는 20만원 가량이다. 원 목사는 "석탄공사는 활로를 찾을 기회를 놓친 측면과 정부지원에 안주한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현직 기관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사 출신 인사”라면서 “이제는 더 빨아먹을 단물도 없으니 낙하산으로 오겠다는 사람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한 연탄을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정부정책이 석탄공사 경영부실에 차지하는 영향이 74% 가량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실한 ‘정부정책’이나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낭비 논란’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비리 직원’과 ‘수억 원짜리 집행 과실’ 뿐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오늘도 지하 막장에서 석탄가루를 마시며 석탄을 캐는 광부들을 잊어버린다. 취재를 위해 통화한 광부 정찬식씨는 “시킨대로 석탄 캐다가, 시키는대로 사람 줄였다. 정부정책에 따라 지하에서 석탄 캔 죄밖에 없는데 어제는 산업역군이라 하더니 이제는 애물단지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센터를 만들 때부터 센터장으로 일했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가 업자한테 접대를 받은 것을 적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감사 초점이 ‘과다한 식자재 구입’에 맞춰져 있다는 증언이다. 예산 낭비를 막는 건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추 하나만 해도 품질에 따라 가격이 수십 배 차이가 난다. 단순히 ‘값이 비싸다’는 것만 문제삼으며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논리대로라면 싸구려 식자재를 학생들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밖에 남는 게 없다. 공공기관 개혁은 중요하다.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정책으로 인한 문제는 쏙 빼놓은채, 비용절감을 독촉하는 공공기관 개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철밥통을 깨자는 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좋은 일자리’ 혹은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자는 것과 동의어다. 정부가 방만 경영의 증거로 제일 먼저 드는 것이 공공기관 부채 급증인데, 이는 원가보다 낮은 요금 역시 ‘경영’ 관점으로만 보면 불합리한 행동이다. 한마디로 최근 한국 사회를 장악하는 ‘공공기관 개혁’ 담론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철밥통에 가장 분노하는 ‘서민’들이 공공기관 개혁 결과로 손에 받아드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의료영리화와 철도 사유화 같은 공공성 약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37 | 추천: 0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1. 맹강녀(孟姜女) 전설을 아시는가. 나는 맹강녀가 전근대 사회에서 아주 아주 많았던 “열녀”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배운 어느 시조에서 맹강녀는 남편을 무척 공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맹강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린 혁명가였다. 2,200년 전,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사상 최초로 강력한 황제 독재 권력을 형성하여 중국을 지배했고, 그에게 도전할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멸망시켰다. 더 이상 중국 내에서 도전자를 찾지 못하자, 마지막 도전자로 북방의 흉노(匈奴)를 지목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다. 만리장성은 중국민중을 강제로 동원, 그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들었다. 한편, 흉노가 진(秦) 나라의 적이 된 것에는 흉노의 약탈도 문제였지만, 오르도스 평원의 광대한 초원을 강제로 빼앗고 몽염(蒙恬)장군의 부대를 주둔하는 등, 진 나라의 도발도 한 몫을 했다. 생각해보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보불안을 조성하여 민중을 억압, 착취하는 통치방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흉노 등 북방민족의 침략에 만리장성은 실상 무용지물이었음은 지금은 물론 당시의 중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을 비롯해서 중국의 많은 황제들은 중국의 많은 민중들을 끊임없이 장성공사에 동원했다. 아무튼 민중들을 만리장성 공사에 강제로 동원 - 징용을 하였고, 이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많은 민중들은 도망쳤다. 그 중에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유명하다. 그 진시황 시절, 강제노역을 피해 도망친 사람 중에, 범기량(范杞梁)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쫒기는 그는 맹강녀의 집에 숨어들었다. 여기서 도망 중인 청년과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의 시작이다. 얼마간 숨어서 사랑을 나누던 범기량은 결국 관리의 체포로 다시 만리장성 노역장으로 끌려간다. 연인이 끌려 간 후 그녀는 매일같이 울었고, 결국에는 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끌려간 연인을 위해 정성스럽게 지은 겨울 옷가지를 들고, 몇 개의 산을 넘고 여러 개의 강을 건넌 끝에 그가 노역을 하고 있다는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山海關) 근처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범기량이 강제노역을 하다 지쳐 죽었고, 진 나라 정부는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만리장성 아래에 억울하게 죽은 연인의 시신이 깔려서 묻혔다는 것이다. 너무도 원통했던 맹강녀는 여러 날을 통곡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만리장성이 무너져 내렸고, 바라고 바라던 연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또한 범기량과 함께 강제노역 중 죽은 민중들의 수많은 백골들도 드러났다. 마침 장성을 시찰하러 왔던 진시황은 이 소식을 듣고 진노하여 맹강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군인들에게 끌려온 그녀를 본 순간, 진시황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진시황은 맹강녀를 죽이지는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황제 자신(朕)의 “수청”을 들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맹강녀는 분노를 참고 자신의 연인인 범기량의 시신을 수습할 것, 그를 위해 국장을 치러 줄 것, 그리고 그 국장에 진시황이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할 것의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진시황은 이 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국장을 마친 진시황이 드디어 맹강녀를 행궁(行宮)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장성 옆의 바다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하북성(河北省) 산해관 동쪽 7 km 지점에 맹강녀의 묘가 있고, 그 옆에는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멀리 만리장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역사가 아니다. 하지만 전설의 맹강녀는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고, 잔혹한 황제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것도 당대의 피억압 민중들의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만리장성이 무너지고 드러난 것은 연인의 그리운 몸뚱이와 함께, 통치계급이 숨기고 감춘 잔인무도와 위선, 부패와 무능일 것이다. 맹강녀의 눈물은 진실로 위대하다. 2. 요즘 늘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내가 일하는 센터의 사무실도 그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이 일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의 법정관리에서 대부분의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사들인 것에 비하여, 동양의 경우는 채권자들의 95% 이상이 개인 피해자들이다. 그 중 대부분은 5천 만 원 미만의 피해자들이다. 이것이 동양그룹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이며 본질이다. 이들은 기업회생과 청산을 결정하는 법원의 “관계인집회”를 위해 대표를 뽑아 같은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증권은 자신들 때문에 발생한 전국의 피해자들(원래는 다 동양증권 고객)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으며, 알릴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였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전국 수 만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먼저 나서서 스스로의 피해구제를 위한 투쟁을 하는 피해자들이 우리센터 사무실을 점령한 것이다. 그러니, 좋은 일이다. 최근, 집회장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 이순자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산 출신인 그녀는 지금도 전국의 동양증권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그러면서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호소한다. “혼자 집에 있지 말라, 그러다가 미친다, 나와서 함께 싸우자...”고. 그녀는 영세한 작은 공장의 노동자라고 한다. 20년을 종일토록 서서 노동해 번 돈, 천여 만 원이 그녀의 전 재산이라고 한다. 그 전재산을 동양그룹에게 빼앗긴 것이다. 삶을 통째로 빼앗긴 것이다. 분노한 그녀는 혼자서 낙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최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스스로 손가락 잘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것을 보내 자신과 동양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 보내지던 그녀의 잘린 손가락은 경찰의 제지로 막혀 피투성이가 된 그녀가 누어있는 병상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동양피해자들의 투쟁은 첫 성과를 쟁취했다. 검찰이 변제할 의사도, 능력도 없이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어음 등을 ‘사기발행’ 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전 직원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기업어음 등을 5만여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사기판매’를 주도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즉, 동양그룹 사태의 본질은 “사기”인 것이다. 이로써, 5만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완전한 배상이란 범죄로 인한 피해액 전체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피해를 입은 원금이 아니라, 실제 변제일 까지 약속된 이자, 그리고 금융피해자가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 들인 모든 비용까지를 의미한다. 즉, 사기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의 범죄수익 전체를 박탈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의 징벌이 있어야 날로 증가하는 재벌과 금융자본의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내리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 명령을 감안하면, 이 정도 처벌은 오히려 약소하다 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는 “불완전 판매” 운운하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금액의 일부를 “보상” 받자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나 “투자실패”와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동양그룹의 사기사건을 처음부터 수사하고, 그 주범들을 구속기소한 여환섭 검사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서 쫒아낸 것이다. 그것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말이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과거 BBK사건에서 당시 권력자이고 사기피의자인 이명박 여당 대선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어 당선을 도왔던 김후곤 검사에게 동양그룹 사기사건을 맡긴 것이다. 누가 보아도,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김후곤 검사에게 과거의 역할을 다시 주문하여, 동양그룹의 현재현 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동양피해자들에게는 너머 산이다. 동양그룹 사기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그 동안 현재현 등이 전체 그룹의 기업들을 동원하여 미증유의 사기사건을 저지르는 동안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방조하였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현을 해외 순방에 동행하게 하여, 동양그룹의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을 현혹시키는데 가담을 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3. 대한민국은 금융피해자들에게 잔인하다. 검찰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농성을 하였던 김옥주 저축은행비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첫 공판이 신년 벽두, 1월 15일 부산법원에서 열린다. 소위, “저축은행 사태”란 무엇인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금융관료, 정치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저축은행의 예금자, 후순위채 구입자들의 재산을 강탈한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노후자금, 생활자금을 강탈당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구제를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저항을 김옥주 위원장은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에서의 점거농성도 그렇다. 피해자들의 재산이 강탈당하는 범죄 현장을 스스로 지킨 것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법무법인에 대한 항의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자신들의 재산을 강탈한 저축은행 대주주, 즉 범죄자들을 변호해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해당 법무법인과 변호사들이야말로 저축은행사태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저항과 항의를 문제 삼기 이전에 이들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저축은행사태 발생 3년이 지나 언론과 세상의 주목에서 멀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저항에 나섰던 피해자들에게 벌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회공익도, 피해자 인권보호도 검찰에게는 없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과 권력자들의 개가 되어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물어뜯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옥주 위원장에 대한 기소를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들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언론은 경쟁적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온갖 호들갑을 떨며 피해자들을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김옥주 위원장과 피해자들의 어떤 반론도 없이 검찰 발표만을 일방적으로 게재하였다. 그 결과,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을 흡사 ‘은행 강도’처럼 둔갑 시켜 “명예훼손”을 저질렀다. 그들 피해자들이 왜 저축은행에서 점거농성을 했는지, 최소한 이유는 밝혀야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국가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잔인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 4. 국가가 금융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되려 죽이려든다고 해서 금융피해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 뒤에는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기사건 피해자 등 피눈물을 흘리는 더 많은 금융피해자들이 분노의 물결을 이루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언제나 사기, 투기 등 불법을 동원하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이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부패 무능한 금융관료와 정치인들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도 않고, 고용은 파괴하면서 무한히 성장하는 지금의 금융자본주의를 칭송하는 언론과 교육의 거짓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독식은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할 것이고, 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이 더 이상 수탈당할 것조차 없는 상태가 곧 오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주의 피해자들의 피눈물로 온 세상이 채워질 그 날, 세상은 반드시 크게 뒤집어질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금융시스템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80 | 추천: 1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신년하례회 때 들은 이야기이다. 민변도 다른 단체들처럼 2014년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하례회를 1월 2일 오후에 진행하였다. 70세가 넘으신 원로변호사부터 2년차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까지 적지 않은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녕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이전 민변 회장을 지내셨던 한 변호사께서 최근 본인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 우연찮게 연말에 청와대의 고위공직자를 만나게 되어 그 자리에서 넌지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데 청와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그건 국민들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아마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위공직자에게 내년(2014년)에 올해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실 건지 물었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올해 1년차는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해이니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집권 2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섬뜩하면서도 허탈했다. 작년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1년을 보내고서 이런저런 놀랄만한 일도 많았고 단체차원에서는 매우 바빴기에 솔직히 더 이상 무슨 새로운 사건이 생기겠느냐 싶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저 쪽(청와대)은 나름 1년 동안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고, 특히 국민다수가 동의하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그건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기에 국민들이 정권의 본심(?)을 알게끔 더욱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보여 줄 테니 각오 단단히 해라 뭐 이런 게 아니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돌이켜보니 이명박 정부 때에도 1년차 촛불정국을 거치며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인권후퇴법안 입법시도, 방송법 날치기 등을 하며 무척이나 강경하게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나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대선이후 그 결과가 너무 짜증났고 한국 투표권자의 수준이 이정도인가 싶어 이 정부를 찍은 특정 세대와 지역 분들에게 큰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대선이후 얼마 되지 않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과정에서 국가기관의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 의혹에 대해 이야기 한번 해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져갔는데, 저 쪽은 득본 것도 없고 부정도 없었다는 사오정 대답만 하며, 심지어 요구하는 국민들을 종북으로, 부정한 세력으로 몰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정부일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쨌든, 최근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 두 분과 국내 시민단체 간담회를 가졌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설명하며 용산, 강정, 밀양, 쌍차 사건을 되짚어 보았다. 여전히 국가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은 큰 고통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더 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합법의 탈을 뒤집어 쓴 국가와 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협박하고 휘몰아 칠 것이다. 청와대 고위공직자는 그렇게 속내를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하며 더욱 그러할 거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이하는 단체 활동가로서의 자세는 어떠해야할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이명박 정권 때도 일이 많아 당시 정권과 업무협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정권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 않다. 체포영장 달랑 들고 해머로 민주노총 건물 때려 부수며 들어가는 정권인데 헤벌레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328 | 추천: 0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또 죽었다. 당진 경제의 견인차라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이제 노동자의 무덤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덤이다. 지난 5월 전로에서 일하던 다섯 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가스에 질식해 죽은 뒤 반년 만에 네 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0월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8층 높이에서 추락했고, 11월에는 현대제철 연관기업인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안전진단을 하던 노동자가 지붕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리고 추락사가 발생한지 사흘 만에 고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탈진으로 사망했다. 그는 300℃가 넘는 설비 바로 옆에서 13시간 동안 작업을 마치고 그 다음날 정상 출근해 10시간 동안 또 일을 하고 쓰러졌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고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을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 관계자가 지난 11월 26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발생한 가스가 누출사고 현장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역사회는 경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한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현대제철에서는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는 다른 별도의 법인”이라며 억울해 했지만, 결국은 현대제철이 대주주로 참여한 ‘한 몸’이었다. 쓸쓸히 빈소를 지키고 있던 동료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작업장 내부의 안전실태가 엉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냥 일을 하는 노동자들보다 그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형편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하지만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강조하기보다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늘 관리자의 눈치 속에 살아야 했다. 회사에 안전을 요구하기란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목소리 한 번 잘못 냈다가는 내일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 노동자는 “자칫 블랙리스트에라도 오르면 (현대제철이 아닌) 어떤 곳에서도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란 없었다. 불과 몇 개월 동안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이 사고들은 한국의 노동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현대제철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사실 일부 지역 언론 이외에 크게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는 결코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모습에서 삼성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만나고, 인천공항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다. 한국타이어, 쌍용차,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대형마트, 대학, 병원···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며 벼랑 끝에 매달린 노동자들이 여기에 있다. 가장 최근에 사망한 이 모 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3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버스운전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살았다. 그는 2년 전 어머니에게 현대제철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잘 됐다면서 아들을 당진으로 보낸 게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요즘,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은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현대제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유니폼(작업복)을 입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혹은 부러워운)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자부심을 원청과 하청으로 나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눴다. 그리고 노동자를 하나의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지역의 한 NGO 관계자는 “동물이 같은 사안으로 몇 마리만 죽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데 사람이 1년 동안 9명이나 같은 곳에서 죽었는데 지자체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한탄했다. 시민사회계에서 기업, 노동자, 지자체 등이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란다. 산재와 관련해서는 노동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이유다. 모두가 노동자이지만 또는 곧 노동자가 될 테지만 이들의 아픔을 사회구성원 전체가 고민하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노동자들이 전면으로 부각됐던 장면은 그래서 내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제 우리도 인간이 인간답게, 노동이 노동답게 인정받아야 하는 때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96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우리 삶에 하루가 있고 일주일이 있고 또 한 달과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기에 따른 계절의 바뀜이 있어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와 결심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또 전날, 전주, 전달과 비교하며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대략 365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지구는 또다시 태양을 한 바퀴 다 돌게 된다. 36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전과 비교해서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진보했을까 생각한다. 1년 전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었다. 투표한 사람들 중 절반이 조금 넘는 국민은 환호했고 절반이 조금 안 되는 투표자들은 실망했다. 박근혜씨에게 투표한 사람이나 문재인씨에게 투표한 사람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정권담당자들에게 뭔가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대가 낙담과 분노로 바뀌는데는 1년은 긴 시간이었다. 선거기간동안 온 동네를 붉게 물들였던 박근혜씨의 각종 복지공약은 어느 하나 실천되는 것 없이 파쇄기 안으로 여지없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국정원과 군대가 저지른 인터넷과 관변단체를 이용한 여당후보 선거운동혐의는 공안기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국은 이 문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대통령 선거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는 고사하고 우리사회의 정치시계는 12월 19일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다. "1%에 쏠린 정치권력을 99%에게 나눠주겠다, 이 땅의 민중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에게 ‘김일성주의’라고 공격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따져 묻는 국회의원에게는 종북을 넘어 ‘월북’딱지가 붙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이정도이니 지방의 한 천주교 신부가 받고 있는 앞뒤 맥락을 무시한 종북공세는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우리 사회의 시계는 정지를 넘어 뒤로 가고 있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에서 온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이 땅이 아닌 달나라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네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다. 1950년대가 아닌 2013년, 달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전주변의 삶의 일단은 이렇다. 2009년 유성기업지회<노조>에 용역깡패를 투입해서 노조 말살을 시도한 사업주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충북 옥천의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 광고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하며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지난 10월13일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22m 대형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경부고속도로 북대전 톨게이트 바로 앞쪽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는 최초로 불법파견시정명령을 받은 원자력연구원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는 ‘원자력연구원의 도급계약 관계는 적법했다’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대전시청 앞에서는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으며 대전교육청 앞에서 는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주장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는 11월 20일부터 대전역 서광장에서 '원자력 비정규문제 해결 촉구, 전교조 탄압 중단, 철도가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3년 4개월간의 법정공방 끝에 복직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노동자 정승기씨는 복직한 지 두 달 만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시 해고되어 기약 없는 해고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대전이라는 지역으로 한정시켜도 이 정도인데 전국으로 눈을 옮긴다면 또 얼마나 많은 고단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겠는가? 이렇듯 어려운 민중의 삶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퇴행만 거듭한 채 또다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대해야 하는 시기가 요즘이다. 하지만 지나온 올 한해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다가올 내년에는 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리할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1년이 지난 어느 날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03 | 추천: 0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결혼한 지 20일째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어느 영화가 그랬다. 그거 맞는 말이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결혼하고 난 뒤에도 자주 드는 생각이 ‘내가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였다. 결혼이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낯선 남자가 매일 옆에서 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더 크다. 사실 아직 며칠 안 살았지만 살다보니 다른 것도 참 가지가지다. 발을 닦고 난 뒤 발매트에 대충 발바닥만 비비고 나머지는 자연바람에 발리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와 달리 남편은 발수건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소소한 차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전셋집을 구할 때는 나는 대출을 받아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가자고 주장한 반면, 남편은 형편에 맞춰 작은 집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등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사귀고 나서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또 결혼한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놀라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논쟁을 벌일지언정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 룰은 우리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나온다. 이 룰을 핵심으로 우리 부부는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다. 거기에 더해 ‘시월드’의 부담이 내게는 거의 없다. 결혼한 부부의 큰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남편이 아내와 시댁 사이에서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할 경우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다행히 내 경우 양가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거의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편이 오롯이 내 편이라는 신뢰가 형성돼 있어 결혼준비 등 모든 일을 남편과 상의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우리 부부와 극한적인 대비를 보이는 파탄 직전의 신혼부부가 보인다. 아직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부부가 싸우기도 참 박터지게 싸운다. 아내는 그 사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는데 남편은 돌아온 아내를 감싸기는커녕 구박만 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이 집을 나갔던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외쳐보지만 들리는 건 메아리뿐이다.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이혼 직전의 부부 같다. 거기에 더해 남편은 ‘마마보이’, 시어머니는 ‘헬리콥터 맘’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그리고 깐깐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청와대 얘기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정권초의 여와 야는 신혼부부와 비슷한 처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가 만난 신혼부부처럼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정당이 새로 출범한 정부 안에서 국가 운영에 동참하다 보면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세금을 어느 정도 내게 할 것인가, 복지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책임과 자유의 선을 어디까지로 지정할 것인가 등 논쟁할 일이 널려있다. 국가운영의 중요한 틀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논쟁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논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헐뜯고 상처내면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한의 폭력을 방지하고자 만든 국회선진화법까지 내팽개쳐질 위기에 있다. 이성을 잃은 부부의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이 ‘헬리콥터 맘’으로 나서고 있으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18일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했던 시정연설은 여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사달이 나는 격이다. 게다가 남편은 시어머니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마마보이’다. 박 대통령이 돌아가자마자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 가운데 특위 구성을 수용하겠노라고 발표했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 집을 방문해 “부부끼리 논의해서 잘해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남편이 다가와 떡 하나를 내민 것이다. 그 떡을 보는 아내의 심정을 남편은 생각해보기나 했을까?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여야의 경색국면을 해결하고 싶다면 뒤에서 조종하는 시어머니 역할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여당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야당과 협상하고 국회를 운영하도록 내버려 두길 바란다. 새누리당도 그만 ’마마보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당 중진의원조차 “여당이 청와대 감싸기에만 급급하다”고 쓴소리를 하는 이유, 야당 대표가 왜 여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나서는지 그 까닭을 여당 스스로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오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결국 부부의 몫이듯이 여야 갈등이라는 오래된 정치권의 악습을 없애는 건 오롯이 여당과 야당의 몫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040 | 추천: 5
전국완/ 중학교 교사   이번 달 초 나는 우리 반의 한 학생을 강제전출 보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 제 17조 제1항 제8호에 의해……. 지속적인 금품갈취와 폭행이 그 이유이다. 자신보다 약한 하급생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지 않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먹질을 해댄 것에 대한 징계이다. 3월부터 흡연으로 인한 교내봉사, 폭행 등으로 인한 사회봉사 1회, 특별교육 3회, 출석정지 등의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전력을 지닌 녀석이다. 덕분에 우리 반 출석부도 깨끗할 수가 없었고 ……. 그럼에도 ‘그놈의 문제아 잘 보냈다’는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남는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가끔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는 뭔가 미워할 수 없는 모습들이 있었다. 늘 선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짓고 다니고, 뭔가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빈틈이 많아 담임인 나를 포함한 다수의 여학생들에게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옆 반의 어여쁘고 착한 여학생과 친구로 지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 속에서 담임인 나는 그 녀석의 어떤 폭력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녀석의 일상은 방과 후부터 특별해지기 시작한다. 한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근처 놀이터나 으슥한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고,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돈이 남으면 노래방에 가서 놀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급생의 돈을 갈취(본인은 빌렸다고 함)하고, 분위기 험악해지면 주먹도 쓰는 것 같다. 3월 첫날부터 ‘흡연’으로 걸렸던 그 녀석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수십 번이다. 이야기할 때마다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문을 쓰고, 사회봉사니, 특별교육이니 하는 프로그램도 착실하게 다녀온다. 그러곤 또 사고를 친다. 그야말로 사람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일명 ‘폭자’로 일컬어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변호하는 야무짐도 전혀 지니지 못했다. 문제정도가 심한 친구들이 먼저 차례차례 강제전출을 당하고, 이제 2학년 두 달여를 남기고 또 이 녀석마저 강전을 가게 된 것이다. 이 녀석을 보내는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저녁을 먹는 일밖에 없었다. 이미 전출당한 녀석 중 하나는 전출간 지 2달 만에 또 다른 학교로 전출당한 상태였다. ‘그 녀석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도 서로를 위해 얼마동안은 거리를 둬라’ ‘네’ ‘폭자 열리던 날 우시던 엄마를 생각해라’ ‘……’ ‘상급학교도 들어가고 취직도 해야 하지 않니?’ ‘……’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로 겉늙어버린 어린 제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폭력대책자치위원회 담임진술시간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던 건 그 녀석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녀석이 그 화려한 전적을 세우며 만신창이가 될 동안 담임인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조감 탓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왜 그 아이를 좀 더 가까이 붙잡아 놓고 지도하지 못했을까? 주말에 데리고 자장면이라도 자주 먹을 걸. 예전처럼 PC방 노래방에 쫓아다니며 지도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런 고민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 교사들 앞에 교육부가 내놓은 제안은 참으로 생뚱맞다.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책으로 ‘학교폭력 및 예방교원에 대한 승진가산점’ 제를 시행한단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전 교원의 40%를 승진가산점으로 매년 0.1점을 부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입취지는 그야말로 거창하게시리 ‘학교폭력 근절 분위기 조성과 교원의 사기진작’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에 폭주하는 학년말 업무에 시달리는 담당교사는 추천기준을 만드느라 우왕좌왕하고, 결국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들이 관련공적을 적어내느라 바쁘다. 이런 것으로 우리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된다고 보는가? 그래서 사기가 진작된 교사들의 활약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건가? 점점 힘들어지는 생활지도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도 없이 이런 유치한 탁상공론만 만들어 놓고 실적으로 내세울 건가? 교사와 학교를 A, B, C등급으로 나눠 몇 푼씩 성과급을 차등지급해서 교단을 헤집어 놓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또 알량한 가산점을 들이대며 공적조서를 만들어내라고 하고 있다. 우리 교사들에게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귀하고, 또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그렇게 얄팍하고 천박한 논리로 재단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학생들이 질풍노도기를 잘 겪어내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학교생활에 동기를 부여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시급하다. 상업적 마케팅으로 가득한 매체들에 포위된 채 물질과 외모만이 관심사가 되어버린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학교와 교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임계점에 다다른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범사회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교사로서의 무력감과 쓰디쓴 회한을 안겨 주고 떠난 그 녀석은 나와 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12월 겨울방학 때까지 사고 치지 않기로 했는데, 일단 믿어 볼 밖에 도리가 없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7 | 추천: 0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검찰총장과 같은 종교인은 죄를 짓고도 덕을 볼 수 있을까.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 해 발생한 형법과 특별법 죄인 가운데 종교가 직업인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종교인 범죄가 약 4500건이었으나 2009년 5400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직업 종교인이 저지른 범죄 유형의 순서를 살펴보면, 폭력 20%, 사기, 강간, 성매매,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음주운전 순이다. 드물긴 해도 마약이나 도박도 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종사자는 총 118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6대 전문직 종사자는 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을 말한다. 직업별로 보면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 354명, 예술인 198명, 교수 114명, 언론인 53명, 변호사 15명 등 순이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직업 종교인이나, 종교계 지도자는 누구에게 상담을 하고 도움을 구할까. 검찰총장 내정자의 위치에 있는 분이 자신이 믿는 종교인에 대한 ‘부도덕한 청탁의혹’이 일고 있다면 철저한 인사검증이 절실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잣대는 ‘불교계 관련 의혹 수사’이다.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22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입구에서 고위층 스님들의 상습도박의혹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고 불국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불교닷컴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고위층 종교지도자들이 도박장과 상습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하나이다. 여러 단체 가운데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불교 조계종 고위층의 도박장 개설의혹과 상습도박 사건’에 대하여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다. 20여명이 넘는 불교계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지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은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현 검찰총장 김진태 내정자가 불교계 고위직 스님들에 대한 사건에 ‘부도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불교계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 검찰총장 내정자는 전 현직 총무원장들, 관람료 수입으로 돈이 많은 유명사찰 주지스님들과 골프 등 ‘고급친교’를 즐겼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의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밝혀지길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 한 후에라도 도박장 개설이나 상습도박 같은 종교인 범죄 행위는 철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실행해야 한다. 종교는 같아도 죄를 저지르면 덕 볼 수 없다는 상식이 통하길 기대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16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5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건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관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복지’보다는 ‘보건’ 쪽이 선호부서다. 그렇다고 공공보건정책이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의료’와 관련한 업무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해외연수 기회를 이용해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복지정책을 공부하며 견문을 넓히는 분들도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복지국가는 복지지출확대를 전제로 한다. 그것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당연히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복지국가 실현에서 핵심 논제가 된다. 그런 와중에 복지국가에 반대하는 담론도 기승을 부린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이 내세웠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은 그 중에 저급한 쪽에 속한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건 ‘재정건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청망청 빚내다가 집안 거덜 난다며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일시하는 비유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도 그렇고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기초연금도 그렇고 각종 복지정책을 얘기할 때 재정건전성을 기준에 놓고 얘기하는 경우를 자주 듣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일갈했듯이 “그렇게 재정건전성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뭐하러 하느냐”는 말이 적절한 대답이 될 듯하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박사가 재정건전성의 논리적 허점을 까칠하게 표현한 얘기도 있다. “재정건전성만 놓고 보면 젊어서 열심히 세금 내고 환갑 되기 전에 죽는게 제일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대공황이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보면 재정적자를 ‘만악의 근원’처럼 여기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영국 정부는 실업수당 10% 삭감 등 재정적자 6억 달러(GDP 대비 2.5%)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했지만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민간 소비위축과 양극화였기 때문이다. 대공황 극복은 뉴딜정책이 상징하듯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했던 재정긴축과 고금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완화 덕분이었다. 박근혜가 새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문형표는 오랫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한 학자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데다 복지지출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가 2006년 한 경제지 기고문에 쓴 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과다한 복지부담은 근로의욕의 축소, 기업의 고용 회피 등으로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고려한다면 무조건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한국보다 2.5배나 높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비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 굳이 복지확대를 요구하지 않아도 “2050년께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독일이나 스웨덴 등) 현재의 고복지국가들과 유사해질 것”이라면서 자신이 비난했던 '단순비교의 함정'에 스스로 자신을 빠트리는 결론을 내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문형표는 박근혜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부터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을 주장해온 핵심 ‘멘토’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근혜는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안종범(성균관대 교수, 현 새누리당 의원), 김용하(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문형표도 그 중 핵심 멤버였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그 해 12월 의원 윤건영(현 연세대 교수)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취지는 지금도 살아 숨쉰다. 법안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분리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춰 소득대체율을 당시 60%에서 40%로 삭감하자는 것이다. 대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곧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고 ‘덜 내고 덜 받는’ 공적연금 체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을 재정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경제학자가 복지부 장관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재정건전성에 좋지 않다며 복지지출 확대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긴축을 위한 복지지출통제’를 소신으로 견지하는 학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복지정책을 ‘경제개발’ 정책에 종속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정부 복지정책의 큰 그림은 복지확대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내놓았던 각종 복지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거기다 국민연금의 공적기능을 대폭 약화시켜 삼성생명 같은 민간보험처럼 만들수 있는데 그게 10년 가까이 대통령과 공유해온 소신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00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