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송채경화/ 한겨레21 기자 설 연휴를 마치고 첫 출근날. 점심을 먹으려고 모인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가 쏟아졌다. 명절 내내 설거지 하느라고 허리가 휠 것 같았다거나, 열심히 일하는데 낮잠 자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얘기는 지겹게도 반복된다. 누구네 시댁은 시골인데 남자들에게만 밥상을 차려주고 여자들은 비좁은 부엌에서 따로 밥을 먹는다더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시대가 바뀌어도 시댁 풍경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나는 예외였다. 가까운 곳에 사는 시어머니는 설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할 테니 굳이 전날에 와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설날 아침을 먹은 뒤에는 시아주버니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점심에는 남편이 설거지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설에는 잔심부름 외에 공식적인 주방 일에서 해방됐다. 이런 얘기를 하니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감탄사가 나왔다. 시댁이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훌륭한 가정으로 비쳐진다는 것에 대해 괜히 우쭐해졌다. 그때 동료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했다. “명절 음식은 결국 시어머니 혼자 다 했겠네.” 아뿔싸. 그랬다. ‘시어머니의 노동’을 잊고 있었다. 묵묵하게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차례 음식을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시어머니였다. 아들들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쉴 틈 없이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자식들 집에 싸 보낼 음식을 분류했다. 나조차도 그런 시어머니의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쭐했던 마음이 급격하게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단지 며느리 한 명을 주방 일에서 해방시켰다고 남녀평등이 실천된 것은 아니다. 뒷감당은 결국 여성인 시어머니의 몫이었다. 시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한 뒤 교편을 잡다가 결혼과 동시에 전업 주부가 되었다. 시어머니의 노동으로 시아버지는 직장에 전념할 수 있었고 세 명의 자식은 잘 자랐다.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그런 시어머니의 노동을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시어머니는 원래부터가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손맛이 깃든 요리를 하고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끼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런데 만약 그런 시어머니에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모든 집안일을 감당해주고 아이를 키워주고 바깥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교사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 옆에 ‘아내’가 있었다면. 우리는 왜 지금까지 그런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까? 사진 출처 - 한겨레 호주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인 애너벨 크랩이 쓴 책 <아내 가뭄>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지만 여전히 리더로서의 여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주당 70시간 근무가 성공의 열쇠가 되는 직업군에서 아내가 있다는 것이 어째서 지랄 맞게 유용한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따라서 (아내를 가질 확률은 현저히 낮고 그 자신이 아내가 될 확률은 월등히 높은) 여성들이 이러한 회사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빈도가 남성들 근처에도 못 미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의 시대에는 오로지 여성이 아내의 역할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맞벌이 시대인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아내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여전히 지독히도 힘들다. <아내 가뭄>에는 워킹맘들이 겪는 어려움뿐 아니라 워킹대디들이 집안일을 위해 직장의 양해를 구할 때 부딪치는 장벽도 다루고 있다. 육아와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을 사회가 ‘사회적 패자’ 취급을 하는 것, 전업주부 남편이 받는 차별과 사회적 폭력 등도 함께 다룬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성만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긴 채 야근을 하는 남자에게 “역시 남자가 일을 더 잘하지”라고 말하는 것, 칼퇴근을 하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여자를 두고 “역시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고 생각하는 일 따위를 그만 둬야 한다. 남자에게도 육아와 집안일을 위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권리를, ‘아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살 수 있다.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이 글은 2017년 2월 1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808 | 추천: 1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팀장 시리아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2011년 3월 ‘쟈스민 혁명’, ‘아랍의 봄’으로 불리었던 중동지역에서의 민중봉기는 시리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시리아를 독재했던 알 아사드 정권, 그 독재정권을 향해 시리아 민중은 거리로 나와 독재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다른 중동지역 국가처럼 정권교체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독재정권은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였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였으며, 체포, 고문, 감금, 살해 등의 방식으로 잔혹하게 탄압하였습니다. 계속되는 탄압에 시리아내 민병대와 주변 국가들의 군벌들, 다양한 세력의 군사조직이 반군이라는 깃발아래 모여 독재정권의 정부군과 전쟁을 벌였고, 시리아 각 지역에서 일진일퇴하며 내전은 심화되었습니다. 거기에 잔혹한 민간인 학살과 테러를 자행하는 IS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시리아를 둘러싼 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이후 정부군을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하고, 터키와 주변 아랍국가, 나아가 미국이 반군세력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국제전 양상을 띄게 되며 시리아인들에게 시리아는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습니다. 2016년 12월 30일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로 정부군과 반군은 휴전에 돌입하였지만 여전히 정부군측의 공습과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21일 유엔인권이사회 발표에 따르면 650만 명의 시리아 내부난민(Internally displaced)이 있고, 480만 명의 해외난민이 세계 각지를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인접국인 터키에 270만 명, 레바논에 100만명 그리고 요르단에 66만명이 머무르고 있고, 수십만명이 유럽과 인근 아랍국가들, 아시아,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목숨을 건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 시리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리아 인구가 2300만 명이고 유엔이 발표한 난민수가 1130만명이니 전체 인구의 절반이 난민입니다. 재앙입니다. 또한 시리아인권관측소(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는 2016년 12월 현재 시리아 내전으로 사망한 인원이 31만 2001명에 이르며, 그 중 민간인 희생자는 9만 명, 어린이는 1만 6천명에 이른다고 하였습니다. 유엔시리아 특사인 스테판 데 미스투라씨는 2016년 4월 한 외교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시리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40만명이 넘었을 거라고 전했고, 2016년 2월 민간단체인 시리아정책연구센터는 희생자를 47만명으로 추산하였습니다. 지구 한편에서 지옥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2016년 2월 영국에서 개최된 시리아 공여국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12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인도주의 외교를 브랜드화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시리아 사태 이후 한국 정부는 시리아 난민신청자 중 668명에게 인도적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3명을 난민으로 인정하였다고 발표하며 ‘인류애 귀감’이라고 자체 평가를 하였습니다. 참으로 낯 뜨거운 발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2015년 하반기 시리아 출신, 주로 알레포 출신의 시리아 난민들은 무려 8개월 동안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채 사실상 구금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국내 뉴스뿐만 아니라 CNN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다행이 국내 난민지원 단체와 법률가 단체에 의해 현재 난민인정 소송을 진행하면서 구금은 풀린 상황이지요. 또한 정부가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인도적 체류허가란 것도 난민지위와는 달리 추방만 되지 않을 뿐 6개월마다 비자연장심사를 거쳐야 하고 건강보험 등의 혜택은 받을 수 없으며 단순노무직외의 직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2015년 12월 31일 기준 한국의 난민인정율은 3.8%이고 가족결합과 행정소송 승소건을 제외하면 1.9%에 불과합니다. 어디 나가서 난민관련해서 인류애를 이야기할 수 없는 최저 수준입니다. 또한 정부가 밝힌 인도적 지원도 일본의 지원금액의 1/10수준이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한참 떨어지는 금액입니다. 물론 2012년부터 한국 정부가 약속한 금액은 꾸준히 늘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시리아에 인도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매년 약속한 금액이 제대로 다 납부되었는지,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유엔직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 및 유럽, 아랍 국가, 한국 등이 약속한 금액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서 시리아 난민 지원사업이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생색내기용 약속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 쿠르디와 옴란 돌아와서, 시리아의 전쟁과 난민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2015년 지중해 연안에서 잠이든 듯이 하늘나라로 간 쿠르디, 알레포 폭격에서 구조되어 얼굴이 피칠갑이고 먼지투성이였던 옴란의 모습은 전세계 많은 이들의 분노와 슬픔을 자아냈습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시리아 전쟁의 해결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전세계의 수많은 개인들은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국가의 경우 안타깝고 무기력해서만은 안 됩니다. 전쟁을 막기위한 외교적 정치적 방법을 찾아보고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수용할 방법을 찾고 관련 자원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정부가 스스로 밝힌 국제사회의 중견국(?)으로서의 자세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시리아는 한국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먼 국가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1950년 전쟁을 겪었고 그 폐허 속에서 여기까지 성장하였습니다. 한국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전쟁당시와 전쟁이후에 국제사회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정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약속한 인도주의 약속을 지키고 이 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개인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을 해야 하고 그것이 정부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21세기 최대의 재앙을 막기 위해 외교적 수사속에서 면피하려는 모습을 버리고 유엔 회원국으로서, 인권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중요한 역할자로서 의무를 다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정부의 의무이행을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안타까움고 무기력함을 넘어 고통으로 눈물흘리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2017년 1월 2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52 | 추천: 1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지난 11월의 어느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촛불집회에 가고 싶다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함께 서울 광화문에 다녀왔다. 딸아이도 그랬겠지만, 꽤 오랫동안 집회에 나가봤던 우리 부부조차도 그렇게 많은 집회 군중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에 분노해서 거리에 나왔음에도 대개의 시민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을 확인한 안도감인지, 아니면 흥겨운 집회 분위기에서 오는 승리감인지 모를 밝은 표정들 일색이었다. 버스를 타고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지만, 그냥 자기에는 집회에서의 흥분이 잘 가시지 않았다. 치과 진료차 집에 오셨다가 막내 아이를 봐주고 계시던 장모님도 고생했다며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광화문 광장에 있었던 세월호 농성장에까지 이르렀을 즈음 아내가 장모님께 조금은 느닷없는 질문을 했다. “엄마, 엄마는 아직도 죽은 언니와 오빠가 자주 생각나?” 이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처가의 아픈 가족사를 꺼내야만 한다. 아내가 아주 어렸을 때 처가에 불이 나서 아내의 오빠와 언니가 저세상으로 가는 슬픈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가족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고였지만 당시에 아내는 너무 어려 기억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연애 시절에도 나에게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준 사건이었다. 그날도 장모님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부모들의 이야기 끝에 나온 아내의 그 질문을 덤덤하게 듣고 있었다. 장모님은 대답하셨다. “그럼 항상 생각하지. 성당 갈 때마다 너희 부부와 손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지만 먼저 간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늘 기도한단다.” 40여 년이 흐른 세월 속에서도 먼저 간 처남과 처형을 위해 항상 기도하신다는 말씀이 무겁게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또 장모님은 말씀하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길로 못 다녔어. 아이들을 먼저 보낸 것이 늘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작은 골목길로만 다녔어…….” 장모님의 뜻밖의 말씀에 아내도 나도 한동안 다음 대화를 이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처음 듣는 얘기에 장모님이 안타까웠던지 그런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끝에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장모님은 참 밝고 활동적인 분이시다. 트로트 가요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사를 적어 외워서 부르는 노래가 꽤 있으며, 지역 합창단과 성당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동네일도 거의 꿰뚫고 있으시다. 그런 분의 내면에 우리 부부로서는 도저히 짐작도 못 할 슬픔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얼마나 커다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11월 26일 서울 을지로에서 세월호 고래와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한편 이제 2년이 지났을 뿐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부모들의 마음은 장모님의 그것과 비교해 얼마나 힘들었고 또 아팠을까를 짐작해본다. 혹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심리상태도 그 사고에 대해 부모로서 아이들을 먼저 보낸 ‘부끄러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에 대한 ‘부끄러움’은 희생자 부모의 것이 아니라 당시 각종 부조리로 사고를 일으켰던 선박회사와 구조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하고, 이제껏 진상조사를 위한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도 하지 않는 정부 당국의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연말을 넘어 새해로 넘어가고 있는 촛불집회의 기운이 세월호 진상규명에도 미치기를 염원한다. 11월 어느 주말 밤 시골 장모님께서 얘기해 준 ‘부끄러움’의 사연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또 한 가지 시선을 깨닫게 해 주었다. 부조리한 대한민국 현대사에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떳떳하게 세상을 활보하며 다니고 그것과 상관없는 대다수의 민중은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느꼈어야 했던 시간이 상당수였다. 이번만큼은 촛불집회에서 많은 사람이 외치고 있는 각종 구호처럼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는다. 그래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위정자들에게 제대로 된 ‘부끄러움’을 알게 해 주었으면 싶다. “당신들은 큰길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하고 말이다. 이 글은 2016년 12월 28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37 | 추천: 0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2012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구호로 내건 박근혜 대선 후보는 TV토론회에서 보여준 부족한 말주변과 공약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그는 과감한 복지정책을 하되 증세는 없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을 뒤로 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2016년, 국민의 80%는 그의 하야를 지지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최악의 비리 대통령으로 남게 될 판이다. 박 대통령의 실패를 ‘여성의 실패’로 해석하고 싶지 않은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여성성을 아예 제거해버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를 내세워 당선됐고,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승리했기 때문에 여성이지만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의 논리다. 물론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해석이다. 한국사회에서 박 대통령은 여전히 여성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다. 그가 박정희의 딸이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실책과 잇단 비리 연루 의혹에 “암탉이 울어서 나라가 망한다” “박근혜가 아니라 박지만이 대통령을 해야 했다”며 그의 여성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이 이 명백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국 사회에서 박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평생 “미쓰 박”으로 호명될 운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여성성을 부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한가지다. 소수자 개인을 오로지 소수자라는 한 가지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일반화의 오류가 그것이다. 작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성급한 일반화는 ‘소수자가 악마일리 없다’는 소수자의 순수성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는 늘 순수한 피해자일 것을 강요받았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루하고 비극적인지 어필함으로써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여성들은 미혼모나 소녀가장 등 절박한 상황에 한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보통 사람만큼의 제도적 혜택’ 혹은 ‘자존감’을 요구하는 순간은 늘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 ‘일반 남성’이 선망하는 직종에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고용할당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당장 ‘특권’ ‘역차별’이란 반발이 튀어나올 확률이 크다. 이런 제도의 특혜를 보는 이들은 우리 상상 속에 있는 ‘비참한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평등으로 가는 길을 저해한다. 현실에 ‘순수한 피해자’는 없다. 단지 공동체 내에서 오랜 기간 억압받아온 소수자적 특성을 지닌 개인들이 존재할 뿐이다. 소수자라고 늘 인권해방에 앞장서거나, 올바른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소수자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 사회에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배제 돼 온 과거 맥락을 이해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혜택을 받는 소수자가 특권계층인지, 부도덕한 사람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잘 배운 엘리트 여성이 여성비례대표 할당제로 국회의원이 되고, ‘최초의 여성’이란 홍보 문구로 대선후보로서 우위를 점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은 국내 여성주의 운동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악한 소수자’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다. 특권계층의 이익을 대변했고, 심지어 여성 고용에 무지할뿐더러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 업종에 대한 고용불안도 가중시켰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두 가지 가능성을 한국 사회에 제시했다. 첫째는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여성도 부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이전 수많은 전 세계 남성 대통령들이 그러했듯이 박 대통령 또한 부패의 길을 걸었다. 이 때 비리와 부패는 명백하게 박 대통령 개인의 속성이다. 단지 박 대통령은 무수히 많은 여성들 중, ‘권력이 있고 부패한 여성’이었을 뿐이다.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에는 소수자적 특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등장한다. 장애를 가진 변호사, 임신한 여성 변호사, 어린 여성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악덕하고, 자신들의 소수자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데 능하다. 미국에서 대히트를 친 이 드라마는 악의적으로 소수자를 묘사한 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꼬집고 있다. 소수자는 소수자라는 특성만으로 한 사회 내에서 배제돼 온 맥락이 있다. 그들에게 ‘순수성’과 ‘당사자성’이라는 무고한 짐을 지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지 않을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다음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부패한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부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 소수자들에게는 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이 글은 2016년 12월 21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15 | 추천: 0
송채경화/ 한겨레21 기자 정치인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지난주 ‘탄핵 동참’에서 입장을 바꿔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 당론에 동의했다가 유탄을 맞았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핸드폰 번호가 공개적으로 나돌았고 이들은 국민들의 항의 문자와 전화 세례를 받았다. 하루 4~5천통의 항의 메시지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결국 새누리당 비박계뿐 아니라 일부 친박계 일부에서도 탄핵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선거 때에만 국민 눈치를 본다’는 통설이 깨지고 있다. 한국은 매일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피의자 대통령이 됐다. 그런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는 11월12일 100만 명, 11월26일 190만 명, 12월3일에는 사상 최대인 230만 명을 기록했다.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3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때로 정치학자들은 시위가 많고 격렬할수록 그 나라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면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기 이전에 정치인들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 시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맞는 지적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힌 정치인이 국민의 요구를 ‘대의’하지 않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더해 시위는 그 자체로 ‘목소리’일 뿐이지 그 목소리가 실제로 정책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 요구를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권한을 갖는 것은 결국 정부와 국회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230만 명의 촛불시위는 대단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서글프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시위는 그 나라 정치권의 후진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나라 시민들의 건강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폭력 시위가 아닌 평화 시위여서가 아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요구를 담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행위 자체가 그 나라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촛불시위처럼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압박으로 작용해 정책이 실현되도록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마이클 무어가 2015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면, 대학등록금이 무료인 슬로베니아의 사례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에서 한때 등록금을 올리려고 하자 학생들이 데모에 나섰고 결국 등록금 인상은 폐지됐다. 마이클 무어는 이런 슬로베니아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대학의 캠퍼스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영상에 담긴 미국 대학의 모습은 이렇다. 드넓은 잔디밭에 학생들이 한가롭게 거닐거나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최고수준의 등록금에 허덕이는 나라의 대학치고 지나치게 평화로운 모습이다. 슬로베니아의 대학생 데모 영상과 평화로운 미국의 대학 캠퍼스 영상을 대조하면서 무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필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세월호 7시간'을 밝히자는 의미로 오후 7시에 맞춰 소등을 하고 있다. 소등 전(왼쪽)과 후. 사진 출처 - 한겨레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한국에서 촛불시위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치권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정부와 권력자들이 시위나 집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놓은 탓에 ‘시위=극렬 좌파’라는 인식이 여전히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함께 분노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다른 소수자들과도 연대했다. 사람들은 다시 세월호를 얘기하기 시작했고, 여성의 목소리, 청소년의 목소리, 장애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촛불시위는 또한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시민들의 함성을 직접 보여주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 요구가 실제로 관철된다면, 이 성공의 경험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시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단지 불편함만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거리에 섰던 기억을 되살려, 다른 이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쯤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터에서 부당함을 느꼈을 때, 자신의 힘이 미약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정치권도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지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것이 ‘대의 기구’로서의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촛불은 ‘현재’이면서 동시에 ‘미래’다. 이 글은 2016년 12월 7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09 | 추천: 0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팀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거의 한달 이상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는 기존의 다른 권력형 비리 때와는 확연히 달랐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은 박근혜 하야와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이후 최저(最低)인 한 자리 숫자이고,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맹신도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에서 박근혜 씨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범법자일 뿐이다. 백만의 촛불이 광화문을 밝혔던 11월 12일, 그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예정되어 있는 해외 출장 때문에 백만의 촛불 파도타기와 그 함성을 인터넷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단체 활동가들과 11월 19일 집회에 함께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곧바로 전체 회원들에게 11월 19일 집회 참여 문자를 보냈고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게 되었다. 주요내용은 이러했다. “아디의 회원인데, 아디 정관에 이러한 (집회참여) 활동도 포함되어 있는지? 사조직이 아니기에 단체 설립목적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나 역시 박근혜 정부에 분노하지만 아디를 통해 이러한(집회참여)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자 회원이 된 건 아니다” 사실 기존에 활동했던 단체에서 정치적 활동 때문에 제약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차라리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질책을 받은 적이 많았기에 받는 순간 약간 당황했다. 그리고 19일 집회가 정치적 행동인가? 하는 불편한 궁금증도 있었다. 하지만 아디와 같은 회원기반 단체에서 회원들의 의견은 무척 소중하기에 다시 찬찬히 문자를 보았다. 그러면서 과연 무엇이 정치적 행동(?)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일반시민들이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동기는 대체로 단체의 미션 또는 활동에 동의하기 때문인데 설립된 지 1년도 안된 아디의 경우는 활동보다는 미션이나 가치에 좀 더 끌려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짐작컨대 문자를 주신 회원 분은 아디를 기존의 국제구호단체와 같이 국제적으로 선한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이해하며 회원가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반(?)적 시민사이에서 떠올릴 수 있는 구호단체나 개발단체들의 정치적 행동의 수준은 어떠할까? 개인적 판단이지만 국내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국제단체나 구호, 개발단체들의 정치적 행동은 거의 없다. 특히 국내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단체들이 의견을 내거나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단체 내부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 사건과 백남기 어르신 사망사건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그 단체의 미션과 가치에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낸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무시무시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요즘도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쉽지 않다. 군사독재시절 누군가 막걸리 마시고 대통령 욕했다고 평생 간첩누명 쓰고 살아가야 했다면, 지금은 정권에 반대되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종북이나 좌파빨갱이로 치부된다. 시민사회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활기를 많이 상실했고, 정부의 지원금이나 기업의 후원금에 목매는 국제구호, 개발단체의 경우 정치적 행동은 절대적 금지사항이다. 돌아가서 회원분의 문자는 ‘무슨 정치적 행동이야? 때려쳐!’라는 뉘앙스라기보다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해!’라는 애정담긴 걱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 문자를 계기로 아디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이 고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디가 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인권과 평화가 어떤 특정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 지켜져야 함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범위를 가지고 있을 회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다가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더 이상 당위(當爲)적 접근이 아닌 진정성과 설득력으로 말이다. 그 고민의 해결책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박근혜 퇴진을 위한 집회에는 나가야겠다. 좀 덜 정치적(?) 단체 문자로 보다 많은 회원들에게 전달해야겠다. 박근혜 당신은 끝이야!!! 이 글은 2016년 11월 23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3 | 추천: 0
제주를 죽이는 오라관광단지 대규모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대표 이게 나라냐. 뭐 어디서부터 글을 써내려가야 할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구호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이 자가 진짜 자기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박근혜의 정치 인생과 초기 국정 운영을 보면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물론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헌정유린 국민기만 국가파괴. 이런 시국이다. 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다.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위임된 대통령이 결국 권력을 사유화시켰다. 그런데도 아직 거짓 해명과 술수뿐이다. 진실은 없고, 뉴스 보도 후 구차한 해명밖에 없다. 심지어 관계자들은 황제조사 중이고, 대통령은 조사도 피하려고 한다. 역대 최대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광장에 나왔어도, 역시 박근혜는 ‘나몰랑’이다. 결국 해결의 시작은 박근혜 퇴진부터다. 안 내려온다면 국민이 끄집어 내려야겠다. 이후 모든 관계자 추가 진상조사와 엄중한 처벌이다. 헌정 유린의 시대,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의 환경도 심각하게 유린 받고 있다. 박근혜와 국가 재앙의 시대, 제주 재앙도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공중파에서 <제주 바다의 비밀>이 방영되었다. 국민과 제주도민이 똑똑히 보았다. 똥물이 된 제주 바다를. 바로 제주 상하수도본부가 운영하는 도두하수처리장에서 연중 200일 이상 기준치 이상의 오폐수를 방류해 왔다. 실수가 아니다. 오물을 바다로 그대로 내보내기 위해 바다 바닥에 커다란 배출관까지 연결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처리할 수 있는 하수 용량이 한계를 넘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이를 무시했고, 제주 100만 명에만 열을 올렸다. 결국 준비는 안 되었는데, 인구 유입 치적에만 몰두하였다. 제주바다 오폐수 무단 방류 사진 출처 - MBC시사매거진 이 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외국 투기자본 유입으로 제주 환경과 사회적 문제는 극에 달하였다. 말 그대로 제주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희룡 도정은 성장 위주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에 목을 매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한 토론회의 사회를 보았다. ‘원희룡 도정 2년, 출구는 있는가?’란 주제로 제주의 쓰레기, 교통, 주거 문제를 다뤘다. 출연했던 패널 모두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원희룡 도지사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강행한다고 비판하였다. 제주의 환경수용력이 한계가 있음에도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지사 재선과 대통령 선거까지 욕심을 내면서. 이러한 제주 환경 유린의 시대에 거대한 괴물이 등장했다. 바로 제주오라관광단지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제주시 북쪽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아래에 약 108만 평의 대규모 관광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2021년까지 대규모 호텔과 콘도, 컨벤션과 골프장, 면세점과 백화점, 테마파크와 카지노 건설 등 6조 2800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다. 마라도 12배 크기와 상주활동 6만 명이라는 결국 중국인 상주 거대도시의 출현이다. 제주오라관광단지 사업 조감도 사진 출처 - 한국일보 결과적으로 환경과 사회적으로 제주도 전체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일이다. 제주오라관광단지는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한라산과 제주 곳곳의 생명이 파괴된다. 제주 스스로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을 자랑하지만, 더 죽이는 꼴이 된다. 지금도 심각한 제주 지하수 상수도와 하수 처리 문제, 엄청난 쓰레기 처리와 교통 혼란, 대기질과 소음 오염, 거대한 부동산 폭등과 영세업자 상권 파괴, 중산간 고도 완화 파괴, 중국인 대규모 저가 관광과 환경 파괴 문제, 국제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결과 출현 등이 자명하다. 이러함에도 제주도가 사업자에게 유리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보통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10개월여 만에 인허가 절차 조사를 마쳤다. 개발고도도 3층에서 5층으로 완화했다. 여기에 평가 심의도 매우 빠르게 진행해주고, 환경영향평가 의결 사안 중 일부를 권고 사안으로 내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지나친 특혜와 의혹에 제주 시민사회는 적극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고, 여론도 매우 좋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난 6일 제주도가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정은 여전히 실제 사업자인 중국계 거대 자본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조세 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정체불명의 회사다. 현재 추진업체가 자본금 950억 원의 국내 기업 (주)JCC인데, 어떻게 이 업체가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펼칠 수 있겠는가. 결국 살펴보니 이 (주)JCC의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투자회사 ‘하오싱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Haoxing Investment Ltd)’였다. 결국 이곳이 몸통인데, 국내 업체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고, 이 대규모 사업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이 없는 외국 투기 자본은 지속가능한 제주 그림이 아니라, 돈 되는 곳에 큰 빨대를 꽂는 것밖에 없다. 결국 제주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국가 재앙의 시대. 헌정유린 범죄 몸통인 박근혜는 오늘도 거짓과 해명뿐이다. 지금의 모든 이슈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블랙홀에 빠졌다. 다양한 뉴스들, 지역 이야기들도 그대로 묻혔다. 그래도 우리는 현재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그 이후 정의로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제주오라관광단지 대규모 개발을 꼭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도의 환경과 사회를 더 죽이는 거대한 재앙이 된다. 거기에 국제투기자본 실체도 없고, 각종 특혜와 의혹이 난무하다. 제주도정은 ‘청정과 공존의 제주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걸맞게 지금이라도 제주오라관광단지 인허가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 속도전 개발을 멈춰라. 그리고 그 자본의 실체를 검증하고, 도민 정책토론에 나서라. 더불어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환경자원총량제를 신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이것이 ‘건강한 제주의 다음’이 되어야 한다.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는 노암 촘스키의 말이 떠오른다. 더 이상 제주의 개발을 거대 자본에만 맡기지 말자. 오직 도민과 함께 가야 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72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다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이후 8년 만에 다시 켜진 대규모 촛불은 박근혜 정부의 각종 비리의혹과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에 대해 11월 12일 100여만 명의 민중총궐기 집회 참여로 사실상의 시민에 의한 하야와 탄핵 정국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시위의 중심은 역시 서울이었지만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도 만만치 않은 숫자의 시민들이 줄기차게 그들의 주장을 외쳐왔다. 또한, 2000년 이후의 집회문화는 촛불의 등장과 중고등학생의 집회 참여, 동네와 시, 군에서도 비록 작은 규모지만 집회와 문화제가 결합한 모습으로 다양한 시위 형식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대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11월 1일 첫 집회 이후 열 차례 이상 거의 매일 저녁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달라진 집회문화와 지역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두 번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11월 1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집회였다. 그간의 대전지역 시국 관련 집회의 주된 참가자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관계자와 회원들로 많아야 500명을 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날 집회는 첫 집회에다가 평일 저녁 집회였는데 무려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해서 1,000개 정도의 초를 준비했던 집회 준비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이날 대전지역의 집회 참가자 수는 서울보다도 많았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일 전국 최다 참가였다. 게다가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중, 고등학생들이었던 점도 예전 집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두 번째는 전국에서 100만 명이 서울에서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한 목소리로 외쳤던 지난 11월 12일이었다. 애초 이날은 오래전부터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전국 집중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터라 대전지역 집회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들도 각기 버스를 전세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서울에 가지는 못하지만, 지역에서라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했던 시민들의 요구가 많아지자 급하게 예정에 없던 집회가 오후 4시에 개최되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스1 특히 이날은 주말을 맞아 중고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참가자도 많았는데 급하게 준비된 집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1,200여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겪은 당시 지역 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전지역은 서울과 부산이 데모를 쉬는 날에도 계속 시위를 했다며 대전이 없었다면 6월 항쟁의 연속성은 이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자부심 섞인 얘기를 해 주셨다. 싸움의 대표성은 서울이 가지고 있었지만, 부산과 대전, 광주, 대구도 역사의 흐름에서 나름의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반헌법적 범죄행위로 인해 벌어진 2016년 겨울 초입, 현재의 정국 상황은 지역의 집회문화에 닥친 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2008년 집회에도 중고등학생이 제법 많이 참여했었지만, 올해는 2008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08년의 중,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은 청년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는 억눌리고 뒤틀린 교육제도와 사회참여 조건 아래에서도 10대, 20대 정치의식은 다른 세대에 비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모든 것이 서울중심으로 쏠리면서 지역의 정치 공간마저도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태로움은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고 있는 지역의 촛불시위는 불만을 제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지역 중심의 정치 공간의 계속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나날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글은 2016년 11월 16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49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요 며칠,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자니 분노를 넘어서 모멸감이 느껴질 지경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한국에 있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소식을 따라잡고 있지만 물리적 거리가, 그로 인한 시차가 결코 이 분노와 모멸감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물음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는 지난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도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최 씨 일가는 늘 그림자처럼 박근혜의 곁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왜 이제야 충분히 수면 위로 떠오른 걸까. 도대체 어떤 바탕이 이 사태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왜 알 만한 사람들도 침묵을 지켰을까.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정치적인 혼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그저 권력의 뒤로 내 몸을 안전하게 숨기기만 하면 된다는 역사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온 탓일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 앞에 부끄러움은 설 자리가 없는 걸까? 식민지 경험과 전쟁,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해 눈치만 잘 살피는 기회주의자를 대거 길러낸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분노와 모멸감으로 점철된 일상에 내가 짓눌리지 않게 도와주는 건 사람들이 빚어내는 유머의 힘이다. 시국선언이 아니라 시‘굿’선언을 하자는 제안이라든가, 시위대의 승마 퍼포먼스라든가, “경찰도 함께하자”는 구호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자아내는 유머는 어처구니없는 정치판에 웃음으로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분노와 모멸감에 무력해지지 않고 오늘 하루를 버텨내면서 내일 하루 또 한 번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선물해준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 모습 사진 출처 - 한겨레 오늘, 촛불이 다시 한 번 각 지역에서 광장을 뒤덮는 것을 본다.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린다. 감격스러움으로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 이들의 움직임이야말로 이 순간 최고의 퍼포먼스다. 이들의 몸짓은 한국 정치에 낀 살을 풀어내는 살풀이이고 부정부패의 망령을 몰아내는 장엄한 씻김굿이다. 이 글은 2016년 11월 9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1 | 추천: 0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10월 10일 일간지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서울시의 최종 인허가가 내려질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승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행보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자승 원장이 내년 대선에도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등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자승 원장은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일간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가 오는 12월 즈음 최종 건축 허가를 내 줄 것 같은데, 이는 불교계를 기만하는 것이다”라며 "조계종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자승 원장이 밝힌 주민소환제 투표를 위해서는 서울시민의 10%의 서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서울시 유권자의 10%는 약 80만~ 90만 명이다. 또 서명을 얻었더라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찬성을 해야 한다. 지난 9월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투표청구인 유효서명이 기준(경남도민의 10% 이상)에 미달해 ‘기각’ 결정됐다. 조계종이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울시민 10%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자승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봉은사에서 500m 떨어진 삼성동 옛 한전 용지에 현대자동차가 105층(약 550m) 건물을 짓는 것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는 천년 고찰을 무시한 처사이다.”라며 “55층(275m) 이상 건물을 짓는 것은 안 된다는 방침을 정해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봉은사 일조권 침해로 인한 국가지정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고 수행환경도 위협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어 조계종은 13일 오전 11시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GBC 개발 저지를 촉구하고, 개발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법회를 열었다. 이 법회는 그동안 운영된 한전부지 환수대책위를 ‘졸속행정 재벌특혜 한전부지 GBC 개발 저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지현ㆍ원명 스님)로 전환해 가진 첫 시위이다.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사이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우리에게 응답해야 한다. 봉은사 천년의 혼 팔아먹은 박원순은 서울시장 자격 없다. 즉각 퇴진하라.”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옛 한전부지를 불법강탈당해 원 소유주인 조계종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던 조계종이 이번엔 현대자동차 GBC 건립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계종의 협의체 구성과 논의를 거절하고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로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계종에서 광고중단 압력 등 해종언론으로 탄압받고 있는 불교계 인터넷언론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한전부지 환수’라는 구호를 떼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첫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조계종은 현대자동차 부지가 봉은사의 옛 토지임을 근거로 환수를 주장하면서 ‘더민주 총선필패’, ‘亡 현대자동차’, 종무원을 동원한 ‘삼보일배’ 등 공감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벌여온 바 있다. 하지만 한전부지 매각 당시 조계종이 보상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계획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왔다는 정황이 지난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어, 종단의 이번 말 바꿈이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13일 법회는 기존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해 온 것과 달리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내세웠다. 법회에는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조계종 종무원 및 신도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에서는 신도회 대표로 김철현 부회장이 나서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오랫동안 지낸 공동위원장 지현 스님은 봉행사에서 “서울시가 현대차 GBC 개발인허가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1200년 봉은사의 역사문화수행환경에 피해가 발생될 것이 명약관화하게 된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현대차가 추진 중인 105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동절기에 봉은사 전역이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게 된다.”며 “이는 100년 전 목재로 지어진 선불당의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그 안에 보존되어 있는 동산 문화재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지현 스님은 “구 한전부지는 과거 군사정권과 그 대리인으로 나섰던 서울시가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경내지를 강탈해 간 토지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존 박정희 군사정권이 사찰 경내지를 강탈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시장 취임 후 도시계획을 발표하며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이곳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화재 영향에 대한 검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직 재벌특혜를 위한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에 몰두하고 있다.”며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보존 계승하기 위해 조계종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계획이다.”라며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현 스님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공동위원장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도 “서울시는 전통사찰의 보존 의무를 져버리고 1970년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평화롭게 수행하며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던 우리 봉은사의 10만평을 강탈하는데 앞장서더니 이제 와서는 전례 없는 재벌특혜 졸속행정으로 봉은사의 역사와 문화재를 송두리째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는 국가 법령에 따라 보존하고 수호하여야 할 전통사찰 봉은사의 수행환경의 침해와 천년 문화재의 훼손을 전제로 하고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에 대한 단면을 볼 수 있다.”면서 “서울시에서 35층 이상 건물의 신축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유독 현대자동차 GBC 건축 허가만큼은 서울시장의 종전 시정철학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는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GBC 건립을 반대하는 동영상을 상영했다. 대책위는 이 동영상에서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가 어떤 이면합의를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까지 펼쳤다. 대책위와 신도들은 법회 후 거리로 나섰다. 대책위는 봉은사에서 현대차 부지 앞까지 현수막과 알림판을 들고 행진하며 “GBC 개발계획 즉각 중단하라”, “서울시는 재벌특혜 졸속행정 반문화적 개발 즉각 중단하라”, “헌법파괴 문화재 훼손 GBC 개발계획 강행하는 박원순 시장 즉각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 "역사문화환경 침해 없을 것"…"문화재영향평가 고의 누락은 사실 아냐" 한편, 조계종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서울시는 “GBC 개발이 봉은사의 역사문화환경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도시건축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부분”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가 봉은사에 대한 문화재영향평가를 고의 누락 시켰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물음에 최경주 서울시 동남권사업단장은 “문화재보호법이나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문화재영향평가는 공사 구간 50m 이내에 있는 문화재에 해당한다. 300m이상 떨어져 있는 봉은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개발인허가 절차를 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강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최 단장은 “1년 넘게 절차를 거쳐 가며 진행하고 있고 아직도 거쳐야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며 “되레 현대차 측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하는 부분을 법과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단장은 “종단에서 처음에는 저희를 찾아와 토지 소유권 관련 문제를 자꾸 이야기 하셔서 곤혹스러웠다. 저희가 당사자도 아니고 해서 딱히 말씀드릴 부분이 없었다. 그 외 사항에 있어서는 지금도 적극적으로 만나 면담에 응하며 모두 설명 드리고 있다.”라며 “GBC는 서울시 도시공동위원회를 거쳐 사업 승인을 받아 진행해 나가고 있는 사업으로 향후 도시 발전을 위해 그 개발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앞으로도 현행법에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한전부지 환수위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로 전환해 가진 첫 행사에서 ‘박원순 퇴진’을 앞세웠다. 자승 총무원장이 주민소환을 언급한 그대로 신도들까지 내세워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전부지 환수위 활동이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정황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 보상금을 넘어 대선을 겨냥한 특정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계종은 4·13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총선필패’와 ‘박원순 대권 불발’ 등의 알림판과 구호를 내세우며 서울시를 압박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저버리고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0월 13일 조계종은 ‘해종언론’이라는 해괴한 덫을 씌우며 언론을 탄압하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법회를 취재하던 <불교포커스> 기자를 사찰 밖으로 내쫓았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기자가 법회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호법부 스님들은 수차례 몸을 잡고 사진 촬영 및 취재를 방해했으며, 일부 종무원들은 기자를 찾아와 ‘죄송하다. 스님들께서 내보내라고 해서 나가야한다’며 사찰 밖으로 나갈 것을 수차례 종용했다.”라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 주민소환 운동 선언과 박원순 시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계종의 주장이 어떠한지 시민사회가 엄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이 글은 2016년 10월 19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12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