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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7강 '이슬람의 여성 - 억압의 대상인가 개혁의 주체인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35
조회
1224
이원삼/ 선문대 신학부 교수
우리가 이슬람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화두가 되는 것은 ‘일부다처제’나 ‘히잡’으로 대변되는 여성 억압의 문화이다. 오늘은 이슬람의 여성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슬람의 일부다처제는 이슬람 남성에 의한 여성 억압을 상징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다처제가 우리에게 인식된 것만큼 부조리한 제도라면, 과연 그 제도가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일부다처제가 존재하는 일부 아랍권에서 여성이 국가의 수상까지 역임 하는 등 활발한 사회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가 이슬람 사회에 대해 가진 시각과 실제 이슬람권 국가의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간을 통해 이슬람의 여성과 제도에 대해 편견으로 점철된 우리의 시각을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에 대한 이슬람의 관점
이슬람법(샤리아)은 여성의 문제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첫 번째 시각은 동등론이다. 이슬람은 정교일치의 사회이고, 실정법의 개념에 도덕과 예절론의 개념까지 포함된 ‘샤리아(이슬람법)’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다시 말해 이슬람의 법은 종교적 이념의 형태로 생활 관습화되어 무슬림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유교가 한국인의 사상을 규정짓는 행동규범으로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샤리아가 지배하는 이슬람에서는 남녀평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남자는 여자의 옷이고 여자는 남자의 옷이다”라는 꾸란의 구절이 증명하듯, 이슬람은 여성과 남성을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의 모든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예를 들면 상속권의 인정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상속권이 인정된 것은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지만, 이슬람에서는 1,400년 전에 이미 제도적으로 여성에게 재산 상속권이 주어진다. 상속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경제력의 독립’이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남녀평등을 위한 제도적 밑받침이 이룩되었음을 상징한다. 서구의 경우에도 19세기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으므로, 이슬람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보려는 노력이 비교적 일찍 이루어졌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이슬람의 관점을 설명하고 있는 이원삼 교수
두 번째 시각은 유별론이다. 이슬람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엄연한 신체적 차이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서로 같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다. 모든 면에서 남녀가 평등하기는 하지만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슬람 율법에서는 여성에 대한 배려를 명문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생리기간 중에는 종교적 의무가 면제되며, 남녀가 상속권을 가진다는 측면에서는 동등하지만 상속액에서는 차이가 있다. 남자가 상속분의 ‘1’을 받는다면 여자는‘1/2’을 받는 것이 그것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여성에게 매우 불평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자가 받는 ‘1’에는 남자가 지닌 가족 부양의 의무가 포함되어 있고(남성은 이를 어길시 처벌을 받는다), 부양의 의무가 없는 여자는 ‘1/2’ 전부를 여자의 몫으로 가진다는 점에서 유별론에 근거한 평등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예배를 볼 때 남자가 앞에, 여자는 뒤에 오게 되는데 이 역시 신체적 크기에서 차이가 나는 남성과 여성을 고려하여 예배시의 편리함과 윤리성을 얻으려는 합리적인 제도이다. 결국 이슬람의 많은 제도들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근거하여 여성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는 제도들인 것이다.
세 번째 시각은 보호론이다. 이슬람의 보호론이란 여성이 남성에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호론을 대변하는 제도가 바로 ‘일부다처제’이다. 일부다처제가 여성을 억압하고 남성을 옹호한다는 서구의 시각과는 달리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장책에 속한다. 원래의 이슬람교는 1부 1처제였으나, 특별한 상황에서는 능력이 있는 남성에 한해 4명의 부인까지 얻을 수 있게 하는 일부다처제를 시행한다. 그 특별한 상황이란 다음과 같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일부다처제
먼저 전쟁 시에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족 부양의 의무가 있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죽임을 당한다. 그로 인해 수많은 과부들과 전쟁고아들이 생겨나고 그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때, 여성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은 결혼을 통해 능력 있는 남성의 새 부인이 되는 것이다. 능력 있는 남성들이 과부와 그 아이들을 거두어 부양의 의무를 지는 것이다. 새로 들어 온 부인은 우리나라의 ‘첩’의 개념이 아니라, 그 전 부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꾸란에 규정되어 있다. 즉, 전쟁이라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부다처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일부다처제의 두 번째 기능은 성범죄의 방지이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유일신 사상을 훼손하는 죄와 성범죄에 대해 가장 큰 처벌을 내리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목이 잘리는 등의 극형에 처해진다.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나 성폭력 등의 성범죄로 여성이 받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슬람 사회는 꾸란에서 규정한 합법적인 ‘결혼’을 통해 제2, 제3의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또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이 있는 가정의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부부끼리 화목하게 사는 것이나 자신의 혈육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존중하여 일부다처제의 제도를 통해 후손을 이어갈 수 있다. 이슬람은 그 역사에 비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확산의 속도를 가진 종교이다. 이러한 빠른 확산의 밑바탕에도 일부다처제가 있었다. 이슬람 남성이 다처(多妻)를 거느리고 무슬림이 아닌 여성들과 그 후손들을 이슬람으로 개종시킴에 따라 이슬람교가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일부다처에 대한 욕망은 이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문제이다. 남성들이 일부다처제를 통해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측면은 이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남성들이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슬람의 일부다처제라는 제도가 부각되면서 서구에 의해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로 인식된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시대상황이 변한만큼 일부다처제를 없애려는 이슬람권의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터키와 튀니지, 모로코 등지에서는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랍권에서도 꾸란에서 규정한 최대 인원인 4명 보다는 3명을, 3명 보다는 2명, 2명 보다는 1명을 장려한다. 이슬람법으로 일부다처제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샤리아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면 일부다처제를 거의 금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개혁의 주체로 등장한 이슬람의 여성들
이렇듯 시대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이슬람법에도 현대적 해석이 이루어져, 점차 여성의 권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쿠웨이트에서는 여성 장관이 선출되었고, 카타르에서는 왕비가 히잡을 벗고 대중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있기도 했다. 여성의 입지가 점차 변화함에 따라 이슬람권 전체의 문화도 여성의 권익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랍권의 이혼율 급증 현상은 이슬람 여성들의 강화된 입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이슬람 여성이 두르는 ‘히잡’ 또한 모래 바람이 강한 아랍의 기후적 환경에 의한 방어적 복장에 불과할 뿐 이슬람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불합리한 전통은 될 수 없다. 히잡을 억압의 기제로 바라보기 보다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전통 의상의 하나로 보는 것이 옳은 해석일 것이다. 이렇듯 이슬람의 다양한 제도들은 여성의 권익을 옹호하는 측면을 많이 보이고 있으며, 나아가 이슬람권에서 여성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혁의 주체로 등장하는 밑받침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그동안 이슬람과 이슬람 여성에 대해 지녔던 시각들은 이슬람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편협한 사고의 결과였다. 실제 이슬람의 여성들은 왜곡된 모습으로 비춰진 것과는 달리, 이슬람 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개혁의 주체임을 기억해야만 한다.
정리 - 장미은(인권연대 인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