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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인권연대 인턴활동을 마치며 - 변화를 이끄는 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1:49
조회
202

노은미/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사회·환경·노동 등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며 한번쯤은 NGO단체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함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교 홈페이지에서 ‘인권연대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순간적으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방학에 정말 해 보고 싶던 일을 하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결론에서였다.


 나 이외 선발된 2명의 인턴과 함께 첫날 주어진 임무는 인권연대 연례행사인 ‘후원의 밤’이었다. 도대체 인권연대와 함께하는 600여명의 회원들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그 분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행운이 인턴 시작과 동시에 주어진 것이다. ‘좋은 분들. 따뜻한 분들..’ 이것이 내가 회원 분들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렇게 좋은 감정들을 지닌 채 인권연대와 6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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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주간의 인턴 생활을 함께한 4기 인턴들의 모습.


 곧이어 인턴들에게 업무가 주어졌는데, 여러 운동단체들과 함께 진행하는 구속노동자 석방캠페인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평소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다소 생소했던 구속노동자였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무언가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일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구속된 노동자들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나의 이상에 불과했고,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고, 구속되었다. 힘든 투쟁이 필요한 현실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알게 된 현실 앞에 나의 자부심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토론회, 기자회견을 참가하고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A4 한 장의 유인물에 구속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기위해 며칠씩 고심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원고청탁에 거절을 했지만 적어도 내가 더 열심히 하면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8.15사면이 없다는 정부의 발표는 한 달여간의 노력이 사라져 버림과 동시에, 어쩜 희망이 없을 수 도 있구나하는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변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울 뿐이었다.


 그나마 인턴활동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버마캠페인은 그동안 생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의 감수성을 깨워준 계기가 됐다.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버마의 상황을 가슴으로 말하고 입으로 전하며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군사정부에 저항하는 것이 목숨과 맞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버마의 민주화를 외치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고 어려운 싸움을 한다는 생각으로 안쓰럽게 그들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은 인턴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버마 민주화 후원 주점에서 멈췄다. 그것은 반 버마인들과 반 한국인들의 축제였고, 그곳에서 그들은 적어도 희망을 안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쓰디쓰던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6주간의 인턴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지만 천 번, 백만 번 던지면 바위도 금이 가고 깨진다는 것이다. 인권 투쟁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산과의 싸움인 것 같았다.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변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었다.


 일 전에 최 간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이찬수 교수님의 복직 문제가 결국 법원판결에 의존하겠지만, 기자회견, 서명, 시위, 토론회, 기사화 등의 일을 안 할 수 없다. 법 이전에 그리고 법 보다 더 넓은 사회적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찬수 교수님은 승소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승리한 것이다. 이는 그래도 여전히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고, 의심했던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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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캠페인은 그동안 생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의 감수성을 깨워준 계기가 됐다.


 국장님께서 항상 외치던 말씀이 있다. ‘인권은 실천이다!’ 그렇다. 인권은 고상하게 책상에 앉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탄압받고 있으며 인권침해를 받는지 연구하고 수치 내는 것으로만 그칠 수 없다.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부당한 삶을 사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몸소 체험하며 뛰어다녀야 한다.


 인턴을 마치면서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나에게 남아있다. 비록 작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희망과 용기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변화를 이끄는 힘’ 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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