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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21]지연된 탄핵에 지친 시민들 “차라리 국민투표하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4-02 10:33
조회
19


기사원문


지연된 탄핵에 지친 시민들 “차라리 국민투표하자”


불안 가중되는데 헌재는 묵묵부답… “국민·국회가 결정하거나 헌재 구성 바꿔야”


등록 2025-03-29 09:36 수정 2025-04-02 07:10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단식 농성 12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단식 농성장에서 녹색병원으로 실려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2025년 3월27일은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지 115일째, 국회가 윤석열을 탄핵소추한 지 104일째, 헌법재판소가 변론을 마친 지 31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까지 헌재는 윤석열 탄핵 사건에 선고를 하지 않았다. 애초 많은 이들이 3월14일 금요일 선고를 예상했으나, 한 주 뒤인 3월21일에도, 두 주 뒤인 3월27일에도 헌재 선고는 나오지 않았다.






‘ 내란성 화병 ’ 호소하는 시민들




헌재의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 처리 기간을 보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는 접수에서 변론까지 50일, 변론에서 선고까지 13일이 걸렸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때는 접수에서 변론까지 81일, 변론에서 선고까지 10일이 걸렸다. 윤석열 탄핵 사건은 접수에서 변론까지 73일로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의 중간 정도였다. 그러나 변론에서 선고까지는 이미 31일이 지나 과거 탄핵 사건의 2~3배에 이르렀다. 문재인 청와대의 이철희 전 정무수석은 “계엄과 탄핵 이후 국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런데 헌재가 절차적 논란을 피하려는지 시간을 끌고 있다. 탄핵 반대 쪽에서는 상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선고를 기다리다 내란성 불면증이 내란성 화병으로 커졌다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석방을 비판하고 탄핵을 요구하며 단식하던 시민단체 활동가와 정치인들도 모두 병원으로 실려갔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24일 광화문 앞 농성장에 천막 당사까지 설치하면서 헌재의 탄핵 선고를 압박했다. 그러나 헌재는 묵묵부답이다. 선고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탄핵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간절한 기다림은 헌재 누리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의 내란이 일어난 2024년 12월3일부터 2025년 3월26일까지 헌재 누리집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300만9336건이었다. 하루 평균 2만6397건씩 올라왔다. 내란 이전 1년 동안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657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알 수 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대부분 ‘탄핵을 인용해달라’거나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해달라’는 내용이다. 어느 쪽이건 하루빨리 탄핵 선고를 해달라는 의견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탄핵 심판이 늦어진다면 그 사유와 선고 일정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할 헌재가 옛 법원의 악습에 따라 깜깜이 재판을 하고 있다. 탄핵 재판은 해당 공무원이 그 직무를 계속 맡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위헌·위법이 있었는지, 중대한지만 보면 된다. 형사재판처럼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25년 3월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우종 기자wjryu@hani.co.kr






 



선출권도, 탄핵권도 국민에게 주자는 의견




헌재의 선고 지연과 관련해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3월21일 한 소셜미디어에 대통령 탄핵 결정을 국민투표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헌재가 정치화돼 설립 취지와 목적을 변질시킨다면 대통령 탄핵권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로 탄핵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용민 의원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헌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진 계기는 탄핵 선고의 지연이었지만, 전문가들은 국민투표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보다 국민주권의 원리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탄핵 심판을 하면 그 결과가 반드시 국민 다수의 뜻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 탄핵 같은 국가의 중대사를 국민 대표성이 없는 임명직 공무원들이 결정하는 일은 타당하지 않다. 국민이 뽑은 최고 공직자인 대통령의 파면을 대의기관인 국회가 소추하고, 주권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더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 개헌 때 대통령 탄핵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도록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도 “국민투표를 하면 모든 국민이 공론의 장에서 근거를 공개하고 토론하고 경쟁하면서 의사를 모아나갈 수 있다. 헌재의 밀실에서 행해지는 평의보다 더 투명하다. 소수 엘리트 법관들의 사법적 판단보다 더 높은 민주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통한 대통령 탄핵 결정은 시간적으로도 효율적이다. 헌법 제130조 2항은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안에 하도록 정해놓았다. 또 국민투표법 제49조는 국민투표를 할 때 대통령은 늦어도 18일 전까지 국민투표 날짜와 안건을 공고하도록 정했다. 이를 적용하면 대통령 탄핵 국민투표는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뒤 18~30일에 끝낼 수 있다. 헌재는 3월27일까지 104일째 탄핵 결정을 안 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은 총통에 대한 파면과 탄핵 제도가 모두 있는데, 파면하는 경우 의회에서 소추하고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탄핵은 의회에서 소추하고 대법원에서 결정한다. 다만 대만을 제외하면 대통령이나 총리 등의 탄핵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통령제에선 통상 의회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내각제에선 내각 불신임 제도가 있어서 총리 탄핵 제도를 거의 운영하지 않는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2024년 4월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에 마련된 효창동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빠른 결정 가능하지만 갈등 격화 우려




대통령 탄핵 국민투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국민투표가 국민 사이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 애초 대통령 탄핵을 헌재가 최종 결정하도록 한 것은 사법적 절차를 통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려는 취지가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대통령 탄핵을 국민투표에 부치면 국민 사이에 정치적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온갖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고 직접 충돌로 인해 사후에 치유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투표는 자칫 포퓰리즘적인 결정으로 흐를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원인인 위헌·위법 여부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권법학)도 “국민투표로 가면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에 대한 판단보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성격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위법한 사람이 살아남고 위법하지 않은 사람이 쫓겨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202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용은 4390억원이었다. 대통령 탄핵 국민투표도 이 정도 비용이 들 수 있다.





국민투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통령 탄핵 결정을 국회에서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시민의 대표자인 의회가 탄핵한다는 점에서 국민주권 원리에 부합한다. 또 의회가 소추와 결정을 나눠서 한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효율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대의민주제에서 국민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미국처럼 상하원이 나눠서 소추하고 심판하는 방식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남발되지 않도록 요건이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단원제여서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와 결정을 하려면 먼저 국회를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 탄핵 심판권을 국민투표나 국회로 넘기기보다는 헌재의 심판권을 유지하되 헌재의 구성을 바꾸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헌재의 구성 방식은 국민 대표성을 반영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결정한다. 국민의 대표자가 6명을 결정하고, 국민의 대표자가 아닌 대법원장이 3명을 결정한다. 임명직 공무원인 대법원장에게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 방식은 형식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3명씩 결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이 다수를 결정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몫 3명과 국회의 여당 몫 1~2명을 더하면 대통령의 영향 아래 임명되는 헌법재판관은 9명 중 7~8명에 이른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헌법재판관의 다수가 대통령과 가까운 성향으로 바뀐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4년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새로운 헌재 구성하거나 국회 구성 바꿔야




새로운 헌재 구성 방식으로는 국회나 독립된 위원회에서 추천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 많이 거론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독립된 추천위원회나 국회에서 추천하고, 국회에서 3분의 2 또는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파적이거나 극단적 성향의 헌법재판관을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헌법재판관의 성향이나 의견이 크게 갈려 변론이나 선고가 지연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또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조인으로만 한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비법조인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재판관을 임명할 때 변호사 자격자에 한정하지 말고, 비법조인 가운데서도 다양하게 임명해야 한다. 헌법재판관은 법률 지식보다는 민주주의나 인권, 상식에 대한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헌법재판관 정원을 유지하지 못해 탄핵 심판에 어려움을 겪는 일에 대한 보완 장치도 제안된다. 한 교수는 “예비 재판관 제도를 둬야 한다. 그래야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됐을 때도 안정적으로 9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후임 헌법재판관의 임명이 지연될 때 임기가 만료된 기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대통령 탄핵 제도의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제의 임기 보장은 행정부의 안정성을 고려한 것인데, 한국에선 잦은 탄핵으로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근본 원인인 정치의 양당제와 사회의 양극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제에선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으로 정치 사법화의 리스크가 상존한다. 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해 대통령 탄핵이 반복된다면 차라리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 내각 불신임이나 국회 해산과 같은 탄력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의원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2월13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사건 8차 변론의 모습. 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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