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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우원식 국회의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2-27 10:40
조회
2059


과거에는 인권문제라고 하면 국가폭력이나 정치탄압을 주로 떠올렸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그 범위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깊어지면서 빈곤‧취약계층이 최소한의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사회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장발장 은행이 지난 10년간 해온 활동도 그 지점에 있습니다. 생계형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는 일은 ‘민생이 무너지면 인권도 무너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민생고가 인권마저 덮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방파제를 만드는 일을 지난 10년간 장발장 은행이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시민 참여만으로 많은 어려운 분들께 희망이 되어주신 장발장 은행 관계자, 또 이 일이 가능하도록 뜻을 모아준 시민들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몇 년간 장발장 은행 대출 신청자 수가 더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벌금 대신 노역을 하는 ‘환형유치’ 인원도 2022년(약 2만 6천 명)에 비해 2023년(5만 7천여 명)에는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300만 원 이하 소액벌금형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못 내는 분들에게 벌금형은 곧 실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벌금 낼 돈을 빌려주는 일도 절실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벌금부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벌금을 소득과 재산에 비례해서 부과해야 한다거나, 벌금을 나눠서 내게 한다거나, 감옥이 아닌 곳에서의 사회봉사 등 다양한 대안이 나왔습니다.


초대 은행장이었던 홍세화 선생님도 늘 말씀해오셨던 과제이기도 하지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벌금의 무게가 다르고, 따라서 형벌의 크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을지로위원장을 할 때, 경제력에 비례한 벌금부과 방식을 포함한 개정안을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소병철, 이탄희 의원 일수벌금제 도입하는 형법개정안 발의, 22대 국회는 미발의, 통과는 되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간 벌금제 개혁을 논의해온 만큼, 이제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합니다. 물론, 평등의 원칙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있고,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 파악을 위해서 관련 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선결과제도 있습니다.


경제적 격차가 형벌 불평등을 낳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한국 사법제도가 엄밀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내버려 두지 않도록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민생고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민생이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민생이 실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왔습니다만,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와 장발장 은행이 합심해서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참 든든합니다. 저도 끝까지 관심을 갖고 이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2025. 2. 25.
국회의장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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