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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받아쓰기 언론’ 기계적 균형, 민주주의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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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25-01-21 11:55
조회
13
기사원문
2024년 12월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가운데)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면서 보도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진릿값 무시하고 ‘언어프레임’ 넣어줘
12·3 내란사태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벌인 초유의 사건이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언론이 사실 확인 등 검증 기능을 포기하고 ‘따옴표 저널리즘’에만 집중하면, 내란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가려지고 피의자의 불법적인 궤변이 마치 정당한 주장인 것처럼 보도된다.
이번 내란사태에서 일부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에 따라 스타로 떠오른 건 ‘윤측’ (윤석열 대통령 측) 이다 . ‘윤측’ 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불법”이라고 부르짖고,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 경호처에 체포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측 지지자는 이에 열광하고 반대자는 분노를 터트리며, 기사를 클릭한다. 의정을 마비시키고자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사당을 짓밟은 헌정질서 파괴 시도를 온 국민이 똑똑히 봤음에도,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과 그의 동조세력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김선영 동의대 연구교수(언론학)는 “지금 언론들은 손쉽게 속보 경쟁을 한다고 관성적으로 따옴표를 사용해 내란동조범들의 목소리를 스피커처럼 전달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에서 ‘윤측’이 한 발언들을 검증 없이 보도한다. 시시비비가 명백한 사안까지 정쟁인 것처럼 논의를 흐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사 출신 ㄱ변호사도 “지금까지 범죄자의 주장을 언론에서 이렇게 다룬 적이 있었느냐. ‘전남편 살인사건’의 경우 고유정씨나 그 변호인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싣지 않았다”며 “12월3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이 다 봤는데도 이걸 못 봤다는 듯이 ‘윤측’이 발표하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다 그대로 써준다. 언론이 마땅히 판단해야 할 때 판단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쪽 대리인단은 1월10일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과 공수처, 경찰이 내통하는 조직체계를 통해”라는 단서 조항을 붙이면서 “경찰의 무력 동원은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ㄱ변호사는 “무력 동원이 불법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말장난이고, 법리적으로 따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들”이라고 했다.
오영진 서울과기대 초빙교수(문화평론가)는 ‘윤측 발언’을 일종의 ‘개소리’라고 평가했다. 오 초빙교수는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가 1986년 낸 에세이 ‘개소리에 대하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단순한 헛소리라고 하기엔 화자의 교묘한 의도가 숨겨진 말을 ‘개소리’라고 해요. 진릿값은 무시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말하고, 그 발화 행위 자체에 힘을 발휘하고 효과를 내도록 기대하는 거죠. 지금 ‘윤측’이 딱 여기에 해당해요. 이런 발화를 언론들이 ‘언어프레임’에 넣어주고, 따옴표 저널리즘을 구사하면서 받아쓰거나 조망해주니 정말 문제죠."
특정 답변 유도하는 언론조사 공표
‘장예찬 “윤 체포·신병확보, 탄핵심판에 영향…보수층, 헌재 결정 수용 못할 수도”’ 1월10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에 패널로 나와 한 말을 YTN이 따옴표 처리해 내보낸 기사 제목이다. 보수·진보 양쪽 패널을 부른다는 논리로 대표적인 내란동조 세력인 장 전 최고위원을 패널로 부른 것도 논란이 됐지만, 그 논리가 내란범 쪽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4년 12월26일 연합뉴스TV 역시 대담 코너에서 보수 쪽 패널인 서정욱 변호사가 “이승만 대통령 때도 계엄 많았고, 박정희 대통령 때도 많았다”며 “그때도 ‘내란’ 얘기는 절대 안 나온다. 대통령이 계엄을 했는데 이게 ‘내란’이다? 이 생각은 아무도 못한다. (…) 현직 대통령이 어떻게 내란을 하느냐?”라고 한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언론학)는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요인 중 하나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이 정당을 통해 ‘정상 주장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일탈적 담론에 대해 1차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야 할 정당이 그 주장을 그대로 실어나른다. 2차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야 할 언론도 그 기능을 안 한다. 마치 다른 주장들과 등가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전달한다. 이제는 ‘계엄 찬성’과 같은 주장까지 마치 정상적인 주장인 양 나온다. ‘백골단’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국민의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1월5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고 보도한 아시아투데이도 문제적이다. 아시아투데이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는데, 해당 설문조사는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 항목들로 구성돼 논란이 일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국정지지도 설문조사를 보도할 때도, 문항이 공정했는지를 살펴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게 내란에 대한 찬반으로 해석되게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원식 교수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원인을 잘못된 언론 관행에서 찾았다. 그는 “언론들이 민주당에서 이런 얘길 하면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반박했다는 식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 강박관념을 가진다. 특정 정당만 비판하면 소송을 당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며 “그러다보니 따옴표 형식으로 모두 직접 인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언론이 어정쩡한 중립지대에서 양쪽 얘기를 다 들어주면 마치 역할을 다한 것처럼 중계방송식 보도를 하는 게 관성화돼 있다.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무엇을 위한 ‘공정’인지를 봐야 한다. 공정함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 가치를 위해 필요한 거지, 공정함 자체가 목표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내란 혐의자들 궤변 ‘따옴표’ 치고 불공정 여론조사 공표
“극단주의 주장 정당 통해 ‘정상화’… 게이트키핑 없어”
김양진기자 등록 2025-01-18 13:43 수정 2025-01-21 11:06
“극단주의 주장 정당 통해 ‘정상화’… 게이트키핑 없어”
김양진기자 등록 2025-01-18 13:43 수정 2025-01-21 11:06
2024년 12월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가운데)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면서 보도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피의자들 주장 ‘받아쓰기’
12월27일 나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신문방송 모니터를 보면, 이날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인 곳은 연합뉴스티브이(TV·19건)와 와이티엔(YTN·13건)이다. 민언련은 “두 방송사는 김용현 측 변호인단 주장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낸 ‘받아쓰기’ 보도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반면 문화방송(MBC)과 제이티비시(JTBC) 등은 각각 8건과 6건을 보도했지만, 기자회견의 허점을 지적하며 내란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신문에서는 조선일보의 ‘활약’이 돋보였다. 조선일보는 12월26일 ‘김용현 측 “비상계엄은 ‘정치 패악질' 경종 울리고자 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김용현의 궤변을 그대로 따옴표를 달고 내보냈고, 12월27일에는 ‘노상원 의혹 차단 나선 김용현… “윤 대통령과 관련 없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면서 전직 정보사령관인 노상원의 무속 활동을 두고 김용현이 “노씨가 전역한 이후에 한 개인 활동을 두고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는 심경까지 전했다. 민언련은 “12·3 내란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하등 필요하지 않은 김용현씨 심경을 전하는 데 지면을 할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조선일보는 2025년 1월8일 백골단에 대해 보도하며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경찰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라고 표현했다. 백골단이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경찰부대로 군사독재 정권 국가폭력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파이낸셜뉴스와 아시아경제, 문화일보, 아이뉴스24, 아시아투데이, 뉴시스 등에서도 백골단의 역사적 의미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들이 ‘친윤 시위대’로 등장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보도가 이어졌다. 스카이데일리는 백골단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의협심으로 뭉친 2030세대 청년들”이라고 소개했다.‘윤측’ 입장 전달… 공방처럼 보도
2025년 1월15일,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했다. 민언련이 1월16일 공개한 신문방송 모니터를 보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앙일보가 윤석열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를 처음 보도한 1월14일 오후 2시32분부터 윤석열이 체포된 1월15일 오전 10시33분까지 20시간 동안 키워드 ‘윤측’으로 검색해보니 모두 420건의 보도가 나왔다. 여기서 가장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 곳은 19건의 ‘윤측’ 보도를 내보낸 이데일리였다. 이데일리는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와중에도 ‘[속보] 윤측 “불법 영장…수색 불가”…저지선서 몸싸움’ ‘[속보] 윤측 “전 과정 철저 채증 법적책임 물을 것”’ ‘[속보] 윤측 “반국가세력에 나라 장악”’과 같은 기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쪽 입장을 시시각각 전했다.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공조본과 윤측의 공방인 양 보도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공수처, 체포영장 제시하며 “집행하겠다” 윤 변호인단 “불법”’에서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윤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불
법행위인데, 공조본과 윤측 입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공방처럼 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세계일보, 연합뉴스, 에스비에스(SBS), 헤럴드경제 등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2024년 1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2월27일 나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신문방송 모니터를 보면, 이날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인 곳은 연합뉴스티브이(TV·19건)와 와이티엔(YTN·13건)이다. 민언련은 “두 방송사는 김용현 측 변호인단 주장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낸 ‘받아쓰기’ 보도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반면 문화방송(MBC)과 제이티비시(JTBC) 등은 각각 8건과 6건을 보도했지만, 기자회견의 허점을 지적하며 내란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신문에서는 조선일보의 ‘활약’이 돋보였다. 조선일보는 12월26일 ‘김용현 측 “비상계엄은 ‘정치 패악질' 경종 울리고자 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김용현의 궤변을 그대로 따옴표를 달고 내보냈고, 12월27일에는 ‘노상원 의혹 차단 나선 김용현… “윤 대통령과 관련 없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면서 전직 정보사령관인 노상원의 무속 활동을 두고 김용현이 “노씨가 전역한 이후에 한 개인 활동을 두고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는 심경까지 전했다. 민언련은 “12·3 내란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하등 필요하지 않은 김용현씨 심경을 전하는 데 지면을 할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조선일보는 2025년 1월8일 백골단에 대해 보도하며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경찰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라고 표현했다. 백골단이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경찰부대로 군사독재 정권 국가폭력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파이낸셜뉴스와 아시아경제, 문화일보, 아이뉴스24, 아시아투데이, 뉴시스 등에서도 백골단의 역사적 의미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들이 ‘친윤 시위대’로 등장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보도가 이어졌다. 스카이데일리는 백골단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의협심으로 뭉친 2030세대 청년들”이라고 소개했다.‘윤측’ 입장 전달… 공방처럼 보도
2025년 1월15일,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했다. 민언련이 1월16일 공개한 신문방송 모니터를 보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앙일보가 윤석열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를 처음 보도한 1월14일 오후 2시32분부터 윤석열이 체포된 1월15일 오전 10시33분까지 20시간 동안 키워드 ‘윤측’으로 검색해보니 모두 420건의 보도가 나왔다. 여기서 가장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 곳은 19건의 ‘윤측’ 보도를 내보낸 이데일리였다. 이데일리는 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와중에도 ‘[속보] 윤측 “불법 영장…수색 불가”…저지선서 몸싸움’ ‘[속보] 윤측 “전 과정 철저 채증 법적책임 물을 것”’ ‘[속보] 윤측 “반국가세력에 나라 장악”’과 같은 기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쪽 입장을 시시각각 전했다.공조본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공조본과 윤측의 공방인 양 보도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공수처, 체포영장 제시하며 “집행하겠다” 윤 변호인단 “불법”’에서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윤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불
법행위인데, 공조본과 윤측 입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공방처럼 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세계일보, 연합뉴스, 에스비에스(SBS), 헤럴드경제 등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2024년 1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진릿값 무시하고 ‘언어프레임’ 넣어줘
12·3 내란사태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벌인 초유의 사건이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언론이 사실 확인 등 검증 기능을 포기하고 ‘따옴표 저널리즘’에만 집중하면, 내란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가려지고 피의자의 불법적인 궤변이 마치 정당한 주장인 것처럼 보도된다.
이번 내란사태에서 일부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에 따라 스타로 떠오른 건 ‘윤측’ (윤석열 대통령 측) 이다 . ‘윤측’ 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불법”이라고 부르짖고,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 경호처에 체포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측 지지자는 이에 열광하고 반대자는 분노를 터트리며, 기사를 클릭한다. 의정을 마비시키고자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사당을 짓밟은 헌정질서 파괴 시도를 온 국민이 똑똑히 봤음에도,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과 그의 동조세력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김선영 동의대 연구교수(언론학)는 “지금 언론들은 손쉽게 속보 경쟁을 한다고 관성적으로 따옴표를 사용해 내란동조범들의 목소리를 스피커처럼 전달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에서 ‘윤측’이 한 발언들을 검증 없이 보도한다. 시시비비가 명백한 사안까지 정쟁인 것처럼 논의를 흐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사 출신 ㄱ변호사도 “지금까지 범죄자의 주장을 언론에서 이렇게 다룬 적이 있었느냐. ‘전남편 살인사건’의 경우 고유정씨나 그 변호인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싣지 않았다”며 “12월3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이 다 봤는데도 이걸 못 봤다는 듯이 ‘윤측’이 발표하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다 그대로 써준다. 언론이 마땅히 판단해야 할 때 판단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쪽 대리인단은 1월10일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과 공수처, 경찰이 내통하는 조직체계를 통해”라는 단서 조항을 붙이면서 “경찰의 무력 동원은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ㄱ변호사는 “무력 동원이 불법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말장난이고, 법리적으로 따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들”이라고 했다.
오영진 서울과기대 초빙교수(문화평론가)는 ‘윤측 발언’을 일종의 ‘개소리’라고 평가했다. 오 초빙교수는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가 1986년 낸 에세이 ‘개소리에 대하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단순한 헛소리라고 하기엔 화자의 교묘한 의도가 숨겨진 말을 ‘개소리’라고 해요. 진릿값은 무시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말하고, 그 발화 행위 자체에 힘을 발휘하고 효과를 내도록 기대하는 거죠. 지금 ‘윤측’이 딱 여기에 해당해요. 이런 발화를 언론들이 ‘언어프레임’에 넣어주고, 따옴표 저널리즘을 구사하면서 받아쓰거나 조망해주니 정말 문제죠."
특정 답변 유도하는 언론조사 공표
‘장예찬 “윤 체포·신병확보, 탄핵심판에 영향…보수층, 헌재 결정 수용 못할 수도”’ 1월10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에 패널로 나와 한 말을 YTN이 따옴표 처리해 내보낸 기사 제목이다. 보수·진보 양쪽 패널을 부른다는 논리로 대표적인 내란동조 세력인 장 전 최고위원을 패널로 부른 것도 논란이 됐지만, 그 논리가 내란범 쪽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4년 12월26일 연합뉴스TV 역시 대담 코너에서 보수 쪽 패널인 서정욱 변호사가 “이승만 대통령 때도 계엄 많았고, 박정희 대통령 때도 많았다”며 “그때도 ‘내란’ 얘기는 절대 안 나온다. 대통령이 계엄을 했는데 이게 ‘내란’이다? 이 생각은 아무도 못한다. (…) 현직 대통령이 어떻게 내란을 하느냐?”라고 한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언론학)는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요인 중 하나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이 정당을 통해 ‘정상 주장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일탈적 담론에 대해 1차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야 할 정당이 그 주장을 그대로 실어나른다. 2차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야 할 언론도 그 기능을 안 한다. 마치 다른 주장들과 등가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전달한다. 이제는 ‘계엄 찬성’과 같은 주장까지 마치 정상적인 주장인 양 나온다. ‘백골단’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국민의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1월5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고 보도한 아시아투데이도 문제적이다. 아시아투데이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는데, 해당 설문조사는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 항목들로 구성돼 논란이 일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국정지지도 설문조사를 보도할 때도, 문항이 공정했는지를 살펴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게 내란에 대한 찬반으로 해석되게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원식 교수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원인을 잘못된 언론 관행에서 찾았다. 그는 “언론들이 민주당에서 이런 얘길 하면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반박했다는 식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 강박관념을 가진다. 특정 정당만 비판하면 소송을 당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며 “그러다보니 따옴표 형식으로 모두 직접 인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언론이 어정쩡한 중립지대에서 양쪽 얘기를 다 들어주면 마치 역할을 다한 것처럼 중계방송식 보도를 하는 게 관성화돼 있다.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무엇을 위한 ‘공정’인지를 봐야 한다. 공정함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 가치를 위해 필요한 거지, 공정함 자체가 목표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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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민주당, 1심 선고 앞둔 ‘이재명 지키기’ 총력…무죄 여론전으로 사법부 압박 수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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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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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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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 2024.11.24 |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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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 야당 대표 징역형, 정의인가 보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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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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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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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명 1심은 사법 카르텔”…친명계 토론회서 나온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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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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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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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 2024.11.22 |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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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민주 검찰독재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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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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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 2024.10.23 | 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