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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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역 - 이광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33
조회
1111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역, 프롬북스(2014)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람들의 위선을 비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남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왜 없겠냐마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은 ‘타인보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그럴까 개인의 위선에 대해서는 비꼬기는 하지만 대개 한 수 접어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선의 주체가 국가인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더구나 국가안보와 국익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국가의 위선은 개인은 물론 다른 국가에게도 무시무시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지난 2013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좋은 예다.
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권실태를 평가하는 인권보고서를 낸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는 국제적인 인신매매 실태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일본 극우의 혐한 시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에 경고를 울리는 이 인권보고서는 해당 국가들로부터 주권침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개 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인류가 이룩한 보편적 인간권리에 대한 합의와 지향이 깔려 있고 이는 또한 인권보고서를 만드는 미국의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인권의 신장을 주요한 정책과제로 삼는 미국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대해 보인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스노든은 전형적인 공화당 우파의 세계관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총기소지를 지지하는 등 국내 정치에서는 자유지상주의를 옹호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찰로서의 강한 미국을 지지하는 청년이었다. 한 때 그는 미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외교활동을 폭로한 기자들을 향해 “그런 인간들은 머리에 총을 맞아야 해”라고 분노할 정도로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신성시하던 국가안보와 국익을 지상목표로 하는 정보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이 그의 생각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정보기관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걸리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면 그중 일부는 권력악용이라는 걸 알게 되죠. 부정행위를 인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폭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죠.”
스노든은 자신이 CIA와 NSA에서 일하는 동안 목격한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감시가 명백한 권력남용이며, 미국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내부고발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처음에는 시스템 내부에서 문제가 바로잡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정보기관을 감시해야 할 의회의 무관심과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절망한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폭로라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요법을 감행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는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의 문화는 이런 헌법 정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보기관의 감시 행태를 폭로한 스노든은 한동안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서 생활했다. 그 뒤 그는 임시망명 상태로 러시아에 머물렀고 체류허가를 연장해 가며 지금까지 숨어 지내고 있다. 스노든이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단골 비판 대상인 러시아에 자신의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보편적 양심과 정의에 입각한 행동이라도 국익, 그것도 초강대국의 국익에 거스르는 행동을 할 경우 개인이 숨을 곳은 없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감시실태와 그가 성공적으로 폭로를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감시에 동원되는 첨단기술과 국제적인 감시 실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원이 꺼진 스마트폰이 감청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스노든이 폭로한 NSA 비밀 자료에는 NSA 요원들이 아이폰을 비꼰 대목도 등장한다. “이것이 빅브라더가 될 줄이야.” “좀비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다.”
스노든은 언제쯤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의 귀향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란다.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말하는 모든 상대, 창작이나 사랑, 또는 우정의 모든 표현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국익이라는 괴물
이광조/ CBS PD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람들의 위선을 비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남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왜 없겠냐마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은 ‘타인보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그럴까 개인의 위선에 대해서는 비꼬기는 하지만 대개 한 수 접어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선의 주체가 국가인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더구나 국가안보와 국익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국가의 위선은 개인은 물론 다른 국가에게도 무시무시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지난 2013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좋은 예다.
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권실태를 평가하는 인권보고서를 낸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는 국제적인 인신매매 실태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일본 극우의 혐한 시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에 경고를 울리는 이 인권보고서는 해당 국가들로부터 주권침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개 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인류가 이룩한 보편적 인간권리에 대한 합의와 지향이 깔려 있고 이는 또한 인권보고서를 만드는 미국의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인권의 신장을 주요한 정책과제로 삼는 미국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대해 보인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진 출처 - yes24
스노든은 전형적인 공화당 우파의 세계관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총기소지를 지지하는 등 국내 정치에서는 자유지상주의를 옹호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찰로서의 강한 미국을 지지하는 청년이었다. 한 때 그는 미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외교활동을 폭로한 기자들을 향해 “그런 인간들은 머리에 총을 맞아야 해”라고 분노할 정도로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신성시하던 국가안보와 국익을 지상목표로 하는 정보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이 그의 생각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정보기관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걸리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면 그중 일부는 권력악용이라는 걸 알게 되죠. 부정행위를 인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폭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죠.”
스노든은 자신이 CIA와 NSA에서 일하는 동안 목격한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감시가 명백한 권력남용이며, 미국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내부고발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처음에는 시스템 내부에서 문제가 바로잡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정보기관을 감시해야 할 의회의 무관심과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절망한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폭로라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요법을 감행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4조는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의 문화는 이런 헌법 정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보기관의 감시 행태를 폭로한 스노든은 한동안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서 생활했다. 그 뒤 그는 임시망명 상태로 러시아에 머물렀고 체류허가를 연장해 가며 지금까지 숨어 지내고 있다. 스노든이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단골 비판 대상인 러시아에 자신의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보편적 양심과 정의에 입각한 행동이라도 국익, 그것도 초강대국의 국익에 거스르는 행동을 할 경우 개인이 숨을 곳은 없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감시실태와 그가 성공적으로 폭로를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감시에 동원되는 첨단기술과 국제적인 감시 실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원이 꺼진 스마트폰이 감청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스노든이 폭로한 NSA 비밀 자료에는 NSA 요원들이 아이폰을 비꼰 대목도 등장한다. “이것이 빅브라더가 될 줄이야.” “좀비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다.”
스노든은 언제쯤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의 귀향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란다.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말하는 모든 상대, 창작이나 사랑, 또는 우정의 모든 표현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