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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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다이애나 콘 지음/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역 - 안혜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28
조회
1397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고래이야기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물론 저도 노동자입니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노동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무시하는 편견들 덕에 노동의 의미가 곧 육체노동으로 치환되는 이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저는 때로 노동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왜 이런 편견을 갖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보더라도 저희 어머니는 노동자이십니다. 그것도 청소노동자. 여러 권의 책 중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라는 책에 눈길이 간 것도 그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동화책입니다. 요즘은 어른을 위한 동화도 많이 나오지만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 가깝습니다. 동화는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이야기 책인만큼 이 책의 내용에도 희망이 가득 차 있습니다. 청소노동자인 주인공 소년 카를리토스의 엄마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마침내 승리하는 내용입니다. 카를리토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이 정당한 파업을 위해 힘을 합치고 마침내는 승리하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짧은 동화책을 다 읽고는 정말 동화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우리 어머니께 제가 그동안 들었던 청소노동자의 삶과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셨기 때문에 아주 힘들게 일을 해도 아주 적은 돈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민원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쉽게 잘릴 수도 있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하셔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도 갑과 을의 위치가 있었습니다. 경력이 많거나 혹 관리자의 눈에 든 경우 좀 더 쉬운 곳에 배치되거나 일을 적게 해도 된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대부분 평범하게 일하시는 분들은 그 안의 또 다른 을의 위치에서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불만이 있어도 그나마도 있는 이 자리를 잃을까 싶어 많이 참으셨습니다. 그러니 그저 답답한 마음에 딸인 저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신 거겠지요. 한번은 제가 너무 답답한 마음에 고발이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적이 있는데, 아주 관둘 요량이 아니면 참 힘든 일이라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사실 IMF 시절 어머니는 다니시던 공장에서 대의원으로 나가셨다가 정리해고를 당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나서봐야 나만 손해 아니겠냐고 목마른 사람은 나니까 그저 참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당한 상황에 왜 당당히 힘을 모으지 않냐고 말씀드린다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다 아시다시피 우리에게 희망적인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분들의 파업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었지요. 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머니의 말씀을 너무 많이 들어서 현실에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가 마침내 이 동화가 실화인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국으로 이민 온 멕시코인으로, 당당히 투쟁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 낸 인물인 돌로레스 산체스를 모델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치면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당당히 파업을 해서 법에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얻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을 하고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면서도 사회적인 편견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어난다면 당장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손가락질이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러니 이 동화책이 더더욱 동화 속 얘기처럼 느껴진 것일 지도요.
아이들은 동화를 보며 꿈을 키워나갑니다. 저도 어린 시절 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이뤄지리라 가슴 속 깊이 그 이야기들을 간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이 동화를 보며 현실의 비관적인 모습이 더 많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지만, 한편으론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세상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 꿈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문득 저희 어머니께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을 보시고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저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 아니면 ‘그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이 내게도 올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실지. 사람은 나이 들어 갈수록 어린아이 같아진다고 하던데, 저희 어머니도 후자와 같은 꿈을 꾸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에 대한 짧은 생각
안혜초/ 중등교사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물론 저도 노동자입니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노동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무시하는 편견들 덕에 노동의 의미가 곧 육체노동으로 치환되는 이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저는 때로 노동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왜 이런 편견을 갖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보더라도 저희 어머니는 노동자이십니다. 그것도 청소노동자. 여러 권의 책 중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라는 책에 눈길이 간 것도 그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동화책입니다. 요즘은 어른을 위한 동화도 많이 나오지만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 가깝습니다. 동화는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이야기 책인만큼 이 책의 내용에도 희망이 가득 차 있습니다. 청소노동자인 주인공 소년 카를리토스의 엄마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마침내 승리하는 내용입니다. 카를리토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이 정당한 파업을 위해 힘을 합치고 마침내는 승리하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짧은 동화책을 다 읽고는 정말 동화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우리 어머니께 제가 그동안 들었던 청소노동자의 삶과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셨기 때문에 아주 힘들게 일을 해도 아주 적은 돈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민원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쉽게 잘릴 수도 있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하셔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도 갑과 을의 위치가 있었습니다. 경력이 많거나 혹 관리자의 눈에 든 경우 좀 더 쉬운 곳에 배치되거나 일을 적게 해도 된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대부분 평범하게 일하시는 분들은 그 안의 또 다른 을의 위치에서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불만이 있어도 그나마도 있는 이 자리를 잃을까 싶어 많이 참으셨습니다. 그러니 그저 답답한 마음에 딸인 저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신 거겠지요. 한번은 제가 너무 답답한 마음에 고발이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적이 있는데, 아주 관둘 요량이 아니면 참 힘든 일이라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사실 IMF 시절 어머니는 다니시던 공장에서 대의원으로 나가셨다가 정리해고를 당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나서봐야 나만 손해 아니겠냐고 목마른 사람은 나니까 그저 참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당한 상황에 왜 당당히 힘을 모으지 않냐고 말씀드린다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yes24
물론 다 아시다시피 우리에게 희망적인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분들의 파업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었지요. 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머니의 말씀을 너무 많이 들어서 현실에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가 마침내 이 동화가 실화인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국으로 이민 온 멕시코인으로, 당당히 투쟁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 낸 인물인 돌로레스 산체스를 모델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치면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당당히 파업을 해서 법에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얻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을 하고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면서도 사회적인 편견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일어난다면 당장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손가락질이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러니 이 동화책이 더더욱 동화 속 얘기처럼 느껴진 것일 지도요.
아이들은 동화를 보며 꿈을 키워나갑니다. 저도 어린 시절 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이뤄지리라 가슴 속 깊이 그 이야기들을 간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이 동화를 보며 현실의 비관적인 모습이 더 많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지만, 한편으론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세상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 꿈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문득 저희 어머니께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을 보시고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저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 아니면 ‘그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이 내게도 올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실지. 사람은 나이 들어 갈수록 어린아이 같아진다고 하던데, 저희 어머니도 후자와 같은 꿈을 꾸셨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