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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정권 눈치보기 급급 제역할 실종: 인권단체가 바라보는 인권위 위상"(뉴스메이커 787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11:27
조회
94
[특집]“정권 눈치보기 급급 제 역할 실종” | |||||
2008 08/12 뉴스메이커 787호 | |||||
인권단체가 바라보는 인권위 위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 않는 것은 문제”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권위 활동이 매우 위축됐다는 비판이 인권단체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촛불집회 기간 인권위는 ‘인권지킴이단’을 집회 현장에 두 번 보낸 것이 활동의 전부였다. 국제앰네스티와 포럼아시아·아이사인권위원회 등 국제인권단체가 조사관을 파견해 촛불집회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했지만, 인권위는 촛불집회의 끝자락인 지난 7월 11일 ‘촛불집회 관련 주요 피해 사례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이라는 성의 없는 내용을 발표해 ‘뒷북’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다른 인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눈치보기다”라고 단언한다. “의지만 있으면 활동할 수 있다”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박진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인권위의 존립 여부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 후 나서지 말자는 보신주의가 생긴 것 같다”면서 “하지만 과거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있다기보다 예전부터 현장 대응은 느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상임활동가 역시 “인권위가 과거에 비해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인권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위원장이나 사무총장 등이 너무 심할 정도로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권위는 독립기구지만, 예산이나 인사에서 정부와 의회의 감시를 받는다. 독립기구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권단체 관계자도 인정한다. 박진 활동가는 “인권단체 사람들이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인권위를 만들었지만, 당시 우리는 ‘절반만 채워진 컵’이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경고 기능밖에 없고, 국가공권력만을 대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회고했다. 차기 인권위 위상·역할 추락 우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더욱 신랄한 비판을 내놓았다. 오 국장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지만, 의지만 있으면 활동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가 기무사에서 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기무사 앞에서 농성을 한 예도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상근자가 몇 명 되지 않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이번 촛불집회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나라가 들썩들썩해도 알리바이를 만드는 식으로 한두 번 현장에 나오는 것은 식물조직이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또한 인권위가 너무 객관성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인권위가 촛불집회 기간 내놓은 성명서를 보면 ‘폭력경찰도 잘못, 폭력시위도 잘못’이라는 ‘양비론’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객관적인 조사는 필수지만, 객관성 때문에 현장대응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 국제앰네스티 김희진 사무국장은 “인권위는 객관적인 조사 단체가 아니다”라면서 “경찰과 시민이 모두 잘못이라고 하기보다 시민의 편을 먼저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 역시 “학자 출신의 위원장이 위원 선임에 나름대로 정치적인 힘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인권위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조직으로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단체는 현재의 인권위보다 미래의 인권위가 더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내년 10월 현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고, 상임·비상임위원 9명의 임기도 끝나가기 때문이다. 인권위원은 국회에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된다. 즉 현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가 끝나면 인권위에 비우호적인 현재 대통령과 국회에서 위원을 선출 또는 지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권대사로 내정된 제성호 뉴라이트 공동대표가 1년간 인권대사로 일한 후 그 경력을 가지고 인권위로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만큼 내년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인권위는 북한 인권에 집중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을 요청해놓은 인권위 비상임 위원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나현필 상임활동가는 “제성호 같은 사람이 인권대사로 활동하는 모멸감을 어떻게 견디나 싶다”면서 “정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 인권위를 망가뜨릴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사생결단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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