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운동, 난민돕기로 전환되는 등 다양화](문화일보 2003.04.11)

반전운동, 난민돕기로 전환

이라크전쟁이 사실상 종전단계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줄기차게 반전평화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은 조기 종전에 당혹해하면서도 반전열기를 이라크난민지원과 북핵위기해결 노력으로 이어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2일 오후 4시 서울 시청 앞에서 ‘전쟁반대 및 파병철회를 위한 국민총궐기’를 갖겠다고 예고한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과 여중생범대위측은 11일 오전 회의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12일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이라크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해 점령되는 것을 반대하고 미국주도가 아닌 이라크인들에 의한 평화적 민주정권 수립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공동운영위 정수영 사무국장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어느곳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운동을 계속하면서 이라크 난민돕기 구호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당초 11일 반전동맹휴업을 결의했던 이화여대, 연세대 등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예정된 종묘공원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이대 총학생회는 오전 10시부터 교내 학생문화관 앞에서 반전장터와 사진전을 열고 오후에는 종묘공원 집회에 참가키로 했다.
연세대도 이날 낮 12시 민주광장에서 전쟁반대 연세인 총궐기대회를 갖고 종묘공원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비록 이라크전쟁은 끝났지만 한국군의 파병과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대학생들의 저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하는 시민운동과 녹색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바그다드 함락소식이 전해진 10일부터 이라크에 의약품과 구호품을 보내기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이라크현지조사 등을 통해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알리면서 이라크인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11일 반전평화캠프를 개최하는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은 “전쟁상황과는 상관없이 반전캠프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며 “반전캠프는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이라크인의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 아래 이라크 민중에 대한 지원 쪽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국장은 “이제부터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이라크 난민돕기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실장은 “북핵문제가 이라크의 전철을 밟지않고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성철·이영희기자 redho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