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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과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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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정보기술사회로의 변모에 따라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말은 이제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렇다보니 아날로그 세대는 물러가야 할 세대이며, 디지털 세대만이 미래를 창조하고 바꾸어갈 위대한 힘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황우석이 그동안 전 세계, 온 국민, 과학계, 대한민국을 기만하면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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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연출하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한동안 이 땅을 들끓게 했던 황우석과 그의 찬란한 연구 성과들이 사회적·윤리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과학적 측면에서도 거짓이며, 결국 황우석은 희대의 사기꾼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거짓이냐 참이냐라는 단순 편리한 이분법으로 한국 사회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나온 발표를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말이 빙빙 돌아다닌다.
디지털 시대가 인류의 현실에 펼쳐진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상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만남이 이어지고 의견을 개진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황우석의 문제를 두고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서로 입장을 달리하면서 물고 물리는 사이버 소리 전쟁이 가능하였다. ‘아이러브 황우석’이라는 카페에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회원으로 가입하고, 진실을 국익의 이름으로 호도하며 황우석을 옹호하는데 앞장 설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시대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다른 한편, 그동안 수없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은폐된 진실을 추구하였던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던 MBC 방송의 PD 수첩을 초토화시키고, 광고 중단과 방송 중단이라는 참으로 어이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도 역시 디지털 시대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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