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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새판 짜기’ 늦지 않았다…검찰 직접수사 명확히 줄여야” (경향신문, 2020.08.1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8-19 15:08
조회
504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법무부가 지난 8월 7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뒤부터다.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검찰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벗어나도 검사가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검사의 직접수사개시 범위를 무제한 확대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요청’할 수 있는 횟수를 1회로 제한해 경찰의 부패·경제범죄 은폐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지난 8월 1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발표 이후 새 국면으로 접어든 검찰개혁 전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변호사와 오 사무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정보경찰 폐지 등 권력기관 개혁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대담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 “검찰 직접수사 안 줄어든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시행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오창익 “구체적인 검찰개혁이 뭔지 의문이 생긴다. 검찰청법 제4조 대통령령을 보면 수사개시 범위를 여섯 개 범죄로 제한한 것처럼 해놨는데 해석의 폭이 너무 넓다. 각종 예외 단서를 달아놔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이런저런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입법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시행령 개정도 검찰 권한 축소라는 입법 취지에 따라갔어야 했는데 여전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둘 다 쥐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양홍석 “시행령의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 예를 들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를 보면 금액 수수기준을 설정했다. 그런데 이건 수사결과다. 수사개시 판단을 수사결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이상하다. 지검장이 판단한 중요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다고 한 대목도 문제다. 중요성의 기준이 자의적이다. 지검장은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다. 중요성 판단에 정권의 입김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시행령의 세부 내용을 두고 검찰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홍석 “시행령을 만들기 전, 그러니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시에도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사는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을 사후 스크리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검찰은 제한적 형태의 보완적 수사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법 개정 자체가 검찰에게 여전히 많은 직접수사를 허용하면서 부패범죄·경제범죄 같은 무한 해석이 가능한, 법률 용어가 아닌 단어가 등장했다. 직접수사 범위를 시행령에서 줄이려는데 마땅치 않으니까 이상한 수사개시 기준이 등장했다.”


오창익 “지금도 사실 검찰이 하는 수사는 많지 않다. 수사 총량을 보면 경찰이 97%를 하고 나머지 3%만 검찰이 하는 수준이다. 검찰은 중요한 사건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이번 시행령에서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좁혀놨다고 하지만, 여전히 검찰이 특수수사 등 직접수사를 할 여지는 많다. 검찰의 3% 수사를 줄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뒤 검·경이 모두 반발했지만 경찰이 반발이 더 크다. 이유는 무엇일까.


오창익 “동어 반복일 수 있는데, 두 기관의 반발은 그들의 입장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적 관점이다.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에 시민적 관점이 얼마나 반영됐느냐, 아니면 기관 간의 어설픈 절충인지 따져봤을 때 후자에 가깝다. 시행령을 통해 검찰개혁이 어디로 향해 가겠다, 이런 큰 줄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안 보인다.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첫 단계로 검찰수사개시를 제한하는 건지, 아니면 구호로서 검찰개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언론도 검·경 양측의 관점에서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룬다.”


양홍석 “양 기관이 각각 지킨 것과 얻은 것이 있다. 어느 누가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그린 밑그림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 조 전 장관은 단계적 개혁론을 생각했던 것 같다. 경찰로 수사 대부분을 이관하되, 검찰에는 여전히 조금 남겨뒀다가 나중에 경찰로 다 넘기자, 이런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미 지금까지 경찰이 대부분 사건을 해왔고 검찰은 특수수사만 해왔다. 단계적 개혁론은 사실 현실을 바꾸는 게 아니라 현실 고착화에 가깝다. 법 개정을 할 때 아예 수사개시가 아니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자체를 제한해 놨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형사사법개혁 적기를 완전히 놓친 상황이다.”


■ “윤석열 힘빼기로 보이는 건 부정 어려워”


-검찰개혁의 적기는 언제였을까.


오창익 “나는 조 전 장관이 추구했던 게 단계적 개혁론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기에는 팩트의 공백이 너무 많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 밑그림, 청사진, 전망을 세우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혁의 적기는 따로 없다. 지금도 적기다. 혹자는 검찰청법 개정하고 시행도 안 했는데 다시 법 개정이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법 개정을 하면서라도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지금 여당의 위상과 책임이 커졌다. 이제 개혁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여당과 문재인 정부 책임이다. 책임에 걸맞은 개혁을 해야 한다.”


양홍석 “개혁의 적기는 2017년과 2018년 초였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설계하고 안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다만 지금이 적기는 아니지만, 잘하면 정치적으로 호기를 만들 수 있다. 여당은 다수당이고 절대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뭐라도 개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본인들이 다 덤터기를 써야 하기 때문에 여당에 개혁 성과를 압박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부터는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 전반이 ‘검찰 힘빼기’가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힘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홍석 “지금 법무부가 내놓는 직제개편 등 일련의 조치들이 윤석열 개인을 향한다는 지적은 그렇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공격하는 모양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지금은 개혁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조치들만 나오고 있다. 지금은 검찰권 오·남용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데….”


오창익 “정부가 메시지 관리를 잘못했다. 여당에서 윤 총장을 손봐야 할 대상인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나. 차기 대통령 지지율 조사하면 3위까지 윤 총장이 오른 것도 문재인 정부에서 키워준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추슬러야 한다. 아직 검·경 수사권 조정 외에도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사법개혁 얼마나 많이 남았나.”


-어떤 방향으로 검찰개혁 방향을 다시 조정해야 할까.


양홍석 “경찰수사의 적절성 파악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 검찰 업무에서 경찰수사의 적절성 파악은 비중이 낮았다. 일반 시민 사건은 검찰이 꼼꼼하게 검토해주지 않았다. 검찰제도의 본질은 경찰수사 스크리닝이다. 어떻게 경찰수사를 통제할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어떤 속도로 처리할 것인지 논의가 없다.”


오창익 “실제로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검찰이 국가기소청으로 변모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 실력, 의지 이런 거는 신기루다. 검사가 강제수사의 기반인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힘이 크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지금까지 검사가 수사를 잘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양홍석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를 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검사는 수사지휘, 그러니까 수사에 대한 적합성·적법성 검토를 직무로 하고 공소유지, 기소여부 판단만 하게 하면 된다. 그게 어렵다면 현행법은 놔두고 인지수사부서를 확 줄이면 수사 총량이 줄 수밖에 없다.”


■ “경찰개혁은 별도로 추진돼야”


-검찰개혁과 맞물려 항상 나오는 이야기는 경찰도 힘을 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예가 정보경찰 폐지다.


오창익 “정보경찰은 필요 없다. 폐지해야 하는 것도 맞다. 수사·외사·보안 파트에서 각 부서에 필요한 정보 기능을 두면 된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정보경찰 폐지를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정보경찰 개혁은 별도의 과제다. 전형적인 검찰의 프레임이다. 경찰 정보는 구멍가게 수준의 ‘지라시’에 불과한데, 검찰은 ‘정보 기능도 있는데 수사까지?’라는 프레임을 늘 들고나온다.”


양홍석 “정보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의 선결 조건이라는 주장이 적절치 않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정보경찰이 만든 폐해가 크다. 특정 기관의 시각이나 견해가 반영된 경찰 정보가 청와대에 올라가 정책결정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경찰이 정보 독점을 한 상황이어서 크로스체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과 별개의 문제지만, 어쩌면 수사권 조정보다 더 시급한 개혁 과제일 수 있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필요한 경찰의 개혁 과제를 꼽아보면 무엇이 있을까.


오창익 “경찰개혁은 검찰개혁과 별도로 그 자체로 요구되고 필요하다. 경찰은 민주적 통제가 매우 부족한 기관이다. 경찰위원회라는 조직을 1991년 만들었지만 사실상 견제 기능을 못 한다. 경찰청장 1인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 통제할 수 있는 건 대통령과 국회뿐이다. 경찰을 견제·감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자치경찰도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안을 보면 소속만 시·도지사 밑에 둘 뿐 실질적 자치경찰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개혁에 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안 하겠다는 건데,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


양홍석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데, 경찰은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가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총량이 많아지는 수사팀의 독립성·공정성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안이다. 국가수사본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인사와 조직, 예산에서 경찰청장 손아귀를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수사본부 소속 경찰관하고 다른 기능 경찰관들이 순환 근무를 한다면 분리된 조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경찰은 수사전문위원을 경험 많은 경찰관으로 둬서 수사에 대해 자문도 하고 스크리닝도 한다고 했다. 잘 운영되면 좋겠지만, 오히려 수사팀과 경찰 수뇌부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창익 “저는 행정경찰, 사법경찰 분리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필요한 건 경찰에 대한 시민적 감시다. 웨일스에는 경찰만 별도로 감시하는 기구도 있다. 경찰은 시민과 대면 접촉이 잦다. 이 기구에서는 경찰관의 위압적인 표정, 태도도 감시한다. 우리도 경찰 감시 기구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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