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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촉법소년은 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오마이뉴스, 2020.04.2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4-29 10:40
조회
147

[소년원 이야기⑤] 소년범죄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출범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소년원은 면회와 외부강사 수업, 멘토들의 상담, 종교집회, 외부 체험활동이 모두 중단되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우려했지만 아이들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교사들의 지도에 잘 따라주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을 맞던 2월 말 승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6개월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사회로 복귀한 것이다. 승수의 계획은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고 입학하기로 한 고등학교를 열심히 다녀 보육원 선생님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퇴원 후 필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고 있는데, 모처럼 마음잡고 학교를 열심히 다니려고 했지만 교복을 입을 기회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고사리 소년은 나름대로 수업과 호실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지만 일기와 과제물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고사리 소년이 상점을 받으면 라면을 끓여주기로 약속했고, 7호 의료 처우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전반적으로 좋아 생활지도계와 상의해서 전교생 라면 회식을 하기로 했다. 고사리 소년이 소년원에 와서 가장 먹고 싶다던 라면. 그래 실컷 먹어라.


디딤돌 심신수련장 내 치유의 숲에서 구한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워 가마솥에 라면 50개를 끓였다. 라면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받은 원고료로 구입했다(생면부지의 독자 분들이 독자 원고료를 보내주시며 격려해주셨다. 이 기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 이야기를 써서 받은 돈은 아이들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받은 원고료는 소년원 학생 간식 구입비로 사용해왔다.


소년원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배려다. 하지만 배려는 교실에서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는 것이다.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필자와 라면 봉사활동을 함께한 프라모델 소년은 땔감을 구하고 장작불을 피워서 끓인 라면을 동료학생, 교사들과 나누며 배려를 체험했다.


치유의 숲 속 목련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개나리가 길가로 고개를 내밀었다. 꽃샘추위가 와서 군고구마를 더 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3월의 날씨는 포근했다. 겨우내 정들었던 군고구마통과 이별할 시간이 온 것이다. 프라모델 소년과 함께 군고구마통을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린 후 창고에 넣어두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11월쯤에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코로나로 면회가 중단되고 외부 인사들의 방문이 금지되면서 소년원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다. 면회시간에 가족과 짜장면을 먹고 주말에 기독교, 천주교, 불교 행사에 참가해 햄버거나 피자를 먹는 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간식을 먹어야 한다. 비행 청소년도 간식을 먹어야 한다. 청소년은 잘 먹어야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노작교육


점심시간에 치유의 숲을 거닐며 군고구마를 그만둔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웅웅! 웅웅!" 프로펠러를 단 작은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가 숲을 가득 메웠다. 만개한 벚꽃 나무에서 꿀벌들이 열심히 일을 하며 내는 소리였다.


숲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벌집을 떠올리니 달콤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그래! 이제 와플을 만들자. 와플은 4계절 동안 할 수 있고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간식이 아닌가. 꿀벌처럼 부지런히 일할 학생들과 함께 와플 나누기 체험활동을 시작했다.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기안을 올려 결재를 받았고, 행정지원과의 예산지원을 받아 와플 재료를 구입했다.


와플 기계 빵틀에 반죽을 부어서 빵을 구웠다. 딸기, 초코, 버터, 망고, 바닐라 등의 크림을 듬뿍 바르고 토핑소스와 꿀도 바른 와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달콤했다. 유튜브에 나오는 거의 모든 와플 만드는 영상과 유명 와플가게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름 열심히 연구한 결과였다.


군고구마와 와플 만들기 봉사활동의 목적은 소년원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정신적, 신체적 작업을 통해 노작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와플을 동료 학생들의 간식으로 제공하는 과정을 통해 나눔과 배려를 체험한다면,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어 국민의 공분을 불러온 10대들의 강력범죄로 다시 소년법 폐지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소년법 폐지가 전체 소년범죄 중 0.1%인 강력범죄를 엄벌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지, 해결하려는 노력은 아닐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이들이지만, 이들을 선도하고 치료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여론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소년 범죄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소년보호혁신위원회의 출범


지난 4월 23일 법무부는 학계, 법조계, 국책연구기관, 종교계, 시민단체 등 폭넓은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간의 소년사법정책은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불거지면 단기 문제 해결식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출범한 혁신위원회에서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죄 발생 이전 단계부터 개입하고, 발생한 범죄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청소년 비행문제는 사회의 문제이자 그 가정의 문제며, 소년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충분한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고사리 소년은 호실에서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린다. 일기장에도 그리고 과제물 노트에도 그린다. 담임이 만들어준 이름표를 잃어버려서 자신이 새로 만들었다며 색연필로 그린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짱구를 그려서 예쁘게 꾸민 이름표였다. 원래는 꿈이 축구선수였는데 웹툰 작가로 바꿨다고 한다. 필자는 고사리 소년에게 스케치북을 갖다 주었다. 12살 촉법소년인 고사리 소년은 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보호처분에 대한 사회의 충분한 지지와 소년원의 인권적 처우 및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고사리 소년은 하얀 도화지에 자신의 꿈과 동심을 채워나갈 것이다.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외부위원 명단(가나다순)


1.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2. 권해수  조선대학교 교수
3. 박은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4.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 윤동호  국민대학교 교수
6.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7. 이창한  동국대학교 교수
8.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9. 서   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본부장
10.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1. 김희진  (사)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12. 박인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13. 오세영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14.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15. 고순청  (사)한국공공안전연구원 이사장
16. 김봉석  상계백병원 전문의
17. 김인배  (주)구룡건설 대표
18.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19. 이재성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20. 노재경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교육전도국장
21. 은성제(요셉)  천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이동쉼터 소장
22. 황인환(정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포교부장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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