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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슬기로운 감빵생활 (경향신문, 2017.12.2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1-05 14:38
조회
107
만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사람들은 민감하다. 상대가 조두순이어서 그렇고, 피해자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짐승의 탈을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서 모두들 공감하고 또 공분했다.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된 다음에 피고인에게 벌을 더 주자는 재심은 불가능하다거나, 이미 결정된 처분 말고 다른 처분을 부과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초등학생이면 모두 아는 상식이다.

청와대 청원에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마음을 모은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두순이란 악당을 향한 분노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악당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

시민들의 뜻을 좇으려 청와대가 나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잠깐 놓치는 것이 있다. 그건 조두순이 바로 교도소에 있다는 거다.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았고, 9년째 수감되어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의 조두순과 지금의 조두순은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일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그만큼 늙었을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교도소의 목적이 범죄자에 대한 교정·교화를 통해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촉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교정이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조두순은 과거 범행 당시의 조두순과는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교도소는 기본적으로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는 곳이다. 핵심은 신체의 자유 제한. 이로써 인간은 사람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죄다 놓치게 된다. 집에 있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도, 생업에 종사할 수도 없다. 여행을 다닐 수 없는 건 물론, 아주 기본적인 종교생활을 제외하곤 일체의 문화생활, 취미생활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통을 받는다. 사형을 빼고는 징역이나 금고 등 자유형을 가장 무섭고 무거운 형벌로 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은 교도소가 단순히 범죄자를 혼내주는 곳만은 아니라는 거다. 단순히 혼을 내준다고 얻을 건 별로 없다. 핵심은 그 범죄자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는 거다. 그래서 교도소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거다. 다시는 이웃에게 못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 자체를 바꿔버리는 데 그 설립 목적이 있는 거다. 물론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이 쉽게 변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변화를 위한 노력조차 포기할 수는 없다. 교도소에서 지내면 누구나 고통을 받는다. 어차피 고통을 받는 건 일상이니, 교도소의 목적의식적 활동은 능동적으로 교정교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 그게 현대 교정의 이념이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필수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교도소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이 추운 겨울, 교도소 52곳 중에서 10곳의 교도소는 난방이 전혀 안된다. 법무부는 ‘복도 간접식 난방’이라 부르지만, 교도관이 활동하는 복도에만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생활실(감방)에는 아무런 온기조차 없다. 교도소의 역할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서 멈춰야지, 이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게 하는 불필요한 고통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안양교도소 같은 곳은 난방이 전혀 안되는 것은 물론, 건물 자체가 위험하다. 그래도 이전 계획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난방이 안되는 한심한 건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두순 같은 범죄자들에게 잘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악당들에게 국민의 혈세로 잘해 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지금 걱정하는 것처럼 조두순 같은 악당도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온다는 거다. 저 악당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우리의 품격이 달려 있다는 멋진 말이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잘 안다. 사연을 따져보면 정말 딱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것보다 우리가 곧잘 잊는 것, 교도소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모두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온다는 거다.

몸이 아픈 것이 개인적 질병역학 탓만이 아니라, 사회역학의 탓도 있는 것처럼, 범죄도 오로지 개인의 일탈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같은 범죄여도 전과가 있느냐에 따라, 또 그가 놓인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 구금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가혹한 벌을 받는 사람도 많다.

거듭 강조하건대,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사회로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다. 범죄자를 영원히 가둘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사회로 돌아온 다음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몫이다.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엄청난 예산을 쓰는 것보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의 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며 효과도 확실하다.

법무보호공단을 거쳐 간 출소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처럼, 사람들은 어떤 조건에 어떤 대접을 받는가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교도소는 학교여야 한다. 뭔가 배우는 게 있고, 그 배움이 수용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교도소를 본격적으로 바꿔보자. 너무 춥거나 덥지 않아야 하고,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사는 현실도 바꿔야 한다. 먹고 자는 문제, 아프면 진료받는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학교로 바꾸자. 너무 춥지만, 그런 꿈은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연말연시가 바로 그런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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