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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2-5. 시민운동과 지식인 (경향신문 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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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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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지식인들의 시민운동은 자신의 지식을 사회 개혁을 위해 쓰려는 열정의 결과인가, 입신양명의 수단인가. 교수나 변호사들이 시민단체에 참여해 이름을 알린 뒤 정부에서 한 자리를 하거나, 정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민운동은 지식인의 사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변모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1주년 기념자료집’에 따르면 창립 첫해 중앙위원 이상 임원 370명 가운데 현직 교수는 104명(28.1%)이다. 이 교수들 가운데 역대 정권에서 각료 및 정부 행정·자문위원으로 발탁된 이들은 최소한 4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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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흥사단 등 4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NGO 사회적 책임 운동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기존 시민운동의 정파적 편향성, 정치적 이슈 치중, 독선적 운동방식 등을 자성하고 내부적으로 윤리규범 제정·준수 및 외부 감사제도 등을 통해 시민단체의 책임성을 증진시키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실련·참여연대 출신 공직사회 대이동-

김영삼 정권에는 중앙상임위원 등을 지내던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1994년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이 된 이래 이수성 당시 서울대 총장(95년 국무총리),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97년 복지부장관) 등 22명이 진출했다. 김대중 정권에는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98년 금융발전심의위원) 등 18명, 노무현 정부에는 최정표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2003년 공정위 비상임위원) 등 4명이 공직에 진출했다.

참여연대도 경실련만큼은 아니지만, 공직 진출이 화려하다. 참여연대 ‘1차 정기총회 자료’에 따르면 창립 초 전체 임원 120명 가운데 교수 출신은 43명(36.6%)이다. 이 가운데 김영삼 정부 때 6명, 김대중 정부 때 7명, 노무현 정부 때 9명 등 모두 22명이 정부에 참여한 것으로 나온다. 국회의원의 경우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참여연대 창립 당시 운영위원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은 경실련 창립에 크게 관여했다.

두 단체 창립 임원으로 참여한 교수의 43~51%가 정·관계에 진출한 것이다.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박재완·윤건영 의원도 각각 2004년 경실련 정책위원장, 2001년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이었다. 경실련 창립 임원 가운데 변호사는 31명(8.3%)이었다. 이중 천정배·신기남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었고, 황산성(93년 환경처 장관)·조영황(2005년 국가인권위원장)은 정부및 국가기관에 들어갔다. 참여연대 창립 임원의 16명(13.3%)이 변호사였다. 이들 중 송두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이 되기도 했다.

지식인들은 시민운동 ‘간판’을 얻어 자기 이름을 알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을 영입하면서 “시민사회의 참신한 인재를 충원했다”는 명분을 얻는 등 지식인과 정부·정치권은 시민단체를 매개로 거래를 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99년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당시 대표이기는 했지만, 참여연대 회의에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시민운동에 별 열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운동은 권력을 감시해야지 스스로 권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계에 들어간 지식인들이 흔히 ‘이것이 궁극적인 사회참여’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우리 사회구조 상 시민운동은 정치에 충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식인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근본적 의문는 ‘시민운동을 하긴 하느냐’는 것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의 설명은 이렇다. “지금 시민단체에 무슨 위원으로 명단 올린 사람들은 시민을 위해 일을 안 합니다. 그냥 카메라 있는 세미나 같은 곳에만 얼굴을 내보일 뿐이죠. 경실련과 참여연대를 대표했던 박원순, 이석연, 서경석 같은 지식인들조차 돈벌이에 급급합니다. 시민사회에서는 돈 나올 구멍이 없어요. 모든 돈이 재벌이나 정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죠. 지식과 열정을 지닌 사람들은 이미 시민운동을 떠났습니다. 그나마 강준만, 최장집, 손호철 등이 시민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시민운동에 투신하는 지식인들은 대체로 경실련, 참여연대 등 규모가 큰 종합적 시민단체에 쏠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적 시민단체 참여도는 낮다. 대세를 좇아 시민운동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99년 창립한 인권실천시민연대는 오창익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등 9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했다. 이들 9명 가운데 현직 교수는 2명, 변호사는 1명이었다. 현재 운영위원 20명 가운데 교수 5명, 변호사 3명으로 늘긴 했지만 명망가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단체의 핵심은 상근자와 후원자들이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서 빠짐없이 제 목소리를 내왔다.

이 단체 오창익 사무국장은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 일반 회원에 가입하는 뜻있는 지식인들도 없지 않지만 대규모 시민단체에 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시민단체 스스로 명망가를 앞세워 이목을 집중시켜온 그간의 활동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실련 출신 시민운동가는 지식인들의 줄서기도 목격했다. 그는 “경실련 회원도 아니면서 정책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많았는데, 어떤 해는 정책위원이 수백명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며 “별의 별 경우가 다 있었다”고 회고했다. 시민단체는 명망가를 필요로 했고, 지식인 개인은 명예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량 참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기 있는 시민단체로 몰려다니는 현상도 나타난다. 90년대 초 경실련, 2000년대 참여연대, 최근에는 ‘뉴라이트’ 등 이름 있는 단체에 지식인들이 몰리고 있다.

-보수건 진보건 신념 달라도 공존 ‘모순’-

경실련을 떠난 지식인들이 경실련에서 쌓은 경력과 명망성을 바탕으로 경실련과는 다른 성향의 보수단체를 창립, 시민운동의 ‘대세’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서경석 목사·박세일 교수(선진화국민회의),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바른사회시민회의), 최광·문용린 전 장관(자유지식인선언) 등은 경실련 창립 초기 중앙위원 이상 임원을 지냈다. 김정수 투명사회운동협약 사무처장은 “지금 참여연대보다 뉴라이트가 상종가인 이유는 한나라당이 대권을 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정세적’ 측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처장은 “행여 특정 지식인이 과거에 보였던 언행과 지금 보수단체에서의 활동이 합치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식인은 자신을 둘러싼 모순된 상황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일관된 입장인 양 내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시민운동을 하는 지식인들과 시민단체는 서로 잇속이 있어 신념과 철학이 맞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한 단체에서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참여연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국회의원은 대북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등 단체의 색깔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당시 자문위원에 대해 나름의 검증을 했지만 저서나 논문만으로는 사람을 완벽히 알 수는 없다”며 “한 임원이 그를 추천했는데 추천자는 참여연대에서 큰 비중 있는 사람이었으며 추천 대상자와 학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식인의 시민운동 참여는 최근까지만 해도 개인적 친분관계나 학연 등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연대의 창립에는 비판적 법학자, 사회과학자, 운동권 출신 사회운동가 등 3개 그룹이 모여 조직의 핵심을 이뤘다. 경실련의 경우는 복음주의 교회 인사, 경제학자, 비판적 사회과학자, 기독학생운동 출신 등이 모였다. 각 그룹들은 대학이나 활동기구의 선·후배를 모아 각자의 조직을 꾸렸으며, 실제 살림을 도맡은 상근자들은 대체로 운동권 출신들이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시민단체도 지식인 집단의 패거리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고 개혁·진보를 내걸긴 하지만 자기 패거리만 독식하고 자기 패거리 아닌 사람들에겐 매우 배타적인데 거의 조폭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시민사회의 지식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지적했다. 윤교수는 “전통적으로 지배계급이었던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세상을 내려다 보는’ 식견으로 사회를 대해왔다”며 “명망 있는 지식인 위주의 시민운동은 결국 우리 시민사회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창립 때 자문위원을 맡은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시민운동 참여 지식인들이 본분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강만길, 김우창, 최장집 등 학자는 자신의 학문 분야를 대표할 만한 학자들이 사회운동을 벌일 당시 그만큼 존경 받았다”면서 “학문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시민운동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관순·김종목·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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