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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외국인 범죄 ‘급증 보도’ 문제 없나 (뉴스메이커 07.11.1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04:33
조회
166
통계 증가는 전체 외국인이 늘었기 때문… “선정적 접근으로 편견 확산 위험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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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를 맞아 다문화시대를 맞는 준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배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 를 오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김문석 기자>
최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얼마 전 정체 모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최 소장에게 대뜸 “불법 체류자나 외국인 노동자 범죄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름을 밝히라는 최 소장의 말에 전화를 건 이는 ‘그냥 시민’이라고만 밝혔고 최 소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통화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얼마 후 인터넷 포털 다음의 ㅎ카페. 이 카페의 ‘불체자문제’라는 게시판에 한 회원이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 항의 전화를 해달라’는 요청 글을 올렸다. 그는 “그들(외국인인권단체)은 불체자들의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센터의 전화번호와 최 소장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올려놓았다. 이 회원은 다른 글에서 “파키스탄은 남자가 성관계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나라”라며 “한국에 와서도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온갖 성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여성들은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불법 체류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커뮤니티는 이곳 외에도 3~4개가 더 있다.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하는 이 카페들에 최근 1~2주 사이 방문·가입하는 회원 수가 부쩍 늘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뉴스추적’ 게시판에 추방 글 쏟아져 

“방송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불법 체류자에게 무슨 인권이 있나. 한국처럼 불법 체류자에게 관대한 나라는 없다.” SBS의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난 10월 17일 방영한 ‘외국인 100만 시대, 그들만의 ‘무법지대’’에 대한 시청 소감이다. 방송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후속편을 제작해달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뉴스추적’ 측은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아, 갈수록 흉포화·다양화되고 있는 외국인 범죄의 실태를 고발하고, 외국인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본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제작진은 애초의 기획 의도를 지켰을까. 적어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만 보자면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공존보다는 ‘격리’ 또는 ‘추방’을 원하고 있다. “정말 끔직했어요. 그동안 이주노동자를 불쌍히 여기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불편했지만, 정반대로 이들을 모두 특히 미등록 노동자를 전부 강력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전현정 성동건강복지센터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가 있는 성수지역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전 국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미등록노동자는 횡단보도 신호 한 번 위반해도 추방될 수 있기 때문에 위축되어 산다”고 말한다. 이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범죄율도 낮고, 미등록 노동자들은 신분상 제약 때문에 문제가 될 것 같은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 방송은 단속 추방을 두려워하며 경제적 빈곤·성적 소외에 시달린 극히 일부 미등록 노동자의 범죄에 확대경을 들이대, 그들이 모여 사는 곳 전체가 무법천지인 것처럼 포장한 선정 보도라는 비판이다.

“법무부가 올해 국감에 제출한 외국인 범죄 통계자료를 보면 강력사범이 2300건, 교통사범이 2100건, 절도 390건입니다. 외국인 범죄의 절반이 교통사범입니다. 굉장히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증가합니다. 외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외국인 강력범죄 급증’과 같은 주장이 ‘터무니없는 미신’이라며 계속 말한다. “물론 검찰까지 가느냐 경찰 단계에서 머무르느냐에 따라 집계는 다를 수 있지만 한 해 동안 범죄 건수가 얼마인 줄 아십니까? 250만 건입니다. 그중 외국인 범죄가 5000건이라는 것은 굉장히 작은 거예요. 국민이 4900만이고 외국인이 100만인데, 퍼센티지를 비교해도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오 국장은 “매우 이례적인 범죄를 갖고 침소봉대하면 심리적 스트레스는 해소될지 모르지만 정작 외국인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체를 못한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실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다시 언론 보도 태도다.

출처불명 글도 여과 없이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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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에서 방영한 외국인 범죄 실태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외국인과 공존 모색이라는 또 하나의 취지와는 달리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여과 없이 방영하거나 성범죄 사실에 대한 자세한 묘사 등 편견을 재생산하고 선정주의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sbs방송 화면="" 캡쳐="">
‘뉴스추적’의 해당 프로그램을 검토한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고, 주로 성범죄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거론하며 굉장히 선정적으로 접근했다”며 “최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나 문화 다양성에 대한 대중 관심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편견을 확산시킬 위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뉴스추적’ 보도에 이어 대동소이한 내용의 주간지 기사를 게재, 다시 포털로 전송한 스포츠서울의 기사도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특히 예를 들어 특정 국적·인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정한 성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며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데도 신빙성이 의심 가는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한국인 여성을 무조건 임신시켜라’는 내용을 담은 영주권 취득 매뉴얼이 나돈다는 이야기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한 불법 체류 노동자 반대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출처 불명의 글과 ‘~카더라’ 수준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에 외국인 범죄 발생이 높아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도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파장이 만만치 않죠. 제 주변 지인들도 그 프로그램을 보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하는데요. 외국인 노동자 범죄에 대한 연구조사는 물론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선정적으로 접근해 그야말로 마녀사냥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조원기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외국인노동자지원단체’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인터뷰가 나왔다. “처음엔 우리 같은 단체에서 할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고 거절했습니다. 미리 받은 질문지 내용은 ‘외국인 노동자와 공존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단했나봐요. 그거 본 사람들이 말하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옹호하면 돌로 맞을 것 같다고 하던데….” 그는 30분 넘게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공존이 왜 필요한지 설명했지만 대부분 편집되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뉴스추적’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스케줄상 어렵다”며 해당 프로그램의 취재기자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유선영 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 연구위원은 “이주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각도에서 드라마나 보도를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연구는 아직 한국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인종이나 성별·연령에 따라 차별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의기준이 있지만 구체적 시행령도 없는 등 지금까지는 사실상 사문화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도준칙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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