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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후고, 주동자고, 일반 시민이다" (프레시안 08.05.2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10:39
조회
97
5000여 명의 시민은 한 목소리였다.

"내가 바로 주동자고 내가 바로 배후세력이며, 또 내가 바로 일반시민이다."

"촛불문화제는 인정하지만, 불법 가두시위는 구분해 엄정대처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을 보란 듯이 비웃었다. 가려낼 수 있으면 가려내보라는 배짱이었다.

되려 시민들은 정부와 경찰을 향해 "너를 심판한다"고 했고, "나도 연행하라"고 소리쳤다.

나흘 간 경찰은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총 211명을 연행하며 '시민'들을 위협했지만 5000여 개의 촛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8일 저녁,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에 앉아 이들은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외치던 그 목소리로 "연행자 석방"을 소리쳤다.

3시간 여 서울 청계광장을 밝히던 촛불은 밤 10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거리로 흘러갔다. 청와대가 엄벌하겠다는 '불법 가두시위'가 또 시작된 것이었다.

"불법집회? 절에 가서 하는 것이 불법집회지"

경찰과 정부는 이날 촛불문화제 내내 조롱거리가 됐다. 건강권을 위협하는 분노의 대상이었던 정부가 시민들 속에서 주동자와 배후세력을 찾으려는 광대로 추락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과연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합법이냐"고 되물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은 "자꾸 불법집회 운운하는데 '불법집회'란 사람들이 절에 가서 하는 집회"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집에 가려는 무고한 사람을 경찰의 직위를 이용해 잡아가는 경찰이야말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어긴 현행범 체포 대상"이라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과 어청수 경찰청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도 무대에 올라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한꺼번에 100명이 연행되는 일은 드물었다"며 "200명이 넘는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한 이명박 정부야말로 독재정권이며 경찰은 민중을 때려잡는 몽둥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연행된 시민들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양심수"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 회원이라고 밝힌 조윤수 씨(37)도 "방법이 없어 거리로 나온 국민이 폭도라면, 대체 이 나라에는 폭도와 '강부자' 말고 누가 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이 촛불 더 키운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는 유독 "경찰의 과잉진압과 관련된 기사와 동영상을 보고 나오게 됐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외려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촛불의 수를 키우는 형국이다.

"지난 토요일 경찰에 연행돼 4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는 한 시민은 "주변에서 또 잡혀가면 '주동자'로 몰린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고 조금 겁나기도 하지만 어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부끄러워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잡혀갈지도 모르지만 나는 배후세력도 아니고 주동자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주부 김모 씨(44)는 "어제 열아홉 살인 우리 아들 친구도 2명이나 잡혀갔다"며 "경찰이 너무 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이 안 되니 거리로 국민이 나오는 것인데 (그들을 무작정 잡아가는 걸 보고) 너무 놀라고 화가 나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업체에서 30년간 일했다는 이모 씨(54)도 "기상청에서 청계광장까지 걸어오는 길 곳곳에 경찰이 진을 치고 앉아있어 오히려 위화감을 느꼈다"며 "정부가 평화적인 시위에도 이 처럼 진압에만 열을 올리니 국민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시민들에 용기 얻어 움직이는 '운동단체'…"파업하는 노조 이해된다"

이날 발언대에는 오랜 기간 국민의 '공적' 취급을 받았던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올라와 참석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한 사람은 '과격'하기로 유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또 다른 한 사람은 '철밥통'의 대명사인 공무원 노동자.

"파업만 하면 욕을 먹었다"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금속노조 조합원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시민들의 지지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가 "민주노총이 광우병 쇠고기를 막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면 지지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함성과 함께 촛불을 들어 대답을 대신했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홍성호 수석부위원장도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환호에 "민공노는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며 진짜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민공노 소속의 이진 지부장은 최근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즉각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그간 주춤했던 소위 '운동단체'들이 되려 시민들의 지지에 용기를 얻고 있는 것.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확실히 예전과 달리 민주노총 등에 호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었다.

의류업에 종사한다는 이지영 씨(36)는 "언론에서 워낙 나쁜 모습만 강조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노조의 파업을 안 좋게 생각했었다"면서도 "최근에 정부나 언론의 실상을 체감하게 되니 노조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호준 씨(38)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면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앞뒤 관계를 다 잘라먹고 왜곡보도를 일삼는 조·중·동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불순 배후세력'의 대명사로 꼽혔던 한총련도 이날부터 청계광장 한켠에서 '이명박 규탄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한총련은 다음달 16일까지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 뿐 아니라 장관고시를 전후해 전국적인 대학생 삭발식도 준비하고 있다. 한총련 소속이라는 한 대학 4학년생은 "대통령이 계속 국민의 말을 안 듣는다면 '제2의 6월 항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주춤했던 '20대 취업준비생'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숭실대 국문학과 4학년 최정민 씨(25)는 "지난 주말을 계기로 대학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씨는 "조직된 '운동권'이 아니라 개별적인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운동권 학생회로 분류되는 서울대 총학생회마저 '쇠고기 반대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를 준비 중인 것도 대학가의 변화를 보여준다.
1년 전에 그만둔 택시 운전기사가 "촛불집회 때문에 생계 곤란"?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자신을 택시 운전기사라고 소개한 나현호 씨가 무대 위에 올라 "촛불집회 때문에 길이 막혀 (택시 회사에 낼) 사납금도 벌지 못해 먹고 살기가 힘들다. (촛불집회는 그만하고) 인터넷으로 불매운동을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다 참석자들의 거센 야유를 받고 내려가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나 씨는 "1년 전에 택시 운전 일을 그만뒀다"며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나 씨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1년 전에 그만뒀는데 왜 쇠고기 촛불집회 때문에 먹고 살기가 어렵냐"고 질문을 쏟아내자, 정보과 형사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나 씨를 데리고 가는 소동이 발생했다.

○…'어른'들의 협박으로 10대들이 비운 자리를 할아버지들이 채우고 있었다. 청계광장 무대 옆에서 촛불문화제의 필수품인 종이컵에 끼운 초를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 3명은 "우리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민주 시민으로서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손을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임모 씨(75)는 "취임 3개월밖에 안 된 정부가 경제를 벌떡 살려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졸속협상이나 바로 잡아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자신의 건강권을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세계에서 대한민국 뿐이다."

인도에서 관광을 위해 한국에 왔다 최근의 쇠고기 사태에 대해 알게 됐다는 레이저 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한국 국민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며 특히 많은 사람들이 든 촛불이 참 아름답다"며 "다음달에 인도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자세히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위대를 채증하던 경찰이 시민들에게 적발됐다. 오후 11시 20분 경, 한 시민이 거리 행진을 계속해서 촬영하는 사람을 향해 "어제도 저 사람을 봤다. 저 사람 경찰"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정말 경찰이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시민들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나는 서울시 경찰청 정보과 소속"이라며 "우리는 2인1조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자 시민들은 카메라에서 증거물을 삭제하고 돌려줬다.
여정민,이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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