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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는 무시하고 Q 사인만 외치는 정부 죽기살기로 촛불 들어야 언론 지킨다" (오마이뉴스 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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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7-03 11:06
조회
78
죽기살기로 촛불 들어야 언론 지킨다" (오마이뉴스 08.07.11)
[14시간 동행 인터뷰] 아스팔트 강행군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btn_ntrans.gifbtn_nprint.gifbtn_nsize.gifbtn_nblog.gif icon_artman.gif 전관석 (sherpa74)

새 정부 들어 언론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쟁점이 한둘 아니다.



YTN 기자들은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며 단식 중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국제TV, 스카이라이프 등 언론유관 기관에는 벌써 낙하산 사장이 안착했다.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반발한 MBC PD들은 1993년 방송민주화 투쟁 후 15년 만에 총회를 열어 카메라 앞에 섰고 MBC 19개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 역시 9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



KBS는 또 어떤가. 정연주 사장을 '뽑아내기' 위한 노골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는 멘트까지 등장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월권과 정치 행보도 언론계의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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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 입구. 각종 요구를 담은 손팻말과 홍보물이 벽에 빼곡하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icon_tag.gif 언론노조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이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진 이유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찾는 현장이 바로 정부의 언론정책과 언론 노동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의 지점이다.



지난 8일 최상재 위원장을 14시간 동행 인터뷰했다. 올 들어 가장 더웠던 날, 최 위원장과 언론 노동자들은 끓는 아스팔트 위에 앉아 종일 외쳤다. "방송장악 저지하자!", "언론자유 보장하라!"


 

[10:00 언론노조 사무실-회의] "YTN 구본홍 사장 꼭 막아야 하는데..."


8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 입구에는 각종 요구 사안이 적힌 손팻말과 홍보물이 가득 붙어있었다. 언론 관련 현안이 얼마나 많은지 능히 추측할 수 있었다. 사무실 안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분주했다. 전화받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집회 준비하는 소리, 일정 확인하는 소리 등이 뒤엉켜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김순기 수석 부위원장, 신삼수 정책실장 등과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는 오전 10시 50분까지 이어졌다. 회의를 마친 최 위원장과 이날 첫 대화를 나눴다.


 


- 요즘 언론노조 일정이 빼곡합니다. 오늘 회의 안건은 뭐였습니까?


"다음 주 월요일 YTN 주주총회 건, 7월 촛불국면에서 민주노총과 언론노조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공식 회의가 있지만 워낙 현안이 많아 오늘처럼 긴급회의를 자주 열지요."



이날 최상재 위원장의 첫 목적지는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 '방송광고 연계판매 조사 중단 촉구 언론노동자 결의대회'가 12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언론노조 승합차에 얻어탔다.자리가 꽉 찼다. 권철 사무국장이 승합차 맨 뒤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가 뜻밖의 불청객 때문에 불편하게 이동해야 했다.



승합차가 남산 3호 터널 쪽으로 향했다. 남산 타워(N서울타워)가 보였다. YTN이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YTN으로 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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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8일 낮 12시 공정위 앞에서 열린 '방송광고 연계판매 조사철회 촉구 언론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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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기자 등 구성원들이 '구본홍 사장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촛불 문화제를 열고 비대위 위원은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주주총회가 다음 주 월요일로 잡혀있는데요. 위원장님은 사태 해결을 낙관하십니까?



으레 "기필코 승리"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최 위원장은 신중했다.



"주총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소액 주주 직원들도 들어가서 구본홍 사장 선임의 부당성을 얘기하겠다고 하고요. 주총 당일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야겠지만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새 정부 들어 권력과 언론 당사자들이 충돌하는 첫 사례가 될 겁니다.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YTN 노동자들이 투쟁 경험이 없고 동력이 많지 않아 우려됩니다.



지금 구성원들 모두가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구본홍 사장은 절대 스스로 물러날 것 같지 않아요. 일단 입성하고, 인사권·예산권을 최대한 발휘해 내부를 장악하려고 할 겁니다. 그 장악이 어렵지가 않아요. 사장이 경영을 들먹이며 흔들고 외부에서 정책으로 흔들면 내부에서도 계속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YTN 구본홍 사장 입성 여부는 방송계의 주목거리다. 입성에 성공한다면, 최 위원장 말처럼 언론계와 정부와의 본격적인 마찰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꼭 막아야 하는데…"라면서 우려 섞인 얼굴로 담배를 물었다.


 

[12:00 공정위-집회] "연계판매 중단? 지역방송·종교방송 죽습니다"



서초동 공정위 앞에 도착했다. 언론노조 관계자가 최 위원장에게 꼬마김밥 도시락을 건넸다. 오늘 점심이다. 시간을 쪼개며 이동하다 보니 끼니를 잘 못 챙겨 먹는다고 한다. 공정위 앞에는 지역방송, MBC 지방 계열사 조합원들이 차례차례 도착하고 있었다. 여수 MBC 노동자들은 새벽 4시에 모여 새벽밥을 먹고 출발했다고 한다.



이미 수 년전부터 언론계와 공정위의 악연은 깊다. '신문고시'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하나 더 늘었다. '방송광고 연계판매 중단'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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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낮 12시 '공정위의 방송광고 연계판매 조사철회 촉구 언론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icon_tag.gif 최상재


방송광고 연계판매란?
 

연계판매(끼워팔기)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광고판매를 대행하면서 잘 팔리는 방송프로그램에 안 팔리는 프로그램을 끼워서 파는 행위를 말한다.

 

연계판매 역시 광고주별로 월초에 KOBACO에 일임하는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된 연계판매 금액은 주로 취약방송에 할당된다.

- 언론노조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 문제로 지난 정권에서부터 마찰을 빚어오지 않았습니까. 지금 '방송광고 연계판매'에 대한 공정위 조사중단 촉구 집회가 준비 중인데요. 정권이 바뀌어도 악연은 계속되는 겁니까?

"공정위가 지난 정권 때는 신문고시 등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비판받았죠. 새 정부 들어서는 아예 내놓고 언론 통제하고 편들려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권 바뀌면 그러려니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라요.

 

광고주협회가 방송광고 연계판매가 불공정행위라고 공정위에 제소한 것입니다. 방송광고 연계판매를 중단하면 지역방송, 지역 MBC, 종교방송 다 죽습니다. 다양성 추구 못합니다. 무턱대고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붙이는 시장만능주의입니다. 가능할까요? 더구나 어떠한 합의나 대안제시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게 더 문제입니다."


 

- 공정위가 새 정부 들어 '신문고시' 자체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지난 4월엔 백용호 위원장이 '신문고시 폐지 검토' 의견을 비추기도 했는데요?

"새 정부 들어 신문고시 위반 조사 한 건도 없습니다. 공정위 차원에서 고시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마저 있죠? 불법 경품 시장을 감시하지는 못할망정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어요. 공정거래를 확립한다는 존립 이유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거죠."

 

인터뷰를 하는 사이,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경호 기자협회장,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정연우 교수 등이 차례로 와서 최상재 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언론 투쟁 현장'이 워낙 많아 이들은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다.

 

낮 12시 20분 '찜질방 집회'가 시작됐다. 올 들어 가장 더운 날,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500여 명의 조합원 앞에서 최상재 위원장이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큰 방송과 작은 방송을 무턱대고 경쟁하라 합니다. 이게 가능합니까. 체급이 다른 방송국끼리 경쟁 자체가 가능합니까. 지역방송, 종교방송 금세 적자구조로 바뀌고 결국 말라죽습니다. 방송광고 연계판매는 다양성과 공공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이 이렇게 거들었다.



"공정위가 할 일이 뭡니까. '방송광고 연계판매' 이런 것이 아니라 기름값 담합하는 정유사, 조중동 족벌언론이 벌이는 경품판촉, 상품권 남용 이런 것 조사해야 하는 곳이 공정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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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낮 12시에 열린 '공정위의 방송광고 연계판매 조사철회 촉구 언론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은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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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광고 연계판매 공정위 조사 중단 촉구' 결의대회는 오후 1시 45분쯤 끝났다. 살이 벌겋게 익을 정도의 더위였다. 손에 쥐고 있던 생수가 미지근해질 정도. 하지만 최상재 위원장은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다음은 검찰청이다. 검찰청 앞에서 오후 2시부터 '<PD수첩> 표적수사 정치검찰 규탄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공정위 앞에서 집회를 마친 MBC 계열사 조합원들도 대부분 검찰청으로 향했다.


 

[2:00 검찰청-또 집회] "<PD수첩>공격, 눈에 뻔히 보이는 수법"

 

<PD수첩>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정부와 여당, 친정부 언론에게 <PD수첩>은 그야말로 악의 축이요, 괴담의 진원지다.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일부 오역 사실로, 정작 중요한 '위험성 제기'를 완전히 뒤덮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정식고소가 아닌) '수사의뢰'를 했고, 검찰은 발 빠르게 검사 5명을 투입시켜 조사에 나섰다. 이 문제는 언론운동 진영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사회시민단체, MBC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날 500여 명의 넘는 언론 노동자들이 검찰청으로 몰려온 것이다.



집회 시작 전 시간이 조금 남았다.


 

- <PD수첩> 사태가 꽤나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검찰이 다섯 명의 검사까지 붙여서 조사에 착수했고 <PD수첩>을 놓고 보수언론의 맹공이 쏟아지고 있죠.


"지켜보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정부 여당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어요. 희생양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가 <PD수첩>을 딱 잡은 건데…. 눈에 뻔히 보이는 수법 아니에요? 명예훼손으로 법률 적용이 가능합니까? 국민 건강권을 염려한 보도에 대해 허위대 왜곡이다… 말이 안 되죠."



- 검찰이 기소할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요. 기소할 수 없을 겁니다. <PD수첩> 기소가 목적이 아닐 겁니다. 흠집내기가 목적이죠. 농림수산식품부 명예훼손이요? 광우병 보도가 한국 농수식품부를 명예훼손했다? 이게 말 자체가 성립을 하지 않죠."



검찰청 앞에 무대가 차려졌다. 최상재 위원장은 미리 도착한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등과 새로 인사했다. 집회 준비가 얼추 끝날 무렵 최 위원장은 팔목에 '분쇄 언론탄압, 사수 공영방송'이라는 띠를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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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2시 검찰청 앞에서 열린 '< PD수첩 >표적수사 정치검찰 규탄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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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시작됐다. 사회자와 시위대의 구호에 임채진 검찰총장과 검찰이 자주 등장했다. "'검사스럽다'는 말을 5년 만에 다시 쓸 줄 정말 상상도 못했다, 당시 당당하던 그 검사들은 다 어디 갔나"는 사회자 말에 박수가 터졌다. 최상재 위원장은 어김없이 맨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제는 검찰이 나서서 방송 프로그램 편집까지 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 만드시는 PD분들 정신없이 바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이뿐입니까. 풍자와 해학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코미디 소재까지 검찰이 잘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날은 더 뜨거워졌다. 얼음물과 음료수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돌았지만 체감온도를 조금도 낮추지 못했다. 심상정 대표, 이석행 위원장과 함께 앉아있던 최 위원장도 계속 얼굴을 훔치고 손부채를 부쳤다.



[15시30분 국회-원혜영 면담] "민주당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최상재 위원장은 이 집회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오후 3시경 김경호 기자협회장,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와 함께 집회 장소를 빠져나왔다. 오후 3시 30분까지 국회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에 언론사회단체의 명확한 입장을 다시 밝히기 위해서였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언론사회단체와 보폭을 잘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등원조건 협상을 하면서도 언론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것 같아서다.



택시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영 마뜩하지 않은 통합민주당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호 대표 "민주당은 늘 참 적극적이지가 못해요. 지난 국회 때 열린우리당도 그랬고, 방송법 다룰 때도 영 소극적이었지."


최상재 위원장 "그러게 말입니다. 민주당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하는데요."


김경호 기자협회장 "새로 뽑힌 최고위원들도 그렇고, 언론 관련 사안을 다루는 사람들 중에 과거 문광위 출신들도 없지요. 그래도 언론사회단체가 요구할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제 시간에 국회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국회에 미리 와있던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과 만난 뒤 오후 4시부터 원혜영 원내대표와 30분 가량 면담했다.



이들은 원 원내대표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등원 조건으로 할 것, 민주당 몫 방통위원 두 사람의 활동을 검증한 뒤 소환할 것, 방통위원회 관련 특위를 구성할 것 등 세 가지다. (민주당은 잠시 후 한나라당과 등원에 합의했는데, 결국 이들의 요구 전부를 관철시키진 못했다.)



[17:00 MBC 남문광장-긴급총회] "우리에겐 원군이 있습니다, 국민이라는"



참가자들은 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으로 가서 브리핑했다. 하지만 최상재 위원장은 그 곳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면담이 끝나자마자  국회를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MBC다. 오후 5시부터 MBC 남문 앞에서 <PD수첩>사태와 관련한 'MBC 조합원 긴급 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총회가 끝난 뒤에는 촛불문화제가 MBC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 아고라 등에서는 이미 전날부터 "<PD수첩> 지키러 갑시다. 8일 저녁 7시"라는 사발통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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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MBC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열린 < PD수첩 > 지키기 MBC 조합원 긴급 총회에서 PD 수첩 탄압 중단과 공영방송사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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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정각, 최상재 위원장은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과 함께 MBC 남문광장에서 다른 MBC 조합원들과 PD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하도 발언을 많이 해,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걱정"이라던 최 위원장은, 그러나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다른 방식, 다른 내용으로 주장을 풀어냈다.



"오늘 우리가 흘리고 있는 땀, 96년 이후 가장 많이 흘린 것 같습니다. MBC가 맨 앞에 있습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방송과 언론에 대한 침탈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왜 정권과 조중동이 방송을, <PD수첩>을 물어뜯으려 하는지 국민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국민이라는 원군이 있습니다."



총회는 오후 6시 30분쯤 끝났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저녁 7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허기를 채울 시간이다. 하지만 다시 김밥이다. 더위는 여전하다. 햇볕에 노출돼 있는 얼굴· 팔·목 등이 거멓게 탔다. 옷으로 가려져 있는 피부와 확연히 색깔 차이가 났다.


 

- 살인적인 날씨에, 살인적인 일정입니다

"요즘 좀 그렇습니다. 현업에서 정신없이 뛰는 언론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자주 모이기는 힘들잖아요. 일정이 오늘처럼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밥으로 두 끼 때우십니다.

"허허. 할 수 없죠."

 

[19:00 MBC→한나라당→KBS-촛불문화제] "촛불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저녁 7시에 열린 촛불문화제, 최상재 위원장은 맨 앞에 앉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최 위원장 옆에서 줄곧 자리를 지켰다. 어둠이 깔릴 무렵인 저녁 8시가 되자 1000여 개의 촛불이 여의도를 밝혔고 '<PD수첩>을 지키자'는 구호가 계속 여의도에 울려 퍼졌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멘트 "MBC는 MB씨의 것이 아니다", "<PD수첩>의 PD는 Power of Democracy(민주주의의 힘)의 약자다"가 인기였다.

 

밤 10시께 행진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앞으로 가는 행진이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촛불아 모여라 <PD수첩> 지키자'는 펼침막을 들고 맨 앞에서 행진했다. 한나라당 앞은 늘 그렇듯 전경버스로 꽉 막혀 있었다. 시민들이 앉아서 한숨 돌릴 무렵, 전경버스 바로 앞에서 최상재 위원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벌써 다섯 번째 '무대 연설'이다. 목이 반쯤 쉬었다.

 

"한나라당은 지금 촛불에 포위됐습니다. 이제 그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세요."

 

짧고 굵게 한나라당 앞 집회를 마쳤다. 예고된 일정은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비공개 일정 하나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KBS였다. 촛불시민들은 다시 KBS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미 촛불을 밝히고 있던 일부 네티즌들이 큰 함성으로 이들을 맞았다. KBS 앞에는 매일 밤 촛불 개근자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

 

'언론자유 수호'를 외치고 있는 촛불시민들 앞에 언론노조 위원장이 안 나설 수가 없다. 이번엔 최상재 위원장에게 특강 요청이 왔다. 본관 앞 계단에 앉은 시민들에게 즉석 연설이 시작됐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는 문장 끝마다 힘을 줬다.



"새 정부 들어 방송 연계광고를 중단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면 지역방송국, 지역 MBC 금세 적자 전환됩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PD수첩> 지금 시간대에 시청하기 어렵습니다. 그 시간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들어갈 겁니다. 명백한 방송 장악 시도입니다.



지금 신문방송 겸영도 허용한다고 하죠? 여러분들은 지금 '아침에 조중동 신문보고 저녁에도 조중동 방송봐야 하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지극히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방송 보시게 될 겁니다. 공영방송 죽이는 거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합니다. 국민의 방송 꼭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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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MBC 조합원,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이 8일 밤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언론장악저지 및 공영방송사수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한나라당 항의 방문을 하기위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 선 이가 최상재 위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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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설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하루 최상재 위원장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14시간 강행군은 결국 하루를 꽉 채워 끝났다.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공정위원회, 검찰청, 국회, MBC, 한나라당, KBS를 두루 거친 '빡센' 일정이었다. 마이크를 여섯 번이나 잡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작별 악수를 하며 "최 위원장, 몸살 나시겠어요. 조심하세요"라고 말한다. "괜찮습니다"라고 웃어넘기지만 목소리가 반으로 갈린다.



- 14시간 강행군이셨습니다. 12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셨는데요. 그만큼 현안이 많고 현장이 많다는 얘기겠죠. 언론노조가 사활을 걸고 있는 현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YTN 구본홍 사장 취임 저지 투쟁이 당장 닥쳐왔고요.(14일 주주총회) 여러 방식으로 KBS 이사진 마구 흔들어대고 있죠? 신태섭 교수에 이어 남윤인순씨까지. 이것도 언론노조가 다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PD수첩> 소송 질 수 없는 싸움이고요. SBS와 한기총의 대립도 지켜봐야 하고, 낮에 집회했던 공정위 방송광고 연계판매 중단 시도, 한국방송광고공사 무력화…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건데도 셀 수 없이 많죠."



- 언론 관련해서 전례 없이 많은 정책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언론계와 정권의 충돌도 예고됩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 어느 때보다 방송장악 추진의 강도가 셉니다. 우선 촛불을 지켜야 합니다. 촛불 지키지 못하면 우려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날 겁니다. 9월 정기국회부터 강력하게 밀고 나올 겁니다. 지금 시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오늘 촛불이 다시 MBC 앞에서 켜졌잖아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야 할 때입니다."



- 언론 노동자들의 결합력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대다수 언론노동자들이 언론노조의 싸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도 잘 알고 있고요. 다만 현업에 묶인 사람들이 많아 자주 모이기 어렵고 싸움 현장도 익숙치 않죠. 하지만 이제 뜨거운 결의를 실행으로 옮길 때입니다. 보도·제작이라는 언론인의 기본 역할을 넘어 맨 앞에 나가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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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8일 밤 KBS 앞에 모인 촛불시민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icon_tag.gif 최상재

마지막 인터뷰를 끝내고 나자 딱 밤 12시였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다시 태평로 프레스센터 사무실로 가겠다고 했다. "오늘 내내 밖에 나와 있어 어떤 뉴스들이 다뤄졌는지 모른다, 가서 확인하고 집으로 가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랬다. 이 날 최 위원장이 현장 곳곳을 누비는 사이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중앙일보> 연출 사진 사건이 터졌고, 검찰은 조중동 광고 반대 운동을 벌인 네티즌 20명을 출국금지시켰다. 최 위원장이 귀가할 무렵 각 가정으로 배달됐을 <경향신문> 1면에는 ABC협회가 <조선일보>의 부수를 늘려서 공시했다는 사실이 실렸다. 당장 그는 다음날(9일) 오전 8시 평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강행군의 끝이 없다.



그는 SBS PD다. SBS 노조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9월 언론노조 위원장에 선출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주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무턱대고 'Q 사인'만 내고 있다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언론 정책 '제작'을 정부에서 전부 도맡겠다는 것이다. 언론 진영에서는 정부에 대고 무수히 'NG'라고 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14시간 동행취재를 끝내며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촛불과 언론 노동자들이 언론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방송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것도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골적인 정권차원의 공격과 시도가 계속될 것입니다. 속도도 빠르고 방법도 뻔뻔합니다. 악착같이 지켜내야 합니다.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 전체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켜야 합니다."


2008.07.11 11:17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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