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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국정원 합친 ‘공룡 경찰’…개혁 4대 쟁점 (시사저널, 2020.07.2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8-04 15:56
조회
103

경찰 권한의 분산과 축소,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 요구돼


21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 중 하나는 ‘경찰 개혁’이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시작하고(수사개시권), 끝낼 수 있는 권한(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보다 앞서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의 일환으로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도 추진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정보 수집’ 권한까지 여전히 갖고 있다.


여기에 경찰은 단일 규모 최대 중앙행정기관(약 12만 명)이며, 이 거대 조직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단일 지휘명령 체계에 의해 작동한다. 이제는 검찰이 아닌 ‘경찰 파쇼’ ‘경찰 국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우리 국민들은 검찰과 국정원이라는 거대권력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하고 거대한 ‘경찰’이라는 또 다른 권력과 대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찰 개혁 역시 권한의 분산과 축소, 민주적 통제 강화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분리 △행정경찰과 수사경찰 분리(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의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권한 분산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권한 축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위원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 개혁의 4대 쟁점을 짚어봤다.


■권한 분산-자치경찰


자치경찰제는 중앙집권적 경찰의 지방 분권화를 통해 경찰권을 분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 과제로 제시됐으며,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11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국가경찰과 광역시·도의 자치경찰을 병렬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11월, 국가경찰 11만7000여 명 중 4만3000여 명(36%)을 자치경찰로 이관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자치경찰이 ‘무늬만 경찰’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자치경찰의 업무 영역과 권한이 국가경찰에 비해 현저히 협소하다는 것이다. 한상희 위원장은 “자치경찰은 오로지 자치경찰 공무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사범,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교통사고 등 주민기초생활과 밀접한 부분의 수사사무, 성매매·실종·사회복지 등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결부된 수사사무 등 제한적 범위에 대해서만 수사권이 부여될 뿐”이라면서 “이는 자치분권의 이념에 반(反)할 뿐 아니라 중앙집권화된 국가경찰의 폐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한자리에 병존하는 이원화 체제이기 때문에 고위직 자리가 대폭 늘어나 오히려 경찰 조직과 인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업무수행 면에서 볼 때도 중대 및 긴급 신고는 국가경찰이 출동하고, 긴급하지 않은 신고 등은 자치경찰이 출동하도록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출동사무가 혼용될 가능성이 크고 책임 소재 등의 문제로 국가-자치 경찰 간 ‘업무 떠넘기기’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경찰은 전국적인 규모의 판단이 필요한 정책이나 기획, 대(對)테러업무 등만 수행할 수 있게 하고 그 외 모든 경찰사무는 자치경찰의 몫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독립-국가수사본부


지난 1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법경찰관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196조 제1항)’는 조항이 삭제되고 대신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197조 제1항)’는 조항이 신설됐다. 즉, 경찰이 보조 기관이 아닌 수사의 주체가 됐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경찰관(치안감 이상)과 사법경찰관(경무관~경위)을 분리해 수사전담기구(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한상희 위원장은 “경찰 개혁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법경찰의 독립성 확보”라면서 “일사불란한 위계조직을 가지고 있는 행정경찰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법 적용이 요구되는 사법경찰과 조직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경찰 국가의 실체를 확보하게 된다”면서 독립적 수사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가 여전히 행정경찰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찰 개혁안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는 여전히 경찰청 내부에 존재하고, 수사본부장 역시 경찰청장이 지명권을 가진다. 또한 경찰청장은 국가수사본부에 대해 ‘일반적 지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휘 체계 역시 확립되지 않았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의 지휘체계는 사법경찰관→검사→검찰총장→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법경찰관이 수사의 주체가 되면서 이와 같은 지휘체계는 단절됐다.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될 경우, 사법경찰관→수사본부장으로 연결되지만, 그 이후가 명확하지 않다.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은 현행 정부조직법상 ‘수사’에 대한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 직무에 수사를 포함시키게 되면, 송치 전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송치 후 검사 수사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사안에 대해 경찰과 검사의 의견이 다를 경우, 행안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의견충돌이 나타날 것이다. 이로 인해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면서 “'정부 의사의 단일화'라는 정부조직 원리를 충족하려면 사법경찰관을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적 통제-경찰위원회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권력기관의 개혁은 결국 ‘민주적 통제’로 귀결된다. 검찰 개혁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수차례 강조해 왔던 것이 바로 ‘민주적 통제’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민주적 통제란, '장관'을 통한 산하 기관의 통제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면 장관이 산하 기관을 통제하고, 장관은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 상시적인 견제와 감시를 받으면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간접민주주의제의 특성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말하는 민주적 통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시민사회는 오히려 집권세력이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개혁 역시 다르지 않다. 즉, 경찰 권력을 통제하는 주체가 ‘국민’이 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영 위원장은 “경찰은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 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경찰은 단일한 지휘명령체계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임에도 그 수장(경찰청장)은 오롯이 대통령의 의지대로 임명돼 왔다. 행정안전부 산하 조직으로 편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암암리에 청와대가 수사를 지시하거나 통제해 오기도 했다”면서 “지배적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잘 보이면 승진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경찰청장이 누구의 말을 들을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진정한 정치적 중립성은 경찰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고 경찰 권한 행사가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제어되도록 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이는 경찰 개혁이 근본적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위원장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경찰 하명수사 의혹을 들었다.


민주적 통제를 위한 방안으로는 경찰위원회의 위상 강화가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다. 경찰위원회는 1991년 설치됐으나 사실상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경찰위원회에 경찰에 대한 인사권, 정책 결정권, 정책 개선 및 시정 요구권, 감찰 및 징계 요구권 등을 부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한 행안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해 격을 높이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와 법원이 경찰위원을 추천하게 했다. 장관급인 위원장은 비(非)경찰 출신으로 제한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으며, 경찰위원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개혁위원회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경찰위원회에 부여하도록 권고했지만, 이와 관련한 입법활동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도를 나간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한 축소-정보경찰과 보안경찰


시민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보경찰이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4호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 의거해 정보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정보경찰은 전국적으로 3000여 명에 이른다.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에도 정보경찰은 엄연히 존재한다.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 역시 인사청문회를 위한 답변서에서 “각종 위험 요인을 사전 탐지하고 ‘알람 기능’을 하는 정보경찰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생각은 다르다. 이호영 위원장은 “정보경찰이 실제 수집하고 있는 ‘정책정보’와 ‘치안정보’는 경찰의 권한인 ‘범죄수사’와 ‘위험 방지’를 위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찰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행안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 정권 시기 정보경찰이 ‘치안정보’라는 개념상 모호함을 방패 삼아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사찰 활동을 하고, 노조·시민·사회·선거운동에 개입했던 사례는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과 복무점검을 정보경찰에 맡겨온 사실도 드러났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정보2과 업무보고’에는 “지난 정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체제하에서 중단됐으나, 새 정부(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인사검증) 재개, 현재(2018년 7월30일)까지 4312건 수행”이라고 나와 있다. 복무점검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활동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한상희 위원장은 “국정원을 보완하는 지위에 있었던 정보경찰의 권력은 여전히 남아서, 혹은 이제 유일무이한 권력이 돼 국정원의 권력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까지 넘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가 정보경찰과 함께 정권 보위기구로 비판해 온 보안경찰의 경우 오히려 위상이 격상된다.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에 따르면, 대공수사 전담부서가 신설된다. 경찰 보안국이 ‘안보수사처’라는 별도의 기구로 재편되며, 안보수사처장 역시 기존의 보안국장(치안감)에서 임기 3년의 개방직(정무직 또는 치안정감)으로 격상된다.


안보수사처는 국정원과 ‘정보공유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며, 국정원의 수사요원까지 편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보경찰과 함께 보안경찰 역시 오히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별도의 안보수사처 체제가 없어도 ‘북한의 위협’부터 ‘테러의 위험’까지 평상적인 치안체제만으로도 얼마든지 감당 가능하다”면서 “보안 관련 수사업무는 새로 설립될 독립적인 수사청(국가수사본부)의 보안담당 부서 수준에서 처리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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