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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검찰·국방부, 권력은 이제 이들이 쥐었다 (한겨레21,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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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20-07-02 11:19
조회
65

노무현 정부 이후 3개 권력 기관에 오른 기획재정부·검찰청·국방부


한국에서 ‘4대 권력 기관’은 통상 검찰청과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을 말한다. 이들은 군사독재 정부 시절, 시민사회와 기업 등을 억누르거나 길들이는, 합법적 국가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기관이었다. 독재 시절 더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군부가 빠진 것을 보면, 이 권력 기관들이 과거에 주로 군부에 의해, 군부를 위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제도가 강화될 때 4대 권력 기관의 장은 다 포함됐다. 그중 세 기관은 다른 중앙행정기관보다 격이 낮은 청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오랜 인식이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오재록 전주대 교수(행정학)가 발표한 ‘관료제 권력 측정: 박근혜 정부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4개 중앙행정기관은 우리가 아는 ‘4대 권력 기관’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검찰청, 국방부, 국토교통부로 나타났다. 기존 4대 권력 기관 가운데 검찰청만 포함됐다. 특히 기재부·검찰청·국방부, 세 기관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1~3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3대 권력 기관’인 셈이다. 기존에 4대 권력 기관으로 꼽혔던 국정원은 7위, 경찰청은 9위, 국세청은 19위에 그쳤다.


기재부, 자원·자율성 3위 잠재력 2위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재부가 세 정부에 걸쳐 일관되게 관료제 권력지수(BPI)*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보면, 기재부는 5개 평가 분야 중 ‘자원’ ‘자율성’에서 3위, ‘잉여력’ ‘잠재력’에서 2위를 차지했다. ‘네트워크’(19위)를 제외한 4개 분야에서 모두 2~3위를 기록했다. 물적자원 분야에서 기재부는 이 평가를 한 2015년 기준으로 세입예산이 247조원(세출 23조원)으로 다른 부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또 배출한 장차관, 청와대 파견자, 국외 주재관 수도 가장 많았다. 재정적 자율성에서도 예산 전용이 자유롭고 특수활동비 운영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1위로 평가됐다.


기재부 관료의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말로 ‘모피아’가 유명하다. 모피아는 재무부를 뜻하는 영어 약자 ‘MOF’(Ministry of Finance)와 이탈리아의 유명한 범죄조직 ‘마피아’(Mafia)를 합친 말이다. 애초엔 행정부 권력과 낙하산 인사, 뇌물로 한때 일본의 정치·경제를 주물렀던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다 한국에서도 일본 대장성 관료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한국의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 관료를 부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오재록,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기획재정부의 권력관계 변화 분석’, 2009)


기재부 관료가 선출된 권력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2003년 초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한 기자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에게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개혁 성향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관료들) 좋은 시절도 다 지나간 것 같은데….’ 하지만 다음 순간 돌아온 답변에 기자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말어.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해도 다 적응할 수 있으니. 아마 6개월 뒤에는 우리 세상이 돼 있을걸.’ 실제 그의 말대로 6개월은 아니지만, 2년 정도 지나자 참여정부의 주도권은 다시 관료들에게 넘어갔다.”(곽정수 기자, ‘MB, 모피아에 투항?…기막힌 짝짜꿍!’, <한겨레> 2009년 1월30일치)


기재부 관료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누리는 이유에 대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민주화 이후에도 모든 정부가 관료들이 주도하는 성장주의와 규제완화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 관료들의 그런 낡은 생각을 극복하려면 정당에서 기재부 장차관을 맡을 만한 실력 있는 정치인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 정당들이 그런 역량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동연·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박지웅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기재부 관료들이 예산이나 기획과 관련해 엄청난 인력과 전문성이 있다. 예산실만 해도 5개국에 200명이나 되는데, 예산 업무와 관련해선 비교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수사하는 검찰, 입법·사법·행정 갖춘 군


기재부가 한국 사회의 경제 분야를 지배하는 권력이라면, 사회 분야를 지배하는 기관은 검찰청이다. 검찰청의 권력지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2위, 노무현 정부에서 3위를 차지했다. 통상 청 단위 기관은 부나 처, 원, 위원회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검찰청(2위)과 경찰청(9위)은 예외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부처들보다 강한 권력을 누린다. 이는 통제받지 않는 독립성과 자율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찰청은 대통령이나 국회 등 선출된 권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구조적 자율성 1위) 언론 관심도가 높고, 국감 일수도 많으며, 퇴직 뒤 재취업 비율도 높다. 게다가 수사권·공소권 등 다른 기관이 갖지 못한 독점적인 특별 권한이 있다.


검찰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수사하고 처벌한 사건들이다. 1995~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 2017~2018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등 무려 5명의 전직 대통령을 검찰이 수사하거나 기소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검사가 수사를 시작했지만 특검 수사기간 90일 제한 탓에 마무리는 검찰이 했다.) 수사를 피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녀들이 수사와 처벌을 받았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건의 핵심 권한인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이고, 강제수사의 핵심 수단인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청구권까지 독점해 검찰은 다른 기관으로부터 거의 통제받지 않는다. 사회정의를 규정하는 상징 권력까지 독점한 탓에 권한 남용의 위험성과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수사와 기소, 형 집행에 지나친 재량권을 줘서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도 만들고, 죄인을 처벌하지 않기도 한다. 형사사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청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 국가폭력(공권력)의 대표자’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다.


기재부나 검찰청과 비교하면 시민의 삶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독재 시절 대한민국을 지배했던 국방부(군부)의 권력도 여전히 강하다.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2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방부는 약 6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해 인적자원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육해공군, 해병대 등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이 많아 네트워크에서도 1위였다. 2015년 국방부 세출예산 28조원은 교육부(55조원)·보건복지부(53조원)·안전행정부(52조원)·국토교통부(40조원)보다 작았지만, 다른 기관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반면 국방부는 직접 예산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20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간사를 한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군에서 수많은 사건·사고가 나도 조직을 흔들거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는다. 아직도 국방부와 군에는 권위의 신성함 같은 상징 권력이 남아 있다. 또 행정뿐 아니라 사법·입법 기능이 있고 학교·종교 시설까지 모두 갖고 있어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완결적이다. 인력도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300만 명이 넘고, 고위 공무원 격인 장성도 400명에 이른다. 한마디로 모든 걸 다 갖춘 기관이다.”


권력 집중은 권력 남용과 부패를 낳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3대 권력 기관의 문제점으로 ‘권한 집중’을 들었다. 예를 들어 기재부는 과거에 분리했던 예산·기획 기능(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과 금융·조세 기능(재무부)을 합쳤다. 또 검찰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국방부도 전투 기능과 비전투 기능(행정·보급)을 모두 움켜쥐고 있다. 오재록 교수는 “기재부나 검찰청에서 보듯 과대하고 과잉된 권력은 반드시 권력 남용과 부패 같은 문제점을 낳는다. 기관 안팎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게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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